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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맛을 선사한다…놋그릇에 담긴 과학

2018년 02월 26일 오전 09:00
■ 이혜리 / 과학뉴스팀 기자

[앵커]
음식에 담긴 재밌는 과학 이야기 듣는 시간입니다.

'푸드 톡톡' 오늘도 이혜리 기자와 함께하겠습니다. 어서 오세요.

오늘은 뒤에 사진으로는 주제가 전혀 예측이 안 되는데요?

[기자]
네, 오늘은 먹을 순 없지만, 요리의 '일부'가 되는 것을 주제로 갖고 왔습니다.

일부라고는 했지만, 이게 있어야 음식이 비로소 완성된다고 할까요?

바로, 오늘의 주제는 그릇입니다.

[앵커]
아 '그릇이 음식을 완성한다'고 하셨는데, 음식을 담는 기능 외에 다른 기능이 있는 건가요?

[기자]
그렇습니다. 그릇을 어떤 소재로 만들었느냐, 혹은 어떤 디자인이냐에 따라 다양한 기능을 갖추게 되는데요.

그 기능에 따라서 어떤 음식과 가장 잘 어울릴 수 있는지, '음식과의 궁합'도 달라지는 거죠.

[앵커]
그런데 그릇도 종류가 많잖아요.

[기자]
네, 그래서 우리나라 전통 그릇 위주로 오늘부터 2주에 걸쳐서 그 기능과 음식과의 조화 등을 살펴보도록 할게요.

[앵커]
이번 주에는 어떤 그릇을 소개해주실 건가요?

[기자]
네, 바로 놋그릇입니다.

[앵커]
아 최근에 외국에서 식당을 열고 음식을 파는, 모 예능 프로그램 있잖아요. 거기서 비빔밥이나 각종 한식을 담아내는 그릇으로 '놋그릇'을 사용해서 화제가 됐잖아요.

그러니까 이런 다양한 그릇들에 다 각기 다른 기능과 특히 더욱 잘 어울리는 음식이 있다는 거죠?

[기자]
맞습니다. 놋그릇에 관해서 하나씩 말씀을 드리자면, 우선 우리 전통의 놋그릇, '방짜유기'라고 불리기도 하는 이 놋그릇을 살펴보면요.

우선 '놋'이라고 하는 건, '놋쇠' 그러니까 구리와 주석을 섞어 만든 겁니다. 구리와 주석을 섞어서 합쳐진 쇳물로 판을 만들어서 망치질로 두드리는데요.

두드리는 과정에서 식게 되면 다시 달궈서 두드리고…, 인내와 정성의 시간을 거쳐 깨지지 않는 단단한 '놋그릇'이 만들어지게 됩니다.

[앵커]
아 그렇군요. 정성이 가득 담겨있네요. 그러면 놋그릇은 깨지지 않나요?

[기자]
네, 구리와 주석을 섞는 '황금 비율'로 놋그릇을 만들면 깨지지 않는 특징을 갖게 되는데요. 그 비율이 구리 78%와 주석 22%입니다.

주석의 양이 이를 넘어서게 되면 깨질 수 있어서 실용적인 그릇을 만들 때는 주석의 비율을 제한합니다.

또 반복해서 두드리는 작업을 거침으로써 그 단단함이 더 강해지는 거죠.

[앵커]
사실 저는 놋그릇이 구리와 주석의 합금이었다는 자체도 새롭고. 최상의 비율을 찾아냈다는 것도 대단하네요.

그리고 놋그릇을 접했을 때 묵직한 느낌이 좋더라고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최근에는 단순히 밥그릇, 국그릇과 같이 한식과 어울리는 그릇 외에도 파스타나 디저트용으로 나온 놋그릇도 있습니다.

제가 직접 보고 왔거든요. 화면 함께 보시면서 이야기 나눠보죠.

[앵커]
아주 화려한 식당같이 보이고요. 다양한 놋그릇이 보이는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수저부터 다양한 크기의 국그릇, 그리고 파스타 볼까지…. 다양한 디자인의 놋그릇이 전시돼 있는데요.

이렇게 여러 용도의 놋그릇을 내놓음으로써 이를 찾는 젊은 층도 늘고 있다고 합니다.

두께도 너무 두껍지 않게, 맞춤형으로 제작할 수 있어서요. 실제로 놋그릇을 들어보니까 생각했던 것보다 가볍더라고요.

그리고 은은한 광채가 도는 금빛이 참 매력적이죠?

[앵커]
그렇네요. 전통의 멋이 제대로 느껴지는데요.

파스타 볼을 보니 외국인들이 좋아할 것 같다는 생각도 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그럼, 잠시 인터뷰 듣고 계속 이어가겠습니다.

[김순영 / 놋그릇 전문 브랜드 대표 : 놋그릇은 디자인만 현대적으로 만들면 동서양의 음식을 다 담을 수 있어요. 동서양을 음식을 다 담기 위해서 전통을 현대식으로 재해석해서 현대적으로 만들고 있어요. 파스타 볼, 샐러드 볼 그리고 아기 이유식 그릇까지 다양합니다.]

[앵커]
놋그릇에는 꼭 한식만 담아야 한다는 생각은 이제 버려야겠어요.

그런데 이 놋그릇에 아주 신통한 효능이 있다고요?

[기자]
바로 '살균 효과'가 있다는 건데요.

놋그릇의 이런 기능을 입증하는 대표적인 연구가 있는데요. 2003년 경원대의 한 연구팀이 식중독을 일으키는 대장균의 하나인 O-157 균을 죽이는 효과가 있음을 밝혔습니다.

그러니까 놋그릇에 일정량의 균을 증류수에 섞어 넣은 후 16시간 후에 관찰했더니 다른 그릇들과 달리 놋그릇에서는 균이 발견되지 않았던 거죠.

이 밖에도 역시나 식중독을 일으키는 병원성 비브리오와 유해 미생물에 대한 살균 효과가 여러 실험을 통해 입증되기도 했습니다.

[앵커]
정말 신기하네요. 놋그릇에 어떻게 이런 기능이 생긴 걸까요?

[기자]
'구리 성분' 덕분인데요. 구리의 '항균 기능'은 오래전부터 알려졌어요.

고대 페르시아인들이 구리 그릇에 식수를 담아 사용했을 정도로, 오랜 시간 그 기능을 인정받아 왔죠.

다양한 구리 합금이 병원균을 거의 없앤다는 연구 결과는 계속 보고되기도 했고요. 이런 기능을 활용해서 예를 들면 실에 구리를 사용해서 항균 효과가 있는 항균 섬유를 만드는 등 일상생활에 활용되는 사례도 있습니다.

[앵커]
놋그릇이 건강함뿐만 아니라 음식을 맛있게 먹는 데도 일조한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우선 놋그릇은 온도를 유지하는 기능이 뛰어난데요. 따뜻한 음식은 오랫동안 따뜻하게, 차가운 음식은 오랜 시간 차갑게 먹을 수 있도록 하는 거죠.

그래서 따뜻한 탕이나 국 종류가 우선 놋그릇과 잘 어울리고요,

차가운 음식의 대명사 뭐가 있을까요?

[앵커]
냉면이 있죠.

[기자]
맞습니다. 냉면을 놋그릇에 담아낸다면 더 맛있게 먹는 방법이 되겠습니다.

[앵커]
그러고 보니, 빙수를 놋그릇에 담아서 판매하는 곳도 있더라고요. 얘기를 듣고 보니, 놋그릇이 빙수가 녹지 않도록 막아주는 역할도 제대로 할 것 같네요.

놋그릇의 여러 장점을 잘 들었는데, 그런데도 여전히 조금 망설여지는 게, 관리가 어렵다는 거잖아요. 쉬운 방법이 없을까요?

[기자]
몇 가지 주의할 점이 있는데요. 우선 설거지할 때 반드시 결대로 닦아 주셔야 한다는 건데요. 지그재그 방향이 아닌 원래 놋그릇의 결대로 닦아야 그릇에 손상이 가지 않습니다.

또 수세미도 지나치게 강한 것보다는 약간 부드러운 재질을 사용해 주셔야 하고요.

또 설거지를 마친 후에는 마른행주로 물기를 닦아서 보관해야 얼룩이 남지 않겠죠?

[앵커]
그렇군요. 집에 아주 오래된 놋그릇이 있는데, 사실 색이 좀 바랬어요.

이런 걸 수습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요?

[기자]
아 그때는 비밀 아이템이 하나 있는데요!

세제에 '케첩'을 조금 사용해서 닦으시면 검게 변한 부분을 없앨 수 있습니다.

[앵커]
케첩이요? 의외네요.

[기자]
케첩에 들어있는 토마토의 '라이코펜'이라는 성분이 녹을 없애는 역할을 하기 때문인데요.

토마토를 사용하면 되는 거니까, 케첩이나 토마토 주스도 가능하겠죠?

[앵커]
이게 바로 꿀팁 같네요. 집에 가서 활용해 보면 좋을 것 같네요.

오늘은 놋그릇의 여러 장점부터 관리 방법까지 들어봤는데요.

다음 주에는 어떤 그릇 이야기를 들고 올지 기대됩니다.

오늘 말씀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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