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과학에 대한 모든 궁금증을 풀어주는 '궁금한 S' 시간입니다. 스테이크를 구울 때 일어나는 화학 반응은 무엇일까요?
또, 채소는 날 것보다 익혀서 먹는 게 더 좋은 이유는 무엇일까요?
음식을 더 맛있게 즐길 수 있는 신기한 요리과학에 대해 지금 바로 화면으로 만나보시죠.
[이효종 / 과학유튜버]
스테이크의 맛을 결정하는 것은 뭐니 뭐니 해도 풍부한 육즙과 탄력 있는 식감일 텐데요. 특히 육즙이 빠져나가지 않기 위해서는 "센 불에서 겉면을 지지듯이 구워야 한다"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을 거예요.
이 말처럼 육즙을 고기 속에 가두는 게 가능할까요? 육즙의 주성분인 수분은 근섬유가 열을 만나 수축하는 과정에서 고기 내부로 모입니다. 녹은 지방도 육즙의 일부를 이루죠. 육즙이 있어야 익힌 고기를 퍽퍽하지 않게 먹을 수 있는데요.
요리 과학자들은 겉면을 지지거나 잘 뒤집지 않는 방법으로 육즙이 고기 내부에서 새어 나오지 않게 할 수는 없다고 단언합니다.
즉, 스테이크를 맛있게 하는 것은 육즙 가두기가 아니라 바로 '마이야르 반응' 때문입니다. 스테이크를 불에 구우면 고기 표면에서 수분이 제거되며 마이야르 반응이라는 화학반응이 일어납니다. 이로 인해 고기는 먹음직스러운 갈색으로 변하고 침샘을 자극하는 향기가 생겨나죠.
이 마이야르 반응은 온도와 깊은 관련이 있습니다. 섭씨 130~200도 사이에서 격렬하게 반응이 일어나고 수많은 향기 물질이 만들어지는데요. 그러니까 이 반응을 일어나게 하려면 고기를 섭씨 130~200도의 높은 온도에서 구워야 한다는 뜻입니다.
그렇다고 너무 높은 온도에서 스테이크를 굽는 건 좋지 않습니다. 온도가 섭씨 200도 이상 올라가면 마이야르 반응에서 새로운 분자가 나타나는데요. 이때 생기는 분자는 발암물질이 섞여 맛 또한 좋지 않다고 하네요.
이 반응은 1912년 프랑스 생화학자 '루이 카미유 마이야르'에 의해 처음으로 발견되었는데요. 인체 세포 속에서 발견되는 아미노산과 당이 어떻게 반응하는지에 대해 연구하다가 그가 죽은 이후 음식에서도 아미노산과 당의 반응이 일어난다는 것이 알려져 동일한 이름으로 불리게 되었다고 하네요.
스테이크는 맛있는 음식이지만 단독으로 먹기엔 뭔가 조금 심심하죠? 그래서 항상 스테이크 옆에는 익힌 버섯이나 아스파라거스 같은 채소를 함께 곁들여 먹곤 하는데요.
그런데 우리가 채소를 익혀서 먹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육류에 있는 콜라겐은 고기의 구조를 형성하고 지탱하는데, 채소의 경우 셀룰로스라는 세포벽이 콜라겐과 같은 역할을 한다고 합니다. 채소의 영양분을 쉽게 흡수하기 위해서는 셀룰로스로 형성된 세포벽을 무너뜨리는 것이 좋은데요. 채소를 익히면 이 복잡하게 짜여 있는 구조를 느슨하게 해 벽을 쉽게 무너뜨릴 수 있다고 합니다.
셀룰로스는 수소결합으로 강하게 연결돼 있기 때문에 수산화이온이 들어 있는 염기성 용액을 사용하면 좀 더 쉽게 익힐 수 있다고 하는데요. 바로, 천연 탄산수를 이용하는 것입니다. 채소를 데치거나 익힐 때 천연 탄산수를 넣으면 탄산 이온이 나오면서 낮은 온도에서 더 짧은 시간에 익힐 수 있습니다.
열에 의해 영양소가 파괴되는 시간이 줄어들기 때문에 채소의 향과 비타민을 더 많이 보존하면서 익힐 수 있죠. 말린 채소는 셀룰로스 조직이 경화돼 조리 시간이 길어지는데, 이때 탄산수를 넣고 익히면 조리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고 합니다.
자, 그러면 음식의 맛과 향을 더해주는 향신료는 요리를 시작할 때 넣어야 할까요? 아니면 요리 중간이나 끝난 무렵에 넣는 것이 좋을까요? 음식의 맛을 더해주는 재료일 뿐이니까 아무 때나 넣어도 상관없지 않을까? 라고 생각하시는 분들 많으실 텐데요.
하지만 넣는 순서에 따라서 효과는 확실히 다르다고 합니다. 이유는 향신료에는 고유의 휘발성 기름 성분 (에센셜 오일)이 있는데요. 간 것이나 분말 상태의 향신료는 너무 일찍 넣으면 에센셜 오일이 빨리 증발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요리가 마무리되는 시점에 넣는 것이 음식을 더 맛있게 즐길 수 있고요.
또, 통후추처럼 과립 형태로 된 향신료는 에센셜 오일을 천천히 내놓기 때문에 조리를 시작할 때 넣는 것이 좋다고 하네요.
음식을 맛있게 먹었다면 이제 디저트를 즐겨야 할 차례죠? 코로나19의 영향으로 핫하게 떠올랐던 '달고나 커피'에도 과학원리가 숨어있습니다. 달고나 커피는 커피 가루와 설탕, 물을 넣고 무려 400번 이상 저어 크림이 되면 우유에 올려 먹는 커피인데요.
그런데 아무리 400번이나 섞었다고 해도 이렇게 꾸덕한 갈색 크림이 만들어지는 원리는 무엇일까요?
비밀은 단백질에 있습니다. 단백질을 이루는 아미노산은 종류에 따라 '친수성'과 '소수성'으로 나뉘는데요. 단백질을 빠르게 저으면 일시적으로 단백질의 꼬여있는 구조가 풀리며 친수성 아미노산은 물과 결합하고 소수성 아미노산은 공기와 결합해 용액 속에 공기 방울이 만들어집니다.
그러니까 샴푸나 비누 같은 계면활성제가 거품을 만들어내는 것과 같은 원리죠. 여기에 물 분자와 결합하는 능력이 탁월한 설탕을 넣어주면 점도가 높아지며 공기 방울이 밖으로 빠져나가지 못해 거품이 안정화되는데요.
즉, 크림이 만들어지는 것이죠. 이런 효과는 식품 제조 과정에 유용하게 쓰입니다. 대표적인 식품이 머랭인데요. 달걀흰자와 설탕을 이용해 만든 머랭은 흰자의 단백질 성분으로 거품을 만들고 설탕을 더해 크림 같은 식감을 만들어내는 것이죠.
오늘 '궁금한 S'에서는 과학과 요리에 관계에 대해서 알아봤는데요. 과학과 만나 음식이 더 맛있어지는 것 같네요. 그럼 '궁금한 S'는 여기서 인사드릴게요. 과학에 대한 궁금증이 있다면 언제든 유튜브에 사이언스 투데이를 검색해주세요. 이상 궁금한 S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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