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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토종 구상나무…크리스마스 트리로 사랑 받다!

2017년 12월 26일 오전 09:00
■ 김재훈 / 국립산림과학원 난대·아열대산림연구소 임업연구사

[앵커]
12월 25일이 크리스마스였잖아요~ 크리스마스를 맞아 반짝반짝 꾸민 크리스마스트리가 곳곳에 자리하고 있었는데요.

그런데 전 세계적으로 크리스마스트리로 사용되는 나무가 우리나라에서만 자생하는 고유종 '구상나무'라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오늘 '탐구 人'에서는 구상나무를 연구하고 있는 국립산림과학원 난대·아열대산림연구소 김재훈 연구사를 모시고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앵커]
오늘 구상나무 이야기를 해주시려고 제주도에서 여기까지 오셨다고 들었습니다. 우선 와주셔서 감사드리고요. 저희가 들어 보니까요, 전 세계적으로 널리 쓰이는 크리스마스트리로 쓰이는 '구상나무'가 사실 한국의 고유수종이라고요? 정말 사실인가요?

[인터뷰]
네 그렇습니다. 우선 구상나무는 소나뭇과에 속하는 식물로, 바늘 모양의 잎이 1년 내내 푸른색을 띄고 있는 나무입니다. 1920년 '어니스트 헬리 윌슨'이라는 영국의 식물 분류 학자에 의해 한반도 남부지방의 일부와 제주도 한라산에만 자라는 한국의 특산 식물이라는 사실이 밝혀져 가치가 더욱 높아졌는데요,

미국으로 표본이 건너간 뒤 수십 종의 신품종이 개발되어 특허 등록이 됐고, 이후 활발하게 판매가 되면서, 현재 가장 아름다운 성탄 트리로 전 세계인들의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앵커]
크리스마스트리에 우리가 몰랐던 역사적인 과거가 숨어져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는데, 사실 침엽수라는 게 잎도 뾰족하게 생겼고 언뜻 보면 다 비슷하게 생긴 거 아닌가-란 생각이 드는데, 구상나무만의 특별한 특징이 있을 것 같습니다. 어떤 특징이 있을까요?

[인터뷰]
구상나무가 크리스마스트리로 쓰이기 전에는 주로 전나무, 소나무 등을 많이 사용했다고 하는데요. 그런데 구상나무와 전나무와 비교해 보면, 우선 구상나무는 잎이 부드럽고, 어린나무일 때 생장 속도가 느려서 작게 키울 수 있는 특징이 있습니다. 그러니까 실내에서 트리로 쓸만한 크기가 우선 적당했다고 볼 수 있죠.

그리고 가지가 짧아 풍성하게 보이는 장점도 있기 때문에 크리스마스트리로 적합했다고 보이고요. 그래서 지금도 크리스마스트리로도 인기가 많지만, 일반 조경에도 쓰이고 있다고 합니다.

[앵커]
우리나라에서만 자생하는 고유종이 전 세계에서 트리로 쓰인다고 하니까 기쁘기도 하고요. 하지만 안타깝게도 구상나무는 현재 멸종 위기종으로도 지정되어 있다고요?

[인터뷰]
네, 구상나무는 과거 빙하기 때 한반도에 내려왔다가 빙하가 녹을 때 더 추운 곳을 찾아 고위도 방향으로 올라간 나무입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한라산을 비롯하여 지리산, 덕유산 등 해발 1,000m 이상의 고산지대에 분포하고 있습니다.

현재 우리나라에 자생하고 있는 구상나무 숲의 면적은 1,200ha 정도로 알려져 있는데 국립산림과학원 분석 결과에 의하면, 한라산 구상나무 숲의 면적은 약 800ha로 국내 구상나무 숲 면적의 67% 정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이는 여의도 면적의 2.8배로 이곳 상암동 넓이 정도 됩니다.

[앵커]
그렇군요. 지금 말씀하셨던 내용 중에서 구상나무가 높은 고도에서 산다, 한라산에서도 1,000m 되는 고도에서 분포하고 있다고 하셨는데, 그렇다면 이 구상나무가 여러 지역에 분포하고 있는데, 개체가 줄고 있다는 게 안타까운 사실입니다. 왜 그렇죠?

[인터뷰]
최근 한라산 구상나무 생장이 둔화하는 경향이 있는데요, 현재로서는 봄철 건조, 겨울철 기온상승, 강수 패턴 및 토양 침식, 태풍 등 여러 가지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였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봄철 건조 및 겨울철 기온상승은 광합성에 영향을 주며, 집중호우는 토양을 침식시켜 구상나무의 생육환경을 불량하게 만듭니다. 또한, 태풍 등 강풍은 가지와 뿌리에 영향을 주어 서서히 쇠퇴하게 합니다.

[앵커]
올해부터 국립산림과학원에서 구상나무를 복원 사업을 하고 있다고요. 그런데 난대·아열대산림연구소라는 이름만 들었을 때는, 탐스러운 열매가 열리는 나무들, 야자수를 연구할 것만 같아요. 그런데 어떻게 고지대에 사는 구상나무를 연구하게 되셨나요?

[인터뷰]
우선 제주도가 난대 기후를 가지고 있고, 점차 아열대 기후로 변하는 과정에 있습니다. 그래서 저희 연구소도 제주에 위치하면서, 이 기후에서 생장하는 나무들을 연구하는 건데요.

그리고 한라산 구상나무 숲은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를 가지고 있습니다. 물론 국립공원연구원이나 국립생태원 등 다양한 곳에서 구상나무 연구를 하고 있지만, 국내 내륙 지방산과 한라산은 또 다른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한라산은 우선 강수량이 연간 6,000mm로 월등히 많고, 현무암이 풍화되어 생성된 토양이기 때문에 내륙과는 토양의 특성이 다릅니다.
그래서 연구 방향이나 분석 내용에 있어 지역 특성에 맞는 연구가 필요한 거죠,

[앵커]
네, 또 한라산의 특징 중에 해발 고도가 높기 때문에 거기에 침엽수림도 함께 같이 형성되고 난대수림도 같이 나타날 수 있는 특징이 있는데, 이제 가장 핵심적인 게 구상나무가 줄어들고 있기 때문에 이것을 복원하기 위한 노력이 진행되고 있는 것 같은데, 이 복원 사업이 잘 진행되고 있나요?

[인터뷰]
우선 자연 서식지 내의 기온, 강수량, 토양 수분 등 기본적인 환경을 조사해 자료를 구축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자료를 바탕으로 여러 원인과 연관시켜볼 예정입니다.

그리고 올해, 미리 수집한 종자로 파종한 3년생 묘목 1,000본을 자생지에 식재 했는데요, 이후 자생지 환경 변화에 따른 성장 과정도 모니터링 할 예정입니다.

그리고 자연 서식지 외에 나무를 심을 수 있는 큰 정원 즉, 현지 외 보존원을 조성해 한라산에 구상나무 숲이 사라졌을 경우, 다시 그 숲을 만들 수 있도록 대비하려 하고 있습니다.

[앵커]
당연한 질문이긴 하지만 숲을 계속 다니면서 연구하시는 거죠?

[인터뷰]
네.

[앵커]
그렇게 숲 다니시다 보면 일단 숲이 어떤 모습인지도 궁금하지만, 그 속에서 벌어지는 재밌는 에피소드들이 있지 않을까-생각 드는데 어떤가요?

[인터뷰]
우선 쇠퇴한 구상나무 숲을 멀리서 보거나 돌과 풀이 어우러진 거친 바닥 사이로 쓰러져 있는 구상나무를 볼 때, 안타까운 생각이 많이 듭니다. 그래서 어떠한 영향으로 이렇게 된 것인지 공부해야겠다는 마음이 더 생기는데요.

연구할 때의 에피소드라면 조사를 위해서 현장에 자주 가다 보면 등산로를 벗어나게 되는데요, 일부 등산객께서는 자연을 훼손시키니까 빨리 나오라고 말씀하시는 분도 많으세요. 그래서 배낭에 학술조사 표식을 붙여 놓아도 자연을 사랑하는 분들이 많으셔서 저를 그렇게 말리시더라고요.

[앵커]
말려주는 것 자체가 시민 의식이 높아졌다고 생각하면 좋은 일이지만, 연구하실 때는 조금 방해가 되실 수 있겠어요. 등산하시는 분들은 연구하고 있다는 푯말을 보시면 자제해주시면 좋을 것 같네요.

구상나무의 보존을 위해서는 많은 분의 관심이 필요할 것 같고, 아까 죽어서 쓰러져있는 나무의 모습을 보니까, 가슴 아픈 느낌도 듭니다. 그래서 마지막으로 구상나무 보존에 우리가 힘써야 하는 의미, 우리가 왜 구상나무를 보존해야 하는지를 짚어주신다면 어떤 이야기를 해주실 수 있을까요?

[인터뷰]
네, 구상나무 보존은 생물 다양성의 안정성 측면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습니다. 구상나무 숲의 쇠퇴 현상이 구상나무 한 수종의 변화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생물 종의 안정성에도 매우 중요한 영향을 미치게 되는 거죠.

또한, 우리나라에서만 자생하는 고유한 수목이기 때문에 보존 가치는 더 높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여러 기관에서도 연구를 진행 중에 있습니다만, 사라져 가는 우리 토종 수목에 대한 많은 분의 관심이 밑거름되는 거니까요. 앞으로 세계뿐만 아니라 국내에서도 사랑받는 구상나무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앵커]
최근에 구상나무, 특히 제주도에 있는 구상나무 보존을 위해서 산림청이나 제주특별자치도에서 다 같이 힘을 모아서 관계부처들이 힘을 모으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요. 사실인가요?

[인터뷰]
네, 그렇습니다.

[앵커]
다행이네요. 이렇게 실효성 있는 정책과 연구사 분들 같은 여러 연구자분의 노력으로 우리나라 고유수종인 구상나무가 잘 보존되기를 희망합니다.

지금까지 국립산림과학원 난대·아열대산림연구소 김재훈 연구사였습니다.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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