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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치 vs. 까마귀…진정한 길조는 누구?

2018년 02월 14일 오후 3:18
■ 이동은 / 과학뉴스팀 기자

[앵커]
매주 다양한 동물의 생태를 살펴보고 그 속에 담긴 과학을 찾아보는 시간입니다.

과학관 옆 동물원 이동은 기자와 함께하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오늘은 또 어떤 동물에 대해 이야기 나눠볼까요?

[기자]
네, 며칠 있으면 우리 고유의 명절 설날이죠.

[앵커]
그렇죠. 내일부터는 또 즐거운 연휴가 시작되니까 더 기분이 좋습니다.

[기자]
네, 제가 왜 이렇게 설날 이야기를 꺼내는지 감이 오시죠?

[앵커]
오늘은 설날과 관계된 동물이군요.

[기자]
맞습니다. 설날 하면 역시 까치를 빼놓을 수 없겠죠.

[앵커]
맞아요. '까치까치 설날', 한 번쯤 동요를 들어본 분이라면 누구나 익숙할 것 같은데요,

사실 궁금하긴 해요. 왜 하필 설날에 까치가 떠오르게 된 걸까요?

[기자]
네, 방금 말씀하신 동요가 무려 1924년에 만들어진 동요입니다.

그때부터 '까치 설날'이라는 말이 쓰였지만 사실상 어원을 찾기가 힘들었는데요,

여러 가지 설 가운데 국어학계에서 가장 힘을 얻는 설이 있습니다.

국어학자 고 서정범 교수의 말에 따르면 '까치 설'은 '작은 설'이라는 뜻을 가진 '아치 설'에서 유래됐다는 것입니다.

작다는 뜻의 '아치'라는 말이 세월에 따라 '까치'로 변형돼 정착했다는 건데요,

실제로 '아치'와 '까치'가 지역에 따라 같은 뜻으로 쓰이는 경우가 있어서 신빙성을 더하고 있습니다.

[앵커]
아, 이런 해석은 또 처음 들어보네요.

그런데 이 이야기가 맞는다면, 사실상 까치 설날은 동물 까치와는 상관이 없는 거네요?

[기자]
아무래도 어원을 분석한 것이라 동물과는 거리가 있죠.

하지만 여전히 다양한 설이 있는데요,

우리가 흔히 아는 것처럼 까치가 낯선 사람을 기억해서 반가운 친척들이 찾아오는 설이면 울기 때문에 '까치 설'이다, 이런 이야기도 있습니다.

[앵커]
그렇군요. 꼭 설날이 아니어도 까치는 우리에게 대표적인 길조로 알려져 있는데요,

실제로도 도움을 주는 새인가요?

[기자]
네, 까치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텃새입니다.

잡식성이라서 쥐와 같은 작은 동물은 물론이고 곤충이나 나무 열매, 감자 등을 가리지 않고 먹는데요,

이 때문에 봄이나 여름에는 나무에 사는 해로운 곤충을 잡아먹어서 우리에게 도움을 줍니다.

[앵커]
역시 우리에게는 좋은 새가 맞네요.

[기자]
마냥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워낙 가리지 않는 식성 때문에 딸기나 수박 같은 과실을 쪼아 먹어서 큰 피해를 주기도 하고요,

비닐하우스에 구멍을 뚫어놓거나 농작물을 상하게 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앵커]
까치가 울면 반가워야 하는데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네요.

[기자]
네, 그래서 까치는 사실 지금은 유해 조수로 분류돼 있습니다.

특히 생태계의 균형이 깨지면서 까치의 천적인 맹금류가 줄어들고요,

이 때문에 까치의 수가 급격하게 늘어난 것이 사람들의 눈총을 받기 시작한 이유인데요,

한때는 길조로 사랑받았지만, 이제는 오히려 포획의 대상이 되기도 하는 것입니다.

[앵커]
정말 새 중에는 가장 사랑받은 새가 아닌가 했는데 지금은 오히려 천덕꾸러기 신세가 됐네요.

[앵커]
그러게요, 까치로서는 억울한 일입니다.

우리가 또 까치 하면 떠오르는 짝꿍이 있잖아요? 까마귀인데요,

까치가 길조라면 까마귀는 보통 불길한 징조를 나타내는 흉조로 알려져 있는데요,

왜 그런 걸까요?

[기자]
사실 까치와 까마귀는 같은 참새목 까마귀과입니다.

[앵커]
두 새가 친척에 가깝네요

[기자]
그렇죠.

하지만 같은 검은 새라도 까치는 흰색의 털이 있어 생김새가 좀 친근한 편이고 덩치도 까마귀보다 좀 작습니다.

거기다 울음소리를 떠올려보시면 아무래도 까마귀 소리가 더 위협적으로 느껴지는데요,

아마 오랜 시간에 걸쳐 이런 이미지가 쌓인 게 아닌가 합니다.

[앵커]
맞아요.

길조와 흉조라는 선입견 때문인지, 아무래도 까마귀 울음소리는 좀 무섭게 느껴지거든요.

그런데 가까운 나라 일본만 해도 까마귀를 이렇게 부정적으로 생각하지 않는 것으로 아는데요?

[기자]
맞습니다. 일본여행 가시면 커다란 까마귀가 사람들 근처에서 아무렇지 않게 다니는 모습 보셨을 텐데요,

일본에서 까마귀는 우리나라의 까치만큼 흔하고 친근한 새로 여겨집니다.

우리가 '까치까치 설날'이라는 노래를 부르듯이 일본의 동요나 동화에는 까마귀가 자주 등장한다고 합니다.

[앵커]
그렇군요. 문화의 차이를 여기서도 느낄 수 있는데요,

그럼 우리나라만 이렇게 까마귀를 부정적으로 여기는 건가요?

[기자]
물론 우리나라 외에도 까마귀를 부정적으로 여기는 나라들이 있습니다.

중국에서도 까마귀를 보통 '불길한 새'로 여기는데요,

단, 붉은색으로 그리면 태양, 금색으로 그리면 효도를 의미한다고 하고요,

유럽에서도 까마귀는 불길한 징조로 여깁니다.

반대로 아랍인들의 경우는 까마귀를 '예언의 아버지'라고 부르는데요,

까마귀가 오른쪽으로 날면 행운이, 왼쪽으로 날면 불행이 온다고 믿는다고 합니다.

[앵커]
단순히 길조, 흉조를 떠나사 전 세계적으로 까마귀에 대해 다양한 이미지가 있네요.

그만큼 까마귀에 대해 다른 나라에서도 관심이 많은 것 같아요.

[기자]
네, 맞습니다.

조류 중에서는 까마귀과가 가장 똑똑한 편으로 알려졌기 때문인데요,

실제로 그런 결과를 보여주는 연구 결과도 많습니다.

[앵커]
그럼 까마귀가 새임에도 불구하고 똑똑하다, 그런 얘기네요?

어떤 연구 결과가 있나요?

[기자]
먼저 화면을 보시면 까마귀 한 마리가 부리로 나뭇가지를 주워 올리죠,

그리고는 나무 틈새에 넣어서 그 안에 있는 먹이를 꺼내 먹습니다.

[앵커]
아, 그렇군요. 도구를 쓴다는 거네요?

[기자]
그렇죠. 이 까마귀는 '알랄라'로 불리는 하와이 까마귀인데요,

실제로 영국 연구팀이 이 까마귀의 능력을 시험해봤더니 도구를 이용하는 것은 물론,

나뭇가지를 원하는 길이로 잘라서 사용하는 아주 놀라운 모습도 보였습니다.

[앵커]
우리가 지난번에 봤던 앵무새와 비슷한 능력이 있네요.

부리를 이용해서 도구를 자유자재로 쓴다는 건데요?

[기자]
그렇죠. 또 한 마리의 까마귀가 더 있는데요,

이 까마귀의 경우는 투명관 안에 있는 먹이를 아주 능숙하게 꺼내 먹죠.

[앵커]
옆면이 뚫려있는데도 똑똑하게 구분을 잘 하네요.

네, 더 놀라운 것은 이 까마귀의 경우 먹이를 기다리는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상자 안에 더 큰 먹이가 있는 것을 보고 그걸 위해 다른 먹이를 17시간이나 먹지 않고 참은 건데요,

실제로 도구를 쓰거나 이렇게 자신을 통제하는 능력은 침팬지 같은 유인원에게서만 나타난다고 합니다.

[앵커]
생각보다 새들이 참 똑똑한 것 같은데요,

까마귀도 굉장히 둔해 보이는데 보기와 다르게 인지능력이 뛰어나네요.

[기자]
네, 실제로 까치나 까마귀 모두 앵무과와 함께 가장 똑똑한 새에 속하는데요,

까마귀의 경우 뇌의 무게만 봐도 몸집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사람보다 큰 뇌를 갖고 있습니다.

특히 텃새는 한 장소에서 많은 정보를 수집하기 때문에 더 뇌가 크다고 하는데요,

몸집은 작게 만들면서 천적에 맞서 생존할 수 있도록 환경에 따라 진화해온 결과라고 할 수 있겠죠.

[앵커]
네, 그렇군요. 까치로 시작해서 까마귀까지, 이렇게 이야기를 나눠보니까 이미지가 많이 달라진 것 같아요.

이제는 어느 한 새를 들어서 길조다 흉조다 말하는 것이 선입견이라는 생각이 드는데요,

두 새 모두 우리 역사와 함께해온 텃새인 만큼 앞으로도 오랫동안 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이동은 기자 수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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