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범대건 /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사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앵커]
사람이 병들거나 다치면 병원에 가듯 시간이 지나 손상되는 미술품도 치료를 받아야 합니다. 과학적 정보를 바탕으로 미술품을 진단하고 보존을 연구하는 '보존과학'이 바로 그 치료라고 할 수 있는데요.
오늘 줌 인 피플에서는 국립 현대 미술관 범대건 학예 연구사와 함께 미술품 보존에 대해 자세한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연구사님 어서 오세요. 반갑습니다. 미술품 복원하면 저는 냉정과 열정 사이라는 영화가 떠오릅니다. 영화 속에 복원사는 잃어버린 시간을 되돌리는 사람이다, 이런 대사가 나오는데요. 미술품 보존과 복원, 정확히 어떤 일인가요?
[인터뷰]
많은 분이 미술품 보존 전문가라고 하면 화가를 떠올리시는데요. 사실 화가보다는 미술품을 치료하는 의사에 가깝다고 생각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몸이 아프면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듯이 세월의 흔적에 바랜 작품이 있다면 복원하는 과정을 거치게 되는데요.
미술관에서의 보존은 크게 처리 혹은 복원, 상태조사, 분석, 환경관리 등 다양한 분야의 업무를 뜻합니다. 흔히 생각하시는 손상된 작품에 직접 도구나 약품 등을 사용해 손대는 것을 처리 혹은 복원이라고 부르고, 작품의 현재 상태를 확인하고 점검하는 것을 상태조사라고 부릅니다.
또한, 미술품의 재질이나 제작기법 등을 과학적 방법으로 확인하고 미술 재료의 속성을 알아내는 것을 분석이라고 하고요. 작품을 안전하게 전시 혹은 보관할 수 있게 환경적 요인을 측정하고 대응하는 것을 환경 관리라고 합니다.
또 이밖에 작품을 보존 혹은 복원하기 위해 과학적인 측면에서 접근하는 모든 과정들을 보전 연구 과정이라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앵커]
그러니까 과학적인 접근을 통해서 미술품을 치료해주는 일이다, 이렇게 보면 될 것 같은데요. 그렇다면 그림 같은 평면적인 미술품만 이렇게 보존치료를 할 수 있는 건가요?
[인터뷰]
평면 그림뿐만 아니라 입체 미술품도 당연히 보존을 할 수 있습니다. 현재 미술관의 미술품은 크게 사방에서 감상할 수 있는 입체작품과 한 방향에서 감상하는 평면 작품으로 나눌 수 있는데요. 저는 입체작품을 주로 입체작품에 대한 보존업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조각이나, 공예, 또 요새 뉴미디어 작품 같은 것들도 같이 진행하고 있습니다. 입체 작품들은 다양한 크기와 재질로 제작되었기 때문에 보존할 때 굉장히 조심스럽게 다가가야 합니다.
특히 야외에서 전시되는 대형 조각품은 처리자의 안전과 처리 효과가 오랜 시간 지속할 수 있도록 관리하고 있는데요. 금속, 목재, 석재 등 다양한 재질의 작품에 맞게 과학적인 보존 계획을 수립하고 있습니다.
또 최근에는 주목받고 있는 미디어 작품의 경우 모니터와 플레이어 등 재생기기의 모델별 재고를 확보하고 수리기술 및 재료를 발전시키고 있고요. 영상이나 음향 소스 등 소프트웨어는 현대 기술에 맞춰 저장 매체 및 운영시스템의 업그레이드, 최적화 등을 통해 보존하고 있습니다.
[앵커]
그러면 그럼 지금까지 보존한 작품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궁금한데요. 미술품 두 작품을 준비해봤습니다.
첫 번째 작품부터 화면으로 보실게요. '산수' 허건의 작품이네요. 처리 전과 처리 후의 모습, 일단 좀 색감이 확 달라진 게 느껴지네요.
[인터뷰]
지금 이제 이 작품 같은 경우에는 그림이 그려져 있는 화면과 그 화면을 보호하기 위해 뒤에 이제 배접이라는 처리를 통해 종이가 한 장 더 붙어있습니다. 그래서 이러한 작품을 구현 처리하기 위해서는 이제 먼저 자세한 현재 상태를 조사하기 위해 처리 전 상태조사를 실시하고 그리고 후에 예전에 배접 되었던 부 배접지를 제거하게 됩니다.
그 후에 이제 화면에 묻어있는 얼룩이나 오염물들을 습식 클리닉을 통해서 제거를 하고 후에 구멍이나 여러 결실부를 메우게 됩니다. 그리고 다시 그 화면을 보호하기 위해서 새로운 종이로 배접을 실시하게 되고 그 후에 처리 전과 처리 후가 얼마나 달라졌는지 처리 후 상태조사를 하고 보존처리를 완료하게 됩니다.
[앵커]
그렇군요. 그럼 두 번째 사진도 함께 보실게요. 이 작품은 동상이네요. 혹시 직접 처리하신 건가요?
[인터뷰]
네, 제가 직접 처리하고 관리하고 있는 작품이고요. 지금 현재 과천관 야외 조각 공원에 전시된 작품입니다. 이런 금속으로 이루어진 작품 같은 경우에도 현재 야외에 있는 작품 같은 경우에는 조류의 배설물이라든지 여러 생물적인 오염 요인이 많고 관람객들에 의한 낙서나 이런 것들이 많게 됩니다.
그래서 먼저 자세한 처리 전 상태조사를 실시하고 상태조사 결과에 따라서 구현 처리 계획을 세우게 됩니다. 그리고 이제 표면에 묻어있는 오염물들을 클리닉을 하게 되고 금속작품 같은 경우에는 부식물이 생기기 때문에 부식물을 제거하는 작업을 거치게 됩니다.
그리고 그 후 부식이 되지 않도록 녹이 생기지 않게 하는 방청처리를 진행을 하게 됩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방청처리 된 표면 위에 코팅처리를 실기하여 더 이상 오염이 발생되지 않도록 하고 이제 작업을 마무리하게 됩니다.
[앵커]
현재 미술관에서 일하시면서 담당하고 있는 업무 중에 미술품 응급처리라는 업무를 하고 있다고 들었는데요. 이름만 들었을 때는 119구조대를 떠올리게 하기도 합니다. 정확히 어떤 업무인가요?
[인터뷰]
네. 미술품 응급처리는 119구조대를 생각하시면 됩니다. 미술관에서 근무하면 다양한 상황에서 긴급하게 연락을 받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요. 전시관에서 관람객의 부주의로 작품이 손상되는 경우, 조각작품이 태풍에 의해 날아갈 위험에 처한 경우, 전시에 나가야 하는데 손상되어 들어오는 작품 등 수시로 보존이 필요한 경우가 많습니다.
전시실에서 미술품이 손상되었다는 연락이 오면 바로 카메라와 수습 도구를 준비해 출동하는데요. 가장 먼저 손상 현장에 관계자 외 접근을 금지하고 최초 사고 목격자와 인터뷰를 통해 사고 발생 상황을 파악합니다. 동시에 함께 출동한 인원이 다각도에서 현장 사진을 찍고 추가 손상이 없도록 작품과 사고 편을 수습합니다.
이후 현장 주변을 깨끗하게 청소한 후 청소 부산물과 작품, 편을 가지고 보존과학실로 이동합니다. 보존 과학실에서는 들어온 손상 작품의 정밀한 상태조사와 손상 원인을 분석해 보존처리를 하게 됩니다.
[앵커]
미술품 보존 같은 경우에는 미술적인 소양도 중요할 것 같지만, 과학에 대한 지식도 필수일 것 같은데요. 어떤 과학적 지식이 필요할까요?
[인터뷰]
미술품을 보존하는 일은 과학에 기반을 두고 미술적 감각을 최대한 발휘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실제 저 같은 경우에도 보존과학을 전공했고 학업 과정도 과학의 테두리 안에서 이뤄졌습니다. 미술품의 보존처리 시 작품의 편이 어떻게 접합되어야 안전하고 힘을 제대로 받을 수 있는지, 또는 상태조사 시 사용하는 다양한 방사선 기기 등을 활용에는 물리를 꼭 알아야 하고요.
또한, 실제 보존처리에 사용하는 '약품'이라는 단어는 화학약품의 줄임말입니다. 따라서 다양한 상황에서 알맞은 적정량의 약품 사용을 위해서는 각 약품의 특성 및 적용성 등을 정확하게 알고 있어야 작품의 진정한 보존을 할 수 있습니다.
생물 또한 매우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데요. 생물에 대해 자세히 공부해야 미술품에 생길 수 있는 다양한 병충해를 제거하고 다시 생기지 않도록 예방보존을 성공적으로 진행할 수 있습니다.
보존처리 후 안정적인 보존관리를 위해서는 적정 보존환경을 조성하고 유지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데요. 대기환경, 온도와 습도, 조도 등은 보존관리에 있어 중요한 부분이기 때문에 지구과학 또한 열심히 공부해야 합니다.
[앵커]
각각의 미술품마다 다르겠지만, 미술품을 복원할 때 어떤 과정을 거치게 되나요?
[인터뷰]
처음으로 처리 전 사진 촬영 및 상태조사를 합니다. 작품의 손상 및 제작정보를 알기 위해 육안 및 정밀 상태 조사를 하는데요. 그 결과를 바탕으로 보존처리의 계획을 세우고 진행합니다.
두 번째 단계로는 작품의 오염을 제거하는 과정을 거칩니다. 오염이 제거되지 않는다면 손상부 확인이 어렵고 오염의 잔류로 추가 손상의 우려가 존재해 증류수, 알코올 등 용제를 이용해 오염을 제거합니다.
세 번째 단계로는 안전화 및 보강 과정을 거치는데요. 쉽게 이야기하면 상처를 꿰매고 약을 발라 더는 손상이 진행되지 않게 처리하는 것을 말합니다. 손상부를 적당한 약품으로 채우고, 구조적으로 안정적이고 손상 요인에 잘 견딜 수 있게 코팅 처리 등의 보강 작업도 이뤄집니다.
네 번째 단계는 철저한 자료 조사를 바탕으로 작품의 본래 형태, 색으로 복원하는 과정을 거칩니다. 원래 비율과 크기에 맞게 성형하고 색을 맞춰 작가가 작품을 통해 의미하고자 하는 바를 나타낼 수 있도록 처리합니다. 마지막 단계에서는 모든 처리가 끝난 후 다양한 각도에서 촬영하고 처리 후 어떠한 부분이 변화되었는지 상태 조사를 하고 기록합니다.
[앵커]
마지막으로 앞으로의 목표가 궁금한데요. 어떤 목표를 가지고 있나요?
[인터뷰]
미술품 보존은 화려하게 남들 앞에 드러나는 작업이 아닌, 보이지 않는 곳에서 최선을 다하는 작업입니다. 그래서 일반 대중들의 관심과 인식 제고가 필요합니다. 대중들의 관심이 커지면 전공자가 늘어나고 이에 맞춰 정부 예산 및 조직이 늘어날 기회가 마련될 것입니다.
이러한 기회를 계기로 미술품 보존 전문가들이 늘어나고, 보존의 전문성과 지속성이 향상되고 발전되어 다시 대중들의 관심을 받게 되는 선순환 구조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를 위해 더욱 책임감과 사명감을 가지고 열심히 연구하고 공부해 우리나라 미술품 보존에 도움이 되는 것이 목표입니다.
[앵커]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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