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YTN 사이언스

검색

매미 소리에도 사투리가 있다?…매미연구가 윤기상 박사

2018년 08월 07일 오전 09:00
■ 윤기상 / 매미 소리 연구가

[앵커]
짧게는 5년, 길게는 17년간 땅속에서 굼벵이로 살다가 밖으로 나오는 곤충이 있죠.

여름 한 철, 암컷과의 짝짓기를 위해 '맴-맴-맴-' 세레나데를 부르는 '매미'인데요.

오늘 탐구인에서는 매미 소리를 연구하는 윤기상 박사와 함께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어서 오세요.

요즘 날이 덥다 보니깐 모기보다는 매미가 기승인 것 같아요.

근데 세상에는 수많은 소리가 있는데 박사님께서는 어떻게 매미의 울음소리를 연구하게 되셨는지 궁금합니다.

[인터뷰]
저는 물리학과 환경학을 공부하고 환경소음 분야를 연구했었는데요. 그러던 중에 도로교통소음을 측정하였는데 데이터가 엉망이 된 적이 있었습니다. 저는 제가 장비를 고장 낸 줄 알고 놀랐는데 장비가 놓인 곳 옆의 나무에 있던 매미 소리 때문인 걸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매미 소리가 얼마나 크길래 도로교통소음 데이터를 망쳐 놓았나 자료를 찾아보았더니 연구자료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그때 매미 소음 문제를 알게 되어 연구했고 박사학위를 받아 지금까지 계속 연구하게 되었습니다.

[앵커]
계기가 정말 재미있는데요.

그런데 제가 듣기엔 '맴- 맴- 맴-' 다 비슷한 것 같아요. 이걸 연구할 정도로 독특한 소리가 있나요?

[인터뷰]
매미는 세계적으로는 2,000여 종, 한국에는 12종의 매미가 있는데요, 모두 소리가 다릅니다.

수컷이 암컷을 유혹하기 위한 세레나데입니다. 만약 다른 종의 매미가 같은 소리를 낸다면 어떻게 될까요?

[앵커]
의사소통이 안 될 것 같아요.

[인터뷰]
네, 암컷들이 혼란스럽겠죠. 그래서 매미들은 종류마다 다 다른 소리를 내는 거죠.

[앵커]
그런데 매미들이 지역에 따라서 다 다른 소리를 낸다고요?

[인터뷰]
네 '맴-맴-' 소리를 내는 참매미와 '따르르르' 소리를 내는 말매미가 있는데요. 얘네들은 크게 차이가 없는데 애매미라고 하는 아이는 육지하고 울릉도에서 차이가 납니다.

[앵커]
육지냐, 섬에 따라서요.

관련 소리를 좀 들어볼까요?

[인터뷰]
네 그래서 제가 두 개의 소리를 준비했는데 한 번 들어보시죠.

[앵커]
첫 번째 소리고요. 소리가 귀여운데요?

두 번째 소리까지 들었을 때는 무슨 차이가 있는지 정확히는 모르겠는데 어떤 차이가 있는 건가요?

[인터뷰]
지금 들으신 것이 애매미 소리고요.

제가 2012년에 울릉도에서 한국 땅 내에서 최초로 발견한 내용인데요,

[앵커]
아 같은 매미의 두 가지 소리이군요?

[인터뷰]
소리를 그냥 듣기만 해서는 잘 구별이 안 되죠? 그래서 그림을 하나 준비했습니다.

[앵커]
육지 애매미 소리, 섬 애매미 소리

[인터뷰]
밑에 있는 섬 애매미 소리는 울릉도를 얘기하는 거고요.

첫 번째 그림 육지 매미의 가운데를 보면 덩어리진 부분이 있죠?

[앵커]
길이가 짧아 보이는 부분이요?

[인터뷰]
네 그런데 두 번째 그림에는 그 부분이 없습니다.

[앵커]
그러면 첫 번째 소리가 육지 애매미인가요?

[인터뷰]
그리고 두 번째 애매미가 울릉도 애매미인데요.

독립된 섬에서는 아마 조금 단순하게 진화한 것이 아닌가 추정하고 있습니다.

[앵커]
아 소리에 자신의 개성을 들어내야 하는데 육지에 있는 매미는 경쟁이 심하니깐 자기만의 개성을 넣은 거고요. 섬 매미는 경쟁자가 많지 않아서 그런가 단순해 보이네요.

[인터뷰]
단순해도 서로 의사소통이 되기 때문에 에너지를 적게 쓰는 것이 아닌가 추정하고 있습니다.

[앵커]
재밌네요. 그런데 매미와 관련된 또 다른 흥미로운 사실이 있다고 들었어요.

[인터뷰]
네, 제가 최근에 연구한 결과인데요.

사람의 성대로 소리를 내고 매미는 진동막이라는 기관으로 소리를 냅니다.

앞서 말했던 참매미 그리고 말매미의 진동막이 다른 패턴을 가지고 움직이는 것을 확인했고요.

말매미는 3단계로 떨고 참매미는 하나의 단계를 가지고 떨고 주파수의 폭이 말매미는 넓고 참매미는 좁고 그런 주파수의 형태를 진동막이 결정하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앵커]
이렇게 밤낮없이 큰 소리로 울어대는 매미 때문에 밤잠을 설칠수 밖에 없을 것 같은데요.

그러면 구체적으로 매미의 종류에 따라서 얼마나 크기가 차이가 나는지 수치가 있다면서요?

[인터뷰]
말매미는 81dB(A), 털매미는 79dB(A), 참매미는 78dB(A), 애매미는 70dB(A) 정도 되는데요. 이 정도 크기면 도로교통소음과 비슷합니다.

한 마리의 매미가 1m에서 나는 소리가 이 정도여서 매미 소리가 굉장히 크다고 볼 수 있습니다.

[앵커]
그렇죠. 시위 현장에서 확성기 소리가 80dB이 넘어가면 단속대상이거든요. 말매미가 81dB이니깐 단속대상이 되는 거죠.

그런데 매미 울음소리를 연구하셨는데 도심과 숲 중에 도심의 매미 소리가 조금 더 크게 들린다고요?

[인터뷰]
사실 오해의 소지가 있는데요. 매미가 도시하고 숲에서 다르게 소리를 내는 것은 아니고 신도시를 개발할 때 가로수로 플라타너스를 많이 심었습니다. 그런데 이 나무들이 말매미가 가장 좋아하는 나무에요. 아까 말씀드린 대로 말매미 소리가 매미 중에서 가장 큰 소리를 내는데 집중적으로 분포하고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공간에 있다 보니 말매미가 매미 소음의 주범이 되었고요,

도심지는 소리가 잘 반사되는 콘크리트 건물들로 둘러싸여 있다 보니 매미 소리가 잘 반사되어 거리에 매미 소리가 가득해집니다. 어떻게 보면, 사람이 매미 소음문제를 자초하게 된 거죠.

[앵커]
마지막 말씀이 와 닿는데요. 요즘 같은 폭염에는 매미의 소음이 짜증으로 이어질 때가 있어요. 시끄러운 매미 소리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건가요?

[인터뷰]
사실 가장 쉬운 방법은 살충제를 뿌리는 것입니다. 그러니 이런 행정보다는 조금 어렵더라도 매미가 나뭇가지에 알을 낳으니까 가지치기를 자주 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겠고요,

새롭게 건설하는 아파트나 신도시에는 말매미가 좋아하지 않는 조경수를 심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사실 매미가 도시생태계에서 매우 큰 먹이사슬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어서 살충제를 살포하면 다른 동물들도 죽고 사람도 영향을 받고요, 매미 숫자가 급격히 줄거나 없어지면 생태계에도 큰 충격이 올 수 있습니다.

또한, 대중에 지속적으로 정확한 정보가 주어지면 매미를 소음원으로 보는 경향을 줄어들어 관대하게 여길 수 있을 거라고 생각됩니다.

[앵커]
여름철에 특히 매미의 활발하게 활동하는데 매미가 울어서 여름이 뜨겁다는 시도 있잖아요.

많이 바쁘실 것 같은데 앞으로 매미에 대한 연구 계획이 있으실 텐데 어떤 계획 가지고 있으신가요?

[인터뷰]
저는 매미 소리를 연구하며 학생들을 가르치는 것을 제 평생의 업이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매미로 인한 소음문제, 소리 발생과정, 사투리에 대해 지속적으로 연구해서 매미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 데 공헌하고 싶고요, 사람들을 계속 만나면서 매미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알리는 일을 하면서 살려고 합니다.

그리고 매미도 종족을 번식시키려고 애쓰는 것이니 사람들이 매미를 너무 혐오스럽게만 보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앵커]
사실 매미는 수년간 땅속에서 살다가 여름에만 밖으로 나오는 거잖아요. 그러니깐 이 시간 이후에는 매미의 울음소리를 너그럽게 들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매미 소리를 연구하는 윤기상 박사와 함께했습니다.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저작권자(c) YTN science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 데이터 활용 금지]
예측할 수 없는 미래 사용 설명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