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이번에는 IT 트렌드를 소개해 드리는 'IT 체크리스트'시간입니다.
IT 칼럼니스트 이요훈 씨 나와 계십니다. 안녕하세요?
오늘은 어떤 IT 트렌드를 말씀해 주실 건가요?
[인터뷰]
최근 재미있는 다이어트 회사가 하나 등장했습니다.
오피에스 셀프 케어 엔터테인먼트라는 회사인데요. 플레이어의 건강을 개선하는 VR 게임 회사입니다. 간단히 말해 VR 게임 다이어트 회사인데요.
이처럼 가상·증강 현실이 의료나 건강 관리 목적으로 쓰이는 일이 점점 많아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의료와 헬스 케어에 쓰이는 VR/AR 기술에 대해 알아볼까 합니다.
[앵커]
의료기기의 경우, 식약처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 걸로 알고 있는데요. 의료용 가상현실 기기와 건강관리용 가상현실 기기는 현재 어떻게 구분되고 있나요?
[인터뷰]
그동안 의료용과 그렇지 않은 것을 뚜렷하게 구분하는 기준은 없었는데요.
지난 7월 식품의약안전처에서 '가상/증강현실 기술이 적용된 의료기기의 허가/심가 가이드라인'을 발표하면서 정확하게 정의 내릴 수 있게 됐습니다.
기준은 사용 목적인데요. 질병을 진단, 치료, 예방, 처치하기 위한 제품은 의료기기인 거고요. 의료 교육이나 건강관리, 일상적인 생활 적응 훈련에 도움을 주는 제품은 의료기기가 아니라는 거죠.
[앵커]
그렇다면, 이런 가상현실 기기들이 실제 의료현장에서도 사용되고 있나요?
[인터뷰]
예. 실제로 쓰이고 있거나 임상 시험에 들어간 제품들이 있습니다. 생각보다 역사도 꽤 오래됐고요. 크게는 교육과 훈련, 정신적 육체적 재활 치료, 건강 관리 세 분야에서 쓰이고 있는데요.
먼저 보실 것은 '버추얼 베트남'이라는, 베트남 참전용사들의 외상 후 스트레스 증후군(PTSD)을 치료하기 위해 1997년에 개발된 VR 영상입니다.
처음에는 저것보다 그래픽이 조금 떨어졌었는데요. 환자가 트라우마를 가지게 된 상황에 반복 노출 시켜서 스트레스와 회피 증상을 줄어들게 설계됐다고 하는데요.
베트남 참전 군인뿐만 아니라 이라크 참전 군인, 9.11 테러 생존자들에게도 같은 방법을 적용해 외상 후 스트레스가 뚜렷하게 줄어드는 것을 확인했다고 합니다.
[앵커]
가상현실을 활용한 치료가 실제로 효과를 보인 거군요? 어떻게 치료가 가능한 건가요?
[인터뷰]
'노출 요법'이라고 불리는 치료 방법 중 하나인데요. 예전에는 안 좋았던 기억을 다시 상상하면서 무너진 마음을 다시 추스르는 기회를 가지는 방식이었다면, VR 치료는 거기서 한 걸음 더 나간 거죠. 자폐증 환자나 사회성 부족, 대인 공포증을 겪는 사람에게도 좋다고 합니다.
사지 일부가 절단된 환자들이 겪는 환지통을 극복하기 위해 쓰이기도 합니다. 스웨덴 칼머스 공과대학에서 2016년에 발표한 자료인데요. 절단 부위에 근전도 센서를 장착하고 VR 공간에 만들어진 팔을 이용해 레이싱 게임을 즐겼다고 합니다. 그것만으로도 통증이 절반 정도 감소했다고 합니다.
비슷한 기능을 뇌졸중 환자가 이용하면 사용하지 못하는 손의 재활 치료에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앵커]
뭔가 더 발전한 치료 같아요.
최근에는 이뿐만 아니라, 중국에서는 마약 중독자에게 가상현실 치료술을 시도하고 있다면서요?
[인터뷰]
맞습니다. 작년부터 중국 저장성에 있는 약물 재활센터에서 마약 중독자들을 위한 VR 치료를 시작했습니다. 혐오 치료 기법을 응용한 건데요. VR로 약물 중독 폐해 등에 대한 영상을 봄으로써, 마약에 대한 혐오감을 만들어내는 겁니다. 효과가 있었는지 올해는 AR 치료도 시작했습니다.
중국이 처음은 아니고요. 한국의 메딕션이나 미국의 '닥터 필의 회복으로 가는 길' 같은 회사에서 관련 VR 프로그램을 이미 판매하고는 있습니다.
다만 공공 기관이 실제 치료 목적으로 시행한 것은 중국이 처음입니다.
[앵커]
이런 가상현실은 치료에서 그치지 않고, 의료 교육이나 훈련에도 쓰이고 있다던데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인터뷰]
인체 해부나 수술처럼, 적절한 경험이 필요한 분야에서 많이 환영받고 있는데요.
먼저 소개해드릴 것은 'Osso VR'로, 수술 시뮬레이션 전문 VR 시스템입니다. 새로 개발되거나 익숙하지 않은 장비를 사용하는 법을 VR 시뮬레이션을 통해 배우는 건데요. 이를 통해 환자에게 시술하기 전에 안전하게 도구에 익숙해질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그 밖에도 수술 현장을 VR 영상으로 중계해 교육을 하는 방법도 쓰이고 있습니다.
치과 치료 훈련 용도로도 개발되고 있습니다. 보시는 것은 일본 모리타가 제작한 치과 훈련 시뮬레이터인데요. 가상현실과 증강현실을 섞은 혼합 현실 기기입니다. 한편에선 엑스레이 정보를 표시해 충치가 어디에 있는지 알려주고, 동시에 치아의 신경과 혈관에 대한 정보를 치아와 잇몸 위에 보여줘서 안전하고 아프지 않게 치료하도록 훈련할 수 있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치과 환자에게도 VR을 쓴다는 건데요. VR 헤드셋으로 자연 풍경을 보여주면 긴장을 덜하고 고통을 덜 느낀다고 합니다.
[앵커]
가상현실을 통해 수술을 어떻게 진행하는지 배울 수 있는 거군요. 혹시, 실제 수술에서도 활용될 수 있나요?
[인터뷰]
수술 시 AR 영상을 투영해서 수술 정보를 얻거나 환부를 표시하는 방법이나 원격 수술 같은 방법을 연구 중이긴 한데요. 아직 개발 단계에 있고요. 그보다는 환자 상태를 파악하고 수술을 미리 시뮬레이션하는 용도로 쓰이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작년 미국 미네소타 대학 매조닉 어린이 병원에서는, 몸이 붙은 채로 태어난 샴쌍둥이 자매를 분리하는 수술을 했는데요. 수술 전에 아이들의 몸을 전신 스캔했어요. 그다음 아기들의 3D 가상 모델을 만들고, 여러 의사가 함께 논의하면서 수술 계획을 잡았다고 합니다. 모의 수술도 8번 정도 했고요. 덕분에 수술은 성공했습니다.
[앵커]
일종의 디지털 샴쌍둥이를 만든 셈인데요. 이런 걸 보니깐 해부학에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인터뷰]
예. 맞습니다. 해부학은 특히 가상현실이 많이 쓰이는 분야입니다. 아무래도 기증된 시신을 구하기가 어렵기 때문인데요. 21세기 들어와 보다 정밀한 인체 스캔 데이터가 만들어지면서 여러 해부학 관련 앱이나 기기가 등장할 수 있었습니다.
아나토마지 테이블은 실제 인체 해부 영상을 촬영해 증강현실 테이블에 담은, 가상 해부 테이블입니다. 이런 구도가 수술실에서 인체를 대하는 구도와 비슷하기 때문에 도움이 된다고 하는데요. 신체 단면을 정밀하게 보거나, 필요한 방향으로 잘라서 볼 수가 있어 직접 해부하는 느낌이라고 합니다. 실제로 미국 톨레도대 의대생들은 이 테이블을 이용해 해부학을 공부한다고 합니다.
그 밖에 MS 홀로 렌즈나, 스마트폰 앱을 이용해 해부학을 공부할 수 있는 앱도 여럿 나와 있습니다.
[앵커]
오늘 말씀을 들어보니, 미래 의료기술에 대한 기대가 굉장히 높아지는데요. 앞으로의 전망은 어떨 것이라고 보시나요?
[인터뷰]
솔직히 말하자면 아직은 가격 문제가 좀 있습니다. 아직 검증되지 않은 부분도 많고요. 의료 쪽은 보수적인 분야라, 실제 의료기기로 인정받기까지는 시간이 걸리는 편입니다.
다만 할 수 있는 부분, 특히 환자나 의사가 가상의 상황을 만들어서 훈련을 한다든가 하는 부분은 이미 빠르게 확산이 되고 있고요. 어떻게 보면 VR 게임보다 할 수 있는 일이 더 많기 때문에, 여러 분야에서 계속 실험이 진행되리라 생각합니다.
[앵커]
물론 아직 보완해야 할 점이 많겠지만, 그래도 가상현실 의료가 많은 환자들에게 희망이 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 보겠습니다.
오늘 이야기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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