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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금한 이야기] 일식! 해,달,지구가 연출하는 우주쇼!

2022년 02월 25일 오전 09:00
[앵커]
우리가 사는 지구는 이 순간에도 엄청난 속도로 태양을 돌고 있고, 달은 그런 지구를 성실하게 돌고 있습니다.

해와 달과 지구! 단 한 치의 착오도 없이 움직이며 완벽한 조화를 지켜가는 이 위대한 천체들은 덤으로 황홀한 우주쇼까지 선사하죠.

바로 일식과 월식인데요, 오늘 궁금한 이야기에서는 그 장엄한 우주쇼의 비밀을 들여다보겠습니다. 함께 보실까요!

[이효종 / 과학유튜버]
안녕하세요 궁금한 이야기의 이효종입니다. 여러분이 한 번쯤 경험해 봤을 수도 혹은 경험해 보지 못했을 수도 있는 이야기를 하나 해볼까 합니다. 때는 2020년 6월 21일. 해가 쨍하게 뜬 낮. 갑자기 세상이 잠시 어두워집니다. 하늘을 바라보니 태양이 우주의 무언가에 의해 삼켜지는 것처럼 보입니다.

영미권에서는 이 현상을 Solar Eclipse라고 부릅니다. 영화 트와일라잇 시리즈를 통해 ‘Eclipse’라는 단어를 들어보셨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뱀파이어를 소재로 하기 때문에, 해당 영화에서는 ‘월식’이라는 의미로 사용되었지만, 사실 Eclipse는 ‘식’ 자체의 의미와 더 가까운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좀 더 그 어원을 뜯어보자면, 떠난다는 뜻의 leave를 뜻하는 어근 lipse에, 바깥을 뜻하는 접두어 ex가 살짝 변형된 형태인 ec가 붙으면서, ‘밖으로 이로부터 잠식되어 없어져 버리는 것’이라는 의미를 지님을 유추해 볼 수 있습니다. 동양 문화권에서는 이현상을 “일식“이라 표현합니다. 일식은 말 그대로 해 일자와 먹을 식자를 쓴, 그 본연의 의미 그대로를 나타냅니다. 하늘에서 해가 먹히는 것과 같은 모습을 보여주는 이유는, 우연히 달과 태양의 진로가 겹쳐지면서 달이 태양을 가리기 때문에 마치 태양이 무언가 거대한 대상에게 잡아먹히는 것처럼 보이는 것입니다. 태양과 달의 진로가 겹쳐 보이는 곳이라면 어느 곳에서도 보이는 위와 같은 현상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예로부터 신비한 현상으로 여겨지곤 했습니다.

그렇다면 일식은 왜 일어날까요? 이걸 이해하려면, 달의 위상이 삭일 때, 즉 밤하늘 그 어디에도 달의 모습을 찾을 수 없는 하늘일 때 과연 달이 어디에 있는가를 알아야 합니다. 평소에 그렇게나 커다랗게 하늘을 채우고 있는 녀석이 밤하늘에 없다면 대체 어디에 있을까요? 사실 우리 눈에 보이지 않을 뿐이지, 달의 위상이 삭일 때의 달은 태양과 함께 뜨고, 함께 지고 있습니다. 이때 우연히 달이 태양을 가리게 되면서 발생하는 현상이, 일식인 것입니다.

그렇다면 일식은 이론적으로 매달 일어나야 합니다. 달은 한 달에 한 번 공전하고, 삭인 위상도 한 달에 한 번 나타나기 때문일 텐데요. 하지만 안타깝게도 태양과 달은 하늘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천체들이 아닙니다. 그 이유는 달이 지구를 공전하는 면과, 지구가 태양을 공전하는 면이 완벽하게 일치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정밀한 관측 결과에 따르면 달의 공전면과 지구의 공전면은 약 5도 정도의 기울기의 차이를 가지고 있습니다. 하늘을 가로지르며, 내 머리 위로 반구를 그려 천체들의 대상이 어디에 위치해있는지를 표기한 가상의 돔형 공간을 ‘천구’라고 부르는데, 이 위에서의 달의 경로를 백도, 태양의 경로를 황도라고 부릅니다. 그러니 일식이 일어나기 위해서는 이 두 경로가 겹침과 동시에, 달이 삭의 위상을 가지고 있어야만 합니다. 꽤 까다로운 조건이기 때문에, 해당 조건을 만족하는 지구 위의 장소는 그리 많지 않습니다. 지난 2020년 6월 21일의 약 4시 경의 우리나라에서는 이와 같은 일식이 부분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위치에 우리나라가 끼어 있었기 때문에, 야외에 있었다면 누구라도 일식을 경험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일식은 달이 태양을 어떻게, 얼마큼 가리는가에 따라 크게 3가지 종류가 있습니다. 첫째로 앞에서 소개했던 2020년 6월 21일의 우리나라에서와 같이, 달과 태양의 진로가 약간 스치는 위치에 있어서 태양의 일부분을 가리는 형태의 부분 일식, 달과 태양의 진로가 기막히게 일치하여, 태양의 광구 부분을 완벽하게 가리는 형태의 개기 일식, 마지막으로 개기 일식이 일어나는 조건과 완벽히 동일하나, 마침 달과 지구의 거리가 타원 궤도 상의 상대적으로 먼 위치에 있게 되었을 때, 이로 인해 태양의 겉보기 크기보다 달의 겉보기 크기가 작아지면서 달이 태양을 온전히 가리지 못하고 태양 속에 포개지면서 만들어지는, 반지와 같은 모습이라는 의미의 금환 일식이 있습니다. 모든 일식들이 멋지고 소름 끼치는 장면을 보여주지만, 일식 헌터들 사이에서는 개기 일식, 그중에서도 금환 일식이 단연 가장 멋진 일식 장면으로 꼽히고 있죠. 일식이 일어나면서 만들어지는 좁은 틈새 사이로, 태양빛이 쏟아지면서 만들어지는 다이아몬드 링을 직접 본 사람은 그 순간의 장관을 잊지 못한다고 할 정도니, 저도 그 순간을 직접 목격하고픈 한 사람으로서, 그 순간의 감상이 얼마나 설레고 황홀한 느낌일지 상상이 가질 않습니다.

2022년인 올 한해 동안 계획된 일식은 5월 1일, 그리고 10월 25일에 이루어질 부분 일식입니다. 그러나 아쉽게도, 이 두 일식을 우리나라에서는 볼 수 없습니다. 다만 일식과는 반대이지만 같은 원리로, 지구의 그림자가 달을 가리는 월식 현상을 만나 볼 수 있습니다. 상대적으로 지구의 그림자는 달의 그림자 대비 매우 크기 때문에, 일식의 조건보다 훨씬 넓은 지역에 잦은 빈도로 발생합니다. 특별히 올 해인 2022년 11월 8일에는 오후 7시 16분부터 8시 41분까지 만들어지는 ‘개기 월식’을 관측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니, 일식을 기대하셨지만 아쉬운 소식으로 접하지 못하게 된 여러분들의 마음에 심심한 위로가 되길 바랍니다.

‘햇빛과 달빛이 서로 만나게 되는 순간, 우린 놓았던 두 손을 다시 잡아도 좋아. 네겐 이른 시간 굳이 깨워 미안하지만 결코 없었을 새로운 하늘을 열어줄게.’ 유명 아티스트인 10cm의 곡인 Corona의 한 소절입니다. 태양 표면으로부터 두꺼운 대기층을 구성하고 있는 코로나 층은 평소 육안으로는 확인이 불가능합니다. 그 이유는 태양의 광구 표면으로부터 발산하는 빛의 세기가 워낙 강하기 때문에, 태양 대기층으로부터 만들어지는 빛을 도저히 확인할 수 없기 때문이죠.

그러나 일식이 일어난 하늘에서는 태양의 화려한 빛 때문에 볼 수 없었던 별들의 모습도, 그리고 태양 대기층인 코로나의 수려한 자태도 볼 수 있습니다. 개기 일식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이 현상을 사랑하는 가장 큰 이유이기도 하죠. 계속 코로나라는 단어가 들려와 경계심이 들기도 하실 텐데요. Corona라는 단어는 현재 전 세계를 위협하는 바이러스를 지칭하는 단어이기도 하죠. 하지만 코로나는 원래 의미가 따로 있습니다. Corona는 원래 왕관이라는 의미의 라틴어입니다. 일식의 Corona 와 바이러스의 Corona 모두 왕관과 같은 모양을 띄고 있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합니다.

강렬한 빛에 가려, 주변에서 자신만의 빛으로 분명하게 빛나고 있는 존재들. 어쩌면 일식은 하늘의 빛을 가리는 것이 아니라, 그 수많은 작은 존재들의 빛에게 잠시나마 자신을 아름답게 뽐낼 기회를 주는 달이 선사하는 배려가 아닐까요? 이상 궁금한 이야기였습니다.

YTN 사이언스 김기봉 (kgb@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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