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과학에 대한 모든 궁금증을 풀어주는 <궁금한 S> 시간입니다.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매운 음식 찾는 분들 많으시죠?
도대체 매운 음식과 스트레스 해소와는 어떤 관련이 있는 걸까요?
매운맛에 중독되는 비밀에 대해 지금 바로 화면으로 만나보시죠.
[이효종]
알싸한 매운 떡볶이! 눈물 쏙 빠지는 불짬뽕에 청양고추 팍팍 들어간 낙지 볶음까지 듣기만 해도 입안이 얼얼해지는 느낌이죠.
이열치열! 화끈한 매운맛을 좋아하시는 분들이 참 많은데요. 우리는 왜 매운맛에 중독되는 걸까요?
매운맛 정체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매운맛을 내는 성분은 크게 네 가지로 마늘이나 양파에 들어 있는 알리신, 후추에 들어 있는 피페린, 겨자나 고추냉이에 들어 있는 시니그린, 고추에 들어있는 캡사이신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매운맛은 단맛이나 신맛 같은 미각과 달리 혀에서 통각으로 느끼는 감각인데요. 촉각의 말초신경을 자극해 느껴지는 통증의 일종이죠.
인간을 비롯한 포유류에는 체온을 유지하기 위해 추위나 더위 등 온도를 느끼는 온도 수용체가 있는데요. 고온 감각수용체는 TPRV1으로 매운맛을 내는 고추의 캡사이신이나 마늘의 알리신 등에 의해 활성화됩니다. 즉 이들 성분이 포함된 매운 음식을 먹으면 45℃ 이상에서 활성화되는 TPRV1이 깨어나 우리 몸속에서는 이를 매우 뜨겁고 위험한 신호로 인식하는데요. 그래서 매운 음식을 먹으면 속이 타는 것과 같은 열감을 느껴서 땀이 나고 심장 박동이 빨라집니다. 즉 우리 몸을 보호하는 '온도 센서'가 작동하는 것이죠.
이렇듯 매운맛은 우리 몸이 느낄 수 있는 가장 고온에서 고통을 동반하는데요. 그런데도 사람들은 왜 매운맛에 열광하는 걸까요?
매운맛은 고통을 동반하지만 매운 음식을 먹은 후에는 심리적인 시원함이 남는다고 합니다. 마치 놀이공원에서 롤러코스터를 타거나 스카이다이빙을 하고, 공포 영화를 보는 것과 비슷한 희열이 느껴진다는 건데요. 고추의 캡사이신이 TPRV1을 자극해 우리 몸은 화상의 위험을 감지하고, 뇌는 이 고통을 상쇄시켜주는 엔도르핀을 분비합니다. 하지만 우리 몸은 실제로 열에 노출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고통은 금세 휘발되고 은근한 쾌감이 남는 것이죠.
이처럼 소량의 캡사이신은 건강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데요. 대상포진이나 말초 신경병증과 관련된 통증 치료에도 이용되며, 혈류를 원활하게 해 콜레스테롤 수치를 조절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스트레스를 받을 때마다 매운맛을 찾게 되면, 매운맛을 느끼지 못할 때 오히려 무기력함을 느끼는 상황이 온다고 하는데요. 이는 당 중독과 비슷합니다. 우리 몸은 당을 섭취하게 되면 일시적으로 도파민이 과다 분비되는데, 이 짧은 행복감에 중독된 사람들은 스트레스를 받을 때마다 당을 찾는 것이죠. 매운맛도 비슷합니다. 또 매운맛을 자주 먹게 되면 매운맛에 대한 민감도가 떨어지게 되고 더 맵고 더 자극적인 음식을 찾으면서 미각 역시 둔해진다고 합니다. 재미있는 것은 새들은 고추를 맘껏 먹을 수 있다고 합니다.
새들에게도 TRPV1이 있어 열을 감지할 수 있지만, 사람이나 포유동물과 구조가 달라 캡사이신이 달라붙지 않는다고 하는데요. 그래서 새는 고추의 과육을 먹고 씨앗을 온전히 바깥으로 내보내 씨앗을 퍼트릴 수 있다고 하네요. 한국인들이 스트레스를 받을 때마다 매운맛을 찾지만, 사실 한국 고추는 매운맛으로 따지자면 전 세계 100여 종 가운데 15등 안에도 들지 못한다고 합니다. 미국의 '윌버 스코빌'이 캡사이신 함량에 따라 매운맛 정도를 가늠할 수 있는 기준인 스코빌 지수를 개발했는데요. 그러니까 스코빌 지수가 높을수록 캡사이신이 많이 들어있는 것입니다. 놀라운 사실은 이 매운 정도를 사람이 직접 맛을 봐가면서 측정했다는 건데요. 고추기름을 짠 후 거기에 설탕물을 계속 넣었는데, 사람이 매운맛을 느끼지 못하면 그때 넣은 설탕물 양을 측정해 수치를 매겼다고 하네요.
피망이나 파프리카처럼 캡사이신이 없는 것은 0스코빌, 청양고추는 4000~12000 스코빌, 2013년까지 세계에서 가장 매운 고추 1위는 악령 고추라는 별명이 붙은 '부트 졸로키아'였습니다. 2007년에 기네스북에 등재되기도 해 인도의 수류탄 제조에 쓰일 정도로 강력한 매운맛을 자랑하는데요. 이 고추는 매운 정도를 나타내는 스코빌 지수가 85만~100만 스코빌로 청양고추보다 100배 더 맵다고 합니다. 이 고추를 먹고 응급실에 실려 간 사례가 종종 있을 정도로 강력한 매운맛을 가지고 있다고 하네요.
또 지난 2013년 기네스북에 등재된 '캐롤라이나 리퍼'역시 156만~220만 스코빌로 청양고추의 약 200배에 달하는 매운맛으로 살짝 맛보기만 해도 온몸이 따끔거리고 손발이 마비되는 것 같은 고통이 느껴진다고 하는데요. 이 고추의 매운맛은 경찰이 사용하는 호신용 분사 스프레이와 비슷하다고 하네요. 그렇다면 세계에서 가장 매운 고추는 무엇일까요? 바로 '페퍼 X'입니다. 10여 년의 연구 끝에 개발한 페퍼 X는 연한 녹색을 띠며 피망처럼 생겼는데요.
오늘은 매운맛에 숨어있는 과학적 비밀에 대해 알아봤는데요. 매운맛을 먹으면 스트레스에 도움을 주지만 몸에서 열감이 느껴지거나 속이 쓰리다면 적당히 자제해야 한다는 것! 꼭 기억하세요.
그럼 <궁금한 S>는 여기서 인사드릴게요.
과학에 대한 궁금증이 있다면 언제든 유튜브에 사이언스 투데이를 검색해주세요. 이상 궁금한 S였습니다.
[저작권자(c) YTN science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 데이터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