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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의 달인] 해양생명체 표면 구조에서 찾은 친환경 선박 운항 기술

2023년 08월 10일 오전 09:00
■ 이상준 / 포스텍 기계공학과 교수

[앵커]
장어나 해조류는 미끌미끌한 점액질 때문에 맨손으로 잡으면 쉽게 빠져 나가버리는데요. 이런 해양 생물에게서 아이디어를 얻어 선박의 마찰 저항을 줄일 수 있는 친환경 선박 운항 기술을 국내 연구진이 개발했습니다.

오늘 '과학의 달인'에서는 해양생명체 표면 구조에서 찾은 친환경 선박 운항 기술에 대해서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포스텍 기계공학과 이상준 교수 나오셨습니다. 어서 오세요.

[인터뷰]
안녕하세요

[앵커]
해양생명체 표면 구조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선박의 마찰 저항을 줄이는 기술을 개발하셨는데요. 어떤 기술인지 직접 소개해주세요.

[인터뷰]
운항 중인 선박의 경우, 선체 표면과 물 사이의 마찰로 인해 많은 에너지가 낭비되어 선박 추진에너지의 약 60%가 사용됩니다. 이에 따라 선박에 걸리는 마찰 저항을 줄여 연비를 향상 시키면 연료비와 함께 이산화탄소 배출을 크게 줄일 수 있습니다.

우리는 기존 저마찰 기술들이 가진 기술적 한계를 극복하고자 해양생명체의 미끄러운 점액질 표피에서 아이디어를 얻고자 했습니다. 미역이나 다시마 같은 해조류나 고래와 같은 해양동물의 표피는 미끄러운 점액층으로 덮여있어서 마찰저항을 줄여주고, 따개비 같은 생물이 표면에 붙지 않게 합니다. 가혹한 해양환경에서 점액의 유실을 최소화하도록 진화된 표피 점액층의 구조와 기능을 자연 모사해서 마찰 저항을 효과적으로 저감 시키는 생체모방형 저마찰 표면 기술을 개발한 것입니다.

[앵커]
해조류 같은 게 미끌미끌 하다는 건 알겠는데요.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에서 아이디어를 얻으셨던 걸까요?

[인터뷰]
네 맞습니다. 해양생명체의 점액질 표피에는 입구가 좁고 내부가 넓은 주머니 형상의 캐비티(cavity) 들이 분포하고 있습니다. 이 캐비티 내부에 저장된 점액은 좁은 입구 구멍을 통해 표면으로 분비하게 되는데, 급격히 좁아지는 '재진입 (re-entrant)' 입구 구조에 기인하여 점액이 쉽게 유실되지 않고 표피가 항상 점액층으로 덮여있게 해줍니다.

저희는 해양생명체가 가진 이러한 점액층 구조를 자연 모사하여 좁은 입구 구멍을 가진 구형(球形) 캐비티가 균일하게 배열된 표면을 제작하고, 점액질 역할을 하는 윤활유를 캐비티 내부에 주입하여 생체모방형 저마찰 표면을 개발하고 이를 MIS (marine creature-inspired surface) 기술이라고 명명하였습니다.

개발한 MIS 표면의 항력 저감 성능을 평가한 결과, 매끈한 알루미늄 표면에 비해 고속 유동 조건에서 마찰항력이 최소 32%에서 최대 39%까지 감소하였습니다. 이처럼 우수한 항력 감소 효과는 MIS 표면의 재진입 구조와 표면에 형성된 윤활 층의 미끄러짐 효과 (slip effect)에 기인하며, 고속 유동 조건에서도 저마찰 효과를 장기간 유지합니다.

[앵커]
마찰 저항이 39%, 최대로 감소했다고 하셨는데, 마찰 저항력 차이는 어떻게 측정하신 건가요?

[인터뷰]
MIS 표면의 마찰 저항 측정 실험은 한국 선박 '해양 플랜트 연구소'의 KRISO 고속수조에서 수행되었습니다.

물의 유속을 2m/s에서 12m/s까지 증가시켜가며, MIS 표면과 대조군 표면에 걸리는 힘을 직접 측정하여 비교한 결과 코팅을 하지 않은 알루미늄 표면에 비해 MIS 표면에 걸리는 마찰항력이 최대 39%나 감소함을 확인했습니다.

이때 물의 유속은 12m/s 이였는데, 이는 실제 대형 컨테이너선이 운항하는 속도인 25 knot에 해당합니다.

[앵커]
그러니까 실제 물의 유속이 MIS가 알루미늄 표면보다 49%나 마찰항력이 줄어든다 이런 말씀이신 거 같은데요. 실제로 해수 마찰력이 적어지면 어떤 이로움이 있나요?

[인터뷰]
선박 표면에는 따개비나 해조류 포자와 같은 생물이 달라붙는 바이오 파울링 (fouling) 문제가 일어나고, 선체에 부착된 이물질들은 큰 유체 저항을 유발합니다. 그리고 시간 경과에 따라 파울링이 늘어나 마찰저항이 지속적으로 증가합니다. 이러한 이물질 부착에 기인한 표면 오염을 억제하기 위해 방오(anti-fouling) 도료로 선체를 도장 해왔는데, 기존 방오 도료에는 구리나 주석과 같은 화학물질이 들어있고, 이들이 해양 생태계를 교란시키기 때문에 최근 강화된 세계적인 해양환경규제로 인하여 더 이상 이들 물질을 사용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환경친화적인 새로운 저마찰/방오 표면의 개발이 시급히 필요하게 되었습니다.

또한, 기존 방오도료의 경우, 방오 효과가 지속적으로 감소하기 때문에, 3~5년 주기로 선체에 부착된 이물질들을 제거하고 다시 도장하는 과정을 거치게 됩니다. 이러한 재 도장 비용으로 대형선박의 경우 1척당 20억까지 듭니다. 반면에 MIS 표면의 경우, 따개비 같은 생물이 표면에 부착하기 힘든 방오 효과도 지니고 있어서, 기존의 방오 표면에 비해 추가적인 연료비 절감과 환경보호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선박 추진에너지의 절반 이상이 선체 표면에 작용하는 마찰 저항에 의해 소모됩니다. 이에 따라 MIS 표면은 따개비 부착을 억제하고 선체에 걸리는 연료비와 이산화탄소 배출을 크게 감소시켜 경제적 관점과 환경적 관점에서 얻는 이로움이 매우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앵커]
그런데 이걸 어떻게 설치를 하는 건지가 궁금한데 페인트처럼 바르는 건지 아니면 테이프처럼 붙이는 건지 궁금합니다.

[인터뷰]
현재 개발된 MIS 기술은 얇은 필름 형태로 제작하여 선박에 붙이는 방식으로 중소형 선박에 적용할 수 있습니다. 대형 선박의 경우, 공정시간이 길어지고 일손이 많이 필요하여 바로 적용하기에는 다소 어려움이 따릅니다.

그래서 현재 스프레이 방식으로 코팅하는 MIS 기술을 연구하고 있는데, 예비 실험에서 좋은 결과를 얻은 바 있습니다. 추후에 스프레이 코팅 방식의 MIS 표면 기술 개발이 완성되면, 대면적이나 곡면에도 코팅이 가능하여 대형선박에도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앵커]
그런데 마찰력을 줄이는 기술이 선박뿐만 아니라 다른 분야에도 적용이 가능할 것 같거든요. 어떠세요?

[인터뷰]
선박 외에도 해양구조물이나 잠수함, 어뢰 등에 적용할 수 있습니다. 특히 고속 유동 조건에서 마찰저항 저감 효과가 우수하기 때문에 수중에서 빠르게 움직이는 물체에 적합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또 다른 적용분야로 기름이나 물을 수송하는 파이프, 그리고 저마찰/방오 표면이 요구되는 수 처리 시설이나 의료 기기 분야에도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앵커]
혁신적인 기술이라 생각이 드는데, 시간관계상 이제 마지막 질문 드리겠습니다. 상용화를 위해 넘어야 할 과제가 있다면 어떤 걸까요?

[인터뷰]
저희가 개발한 기술을 상용화하기 위해서는 이걸 스프레이 방식으로 코팅해야 합니다. 이 기술이 개발되면 대면적이나 곡면에의 적용도 가능할 것입니다. 이 밖에 상용화를 위해 해양환경에서 발생하는 바이오 파울링을 억제하는 방오 성능을 지금보다 강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또한, 칼이나 손톱 같은 날카로운 물체에 쉽게 긁힐 수 있어서 MIS 표면의 기계적 강도 개선도 필요합니다.

[앵커]
자연은 과학의 선생님이라는 말이 있는데, 오늘도 그 말을 실감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앞으로 더 좋은 소식 기대하겠습니다. 포스텍 기계공학과 이상준 교수와 함께했습니다. 고맙습니다.

YTN 사이언스 김기봉 (kgb@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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