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흙을 빚어 그릇이나 예술품을 만드는 도예는 최근 취미생활로도 주목받고 있는데요. 물레를 돌리는 과정부터 유약을 발라 다양한 색을 만들어내는 것까지 도예 속에는 많은 과학적 원리가 숨어있다고 합니다.
오늘 <사이언스&라이프>에서는 흙과 불이 빚어낸 예술, 도자기의 매력과 그 속에 과학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화면 함께 보시죠.
[해설]
1,000도 이상의 온도를 견디고 인고의 시간을 거쳐야 비로소 완성되는 흙과 불이 빚는 예술, 도자기. 흙으로 빚은 역사인 도자기는 실용적, 예술적 가치를 지닌 채,
우리와 함께해왔는데요. 도예는 여전히 사람들의 사랑을 받으며 예술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흙을 손으로 만지고 느끼다 보면 힐링마저 된다는데요.
소박한 매력을 지닌 도자기 함께 빚어 보시죠~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는
대한민국 대표 도자 마을 이천시, 16세기 때부터 이천에서 도자기를
구워냈다는데요. 이천에서만 수백 명의 도예가가 활발한 창작 활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도예가들이 각자의 개성을 살린 도자기를 만들어 내다보니, 어디에서나 다양한 도자기를 만나볼 수 있습니다. 그중에도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건
우리 전통 도자기인 옹기입니다. 투박해 보이는 외형과 달리, 실용성이 높아 인기랍니다.
- 오히려 예전에 쓰던 항아리를 안에서 장식용으로 쓸 수 있거든.
- 매실청도 담그고 장도 담그지만, 우리 전통 음식뿐만 아니라 포도주 담글 때도 사용하니까 적정 온도만 유지하면 몇 년을 놔둬도 괜찮고 아주 좋더라고요
- 항아리는 숨을 쉰다고 하더라고요 장을 담글 때 숙성도 잘 되고 그런 점이 매력적인 것 같아요
[해설]
항아리라 불리는 옹기는, 옛날부터 오래 보관해야 하는 음식이나, 발효 음식을 보관할 때 주로 사용했습니다. 옹기가 숨을 쉬기 때문이라는데. 과연 그게 사실일까요~?
- 정진원/ 국민대학교 도자기공예학과 교수
옹기의 구성 성분 중 규성이나 알루미나나 이런 두꺼운 알갱이들이 서로 완벽하게 결합하지 않고 느슨하게 결합하게 됩니다. 공기는 통하게 하고 수분은 막고 액체도 배출하지 않습니다. 이것은 고어텍스와 같은 원리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 면에서 숨을 쉬는 옹기는 발효식품이 숨을 쉬면서 발효하고 오랜 기간 저장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해설]
옹기의 구멍은 빗방울의 2,000분의 1 크기 정도로 작습니다. 이 미세한 구멍은 빗물은 막아주고, 산소는 원활하게 공급해주죠. 또 발효되면서 생긴 나쁜 가스는 배출합니다. 이천에 오면, 누구나 도예를 배우고 즐길 수 있습니다.
은퇴 후 무료한 생활을 보내던 김수동 씨, 도예를 시작하면서 활기도 되찾아
즐거운 인생 2막을 보내고 있습니다.
[김수동/ 은퇴 후 도예로 활기를 되찾은 남자]
물레 돌리는 데 집중을 하게 되면 모든 골치 아픈 걸 잊어버리는 순간이 와요
여기에 집중해야 하므로. 작업이 끝났을 때 성취감 이런 것도 함께 느끼게 돼요
[해설]
뒤늦게 시작한 도전이지만, 열정만큼은 누구보다 뒤지지 않는다는데요.
- 오늘은 어떤 작품 해보실래요? 오늘은 작은 사발 계통의 모양으로 만들어 보겠습니다
백자가 좀 많이 섞여서 점무늬도 좀 들어있는 심심하지 않은 그런 흙으로 하시는 게 좋겠네요
[해설]
도자기 빚기의 첫걸음! 가장 중요한 재료인 흙을 고르는 것부터 시작됩니다.
[최현숙/도예가]
흙은 기본적으로 열다섯 가지 이상 되는 거 같아요. 흙을 조합하는 데에 따라서 색깔도 다르게 나오고 용도에도 다르게 쓰임이 있죠.
[해설]
도자기용 점토는 성분에 따라 색도 용도도 다른데요. 철이 많이 들어 있으면 붉은빛을 띱니다. 다양한 무기물이 많을수록 검은색을 띠고요.
그런데 부드러운 흙은 어떻게 단단한 도자기가 되는 걸까요?
[정진원/ 국민대학교 도자기공예학과 교수]
도자기용 점토는 규석과 장석 그리고 알루미나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이 중에서 장석은 불안에서 화도가 낮기 때문에 자기가 먼저 녹아서 주위에 물질들을 용해하는 역할을 하고요. 규석은 강도를 증가시킵니다. 알루미나는 세상에서 가장 화도가 높은 재료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흙이 불 속에서 형태를 유지하는 화도에서 높은 온도에서 견뎌주는 역할을 하게 됩니다.
[해설]
흙에 따라 성분이 다르기 때문에, 굽는 온도와 제작 방식도 다릅니다.
오늘은 도예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물레를 이용하려는데요.
- 치세요. 아래 위로. 손은 한쪽은 올리시고 그래야 잘 붙어요.
[해설]
물레를 돌리기 전 점토를 완전히 물레에 고정 시킵니다.
[최현숙/도예가]
몰래 상판에 얘가 잘 붙어줘야 기물을 성형할 때 중심도 잘 맞고 원심력에 의해서 돌아가기 때문에 중심이 제일 중요하거든요.
[해설]
발로 속도를 조절해가며 물레를 돌리는데요. 너무 속도가 느리다 보니 모양이
잘 나오지 않는 거 같습니다.
- 더 밟으세요. 모양을 잡을 때는 속도가 있어야 잡히거든요
[해설]
물레의 빠른 회전운동을 이용해 손으로 힘을 더하면 점차 모양을 잡아갈 수 있는데요.
- 그렇게 내려가지 마시고 이렇게 모아서
- 아이구
- 너무 꼭 잡아서
[김수동/ 은퇴 후 도예로 활기를 되찾은 남자]
어려운 건 없는데 숙달이 안 된 상태에서는 아무래도 흙하고 원심력하고 어느 정도 밸런스가 맞아야 하는데 그 지점까지 도달하는 과정이 좀 어렵죠
[해설]
무엇보다 물레의 원심력을 손으로 조절해야 하기에 쉽지 않죠.
다시 한 번 집중해보는데요. 처음엔 흙덩어리에 불과했지만, 수동 씨의 손을 거치자 매끈하게 도자기의 모양을 갖춰 갑니다. 물레 위에서 열심히 돌렸을 뿐인데 마치 기계로 만든 듯 일정한 모양으로 빚어진 도자기, 물레가 원형의 도자기를 만드는 원리는 뭘까요?
[정진원/ 국민대학교 도자기공예학과 교수]
물레 위에 흙을 강하게 회전시키면 자연적으로 원심력이 생기게 됩니다.
원심력이라는 것을 이용해서 흙의 입자를 더욱 단단하게 밀착시킬 수 있겠죠.
원심력이 생긴다는 것은 일정한 힘으로 점토가 확산된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맨손으로만 어떤 기물을 만들 때보다, 더욱 빠르게 어떤 원형의 정형을 만들기 굉장히 좋겠죠.
[해설]
성형이 완성된 도자기는 정교하고 매끈한 바닥을 위해 칼 대신 실로 잘라줍니다.
드디어 완성된 수동 씨의 작품, 완벽하진 않지만, 소박함과 정성이 묻어납니다.
[김수동/ 은퇴 후 도예로 활기를 되찾은 남자]
힘들었지만 멋지게 나왔구나! 그런 생각이 들어요
[해설]
잘 만들어진 도자기들은 가마가 아닌 선반 위로 옮겨지는데요. 1주일 동안 햇빛도 보지 않고 서늘한 그늘에서 말려줘야 한답니다.
[최현숙/도예가]
젖은 흙인데 햇빛에 마르게 되면 겉에만 순간적으로 마르잖아요. 갈라질 우려가 크기 때문에 바람은 살살 통하면서 직사광선은 안 쬐고 약간 그늘이 좋죠.
[해설]
수분을 빼야, 구웠을 때 더 단단해집니다. 완벽하게 마른 도자기들은 1차로 900도 정도의 낮은 온도에서 구워냅니다. 초벌구이하지 않고 유약을 바르면
미세한 구멍에 수분이 들어가 금이 가거나 쉽게 깨집니다. 8시간의 기다림 끝에 모습을 드러낸 도자기! 지금 상태도 흰 빛깔의 뽀얀 백자처럼 보이는데요.
- 900도 정도 구우면 손톱으로 긁어도 약간 긁히긴 하지만 그래도 강도가 있어요
[해설]
이제 도자기에 빛과 색을 넣을 차례 유약 바르는 과정입니다. 원하는 색에 따라 다양한 유약을 바를 수 있습니다.
[최현숙/도예가]
우리 사람도 몸을 보호하기 위해서 또는 예쁘게 보이기 위해서 옷을 입잖아요.
유약은 도자기의 옷이에요.
[해설]
코팅과 같은 효과를 준다는 유약, 도자기 표면에 유약을 바르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정진원/ 국민대학교 도자기공예학과 교수]
유약의 성분도 기본적으로는 흙의 성분과 같습니다. 하지만 흙보다 화도가 낮아서 낮은 온도에서 유리가 되는 물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유약에 산화물을 첨가함으로써 다양한 색깔의 결과물을 만들 수 있고요. 표면이 매끄럽다는 거는요, 이물질이 침투할 수 없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또한 세균이 번식하기에 아주 어렵습니다. 그래서 위생적으로 아주 좋은 결과물을 만들 수 있습니다.
[해설]
유약 바르기는 세계적으로도 수천 년 동안 이어진 도예 방법인데요.
보존성도 높여줘 오래된 도자기가 손상 없이 발굴되는 이유도 유약 덕분이죠.
유약이 마르면, 마지막으로 한 번 더 구워줍니다. 2차로 구울 땐 가마 내 산소 조절과 온도를 1,200도 이상으로 높이는 게 중요합니다. 12시간의 기다림 끝에
드디어 모습을 드러낸 도자기…. 빛이 나면서 더욱 견고해진 것 같은데요.
고온에서 잘 구워진 도자기는 금속만큼 단단해진다고 합니다. 그런데 굽기 전과 색이 많이 달라진 것 같은데요.
[최현숙/도예가]
불완전 연소로 구웠더니 이렇게 나왔죠. 만약에 완전 연소였다면 좀 더 누르스름하게 나오죠. 굽는 방식에 따라서 같은 유약이라도 같은 흙이라도 다른 색으로 나오거든요
[해설]
구울 때 가마의 산소량을 조율하면 다양한 색의 변화를 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산소량에 따라 색이 달라지는 이유는 뭘까요?
[정진원/ 국민대학교 도자기공예학과 교수]
가마에 산소를 어떻게 공급을 하느냐에 따라서 색깔은 변화될 수 있습니다. 산화 번조의 경우에는 산소를 충분히 공급하기 때문에 완전하게 연소가 됩니다. 도자기 유약이 그에 반응해서 본래의 산소와 반응하는 색깔이 나오게 됩니다. 산소 공급을 줄이게 되면 불안전 연소가 됩니다. 유약의 색깔이 또 전혀 새롭게 변합니다. 가장 대표적인 게 청자의 옥색이 이런 불완전 요소. 즉, 환원번조의 결과로 발생이 되는 것입니다.
[해설]
청자는 산소가 없는 밀폐된 가마에서 구워지면서 도자기 표면의 성분이 화학 반응을 일으켜
은은한 푸른빛이 띠게 됩니다. 같은 재료라도 제작 과정에 따라 전혀 다른 모습으로 완성되는 도자기. 도예는 예측할 수 없는 변화의 매력을 지녔다는 말이 있는데요. 그 말의 의미를 알 수 있을 거 같습니다.
- 여기 나왔는데 한 번 보세요. 아유 점박이도 오히려 멋있게 보여요
- 만든 거 보니까 어떠세요?
[김수동/ 은퇴 후 도예로 활기를 되찾은 남자]
뿌듯하죠. 한 마디로. 만드는 과정은 힘들고 어려웠지만 자기가 구상한 물건이 나왔을 때는 가슴이 흐뭇합니다.
[해설]
흙으로 빚어낸 보석이라는 도자기. 긴 기다림과 정성을 쏟아내야 하나의 작품이 완성되는데요. 느림의 미학을 가진 도예 속에서 여유로움을 느껴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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