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음식에 담긴 재밌는 과학 이야기 듣는 시간입니다. 푸드 톡톡, 스튜디오에 이혜리 기자 나와 있습니다. 안녕하세요.
지난주에 이어 오늘도 해외에서 들어온 이국적인 채소에 관해 이야기를 나눠 볼 텐데요. 지난주에는 아보카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봤는데 이번 주는 어떤 채소가 주인공인가요?
[기자]
오늘은 모닝글로리라는 이름으로도 잘 알려진 공심채부터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앵커]
공심채, 언뜻 본 것 같기도 해요, 베트남 음식점에 가면 나오지 않나요?
[기자]
네 맞습니다. 우리나라의 김치처럼 베트남을 비롯한 동남아에서는 공심채를 거의 매일 먹는다고 해요.
잎이 가늘고 길고요, 속이 대나무처럼 텅 비어있습니다. 그래서 공심채라는 이름이 붙여진 거고요.
[앵커]
모양을 보니 맛이나 식감이 궁금해지는데요.
동남아 지역에서 먹는 채소라면 향이 강할 것 같기도 하고요.
[기자]
전혀 그렇지는 않아요. 한국인들이 먹기에 전혀 부담스럽지 않은 맛입니다.
게다가 볶아 먹어도 아삭한 식감이 제법 유지가 잘 되고요. 이렇게 공심채는 주로 볶아서 먹는 것이 일반적인데요.
프라이팬에 식용유를 두르고 마늘과 굴 소스 혹은 젓갈 등을 넣어서 짭짤하게 볶아 밥반찬으로 먹어도 좋고요.
아니면 한국식 나물 무침 방식으로 공심채를 삶았다가 소금과 참기름 등을 넣어 무쳐먹어도 맛있답니다.
[앵커]
향이 강하지 않다고 하니 저도 한 번 먹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그런데 이 공심채가 피부 미백에 효과적이라는 사실이 입증됐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바로 피부를 검게 하는 것으로 알려진 멜라닌의 생성을 공심채가 억제한다는 건데요.
한 연구에 따르면 공심채 추출물이 피부 미백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멜라닌의 생성을 60% 이상 감소시킨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 공심채 추출물이 비타민 C와 비슷한 수준의 항산화력을 가진 것으로도 확인됐습니다. 이는 항산화력이 뛰어난 것으로 알려진 대나무보다 두 배 더 높은 수준입니다.
이뿐만 아니라 비타민 A와 철분이 풍부해서 빈혈이나 변비에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앵커]
그렇군요, 그런데 이 공심채를 우리나라에서도 재배한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이렇게 공심채를 찾는 사람이 늘고 있기도 하고요, 지구 온난화로 우리나라도 공심채를 재배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면서 실제로 재배하고 있는 농가도 생겨나고, 또 이를 더욱 효율적으로 재배할 수 있는 기술도 개발되고 있는 건데요.
공심채가 '물'을 좋아해요. 토양이 마르지 않아야 잘 자라는데, 우리나라의 '장마철'이 바로 공심채가 잘 자랄 수 있는 환경인 거죠.
전통적인 채소 재배는 혹서기나 혹은 장마철에 어려움을 겪는데 공심채는 그렇지 않기 때문에 이를 통해 농가의 새로운 소득 창출도 기대해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앵커]
그렇군요, 공심채에 관한 이야기 나눠봤는데 사실 동남아 음식 재료 하면 저는 고수가 가장 먼저 떠올라요.
현지에 갔을 때 먹어보려고 했는데 아무리 먹어봐도 안 되더라고요. 한국에 왔을 때도 도전을 해봤는데 향이 강해서 힘들더라고요.
[기자]
아, 네 저도 비슷한 경우입니다. 처음 먹었을 때는 좀 충격적인 맛이었다고 할까요?
그래서 여전히 호불호가 가장 강하게 나뉘는 채소로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고수는 미나릿과의 한해살이풀이고요. 아시다시피 중동과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널리 쓰이는 재료입니다.
잎이나 줄기를 요리에 넣기도 하고 씨를 향신료로도 많이 사용하는데요. 보통 줄기와 잎을 요리에 얹어져 함께 먹는 모습을 보셨을 거예요.
그런데 강한 향 때문에 가려져 있던 고수에는 아주 좋은 효능이 많은데요.
[앵커]
어떤 효능이 있는 거죠? 좋은 효능이 있다고 하면 한 번 도전해 보고 싶기도 한데요.
[기자]
네, 우선 고수는 '천연 안정제'로 알려졌어요.
고수에 풍부하게 들어 있는 비타민과 마그네슘 덕분인데요.
흔히 눈꺼풀이 떨릴 때 '마그네슘'이 부족한 거 아니야? 라고 이야기하기도 하잖아요.
실제로 마그네슘은 근육이 뭉친다거나 경련을 일으킨다거나, 떨리는 증상들을 완화해 주는데요.
경직된 근육을 느슨하게 풀어주는 역할을 하고 뇌세포의 흥분을 가라앉혀서 정서를 좀 완화해주는 기능을 합니다.
고수 100g에는 마그네슘 694㎎이 함유돼 있는데, 이렇게 마그네슘이 풍부한 고수를 먹으면 어느 정도 이런 효과를 기대해 볼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앵커]
심신을 진정시켜주는 효과가 있다니 강렬한 향과 대비되는데요.
[기자]
그렇습니다. 또 고수에는 '테르펜'이란 성분이 들어 있는데요. 이 성분도 정서적 안정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앵커]
뜻밖의 효능인데요. 이 외에도 또 장점이 많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고수는 소화에도 탁월한 효과가 있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한방에서는 고수를 소화작용을 돕고, 설사를 예방하며 위를 튼튼히 하게 해주는 채소로 보고 있는데요. 성질이 따뜻한 고수가 속을 편안히 다스려주는 거죠.
또 고수에는 항균 성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실제로 동남아에서 고수를 먹기 시작한 이유가 바로 열대지방에서 잘 일어나는 식중독을 막기 위한 것이란 설도 있는데, 이런 효능이 최근에 과학적으로 입증되기도 한 겁니다.
[앵커]
아까 심신 안정 효과는 뜻밖이라고 생각했는데 항균 효과는 와 닿습니다. 뭔가 강력한 향으로 균을 죽일 것만 같은 느낌이 들잖아요.
[기자]
아, 맞아요. 동남아에서는 고수가 모기를 쫓는다고 믿기도 한다고 해요. 연중 무더운 동남아에서 모기 등 해충을 쫓는 데 유용한 역할을 한다고 보는 건데요. 현지인들은 고수를 많이 섭취할 경우 체취만으로도 모기를 쫓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하더라고요.
[앵커]
그렇군요. 일리가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공심채와 고수, 이렇게 조금은 낯설 수도 있는 채소에 관해서 이야기해 주셨는데, 이렇게 이국적인 채소들이 최근 우리나라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이유는 어디에서 찾아볼 수 있을까요?
[기자]
우선, 해외 여행을 다니는 사람들의 비율이 늘면서 이런 채소를 자주 접하게 되고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유입됐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그 과정에서는 어느 정도 SNS의 역할도 있다고 보는데요. 물론 SNS를 통해서 이런 채소를 간접적으로 접하기도 하고요,
또 SNS에 음식 사진 찍어서 올리는 분들 많잖아요. 조금 더 색다른, 남들과 다른 음식 사진을 찍어 올리려는 욕구와 맞닿으면서 특히 젊은 층을 중심으로 이런 음식들을 찾는 사람들도 생겨난 것으로도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앵커]
그런데 한편으로는 이런 채소들이 전통적인 채소를 기르는 우리 농가를 어렵게 하지 않을까 우려도 되는데요.
[기자]
물론 그런 점을 우려할 수도 있죠, 하지만 아까 공심채를 기르는 국내 농가가 늘어서 새로운 소득원이 될 수도 있다는 그런 긍정적인 가능성도 있고요,
반대로 SNS와 같은 매체를 통해 이제는 세계적으로 수많은 정보가 오고 가는 시대이잖아요.
그러니까 우리 채소들, 전통의 우수한 채소를 역으로 해외에 수출하려는 시도도 해볼 수 있을 거라고 봅니다.
시대가 빠르게 변하는 만큼, 우리 농산물의 유통 방법도 이제 그 다변화해야 할 필요도 있을 거란 생각도 듭니다.
[앵커]
맞아요. 우리의 우수한 채소도 참 많잖아요. 우리가 공심채와 고수를 즐기기 시작한 것처럼 세계인들도 우리의 채소를 맛있게 먹는 그런 기분 좋은 유행도 생겨났으면 합니다.
혹시 물 건너온 채소 3탄도 있나요?
[기자]
아직 확답을 수는 없지만, 준비하고 있으니깐 기대하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앵커]
2주 동안 아보카도, 공심채, 고수에 대해서 살펴봤는데 이제는 정말 음식의 경계가 사라졌다는 생각이 들어서 취향에 맞게 선택의 폭이 넓어진 것 같습니다.
오늘 이야기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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