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반기성 / 케이웨더 예보센터장
[앵커]
지구온난화를 막기 위한 여러 방안 중에 하나가 바로 산림을 보호하는 것이라고 하는데요. 숲은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탄소 저장소이기 때문에 '탄소 중립'을 위해서는 산림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합니다. 오늘 날씨학개론에서는 산림 보호에 관한 이야기를 해 보겠습니다. 오늘도 케이웨더 반기성 센터장 나오셨습니다. 어서 오십시오. 얼마 전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렸던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에서 의미 있는 협약들이 많이 나왔는데요. 산림 파괴를 멈추고 토양 회복에 나서겠다는 선언도 나왔다고 하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논의가 오갔나요?
[반기성 / 케이웨더 예보센터장]
그렇습니다. 이번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에서도 나무 즉 산림의 중요성에 대한 논의가 있었고 또 산림을 보호하자는 결의를 했는데요. 총회에 참석한 105개국 이상의 정상들은 2030년까지 산림 파괴를 멈추고 토양을 회복하기 위해 협력하기로 합의했습니다. 합의된 내용의 제목은 '산림·토지 이용에 관한 선언(Declaration on Forest and Land Use)'으로 산림과 토지를 복원하는 이 협약에 브라질과 인도네시아, 콩고민주공화국 등 전 세계 삼림의 85%를 차지하는 국가들이 동참했고요. 석탄 중단이나 메탄 협약에는 불참했던 중국이나 러시아도 산림 보존에는 참여했습니다. 우리나라는 물론 미국, 일본 등도 참여했고요. 의장국인 영국의 보리스 존슨 총리는 이번 합의가 "기념비적인 행동이다. 우리에겐 자연의 정복자로서의 인류의 오랜 역사를 끝내고 자연의 보호자가 될 기회를 맞았다"고 밝혔는데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 계획이 "전 세계가 천연 삼림 손실을 중단시키기 위한 공동의 목표를 이행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환영하고 나섰습니다.
[앵커]
선진국과 개도국이 합심해서 산림을 보존하기로 한 것은 산과 숲이 기후변화 대응에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으로 보이는데요. 현재 산림 파괴 문제가 어느 정도로 심각한가요?
[반기성 / 케이웨더 예보센터장]
유엔식량농업기구(FAO)가 2020년 5월 7일 로마회의에서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15년 이후 연간 1,000만 헥타르가 다른 용도로 전환되는 등 세계 삼림 벌채는 계속되고 있다고 밝혔는데요. 보고서에 따르면, 오늘날 지구 상의 한 사람당 0.52헥타르에 해당하는 40억 6,000만 헥타르의 숲이 있는데 산림이 새로 생기는 것을 제외하면 세계 산림 면적은 2010년 이후 매년 470만 헥타르씩 감소하고 있다는 겁니다. 산림은 세계 육지의 거의 3분의 1을 덮고 있는데, 숲은 수많은 물질, 서비스, 인류의 건강에 도움을 주고 수백만 명의 생계를 지원해 주는 자원입니다. 전 세계 산림의 절반 가까이가 유엔식량농업기구의 산림관리대상인데요. 유엔식량농업기구와 700명이 넘는 전문가들로 구성된 글로벌 네트워크가 협업하여 236개국과 영토에서 60개 이상의 요인을 조사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나온 몇 가지 주요한 결과를 보면 첫째, 세계 산림 면적은 1990년 이후 약 1억7,800만 헥타르가 줄었는데, 이는 리비아 영토 크기의 규모다. 둘째, 최근 10년 동안 아시아, 오세아니아, 유럽 등지에서 산림 지역이 증가한 반면 아프리카에서는 산림이 손실된 비율이 가장 높았고, 다음이 남미지역이었다. 셋째, 인간간섭이나 자연 재해(산불, 붕괴, 화산, 태풍, 한발 등)에 의한 교란 흔적이 없는 일차림이 전체 산림의 약 30% 정도이며 주로 목재와 비목산물의 생산에 사용된다. 넷째, 토양과 수질보호를 위해 지정된 산림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다섯째, 최근 30년 내 탄소주 밀도가 소폭 증가했지만 산림 면적이 감소하면서 총 산림 탄소주가 감소하고 있다는 겁니다.
[앵커]
산림이 사라지는 가장 큰 원인이 무엇 때문이라고 보시나요?
[반기성 / 케이웨더 예보센터장]
올해 6월 11일에 유엔식량농업기구는 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를 앞두고 'COP26: 농업의 확장은 전 세계 삼림 벌채의 거의 90%를 차지합니다’라는 보고서를 발표했는데요. 농업 확장은 전 세계 삼림 벌채에서 이전에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큰 영향을 보이고 있다고 합니다. 삼림 벌채라는 것은 숲이 농업과 사회 기반 시설과 같은 다른 토지 용도로 전환되는 것을 말하는데요. 연구에 따르면 세계적으로 숲 손실의 절반 이상이 산림이 경작지로 전환되었고 40%가량이 가축 방목을 위해 숲을 없앴다고 합니다. 특히 새로운 연구를 통해 알려진 것은 열대 우림 지역이 농업 확장으로 더 많은 산림이 사라진다는 겁니다. 사실 삼림 벌채의 원인은 전 세계의 지역마다 다릅니다. 도시와 기반시설 개발이 더 큰 영향을 미치는 유럽을 제외한 모든 지역에서 농업이 삼림 파괴의 주요 원인인데요. 아프리카와 아시아에서는 경작지로의 전환이 삼림 손실을 지배하고 있으며, 산림 면적의 75% 이상이 경작지로 전환 되었고요. 남아메리카에서는 거의 4분의 3의 삼림 벌채가 가축 방목을 위해 사라졌습니다. 이번 연구는 유엔식량농업기구가 미항공우주국, 그리고 구글과 협력하여 개발된 인공위성 데이터와 도구를 사용하여 수행되었으며, 거의 130개국의 800명 이상의 국가 전문가들과 긴밀히 협력하여 결과를 만든 겁니다.
[앵커]
우리나라에서는 나무 심기 운동을 많이 하기 때문에 벌채 문제가 어느 정도인지 실감이 안 나시는 분들도 계실 것 같은데요.
열대우림의 벌채 문제가 특히 심각한 상황이라고요?
[반기성 / 케이웨더 예보센터장]
미항공우주국은 올해 7월 27일에 '기후 및 인간 영향에 대한 열대우림의 취약점을 지수화하다'라는 보고서를 발표했는데요. 남아메리카의 아마존 분지는 기후 변화와 인간의 토지 이용의 변화에 많은 산림이 사라지고 있고요. 아프리카의 콩고 분지는 아마존과 같은 온난화 및 건조 트렌드를 겪고 있지만, 회복력은 매우 좋다고 합니다. 대부분의 아시아 열대우림은 기후 변화보다는 농업을 위해 토지로 변경하면서 산림이 사라진다고 합니다. 미항공우주국 제트추진연구소의 사신 사치 박사는 "열대우림은 아마도 지구 상에서 가장 멸종 위기에 처한 서식지입니다. 기후 변화 탄광에 있는 카나리아입니다"라고 말하는 것처럼 현재 열대우림의 상태는 심각한 상황입니다.
[앵커]
열대우림의 우거진 숲, 삼림이라고 하죠. 이런 삼림이 줄어드는 게 지구 환경에는 어떤 영향을 미치나요?
[반기성 / 케이웨더 예보센터장]
열대우림에는 지구 생명체의 절반 이상이 서식하고 있고, 육지 식생에 있는 모든 탄소의 절반 이상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열대우림은 탄소를 저장하기 때문에 화석 연료 연소로 인한 대기 중 이산화탄소의 증가에 대한 자연스러운 제동 역할을 해줍니다. 그런데 지난 세기 동안 열대우림의 15~20%가 잘려나갔고, 또 다른 10%는 퇴화 되었습니다. 산불이 점점 잦아지고 확산되는 오늘날의 온난한 기후는 숲이 성장하면서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능력을 제한하는 동시에 숲이 부패하거나 연소할 때 대기에 탄소를 방출하는 속도를 높이고 있어서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앵커]
이번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에서 우리나라도 산림 회복 목표에 동참하는 의사를 밝혔는데, 국내 산림 벌채나 산림 보호 정책은 어떤 편인가요?
[반기성 / 케이웨더 예보센터장]
이번에 문재인 대통령이 글래스고 정상회의에서 '산림 및 토지 이용에 관한 글래스고 정상선언’을 공식 지지하며 개도국의 산림 회복에 적극 협력 하겠다고 약속했는데요. 문제는 우리나라도 심각한 산림벌채국가라는 점입니다. 2010년대 초반 연간 1만 헥타르대이던 산림훼손 면적이 최근 5년간에 2만 헥타르대로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데 전문가들은 태양광 발전, 바이오 매스 발전 확대 등 친환경 정책을 명목으로 한 벌채가 산림훼손에 크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합니다. 우리나라의 산림보호 천명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역행하고 있다는 건데요. 태양광 발전을 위해 무분별하게 산림을 벌채한 것도 있지만, 나무를 베어 바이오매스를 만들어 화력발전소에서 태우고 있는 것도 문제라는 겁니다. 바이오매스의 신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REC) 발급량은 해마다 늘어 전체 재생에너지 발전량 중 2위를 차지하는데요. 2020년 국산 목재 중 12.4%가 바이오매스로 태워졌는데 바이오매스는 친환경 재생에너지로 알려졌지만, 연소 시 배출량을 고려하면 단위당 온실가스 배출량은 화석연료보다 많은 '더티 에너지(dirty energy)'입니다. 이번 글래스고 회의에서 '글로벌 산림 재원 서약'에 우리나라가 서명했지만, 이것 역시 개발도상국의 산림보호에 도움이 되겠다고 한 말과 배치됩니다. 우리나라 기업들이 인도네시아 등지에서 팜유 플랜테이션을 개발하며 열대림 파괴를 하고 있는 것도 문제지만 정부에서 이들 기업에 보조금이나 융자를 지원해주는 것도 문제라고 봅니다. 이번 글래스고 회의에서 산림에 대한 여러 약정에 서명한 우리나라의 정책이 우리나라 산림만 아니라 다른 나라 산림의 보호에도 앞장섰으면 합니다.
[앵커]
숲은 지상에서 유일하게 자연적으로 탄소를 흡수하는 존재라고 하는데요. 탄소를 줄이는 노력과 동시에 숲을 지키고 가꾸려는 노력도 함께 기울여야겠습니다. 날씨학개론 케이웨더 반기성 센터장과 함께 했습니다. 고맙습니다.
YTN 사이언스 김기봉 (kgb@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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