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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의 달인] "화석 연구, 생물의 진화와 생태 이해하는 첫걸음"

2020년 10월 08일 오전 09:00
■ 이승배 /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지오플랫폼연구본부 책임연구원

[앵커]
고생물 연구는 과거 지질시대의 지형이나 생태계를 파악할 수 있는 중요한 연구인데요. 특히 화석을 통해 생물체의 진화 과정을 밝히고 잘못된 오류까지 바로잡을 수 있다고 합니다.

오늘 <과학의 달인>에서도 화석 연구를 통해 생물의 기원을 찾는 분을 모셨는데요.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지오플랫폼연구본부 이승배 책임연구원과 함께합니다. 어서 오세요.
화석을 통해서 지구와 생명의 역사를 연구하는 학문이 바로 고생물학이죠. 박사님께서는 그중에서도 삼엽충을 주로 연구하신다고 들었는데요. 삼엽충에 대해서 잠깐 소개해주시죠.

[인터뷰]
생소한 분들이 많으실 텐데요. 삼엽충은 몸과 다리가 여러 개의 마디로 이루어진 절지동물의 한 집단인데요. 공룡이라는 단어보다 약 70년 앞선 1771년에 최초로 과학 문헌에 등장했습니다. 고생대 초기에 처음 나타나서 고생대 말에 멸종하기까지 약 2억 7,000만 년 동안 전 지구의 바다 밑바닥에서 번성했습니다.

고생대에만 대멸종 사건이 세 번 있었는데, 삼엽충은 두 번의 대멸종을 견디고 번성했을 만큼 그 다양성과 적응 능력이 높은 동물이었다고 볼 수 있어요. 삼엽충은 특정 생물 종을 부르는 말이 아니라, 2만 종이 넘는 다양한 종을 포함하는 거대한 집단을 일컫는 말인데요. 따라서 종류에 따라 크기와 형태가 매우 다양합니다.

우리가 사진이나 박물관에서 보는 삼엽충 화석은 바로 겉뼈대인데요. 세로 방향으로 대칭을 이루면서 특이하게도 머리에서 꼬리 부분까지 세 부분으로 구분됩니다. 그래서 '삼엽충'이라는 이름이 붙었죠.

[앵커]
삼엽충이 특정 생물 종이 아니라 2만 종이 넘는 다양한 여러 종을 한 번에 일컫는 말이다, 처음 알게 됐는데요. 그렇다면 삼엽충을 연구하는 게 지질학적으로 어떤 도움이 되나요?

[인터뷰]
삼엽충은 고생대의 표준 화석이라고 알려졌는데요. 특히 고생대의 초기인 캄브리아기와 오르도비스기라는 지질시대의 시간을 구분하고 국제적으로 비교하는 데 유용한 표준화석으로 사용되는데요. 삼엽충 덕분에 우리나라 지층들의 나이도 더 정확히 알게 되었죠.

삼엽충에 대해 가장 덜 알려졌지만 가장 중요한 점은 바로 "눈"입니다. 고생대 초기인 5억 2,100만 년 전에 등장했을 때 이미 매우 정교한 겹눈을 가지고 있었던 동물이었고, 바로 이 삼엽충의 눈이 화석으로 발견된 가장 오래된, 지구 최초의 눈입니다.

[앵커]
지구 최초의 눈이 바로 삼엽충 화석에서 나왔군요. 삼엽충을 통해서 지질시대의 시간을 구분하고 지층의 나이도 파악할 수 있다고 설명해주셨는데, 박사님께서는 또 지질 박물관의 관장 역할도 맡고 계시죠. 최근에 이 박물관이 다시 개장했다고 들었는데, 잠깐 소개해주시죠.

[인터뷰]
지질박물관은 땅을 이루고 있는 암석, 광물, 화석이 어디에서 어떻게 만들어져 왔고 어떤 의미가 있는지, 그리고 우리가 어떻게 쓰고 있는지를 깊이 있으면서도 쉽게 전달하고 있는데요.

지질과학의 대중화를 위해서 지질표본들을 수집해서 연구하고, 그 결과를 전시와 교육에 활용하는 다양한 콘텐츠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매년 상설전시관의 일부분을 업그레이드하고 있고요. 2년마다 특별한 주제로 기획전을 개최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화산을 주제로 한 기획전이 개막했습니다.

[앵커]
지질과학에 대해 대중들이 쉽게 이해하고 접할 수 있는 곳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은데요. 특히 무척추동물 화석 전시를 개편해서 많은 분의 관심을 받았다고 들었습니다. 이 전시가 무엇이고, 어떤 특징이 있는지 설명해주시죠.

[인터뷰]
화석이라고 하면 많은 분이 공룡과 같은 대형 동물들을 떠올리시지만, 현재나 과거의 생태계를 보면 등뼈가 없는 동물인 무척추동물들이 95% 이상을 차지합니다. 그만큼 무척추동물이 지구 생명 역사에서 중요한 비중을 차지해 왔다는 뜻이죠.

모든 무척추동물의 조상은 비슷한 시기에 나타났지만, 시기별로 진화와 멸종, 번성과 쇠퇴의 역사가 달랐다는 것을 전시의 주제로 잡았습니다.

우선 캄브리아기 동물군은 고생대 초기에 번성했던 집단으로 삼엽충이 대표 집단이고요. 고생대 동물군은 고생대 중반에서 후반에 번성했는데, 깃털처럼 생긴 극피동물인 바다나리, 조개와 비슷하게 생긴 완족동물 등이 주요 화석입니다. 현대 동물군에서는 지금의 바다와 같이 조개, 소라, 갑각류, 성게 같은 동물들이 주인공입니다. 세계적으로 잘 알려진 화석과 함께 우리나라 화석들도 같이 전시해서 총 약 100점이 전시됐습니다.

[앵커]
수억 만 년 전에 무척추동물의 생태계를 확인해볼 수 있는 전시까지 박물관을 방문하면 볼 수 있는데, 그 중, 약 100점의 화석이 있다고 말씀하셨잖아요? 소개하고 싶은 화석이 있다면 소개해주시죠.

[인터뷰]
아무래도 지질박물관답게, 일반 국내 박물관이나 전시관에서 보기 힘든 화석들이 자랑거리입니다.
특히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약 5억 1,000만 년 전의 삼엽충 화석을 전시했는데요. 보존 상태가 완벽하지는 않지만 꾸미지 않은 연구용 표본 그대로 전시했습니다.

다음 보여드릴 화석은 '고배류'라는 화석입니다. 지금 바다 생태계에서 산호초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면, 산호가 등장하기도 전인 약 5억 2,000만 년 전의 바다에는 고배류가 생물초를 이뤄 생태계의 핵심 역할을 했습니다. 말 그대로는 오래된 잔(컵)처럼 생긴 동물이라는 뜻으로 캄브리아기 초기의 표준화석이죠.

또한, 조개가 번성하기 시작한 중생대 동안에는 특별한 조개들이 모여 자라면서 산호초처럼 거대한 생물초를 이루었었습니다. 백악기 말에 멸종한 '루디스트'라는 조개들인데요. 길쭉길쭉하게 생겨서 조개인지도 잘 모르시겠죠?
소개해 드린 무척추동물들은 멸종해서 지금은 볼 수 없지만, 지구 역사의 한 장면을 가득 채웠던 동물들의 흔적이니까 많은 분이 관심을 두고 보시면 좋겠습니다.

[앵커]
지금 화면에서도 봤지만, 과학책에서나 볼 수 있을 것 같은 화석들을 직접 볼 수 있다니까 굉장히 흥미로운 전시라는 생각이 듭니다. 보여주신 화석 연구를 통해서 새롭게 발견한 사실도 많이 있을 것 같은데, 대표적으로 어떤 게 있나요?

[인터뷰]
화석과 관련된 연구 성과 몇 가지만 소개해보려고 합니다. 2014년 세계적인 저널인 네이처지에 게재된 논문이 한 편 있는데요. 몽골에서 발굴된 백악기 공룡 데이노케이루스의 미스터리를 푼 연구결과입니다.

이 공룡은 1960년대에 처음 발굴되었을 때, 발톱이 긴 앞발 때문에 무시무시한 손이라는 뜻의 이름이 붙었는데요. 그 때문에 거대한 육식공룡일 거라는 등 다양한 추측이 난무했습니다. 그런데 저희 연구진이 수년 동안 몽골을 조사해서 신체 다른 부분의 골격을 발굴하고 도굴됐던 머리 화석도 찾아냈습니다.

그 결과, 이 공룡의 정체는 초식공룡이었어요. 무시무시한 팔은 물가에 낮게 자라는 식물들을 그러모으거나 포식자를 위협하는 용도로 사용되었을 거라는 결론을 얻었고요. 이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작년에는 데이노케이루스의 골격을 3차원으로 복원해서 지질박물관에 전시했습니다.

[앵커]
저는 어렸을 때부터 공룡을 사실 좋아했는데, 이구아노돈이라고 있잖아요? 그런데 발톱이 발견됐을 때 처음에는 코에 있는 줄 알았다가 나중에 알고 보니까 엄지발톱이었더라 이런 오해가 풀리기도 했는데, 비슷한 케이스인 것 같습니다. 거의 50년 만에 이 데이노케이루스의 오해가 풀린 건데, 또 어떤 새로운 사실을 발견하셨나요?

[인터뷰]
두 번째는 우리나라 경남 하동에서 발견된 백악기 도마뱀 발자국입니다. 도마뱀 발자국으로서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발자국이었는데요. 일반적인 도마뱀의 모습을 떠올려 보면 대부분 네발로 기죠. 물론 목도리도마뱀같이 일부 도마뱀은 특수한 상황에 두 다리로 달리기도 하지만요. 하동의 발자국 화석을 봤더니 꼬리를 빼고 7cm 정도 길이였던 도마뱀이 뒷발로 성큼성큼 뛰어간 흔적이라는 것을 알아냈습니다. 이 연구를 통해서 도마뱀이 두 발로 뛰는 행동은 도마뱀들이 진화 초기에 이미 획득한 행동 양식이었다는 것을 알아냈죠.

[앵커]
사실 우리나라가 화석이 좀 많이 발견되는 편이잖아요? 그렇다 보니 전 세계적으로 학계의 주목을 받고 있는데, 또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이 있다면 몇 가지 더 소개해주시죠.

[인터뷰]
제가 말씀드린 화석들은 큰 화석들인데요. 제가 연구하는 화석들은 조그만 화석들입니다. 마지막은 현재진행형인 연구입니다. 화석은 아무 데서나 나오진 않지만 일단 발견이 되면 그 지층이 쌓이던 시대와 그 지역의 과거 환경에 대한 많은 정보를 주는데요. 일반적으로 지각변동을 받아서 지층이 휘어지고 늘어난 지역에는 화석이 잘 남아있지 않아요. 지층이 거의 변형되지 않은 우리나라의 태백이나 영월 지역에서는 고생대 화석이 많이 산출돼 연구가 매우 활발히 진행되었습니다.

그에 비해서 충북 제천의 청풍 지역은 지층의 변형이 심해서 화석이 연구된 적도 없고 지층이 언제 만들어졌는지도 정확히 모릅니다. 그런데 제가 다시 조사해보니, 아주 작고 부서진 조각들이긴 하지만 의외로 많은 화석이 있었습니다. 중요한 것은 생각보다 화석 종류가 다양하고, 이 중 많은 화석이 우리나라에서 거의 연구된 적이 없는 종류라는 점입니다. 앞으로 화석들을 더 찾고 연구를 깊이 진행하면 과거 한반도를 이루던 땅에 다른 어떤 생물들이 살았었고, 그들이 만든 생태계는 어땠었는지, 또 이 지층이 언제 만들어졌는지를 좀 더 자세히 알 수 있게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앵커]
그러면 좀 더 근본적인 질문 들어볼게요. 이러한 화석 연구가 우리 삶, 우리의 인생에 미치는 영향은 어떤 것이라고 보시나요?

[인터뷰]
너무 순수한 학문이라서 우리의 삶과 동떨어져 있는 학문이라고 생각하시는 분이 많을 텐데요. 사라진 생물의 흔적을 탐구한다는 건 많은 분에게 재미를 줄 수 있고요. 또, 교훈도 얻을 수 있어요. 단적인 예로 삼엽충만 보더라도, 두 번의 대멸종을 견디고 번성했다고 말씀드렸는데요. 한 종족의 풍부한 다양성이라는 게 급변하는 환경 변화 속에서 종족의 유지를 위해 얼마나 중요한지 배울 수 있거든요. 지금 우리의 삶은 다양성을 너무 잃어가는 건 아닌지, 이러다가 사회나 자연의 환경이 급변했을 때 어떤 한 민족이나 인류가 어떻게 될지 되돌아보게 됩니다.

또 오랜 화석 연구를 통해서 지구 생명 역사상 대멸종 사건이 다섯 번 있었다는 사실이 알려지고 교과서에도 실리게 되었는데요. 대멸종은 수만 년 내지 수백만 년이라는, 지구 역사로 보면 짧지만, 여전히 긴 시간 동안에 축적된 생태계와 지구 환경의 변화로 인해 초래했다는 겁니다. 지금은 여섯 번째 대멸종 시기라고 할 만큼 멸종하는 생물의 수가 일 년에 수백 종에 달하거든요. 지금의 나와 인류의 행동이 지구에 미치는 영향을 거대한 공간과 수 억 년의 시간 규모에서 생각하는 계기도 만들어 줍니다.

[앵커]
이런 연구 자료를 보다 보면 인간 스스로가 좀 겸손해지고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되는 계기도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지질과학을 대중화하는 박물관장의 입장에서 연구원님의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합니다.

[인터뷰]
화석과 돌을 연구하고 전시하고 교육해서 많은 사람이 돌과 친해지게 하고 싶습니다. 돌은 어디에나 있잖아요. 특히 다양한 지각변동을 겪어온 우리나라는 작은 면적에 비해 서로 다른 시기에 만들어진 돌의 종류가 매우 많습니다. 또 요즘은 지질공원이라고 해서 지질학을 소재로 한 관광지도 많아지고 있거든요.

결국, 돌과 친해지면 우리가 새로이 할 수 있는 일이 많아진다는 겁니다. 전문적으로는 특이한 돌이나 화석을 찾아서 전문가들과 함께 연구도 할 수 있지만, 그렇게까지는 아니더라도 여행이나 등산길이 특별해질 수 있고요. 아이들의 놀이가 풍요로워집니다. 이렇게 많은 사람이 점점 돌과 친해질 수 있도록, 지질 놀이터도 만들고, 우리 생활과 밀접한 주제로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이나 특별전시도 기획하고, 대중적인 책도 펴낼 계획을 하고 있습니다.

[앵커]
몇 가지 계획도 말씀해주셨는데, 얘기를 듣다 보니까 화석 연구는 이 땅에 미래를 그려보는 일과도 관련이 있겠다,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금까지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이승배 책임연구원과 함께했습니다. 오늘 나와주셔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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