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음식에 담긴 재밌는 과학 이야기 듣는 시간입니다.
'푸드 톡톡' 이혜리 기자와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오늘은 '바삭함'의 비밀에 대해 파헤쳐 본다고요?
'바삭함'이라고 하니까 몇 가지 음식이 떠오르는데요.
[기자]
그렇죠? 뭐가 떠오르시죠?
[앵커]
감자튀김, 치킨 이런 거요.
[기자]
아마 튀김을 가장 먼저 떠오르셨을 텐데요.
그런데 빵 중에서도 이런 '바삭함'을 무기로 하는 것이 있는데요.
[앵커]
빵이요? 어떤 종류의 빵을 말씀하시는 거죠?
바삭한 페이스트리 같은 건가요?
[기자]
바로 크루아상입니다. 말씀하신 대로 페이스트리의 일종입니다.
[앵커]
뒤에 보이는 것처럼 초승달 모양의 먹음직스러운, 겉은 바삭하고 속은 부드러운 빵이잖아요.
[기자]
네 맞습니다. 크루아상은 프랑스를 대표하는 빵으로 잘 알려졌죠.
우리가 매일 밥을 짓듯이 프랑스인들은 크루아상을 밥처럼 만들어 먹습니다.
국내 베이커리 업체 이름 중에서 파리와 크루아상을 섞은…, 아시죠?
그런 상호가 있을 정도로 프랑스를 대표하는 빵입니다.
원래는 프랑스에서 만들어진 건 아니고요.
헝가리에서 시작돼 오스트리아로 넘어갔고, 오스트리아 출신인 프랑스 마리 앙투아네트 왕비에 의해서 프랑스로 들어오게 된 것으로 전해집니다.
[앵커]
그런 비하인트 스토리가 있었군요.
식빵이나 다른 빵의 경우 전반적으로 부드럽고 촉촉한데 크루아상의 겉은 참 바삭해요.
[기자]
크루아상을 바삭하게 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것은 바로 '버터'입니다.
크루아상을 만드는 모습을 보셨다면, '아 정말 많은 버터가 들어가는구나'를 금방 깨달을 실수 있을 겁니다.
얇게 편 밀가루 반죽 위에 반죽과 비슷한 얇고 넓은 버터를 통으로 넣고 그 위에 반죽을 접어서 밀고 펴고 접기를 반복하는데요.
버터로 인해서 반죽이 서로 엉겨 붙지 않게 되는 겁니다.
[앵커]
반죽이 엉겨 붙지 않으면 바삭해지는 건가요?
[기자]
그렇게 되면 글루텐이 덜 형성되는데요.
글루텐은 밀가루를 치대는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단백질입니다.
튼튼한 그물 구조 지녀서 빵의 찰기를 더하는데요.
크루아상을 만들 때는 쫄깃하고 촉촉한, 예를 들면 식빵을 만들 때와는 다르게 버터를 많이 사용하고 반죽을 덜 치댐으로써 글루텐이 적게 형성되도록 하는 겁니다.
또 크루아상을 만들 때 물을 적게 넣는다거나 박력분을 사용하는 등 글루텐을 적게 만들기 위한 여러 다른 과정도 거치게 됩니다.
한 마디로 쫄깃함을 포기하고 바삭함을 얻는다고 할 수 있죠,
[앵커]
그렇군요. 밀가루 반죽은 역시 치대는 맛인데요.
우리와 조금 더 친숙한 수타 자장면이나 손칼국수 만들 때만 봐도요.
그래야 반죽이 쫄깃해지는 건데, 크루아상은 이와는 반대군요.
[기자]
맞습니다. 그리고 크루아상을 반으로 잘라보면 여러 겹으로 층층이 만들어져 있는 걸 확인할 수 있는데요.
이 역시도 얇게 편 밀가루 반죽 위에 버터를 넣고 '접었다 밀었다'를 반복하는 과정에서 비롯되는 건데요.
이렇게 버터와 반죽이 켜켜이 쌓여 있는 것을 오븐에 구우면 버터는 열에 의해 녹겠죠?
그러면 버터가 녹은 층에 공기가 층층이 채워지는 거고요.
이 때문에 바삭바삭한 식감이 더 배가 되는 겁니다.
모든 빵이 그렇다지만 갓 구운 크루아상이 가장 바삭하고 맛있죠,
시간이 지나면서 공기층이 빠져나가고 그 바삭함을 잃게 되는데 제대로 크루아상을 즐기려면 갓 구운 것을 빠르게 드시는 게 가장 좋겠습니다.
[앵커]
맞아요. 갓 구운 크루아상에 따뜻한 커피 한잔, 생각만 해도 좋네요.
저는 근데 처음부터 사실 바삭한 음식 떠올렸을 때 '튀김'이 생각났어요.
크루아상도 물론 맛있지만 튀김 역시 바삭함에서는 크루아상에 뒤지지 않잖아요.
[기자]
그렇습니다. '신발을 튀겨도 맛있다'라는 항간에 떠도는 농담이 있을 정도로, 튀김은 참, 맛있어요.
기름의 고소함 덕분이기도 하고요.
압도적인 바삭한 식감이 그 맛을 더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앵커]
그런데 튀김은 집에서 하기도 어렵고 또 금방 눅눅해지기도 하죠,
아주 바삭바삭하게 하거나 혹은 바삭함이 잘 유지되도록 하기가 쉽지 않은가 봐요?
[기자]
맞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과학적인 원리로 튀김을 좀 더 바삭하게 튀기는 방법을 소개해 드릴게요.
여기서도 바로 '글루텐'이 다시 등장하는데요.
[앵커]
아 그러니까 역시 바삭함을 얻기 위해선 쫄깃함을 포기해야 하는 거군요.
신기하네요. 밀가루 반죽의 찰기를 돋우는 글루텐이 튀김의 바삭함에도 영향을 미친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튀김 옷 반죽에 찰기가 너무 많이 생기면 수분이 증발할 틈이 없어서 튀김이 눅눅하게 되는데요.
글루텐은 온도가 높을수록 잘 만들어지기 때문에 튀김 요리용으로 반죽할 때에는 차가운 물을 사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아까 밀가루 반죽을 치댈수록 글루텐이 만들어져 찰기가 생긴다고 했죠?
[앵커]
그렇죠,
[기자]
따라서 튀김옷을 만들 때는 찬물을 넣고 살짝 섞는 정도로 해야 하는 겁니다.
밀가루 역시, 크루아상을 만들 때와 마찬가지로 글루텐 형성이 잘 안되는 박력분을 쓰는 것이 좋겠습니다.
[앵커]
바삭함이라는 공통점이 있어서 그런지 크루아상과 튀김, 만드는 과정에서 묘하게 닮은 구석이 있네요.
이 밖에도 더욱 바삭한 튀김을 만드는 방법, 어떤 게 있을까요?
[기자]
기름 온도도 무척 중요하죠,
가장 바삭한 튀김이 만들어지는 온도는 340~360도입니다.
튀김옷을 약간 떨어뜨렸을 때 튀김옷이 내려갔다 올라오는 정도로 보시면 되겠습니다.
아주 간단한 방법으로는 튀김옷 반죽을 조금 묽게 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수분이 많은 반죽은 뜨거운 기름에 들어가면 반죽 표면에 수많은 구멍을 내면서 아주 빠르게 빠져나가는데요.
그 구멍이 반죽 사이에 수없이 생기면서 아주 가볍고 바삭한 튀김이 만들어지는 원리입니다.
[앵커]
그렇군요. 튀김을 바삭하게 튀길 수 있는 조금 독특한 방법도 있다고요?
[기자]
맞습니다, 먹다 남은 맥주를 활용하는 건데요.
물과 차가운 맥주를 1대 1 비율로 섞어 튀김 옷을 만들면 튀기는 동안 맥주의 알코올성분이 날아가면서 바삭한 튀김을 만들 수 있는 겁니다.
그러니까 튀김옷 반죽의 수분이 빠져나가면서 구멍이 생겨 바삭한 튀김이 만들어지는 것처럼 알코올은 증발 효과가 더 뛰어나기 때문에 바삭함도 한층 강해지는 거죠.
[앵커]
김 빠진 맥주 처치 곤란인데, 튀김 만들 때 사용하면 되겠군요.
튀기고 난 이후 과정도 중요하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튀김이 다 익은 후에 바로 그릇에 담거나 밀폐된 곳에 넣으면 열기로 인해 수증기가 생겨서 눅눅해지잖아요.
튀김은 공기와 접촉할 때 더 바삭함이 살아납니다.
이 때문에 그 자리에서 바로 먹을 것이 아니라면 공기에 그대로 노출해 두는 것이 좋겠습니다.
[앵커]
그렇군요, 오늘 크루아상과 튀김을 통해서 바삭한 맛의 비밀을 파헤쳐 봤는데요.
바삭한 식감을 싫어하는 분은 거의 없는 것 같아요.
오늘 배운 바삭함을 얻기 위해선 쫄깃함을 포기해야 한다. 저는 '바삭함'을 선택하겠습니다,
오늘 말씀해 주신 요령들을 잘 활용해서 맛있는 튀김과 크루아상을 먹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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