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YTN 사이언스

검색

[Science & Media] 과학보도의 보도자료 베끼기

2014년 03월 24일 오전 09:00
[앵커]

이번에는 미디어와 관련된 과학 소식을 살펴보고 언론의 과학 관련 보도 내용을 비평해보는 사이언스 앤 미디어 시간입니다.

성균관대학교 이경락 박사 나와 계십니다.

안녕하세요?

오늘은 어떤 내용을 가지고 이야기 나눠볼까요?

[인터뷰]

오늘은 과학보도의 비전문성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보고자 합니다.

이른바 홍보자료 베끼기가 바로 그것인데요. 우리나라도 많은 연구들이 이어지면서 하루에도 몇 편씩 논문에 대한 보도들이 이어집니다.

그 핵심 내용을 살펴보면 논문의 성과나 혹은 우리 사회에 적용할만한 획기적인 내용들이 그것인데요. 그것을 전하는 언론이 그 내용을 분석하거나 제대로 취재를 하는 것이 아니라, 최초 연구기관이 작성한 보도자료를 그대로 옮겨 쓰는 경향이 있다는 것입니다.

[앵커]

그럼 우선 보도자료가 무엇인지부터 설명을 좀 해주셔야 할 것 같은데요?

[인터뷰]

보도자료는 일종의 취재원, 즉 언론사가 정보를 얻기 위해서 취재를 하려고 하는 대상이 스스로 작성한 보도의 핵심 정보입니다.

과거에는 이 보도자료라는 것이 주요 정보만 간단하게 정리하는 것이었습니다만, 최근에는 거의 언론사에서 바로 기사로 내보내도 부방할 정도로 기사의 형식에 그대로 맞춰서 제작되기도 합니다. 이렇게 보도자료를 제작하는 것이 한편으로 기업이나 단체의 홍보 담당자의 주요 역할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많은 언론사들이 과학과 관련된 보도뿐만 아니라 기업의 신상품 및 정부의 정책에 관해서 보도를 할 때, 이를 많이 참고하거나 심지어 그냥 그대로 베끼기도 합니다.

[앵커]

따로 취재를 하지 않고 보도자료만으로 기사를 쓴다면 대부분의 기사가 비슷한 내용이 될 것 같은데요, 이런 경우가 많이 있나요?

[인터뷰]

그렇습니다. 이에 대해서는 처널리즘(churnalism)이라는 표현을 쓰는데요.

제품을 대량으로 찍어낸다는 뜻의 '천 아웃'(churn out)과 저널리즘이 합쳐진 말입니다.

이와 유사한 말로 일종의 패키지처럼 취재방법이나 시각 등이 독창성이 없고 획일적인 저널리즘에 대해서 '팩저널리즘'이라는 표현을 쓰기도 합니다.

이 처널리즘이라는 말은 영국 일간지 '가디언'의 자유기고 언론인인 닉 데이비스가 2008년에 '평평한 지구 뉴스'라는 책에서 홍보자료나 통신사 뉴스를 베끼는 언론의 행태를 강하게 비판한 이후에 유행하기도 했습니다.

[앵커]

이와 관련된 인터넷 사이트도 만들어져 있다고 하는데, 어떤 사이트인가요?

[인터뷰]

2011년의 일이었는데요. 미디어 스탠더드 트러스트라는 영국 언론단체가 '처널리즘 닷컴(churnalism.com)'이라는 정식 사이트를 만들었습니다.

이 사이트에서는 홍보자료 등의 문구를 입력해 검색하면, 영국 언론매체 중에서 홍보자료의 많은 부분을 복사해서 붙여넣은, 이른바 컨트롤 C 컨트롤 V를 한 부분을 찾아줍니다.

즉 특정 언론의 어떤 기자의 기사가 얼마나 중복됐는지 알려주며, 해당 문구가 그대로 쓰인 부분을 별도 색깔로 표시한 뒤에 홍보자료와 기사를 한 눈에 비교해주는 시각자료까지 보여줍니다.

물론 과학기사의 경우에 주요 용어나 실제 연구결과의 경우에 그대로 옮겨야 하는 경우들이 많기는 하지만, 영국의 경우 언론의 중복비율이 꽤 높게 나타났습니다.

[앵커]

그런데 사실 과학논문 같은 경우에는 내용이 어렵고 전문적이다 보니까 어쩔 수 없는 부분도 있지 않을까요?

[인터뷰]

그렇습니다. 이 처널리즘이나 과학 보도자료 베끼기 등은 전문가 집단이 내는 홍보자료를 자주 이용할 수밖에 없는 과학, 기술 분야 보도에서는 좀 불가피한 측면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이번에 일본에서 허위 연구로 밝혀진 역분화 줄기세포 STAP 역시도 전문가가 아니면 그 내용을 상세하게 설명하기가 어렵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많은 언론사에서 중요한 과학 현상의 설명에 있어서 시청자들에게 친절한 설명을 하고자 하지만, 그 내용에 있어서 완벽하게 이해하기는 어려운 측면도 있습니다.

이런 경우에 과학전문기자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고 볼 수 있는데, 과학 전문채널을 제외하고는 이런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는 저널리즘을 찾기가 좀 어려운 경향이 있습니다.

게다가 실제로 추가 취재를 수행하기에도 종종 어려움이 발생합니다.

[앵커]

앞서 지적대로라면 보도자료에 의지하지 않고, 제대로 보도를 하기 위해서는 일단 추가 취재가 필요하다는 건데요, 이것이 왜 어려운 건가요?

[인터뷰]

대부분의 경우에서 그런 것은 아니지만, 중요한 연구가 국제 학술지에 실릴 예정이거나 진행중에 있다면 추가 취재가 어려운 경우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국제적인 학술지의 경우에 게재가 확정되어도 출판까지는 보도 자체를 유예하는 엠바고를 요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즉 네이처나 사이언스에서 최초 보도를 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은 경우에 출판물을 제작하는 학술지 입장에서도 타격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와 관련해서는 종종 한국의 언론들이 엠바고를 깨서 문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이것보다 중요한 것은 취재가 일종의 연구방해가 될 수도 있다는 점입니다.

즉 추가 취재를 한다고 수십 명의 취재진이 연구소를 방문하고 연구자를 인터뷰하려 한다면, 실제 현장 연구가 잘 이뤄질 수 없기 때문입니다.

때문에 과학보도에 있어서 이른바 보도자료 옮겨쓰기 관행이 어느 정도 용인되는 부분이 있습니다. 그러나 연구 내용을 제대로 숙지하지 않고, 그대로 옮겨쓰거나 말 그대로 베끼기 식의 처널리즘은 지양해야 할 보도방식이라고 생각됩니다.

[앵커]

'처널리즘'이라는 용어가 생길 정도로 언론의 보도자료 베껴 쓰기가 심각한데요, 어려운 내용도 쉽게 전하는 것이 저희와 같은 언론의 역할인 만큼, 항상 취재를 소홀히 해서는 안되겠네요.

함께 반성하겠습니다.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저작권자(c) YTN science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 데이터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