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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기로운 펫생활] 반려동물 장수의 비결 '치아 관리'에 있다?

2021년 02월 08일 오전 09:00
■ 윤홍준 / 수의사

[앵커]
반려동물은 치아 관리만 잘해줘도 수명이 20~30%나 연장된다고 합니다. 사람처럼 반려동물도 청결한 구강관리가 필요하다는 건데요. 오늘 슬기로운 펫생활에서는 반려동물의 '치아 건강을 지키는 방법'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윤홍준 수의사와 함께합니다. 어서 오세요.

사람처럼 반려동물도 치아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으면 입 냄새가 나거나 여러 질환이 생길 수 있잖아요. 그런데 반려동물이 입을 벌리고 기다려주는 것도 아니고, 관리하기가 힘들어요. 언제부터 어떻게 관리해줘야 하는 걸까요?

[인터뷰]
보통 4개월 이후에는 유치가 빠집니다. 특히 반려동물이 물고 뜯고 하는 행위는 그전부터 시작해 개 껌이나 장난감 등에 의해 자연스럽게 발치 되는데요. 1살 이전부터는 칫솔질 교육과 치아 교체 관리를 해야 합니다. 처음부터 칫솔과 치약을 사용하면 반려동물이 거부감을 가질 수 있어서 거즈나 헝겊에 손가락 검지를 끼워 입 안에 넣고 치아를 살살 문질러주는 습관을 들이고 서서히 칫솔 사용을 하는 것이 스트레스가 적습니다. 8개월령 이상이 돼도 유치가 남아 있다면 동물병원에서 발치를 해어야 합니다. 이것은 남아 있는 유치가 영구치를 손상시키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 시기에는 치아발육 상태를 꼭 확인해야 합니다. 잘못된 치아발육으로 치아 배열이 틀어져 잇몸 통증이나 잇몸 궤양 등이 유발될 수 있습니다. 1살 이상이 되면 칫솔질, 치석 관리, 치아면 손상관리 등이 필요합니다. 유년기부터 매일 칫솔질을 하면 가장 좋고, 1주일에 최소한 2~3회 이상은 칫솔질을 하는 것을 추천해 드립니다.

[앵커]
유치가 빠진 후부터 칫솔과 친해지는 연습을 하고, 1살 이상부터는 사람처럼 매일 양치를 해주는 게 좋다는 말씀이군요. 만약 반려동물의 치아 건강에 이상이 생기면, 어떤 질환이 발생하나요?

[인터뷰]
반려동물의 치아에 이상이 생기면 구강 건강뿐만 아니라 다른 신체 부위에서도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반려동물의 치아 건강에 문제가 생기면 치석과 구내염으로 인해 입 냄새를 유발할 뿐만 아니라, 치은염, 치주염 등으로 통증을 유발하며 이빨이 소실될 수도 있습니다. 그 외 대표적인 질환으로는 심장병을 유발하는 '심내막염' 이빨 뿌리에 농이 생겨 눈이나 볼, 턱 쪽에 염증이 생겨서 곪는 '치근단 농양', 반려묘에게 흔히 발생하는 '만성 구내염'이나 치아가 녹아 흡수되는 '치아 흡수성 병변'등이 있습니다. 이런 질환들은 칫솔질로 증상을 완화 시켜주고, 질병의 진행을 많이 늦춰줄 수 있습니다.

[앵커]
구강질환에만 문제가 생기는 게 아니라 심장병이나 다른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다고 하니 각별히 신경 써야겠습니다. 그런데 나이 든 반려동물을 보면 치석이 끼어있기 마련이잖아요. 구강 건강에 좋을 리가 없는데, 치석은 보통 몇 살부터 생기고, 어떻게 제거해주는 게 좋을까요?

[인터뷰]
식습관에 따라서 개별적 차이는 있지만, 일반적으로 치석은 2살 이상부터 생깁니다. 관리가 잘된 반려동물은 6~7살에도 같은 연령대의 다른 동물보다 상대적으로 치석이 적습니다. 관리가 안 되는 동물은 3~4살만 돼도 치석이 두껍게 치아를 덮는 경우도 있어요. 이렇게 치석이 생기면 입 냄새는 물론 잇몸에 염증이 일어나고 치아 뿌리가 상해 통증이 심해집니다.

더구나 구강 점막에는 혈관이 매우 많이 발달해있는데, 잇몸염증은 세균의 혈관 침투를 더욱 쉽게 만듭니다. 문제는 침입한 세균이 혈관을 타고 돌아다니며 전신에 여러 질환을 일으키는데 특히 심장과 신장, 간에 많은 영향을 미칩니다. 그래서 이가 안 좋으면 사람도 동물도 장수하기가 힘든 것이죠. 이미 두껍게 치아를 둘러싼 치석은 시중의 치아 관리 제품으로 제거하기가 어려운데요. 따라서 동물병원에서 스케일링이 필요합니다. 반려동물은 사람과 다르게 스케일링을 할 때 전신마취가 필수인데요. 대부분의 동물병원은 전신 마취 이전 여러 검사를 한 다음에 안전을 확보하고, 마취 후 스케일링을 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냥 해마다 종합검진을 받는다고 생각하시고 스케일링을 해주신다면 편할 것 같습니다.

[앵커]
사람처럼 스케일링을 해주면 가장 좋을 것 같은데, 방금 말씀해주신 것처럼 전신 마취를 해야 하잖아요. 이것이 문제가 생기지 않을까 해서 보호자가 집에서 직접 스케일링하는 경우가 있다고 들었어요. 이건 괜찮은 방법인가요?

[인터뷰]
일단 집에서는 이빨관리로 칫솔질 이상의 처치는 불가능합니다. 집에서 이런 날카로운 종류의 핸드 스케일러로 치석을 제거한다고 하는데, 사실은 효과적으로 치석이 제거되기는 힘들고요. 오히려 이빨의 단단한 표면인 상아질에 상처가 많이 생기게 됩니다. 이 이빨 표면의 여러 스크래치들은 다시 입에 사는 세균에게 좋은 서식처를 제공하고 이런 세균으로 인해서 더 심한 치석의 원인이 됩니다.

따라서 집에서 하는 핸드 스케일러는 하지 않는 것이 좋고, 동물병원에서 마취 후 초음파 스케일러로 치석을 깨는 것이 중요합니다. 초음파 스케일러는 물리적인 힘이 아닌 진동으로 치석을 깨는 것이므로 이빨 표면의 손상을 최소화할 수 있으며, 치석 제거 후 폴리싱이라는 연마 과정을 거쳐 이 표면을 다시 한 번 다듬어 매끈하게 정리합니다. 이는 추후 치석이 덜 생기게 하는데요. 이빨은 사람처럼 임플란트를 할 수 없는 동물이어서 치아를 갈아 끼울 수 없잖아요. 평생 사용해야 하는데, 20년 동안 이것을 곱게 잘 쓰게 하려면 딱딱한 것도 함부로 주시면 안 되고, 이런 곳에 함부로 상처를 주시면 동물이 오래 살기 힘들게 됩니다.

대부분 스케일링이나 구강관리가 필요한 동물들은 노령동물인데요. 많은 분이 딜레마에 빠지게 됩니다. 이런 노령동물에게 마취해서 스케일링을 해주어야 하는지에 대한 딜레마에 많이 빠지게 됩니다. 이렇게 생각하시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입안에 염증이 생기거나 치석이 두껍게 끼면 이것은 동물의 삶의 질을 떨어트리는 것으로 생각하시면 됩니다. 입안에 생긴 염증은 수명을 떨어트리게 됩니다.

왜냐하면, 이런 염증은 전신의 염증을 일으키기 때문에 차라리 마취하고 치석을 제거하는 것이 통증을 완화하고, 삶의 질을 높여주고, 염증을 가라앉혀서 수명을 늘려주는 오히려 합리적인 선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헷갈리시면 동물병원 선생님에게 물어보시고, 건강의 안전도를 확인한 이후에 스케일링하는 것이 오히려 노령동물의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앵커]
한 번에 믿을 수 있는 곳에서 확실하게 치료를 하는 게 더 좋겠네요. 함부로 집에서 치석 제거를 시도하면 안 되겠습니다.
그런가 하면 제거 껌을 주시는 분들도 있잖아요. 이게 효과가 있나요?

[인터뷰]
치석 제거 껌이 치아 관리에 일부 도움이 되는 것은 사실입니다. 껌을 씹는 과정에서 치아에 낀 음식물이 닦여 나가는 효과도 있고, 이는 치석이 쌓이는 속도를 늦춰줍니다. 그러나 그 어떤 껌도 치아와 잇몸 사이 치주 포켓에 있는 음식물과 세균을 완벽하게 제거할 수는 없습니다.

즉, 주로 치아에 음식물과 세균이 쌓여서 치아에 치석과 세균들이 자라면서 염증을 유발하는 곳은 치주 포켓이라는 부분이거든요. 이빨과 잇몸의 사이에요. 이 부분은 사실은 칫솔질 말고는 효과적으로 제거할 방법은 없어요. 껌을 씹거나 가글을 해도 이 부분은 제거가 안 되거든요. 그래서 재밌는 건 사람도 현대사회에서 과학이 발전했음에도 아침, 저녁에 이를 닦아야 하고 가글이나 껌, 약품으로 해결을 못 하는 이유가 이 부분은 물리적으로 솔질로 제거해야만 하기 때문이에요. 동물도 마찬가지로 껌으로 어느 정도 도움은 될 수 있지만, 결과적으론 칫솔질을 반드시 해야 한다는 것을 기억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

[앵커]
치석 제거 껌이 보조적인 효과는 있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칫솔질밖에 없다, 이렇게 말씀해주셨는데요. 그렇다면 칫솔질 방법이 궁금합니다. 이게 어떻게 해야 반려동물의 이를 잘 닦아줄 수 있는지 지금 모형도 들고나오셨는데, 한 번 보여주시겠어요?

[인터뷰]
우선 반려동물 크기에 맞는 칫솔을 고르고, 칫솔모는 적당히 부드러운 것이 좋습니다. 너무 부드러우면 제대로 안 닦이고, 너무 딱딱하면 강아지들이 아파할 수 있거든요. 칫솔질할 때는 잇몸과 칫솔이 45도 각도가 되도록 합니다. 수평으로 하면 이빨은 깨끗하게 닦일진 모르겠지만, 아까 말씀드린 치주 포켓을 청소하는 건 되게 힘들어지거든요. 그다음에 강아지를 뒤에서 안은 상태에서 살살 닦아주는 건데요.

중요한 것은 강아지의 이빨을 닦는단 느낌이 아니라 이빨과 잇몸의 경계면을 청소해준다는 느낌으로 닦아주셔야 합니다. 그리고 어느 순간에라도 강아지가 거부감을 느끼면 중단하셔야 하고요. 비교적 거부감이 적은 송곳니부터 조금씩 어금니 쪽으로 닦아 가는 게 좋고요. 모든 치아를 깨끗이 닦아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가질 필요는 없습니다. 음식물 찌꺼기가 많이 쌓이는 치아와 잇몸 사이(치주 포켓), 그리고 치아 안쪽보다는 바깥쪽 위주로 닦아주면 됩니다.

[앵커]
잇몸과 이빨의 경계면, 치주 포켓이라고 하셨는데, 그 부분을 꼼꼼하게 닦아주는 것이 핵심이군요. 그런데 대부분의 반려동물이 이를 닦는 걸 싫어하잖아요. 칫솔질을 싫어하는 반려동물을 위해서 어떤 꿀팁이 있을까요?

[인터뷰]
반려동물이 편안하게 쉬고 있을 때 양치질을 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너무 의욕적으로 자 "이 닦자~"하며 접근하시면 거부감부터 느끼게 됩니다. 쉬고 있을 때 뒤에서 쓰다듬고 안아주면서 당연한 것을 한다는 느낌으로 자연스럽게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반려동물에게 친근감을 줄 수 있는 칫솔과 치약을 골라야 하는데요. 다양한 재질의 칫솔과 다양한 맛의 치약을 사서 테스트를 해봐야 합니다.

우선 치약에 익숙하게 해주시는 게 좋은데요. 손가락에 치약을 짜서 반려동물의 입이나 콧잔등에 묻혀 냄새를 맡고 맛을 보게 하는 것이 좋고요. 좋아하는 장난감에 치약을 묻히는 것도 한 방법입니다. 또 손가락에 치약을 묻혀 천천히 닦아주고, 일주일 이상 익숙해지도록 반복합니다. 억지로 하지 마시고 매일 조금씩 허용하는 만큼만 해 줍니다. 충분히 손가락과 치약에 익숙해져서 거부감을 덜 느낀다면 칫솔에 치약을 묻혀서 시도해 봅니다. 가장 중요한 건 어떤 경우에도 거부감을 심하게 표현하면 바로 중단하셔야 합니다. 억지로 하게 되면, 다시는 못 하게 됩니다. 즉, 강아지나 고양이가 주인의 신뢰를 잃어버리는 순간에 다시는 무언가를 못하게 되거든요. 편안한 상태로 할 수 있는, 허용하는 정도만 해주시고, 칫솔질이 끝나면 반드시 간식이나 놀이 등으로 보상해줍니다.

제가 어렸을 때 그런 적이 있었어요. 동네에 조그만 목욕탕이 하나 있었거든요. 주말마다 아버지가 제 손을 잡고 목욕탕을 갔는데, 저는 정말 싫었어요. 억지로 머리를 감겨주시는데, 내 머리가 다 뽑혀서 대머리가 되겠구나, 이런 느낌을 받았고요. 그리고 눈물, 콧물 다 씻고 물을 끼얹는데요. 오늘 내가 여기서 익사를 하는구나, 이런 생각을 받을 때도 있었어요. 너무 힘들고 싫었거든요. 그런데 제가 그 싫은 걸 꾹 참고 버틸 수 있었던 것은 목욕이 다 끝나면 아버지가 바나나 우유를 사주셨는데, 그걸 먹는 맛에 버텼어요. 물론 강아지나 고양이가 칫솔질을 즐길 순 없을 겁니다. 그런데 칫솔질을 너무 심하게 안 해주거나 편안한 상태에서 천천히 타협하면서 해준다면 좀 버틸만 할 거고요. 버틴 다음에 보상이 있다면 아마 조금 더 버티는 원동력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물론, 그 보상은 작은 간식이나 안아주는 걸 수도 있습니다. 마주 보고 사랑해라고 말하는 걸 수도 있고요. 산책이 될 수 있습니다. 만약 강아지에게 칫솔질할 때마다 산책을 시켜주시면 칫솔을 물고 다닐 거에요.

[앵커]
좋은 기억을 주는 게 핵심이다, 이렇게 말씀해주셨는데, 추가적으로, 혹시나 뒤에서 안아서 닦아주라고 말씀하셨잖아요. 손을 물리거나 하진 않을지 걱정되는데 괜찮나요?

[인터뷰]
일단 손이 물릴 정도면 갑자기 하면 물릴 수 있어요. 그래서 항상 뒤에서 자연스럽게 안아주고, 쓰다듬어 주고, 입안에 손가락 넣어보고 괜찮으면 그때 하는 겁니다. 의욕적으로 하지 마시고 뒤에서 안아서 쓰다듬어서 천천히 진행하시면 됩니다.

[앵커]
네, 그리고 칫솔질 이후에 간식을 줘서 보상해준다고 하셨잖아요. 사람은 양치한 이후에 뭘 먹지 말라고 하는데, 강아지는 괜찮나요?

[인터뷰]
일단 강아지는 크게 상관없습니다. 어차피 하루에 한 번만 칫솔질을 하는 거고요. 칫솔질해도 어차피 음식을 계속 먹거든요. 중요한 것은 일정 시간 하루에 한 번이든 이틀에 한 번이든 치주 포켓을 청소해낸다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그것이 칫솔질에 도움되는 행위라면 간식을 주는 건 전혀 상관이 없습니다.

[앵커]
사람도 치아가 건강한 사람이 장수한다고 알려져 있는데, 반려동물도 마찬가지라는 걸 알 수 있게 됐고요. 조금 귀찮고 수월하지 않더라도 반려동물의 건강을 위해서 꼭 이를 잘 닦아줘야겠습니다. 지금까지 윤홍준 수의사와 함께했습니다. 오늘 말씀 잘 들었습니다.

박순표[spark@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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