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반기성 / 케이웨더 예보센터장
[앵커]
지구온난화로 북극의 기온이 상승하면서 얼음 면적이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고 합니다. 북극의 얼음이 녹는다는 건 결국 이상 기후의 문제인데요. 우리나라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만큼 기후변화를 막는 일은 피할 수 없는 과제가 됐습니다.오늘 날씨학개론에서는 북극의 얼음이 사라지는 원인과 그 피해에 대해 자세하게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케이웨더 반기성 센터장과 함께합니다.
어서 오십시오. 지난 방송에서 남극 해빙이 녹고 있다는 이야기를 해주셨는데요. 오늘은 북극의 소식을 전해주신다고요. 북극의 해빙도 많이 녹았다고 하던데, 어느 정도로 상황이 심각한가요? 먼저, 시청자 여러분이 오해하시지 않도록 잠깐 설명을 드린다면, 여기서 해빙은 얼음이 녹는다는 의미가 아니라 바닷물 얼음 덩어리를 말한다는 점 이해해 주시고요.
[인터뷰]
네, 올해 2월 25일이었죠. 북극 해빙은 1488만㎢로 최대 면적을 기록했습니다. 눈여겨볼 것은 1981년에서 2010년 평균 최대 해빙 시기보다 무려 15일이나 빨리 최대 면적에 도달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과거와 비교했을 때 해빙 면적도 정말 작아졌습니다. 1981년에서 2010년의 평균 최대 면적보다 77만㎢ 작아졌는데요. 북극 해빙을 위성이 기록한 44년 기간 중 10번째로 작았습니다.
이보다 더 큰 문제가 있습니다. 북극의 해빙은 2월 25일에 최대 면적을 기록한 이후 빠르게 녹기 시작했는데요. 3월 28일 현재는 해빙 면적이 가장 작았던 2017년과 거의 비슷할 정도로 많이 녹았습니다. 해빙이 평년보다 많이 녹은 지역은 러시아 북쪽 캄차캬반도 인근의 오호츠크 해, 노르웨이 북쪽 해상인 바렌츠 해 등입니다.
3월부터 북극의 해빙이 빠르게 녹고 있습니다. 3월 28일 현재 2021-2022년 빙하의 남은 면적을 나타내는 푸른 선이 2월 이후 급속하게 낮아졌죠? 그 원인은 올해 3월에 북극권의 온도가 평년보다 30℃ 이상 높은 이상 고온 현상이 발생했기 때문으로 봅니다. 그림을 다시 보시면 검은 점선이 보이시는데, 저건 2011년에서 2012년의 해빙 면적으로 역사상 5번째로 해빙 면적이 좁았던 해였고요. 현재와 비교해보면 2월까지는 그 당시와 비슷하게 진행되다가 3월로 접어들면서 해빙 면적이 뚝 떨어진 상황입니다.
[앵커]
북극의 해빙이 녹으면 일어나는 문제 중 하나가 이상기후잖아요. 최근에 폭염이나 대홍수 같은 이상 기후가 잦아졌는데, 여기에도 해빙 감소가 영향을 줬다고 볼 수 있을까요?
[인터뷰]
네, 작년에 북반구에서 발생했던 폭염이나 대홍수 등이 북극 빙하가 많이 녹아서 발생한 현상이라고 저희들은 얘기하고 있는데요. 아무래도 작년 이전부터 북극 해빙은 심각하게 녹으면서 이런 일이 일어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앵커]
조금전에 해빙의 면적이 눈에 띄게 감소했다고 설명하셨는데, 그렇다면 해빙 두께도 많이 얇아졌겠군요?
[인터뷰]
네, 우선 해빙의 두께는 북극의 건강을 나타내는 민감한 지표입니다. 두꺼운 얼음이 단열재로 작용하면서 겨울에는 대기가 따뜻해지는 것을 막고 여름에는 햇빛으로부터 바다를 보호하는 역할을 하는데요. 그런데 최근의 연구를 보면 북극 해빙의 두께가 심각하게 얇아지고 있죠. 2021년 6월에 영국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에서 발표한 연구 결과가 있는데요. 잠시 보고 하면서 이야기 할까요?
이 연구팀은 2021년 6월에 북극의 해빙 두께를 더욱 정확히 계산하기 위한 모델을 자체적으로 개발했고, 2002년부터 2018년까지 해빙에 쌓인 눈의 양에 대한 추정치를 산출는데요. 북극해의 랍테프 해, 카라 해, 축치 해 등 3개 연안 해역의 해빙 두께 감소율이 기존 계산보다 각각 70%, 98%, 110% 더 증가했다는 사실을 알아냈습니다. 이것은 심각하게 북극 해빙의 빙하가 감소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그리고 북극해에는 앞서 말씀드렸던 3개 연안 해역을 포함해 6개의 해역이 있는데, 이들 해역에서 해빙 두께의 변동성이 해마다 58%씩 증가한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이렇게 해빙의 두께가 얇아지면 더운 여름에는 다 녹을 가능성이 커지게 됩니다.
[앵커]
지금까지는 북극 바다에 떠 있는 빙하에 관해 이야기를 나눠봤는데요. 최근에는 육지에 있는 빙하도 많이 녹아서 문제가 되고 있다고 하던데, 그린란드의 상황은 괜찮은가요?
[인터뷰]
네, 북극권 빙하는 해양과 육지로 나눌 수가 있는데 북극은 바다로 이루어져 있고 북극해 주변에 있는 그린란드가 대표적인 육지 빙하로 볼 수 있습니다. 덴마크 기상연구소는 2021년 7월 25일부터 27일까지 그린란드에서 녹은 빙하의 양을 분석한 적 있는데요. 3일간 녹은 얼음의 양이 총 184억t이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 중에 약 46%인 85억t은 27일 하루 사이에 녹은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이번에 녹은 얼음의 양은 2019년과 2012년에 이어 3번째로 큰 규모였다고 하는데요. 빙하가 녹은 지역의 면적은 가장 넓었다고 합니다. 최근 몇 년 동안 녹아내린 빙하의 양은 2000년 이전과 비교할 때 약 4배 더 많았다고 합니다. 1990년대에는 매년 약 8,000억t의 얼음이 녹아내렸지만 2000년대는 1조2000억t이 소실되었고, 2010년대에는 매년 1조3000억t의 얼음이 녹아 사라졌다는 겁니다. 2021년에 그린란드의 빙하가 녹은 양이 매우 많았음을 보여주는 자료가 하나 있는데요. 그걸 보면서 같이 이야기할까요?
이 그림은 2021년 12월에 미 국립빙설데이터센터(NSICD)에서 발표한 자료이고요. 2021년 1년 동안 녹은 빙하의 양을 붉은색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파란색은 1981년에서 2010년 기간 동안 평균적으로 녹은 빙하의 양을 나타낸 건데요. 2021년은 그린란드 빙하가 역대급으로 많이 녹았는데 여름에서 가을 사이에는 (1981-2010) 평균보다 2배에서 5배 정도 녹았음을 알 수 있습니다.
[앵커]
북극의 얼음이 녹는 이유로 지구온난화를 꼽을 수 있을 텐데요. 우리가 기후변화를 막지 못하면 북극의 해빙이 완전히 녹을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고 하던데, 어떤 내용인지 소개해주시겠어요?
[인터뷰]
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의 워킹그룹1이 2021년 8월에 발표한 6차 보고서를 보면 북극의 온난화 속도는 전 지구의 기온 상승 속도보다 2배 이상 빠른데요. 앞으로 온실가스를 가장 적게 배출하는 시나리오에서도 2050년 이전에 최소 한 번은 9월 중 북극 해빙이 거의 다 녹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세계기상기구는 2021년 10월에 발표한 특별보고서에서 북극의 해빙은 3월에 최대치였음에도 1981~2010년 평균을 밑돌았으며 북극 전역 해빙 범위는 7월 상반기에 사상 최저치를 기록하면서 각종 기후 재난을 발생시키는 원인으로 작용했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미국립과학원회보(PNAS)는 2021년 5월에 지난 140년 동안 그린란드 중서부 빙하의 융해가 급증했다며 지구온난화의 재앙을 경고했는데요. 이들은 "우리는 벼랑 끝에 서 있다. 그린란드 빙하가 이미 '티핑 포인트(Tipping point)'를 지나갔을 수도 있다. 앞으로 용해도가 상당히 올라갈 것이며 이는 매우 우려스러운 일"이라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앵커]
만약 북극의 얼음이 모두 녹는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 수 있나요?
[인터뷰]
네, 앞서 말씀드렸던 북극의 육지, 그린란드죠. 그린란드의 얼음이 모두 녹으면 지구 평균 해수면이 7m 정도 높아지면서 주요 해안도시들이 물에 잠길 것으로 봅니다. 이럴 경우 우리나라의 서해안과 남해안의 많은 지역이 물에 잠기게 됩니다. 그리고 북극의 얼음 감소는 지구 온난화에도 큰 영향을 미칩니다. 일례로 해빙은 지구로 들어오는 태양 에너지의 50~90%를 반사해 극지방을 차갑게 유지하고 지구의 평균 기온을 조절하는 역할을 하는 아주 중요한 존재입니다.
해빙 면적이 감소하면, 태양 에너지가 반사되지 못하고 지구 표면에 그대로 흡수돼 지구 가열화가 가속화되는 악순환이 반복되게 됩니다. 이와 비슷한 주장을 세계기상기구 클레어 눌리스(Clare Nullis) 대변인이 9월 초 제네바에서 열린 유엔 정기 브리핑에서 밝혔는데요. 그는 "북극 기온 상승은 해빙의 급속한 감소로 이어지고 이는 다시 온난화의 원인이 되고 있다"라고 경고했습니다.
과학전문지 네이처에서 2021년 5월에 북극 해빙 손실에 대한 상이한 기후 반응을 설명하는 대기 피드백을 출간했는데요. 북극 해빙 손실은 인위적인 지구 온난화의 결과로 북극만 아니라 중위도 지역에서의 기후변화의 원동력이 될 수 있음을 밝혔습니다.
[앵커]
지금까지 케이웨더 반기성 센터장과 함께했습니다. 고맙습니다.
YTN 사이언스 김기봉 (kgb@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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