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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 날에는 미역국 안 먹는다?…징크스의 심리학

2018년 05월 09일 오전 09:00
■ 이동귀 / 연세대학교 심리학과 교수

[앵커]
거울이 깨지면 안 좋은 징조라든가 혹은 시험 보는 날에 미역국을 먹지 말라는 말, 다들 한 번쯤 들어보셨죠?

이처럼 나쁜 결과를 피하기 위해 행동을 조심하는 '징크스'는 일상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데요. 그렇다면 징크스는 어떤 심리적인 이유가 담겨있는 걸까요?

오늘 <생각연구소>에서는 징크스의 심리학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연세대학교 심리학과 이동귀 교수와 함께합니다. 안녕하세요?

[앵커]
저는 딱히 징크스가 없는 것 같은데요. 수요일만 되면 이 시간이 기다려진다, 교수님 얼굴이 떠오른다, 이거 징크스인가요?

[인터뷰]
징크스는 부정적인 건데, 제가 부정적인 건 아니죠?

[앵커]
아닙니다. 이 시간이 정말 기다려지는데, 두 분도 징크스가 있으신가요? 황보혜경 앵커는 어때요?

저도 약간 시험 보기 전에는 미역국 안 먹는 거를 지키는 것 같기는 해요. 교수님도 징크스 있으시죠?

[인터뷰]
저는 특히 영어로 발표해야 할 때 부담이 많잖아요. 그래서 발표하기 직전에 마틴 루터킹 주니어의 연설문 첫 번째 문장만 외웁니다. 그러면 기분이 좋아지고요, 안 그러면 영어 발표할 때 많이 떨리고 그러더라고요.

[앵커]
어떤 연설문의 글귀인가요?

[인터뷰]
영어로 이야기해야 하는데 괜찮나요?

[앵커]
해주세요!

[인터뷰]
"Let us not wallow in the valley of despair." "우리에게 절망의 계곡에서 허우적거리지 않게 하소서"라는 말입니다.

[앵커]
제가 수요일이 기다려지는 이유가 있었네요.

교수님은 불안을 극복하는 방법도 정말 멋있으신 것 같아요. 이 징크스에는 또 스포츠 선수들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는데요. 경기를 앞두고 이기기 위해서 꼭 하는 자신만의 룰을 가지고 있기도 하잖아요. 이런 건 왜 그런 걸까요?

[인터뷰]
징크스(Jinx)라는 말은 원래 ‘재수 없는 일. 또는 불길한 징조의 사람이나 물건’이라는 뜻이 있거든요.

사실 스포츠 선수는 경기에 이기고 지는 게 굉장히 중요하잖아요. 그러니까 상당히 긴장하고 불안할 수밖에 없는데, 예를 들어 삼성 라이온즈에 박한이 선수가 있어요.

이 분 같은 경우 타석에서 하는 '준비 동작 징크스'가 있다고 합니다. 이분 같은 경우 먼저 배팅 장갑 조이고, 오른쪽 소매로 땀 닦고 앞머리 쓸어 올린 후 방망이로 홈 플레이트 앞에 밑줄 긋고 어깨 위에 방망이를 올려 타격 자세에 들어가게 되면 훨씬 더 심신이 안정된다고 하네요.

또 축구선수인 엠마누엘 아데바요르라는 선수가 있는데요. 이 선수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축구화라든지 정강이 보호대 같은 걸 늘 똑같은 걸 사용합니다.

그래야지만 경기가 잘 되고 만약에 그게 없으면 경기 결과가 훨씬 안 좋다고 하네요.

[앵커]
지금 스포츠 선수들의 징크스를 알아봤는데, 사실 우리 일상생활 속에서도 징크스를 많이 겪고 있잖아요. 청년들 취업을 준비하거나 시험 보기 전에 공감할 만한 징크스가 있을 것 같은데,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인터뷰]
실제로 포털사이트에서 조사해보니까, 구직자 1,500명 중에서 24.4%가 취업 관련한 징크스가 있다고 합니다.

[앵커]
어떤 것들인가요?

[인터뷰]
실제로 보니까 가장 많이 신경 쓰이는 징크스 첫 번째로 이야기하는 게 뭐냐면 '첫 질문을 받았을 때 답을 제대로 못 하면 불합격한다', 이런 일종의 첫 질문 징크스가 있고요.

두 번째는 물건이 떨어지게 되면 낙하 징크스라는 게 있고요. 세 번째는 그날 대중교통을 놓치면 불길한 대중교통 징크스도 있다고 하네요.

아무래도 취업이라는 게 심리적으로 위축되잖아요, 긴장도 많이 하고요. 그러다 보니까 징크스가 자꾸 생기는 것 같아요.

[앵커]
그럼, 이런 징크스는 왜, 어떤 심리 때문에 생기는 걸까요?

[인터뷰]
첫 번째로는 우리 뇌가 기억해요. 만약에 안 좋았던 일들이 생기잖아요. 그러면 뇌가 그걸 기억해서 입력했다가 비슷한 일이 생기게 되면 그때 느꼈던 비슷한 호르몬을 분비하게 돼요. 그러면 신체적으로 긴장하게 되고, 훨씬 더 불안해지는 거죠.

그런 다음에 만약에 결과가 안 좋았다, 그러면 그걸 더 깊게 기억하니까 징크스가 될 수 있고요. 사실은 징크스라고 하는 건 실질적으로 일과 결과 사이에 인과관계는 없어요. 일종의 미신인 거잖아요. 그 사람들은 어떤 행동이라든가 그 결과를 연결 시키려고 하는 습관이 있는데요. 아무래도 위협을 피하고 싶어 하는 마음이 많은가 봐요. 일종의 생존본능 같은 것의 일부일 수도 있고요.

그다음에 심리학적으로 이야기하는 하나의 용어는 뭐냐면 특정한 상황이나 행동과 특정 결과 간의 연합을 하는 거예요. 연합 학습의 일종인데, 우리가 쓰는 용어로는 조건 형성, 자극과 반응 사이에 조건형성이 이루어졌기 때문에 다음에도 그런 자극이 오게 되면 그런 반응을 보이게 되는 거죠.

[앵커]
그러니까 징크스가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서 위험이 되는 행동을 하지 않는다고 볼 수 있는 건데, '루틴'이라는 말이 있어요.

습관적으로 반복적인 행동을 통해서 긍정적인 효과를 내는 것을 보통 루틴이라고 표현하는데, 루틴과 긍정적인 영향, 어떤 관계가 있을까요?

[인터뷰]
아무래도 징크스는 좋지 않은 행동과 상황과 좋지 않은 결과를 연합시키는 경우가 많잖아요. 그런데 루틴 같은 경우에는 자신이 습관적인 행동을 일종의 시퀀스로 만들어 놓는 거예요. 그래서 그걸 하게 되면 심리적으로나 신체적으로 편안하게 되는 거죠.

그래서 경기하기 전에 어떤 특정한 행동을 계속하게 되면 경기에 대한 부담도 줄이고 컨디션 조절도 되고요. 많은 경우 자신감이나 집중력 향상에도 도움이 된다고 합니다.

둘 다 징크스도 그렇고 루틴도 그렇고 일종의, 아까 말씀드린 조건형성이긴 한데, 징크스 같은 경우는 특정한 상황에 의해서 수동적으로 이 상황과 부정적인 상황을 연결 시키는 경우가 많은 데에 반해서 루틴은 어떤 특정한 시퀀스를 만들어 놓고, 노력하는 거잖아요.

그렇게 해서 긍정적인 결과가 연합될 수 있게 하는 거잖아요, 그래서 이런 경우를 '조작적인 조건 형성' 내가 조작을 가해서 좋은 결과와 연합시킨다, 이런 것이 되겠습니다.

[앵커]
루틴이 좀 더 결과에 능동적으로 참여한다는 느낌이 드네요.

[인터뷰]
그렇죠, 자신이 직접 관여해서 좋은 결과를 이루어내는 거죠. 가끔 지나치게 징크스에 사로잡혀있는 분들을 보면 걱정스럽기도 하거든요. 문제가 되진 않을까요?

[인터뷰]
그런 분이 생각보다 많더라고요. 그런데 징크스에 얽매이게 되면 아무래도 먼저 긴장하고 불안하고, 불안 수준이 높아지겠죠. 그러다 보면 실제로 수행 자체가, 결과가 좋지 않을 수 있고요.

또, 걱정되는 건 사고율도 높아진다고 하네요. 리처드 와이즈먼이 쓴 <괴짜 심리학>이란 책이 있는데요, 그 책에서는 13일의 금요일과 교통사고율의 관계에 대해 이야기했는데요. 사실 13일의 금요일, 많은 사람이 불길하다는 이야기를 하잖아요. 그래서 예민한 운전자들은 아예 차를 가지고 나오지 않는데요.

아무래도 도로에 차가 많지 않으니까, 교통사고율도 떨어지는 게 맞잖아요? 그런데 사고율은 실제로 52%나 상승한다고 합니다.

[앵커]
그래요?

[인터뷰]
왜 그런가 분석해보니까, 운전자들이 '13일의 금요일은 기분 나쁜 날이야, 이날은 안 좋은 일이 일어날 거야'라며 충족적인 예언을 한 다음에 실제로 더 긴장을 한데요.

그러다 보니까 사고가 나는데 일종의 징크스가 징크스를 부르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거죠.

[앵커]
그러니까 징크스가 긴장감을 높여서 더 안 좋은 결과를 만든다는 이야기인데, 그럼 징크스는 깨야 할 것 아닙니까? 깨기 위해서는 어떤 방법들이 있을까요?

[인터뷰]
실제로 용기가 필요해요. 첫 번째는 조그만 실험을 해보는 거예요. 만약에 징크스를 지키지 않았다, 그럼 결과가 어떻게 될까? 만약에 징크스를 지키지 않았는데도 좋지 않은 결과가 따라오지 않는다, 그러면 그사이에 문제가 해결되는 거잖아요.

[앵커]
그럼 징크스가 깨진 거네요?

[인터뷰]
실제로 실험해보는 게 좋고요. 두 번째는 자신만의 아까 말씀드렸던 훈련 루틴이라는 게 있잖아요. 자기 나름대로 행동 순서를 만들어 놓고 그걸 하게 되면 심리적인 안정감을 얻게 되는 걸 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다만, 지나치게 너무 강박적인 루틴을 짜는 건 너무 힘들어져요. 그러니까 합리적으로.

세 번째는 신체 건강 바이오리듬을 유지하는 게 아무래도 불안에 대해서 대처할 수 있잖아요, 징크스에 대해서. 긴장을 완화할 수 있는데요. 충분한 잠, 규칙적인 운동, 그리고 편안한 음악 들으면 도움이 된다는 이야기들이 많습니다.

이런 것을 통해서 자신의 불안한 마음을 다스리게 되면 징크스를 벗어나는 데에도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앵커]
그렇겠네요. 불안을 유발하는 징크스보다는 긍정의 루틴을 통해서 마음의 여유를 가지는 것도 필요하겠단 생각이 듭니다.

지금까지 연세대학교 심리학과 이동귀 교수와 함께했습니다.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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