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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금한S] 노화의 비밀 열쇠 '텔로미어'란?

2021년 01월 15일 오전 09:00
[앵커]
과학에 대한 모든 궁금증을 풀어주는 <궁금한 S> 시간입니다. 해가 바뀌면서 누구나 한 살씩 나이를 먹죠. 노화는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자연스러운 과정이지만, 최대한 젊고 건강하게 보내고 싶을 텐데요. 인체가 노화에 이르는 이유는 무엇인지 지금 바로 화면으로 만나보시죠.

[이효종 / 과학유튜버]
백발이 성성한 머리칼, 세월의 흔적이 깃든 주름, 늙는다는 것은 누구나 겪게 되는 자연스러운 생의 과정입니다. 좀 더 과학적으로 들여다보면 몸 안의 세포들이 더 이상 스스로를 유지, 보수할 수 없고 새로운 세포를 만들어낼 수 없게 된다는 뜻이 되죠. 인간의 몸은 100조 개가 넘는 세포로 구성돼 있고, 세포 속에 들어있는 다양한 유전 정보들이 인체의 각 기관을 구성하게 되는데요. 위장 내벽 세포는 2시간 반 정도 살다가 죽어 새로운 세포에 자리를 내주고, 적혈구는 3개월을 살고 교체된다고 합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인간 체세포는 25~30일 정도 살며 1년 정도면 몸에는 거의 낡은 세포만 남아 죽고 새 세포로 교체됩니다.

1961년 해부학자 '레너드 헤이플릭'은 세포가 보통 70번 정도 분열하면 더 이상 분열하지 못한다는 것을 발견하고 '헤이플릭 한계'라고 이름을 붙였습니다. 1980년대 분자생물학자 '엘리자베스 블랙번'은 그 이유가 세포의 염색체에 양 끝의 텔로미어와 관계가 있다는 것을 밝혔는데요. 텔로미어란 염색체 끝에 있는 단백질 보호 덮개로 감싼 DNA로 이뤄진 말단영역입니다. 일상생활의 소재에 비유하자면 신발 끈의 끝이라고도 할 수 있어요. 신발 끈의 끝은 플라스틱이나 금속으로 마감 처리가 되어 있는데요. 만약 신발 끈의 끝 부분에 그 마감이 되어있지 않으면 신발 끈은 쉽게 헤질 수 있습니다. 텔로미어도 마찬가지입니다. 세포가 분열할 때마다 염색체 끝에 있는 텔로미어가 짧아지고, 이것이 다 닳으면 세포 분열을 멈추게 됩니다. 세포가 분열을 멈춘다는 것은 노화로 인해 수명을 다한다는 것을 의미하는데요. 즉 세포가 노화돼 죽는다는 뜻이죠. 그러니까 우리 노화와 수명에 직접적인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텔로미어의 마모 여부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텔로미어가 짧아지지 않도록 하거나 길이를 연장하면 건강하게 오래 사는 게 가능하지 않을까요? 블랙번도 이 생각으로 당시 대학원생이었던 그라이더 교수와 함께 텔로미어를 만드는 효소, 텔로머레이스를 발견했습니다.

하버드대 연구팀은 실험 쥐를 이용해 텔로머레이스의 효능을 연구하던 도중, 뜻밖의 결과를 관찰하게 됩니다. 연구팀은 처음에 유전자를 조작하여 텔로머레이스 효소를 없앤 쥐를 사육했습니다. 당연하게도 쥐는 정상 쥐보다 일찍 노화 현상이 찾아왔고, 뇌의 크기도 작았으며 불임, 장기부전 등의 각종 질환 증세를 보였습니다. 그 후 텔로머레이스를 다시 활성화하는 약물을 주사하자 거짓말처럼 손상된 세포가 복구되고 노화의 징후도 사라졌습니다.

이 연구를 진행한 로날드 데피노 박사는 "이번 실험에서 노화과정을 늦추는 것이 아닌 예상치 못한 회춘의 결과를 발견했다"고 말했죠.
그런데 이 텔로머레이스가 비정상적으로 활성화되었을 때 나타날 수 있는 세포가 바로 암세포입니다.

그래서 인위적으로 늘리게 될 경우 통제 불능의 세포증식을 촉진할 수 있죠. 암세포의 무한 증식을 막으려면 이 텔로머레이스를 차단하면 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의학계에서도 퍼지게 되었고, 텔로머레이스 차단 시험이 연구되고 실행됐습니다. 스위스 로잔공대 연구팀이 암세포 텔로미어의 산화로 인한 손상과 짧아짐을 막아주는 항산화 효소 두 가지를 발견했는데요. 연구팀은 암세포로 가는 이들 두 효소를 차단함으로써 더 좋은 암 억제 효과를 확인했습니다. 암세포의 텔로미어가 텔로머레이스 효소에 의해 보충되긴 했지만, 그것만으로 부족해 결국 암세포가 자연적으로 죽는 것이죠.
텔로미어의 길이가 짧을수록 죽음에 이를 가능성이 높고, 반대로 텔로미어가 길수록 장수한다는 주장은 정설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텔로미어가 길면 세포분열이 일어나는 시간도 길기 때문이죠. 사람마다 텔로미어의 길이는 서로 다릅니다. 선천적으로 긴 텔로미어를 가진 사람도 있고, 짧은 텔로미어를 가진 사람도 있는데 선천적 이유보다 후천적인 이유로 텔로미어 길이가 결정되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후천적으로 텔로미어의 길이가 짧아지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바로 '스트레스'입니다. 스트레스 가운데 가장 좋지 않은 유형은 '위협반응'과 연관이 있습니다. 스트레스 상황에서 두려움, 불안 등 전면적 위협을 느끼는 것인데요. 혈관이 수축하고 심장박동이 빨라지면서 혈압이 오릅니다. 손발이 차가워지고 달아나거나 싸우기도 불가능해지죠. 이럴 때는 위협반응을 도전 반응으로 전환해 텔로미어를 보호해야 하는데요. 사고방식뿐 아니라 음식이나 운동, 수면 습관도 텔로미어는 밀접한 연관성을 갖고 있습니다. 텔로미어에는 유산소 운동이 가장 효과적인데요. 일주일에 세 번, 4~5분씩 유산소 운동을 하는 것이 이상적이라고 합니다.

오늘 <궁금한 S>에서는 노화와 수명에 영향을 미치는 텔로미어에 대해 알아봤는데요. 미국 루이지에나 주립대학 교수 '조지 브레이'는 "유전자가 장전된 총알이라면, 방아쇠를 당기는 것은 환경이다"라는 말을 했습니다. 이처럼 후천적인 노력과 생활 태도로 텔로미어의 길이를 어느 정도 늦출 수 있지 않을까요?

그럼 <궁금한 S>는 여기서 인사드릴게요. 과학에 대한 궁금증이 있다면 언제든 유튜브에 사이언스 투데이를 검색해주세요. 이상 궁금한 S였습니다.

박순표[spark@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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