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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 in Art] 예술과 과학의 융합 '키네틱아트'의 모든 것

2022년 05월 27일 오전 09:00
■ 박수경 / 아트플랫폼 누아트 디렉터

[앵커]
모빌처럼 스스로 움직이는 미술 작품을 '키네틱 아트'라고 부르는데요. 키네틱 아트 작가마다 작품의 움직임을 예술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공학과 물리학 같은 과학적 원리까지 동원한다고 하죠. 키네틱 아트에는 어떤 과학적 원리가 담겨 있는지 사이언스 in Art에서 자세하게 알아보겠습니다. 온라인 아트플랫폼 누아트의 박수경 디렉터와 함께 합니다. 어서 오십시오.

오늘은 움직이는 미술인 '키네틱 아트'의 탄생 스토리에 대해 알아보려고 하는데요. 우선 키네틱 아트를 모르시는 분들도 있으신데, 이게 어떤 작품인지 아주 간단하게 소개 부탁합니다.

[인터뷰]
네, 키네틱 아트의 키네틱(kinetic)은 영어로 '움직이는'이라는 뜻인데요. 그래서 글자 그래도 뭔가 움직이는 요소가 포함됐거나 작품 자체가 움직이는 미술을 말합니다. 우리가 거의 태어나자마자부터 보게 되는 물건 '모빌'도 키네틱 아트의 일종입니다.

[앵커]
그렇군요. 오늘 말씀해주실 작가 알렉산더 칼더가 바로 이 모빌을 처음 만든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칼더가 어떤 인물이고, 또 어떤 계기로 모빌을 만들게 됐나요?

[인터뷰]
네, 우리가 흔히 만나는 그 모빌을 만든 게 바로 알렉산더 칼더입니다. 알렉산더 칼더는 원래 기계공학을 전공했던, 흔히 말하는 공대생 출신인데요. 화가인 어머니와 조각가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났는데요. 어릴 때부터 직접 도구나 장난감을 만들었을 정도로 손재주가 좋았다고 하고요. 졸업한 이후에 여러 가지 일을 해보다가 뉴욕의 미술 학교에 입학해 본격적으로 공부를 시작합니다. 주로 파리에 머물면서 작업했는데요.

특히 1927년에 작은 서커스단을 만들어서 공연하거든요. 그런데 이 서커스단이 사람으로 꾸려진 게 아니라 철사나 나무 조각, 종이, 가죽 같은 재료들로 서커스단원과 동물들을 만든 겁니다. 기계 장치로 움직이는 이 독특한 공연이 입소문을 타서, 사람들이 마룻바닥에 앉아 관람했다고 하는데요, 관객 중에는 잘 알려진 건축가 르코르뷔지에나 화가 몬드리안도 있었다고 합니다.

당시 칼더가 했던 서커스 공연에 화가 몬드리안도 보러 왔었다고 말씀드렸는데요. 훗날 알렉산더 칼더는 몬드리안의 작업실에 방문하게 되는데, 마주한 작품들에서 어떤 영감을 받았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것들을 움직이는 조각으로 만들게 됩니다. 처음에는 기계공학과 전공답게, 모터로 움직이는 조각을 만들다가 후에 바람이나 빛 같은 주변 환경을 이용해 움직이도록 만든 건데요. 조각을 움직이게 함으로써 고정관념을 깨버렸다고 하네요.

[앵커]
그렇군요, 보니깐 공대생이 미술 세계의 새로운 장르를 개척했다는 거군요, 그런데 움직이는 작품을 모빌이라고 부르잖아요, 여기에는 어떤 뜻이 담겨있는지 궁금합니다.

[인터뷰]
모빌이라는 단어는 '움직이는' 이라는 프랑스어인데요. 앞서 잠깐 언급했던 마르셀 뒤샹이라는 작가가 알렉산더 칼더의 작품에 '모빌'이라는 이름을 지어주면서 사용되기 시작했습니다. 마르셀 뒤샹은 아마 '변기'를 활용해서 작품으로 만든 프랑스 화가라고 하면 아실 겁니다. 고슴도치 혹은 벽걸이 작품으로도 알려졌는데요. 이 뒤샹이 모빌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는데, 알렉산더 칼더는 모터를 통한 반복적인 움직임보다는 바람이나 공기의 흐름 같은 자연현상으로 인한 불규칙하고 우연적인 연출을 선호했다고 합니다.

칼더는 후에 공공장소에 모빌이 아닌 움직이지 않는 굉장히 거대한 조각들도 만들거든요. 이 움직이지 않는 조각을 '모빌'과 대비되는 단어인 '스태빌'이라고 불렀습니다. 그렇게 칼더의 작품들로 인해서 '움직이는 조각'과 '움직이지 않는 조각'의 명칭이 각각 생겼다고 하고요.

[앵커]
또 그런데 모빌이 자연적으로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기 위해 정말 다양한 연구를 했다고 하는데, 어떤 실험을 했을까요?

[인터뷰]
칼더가 초기에 만들었던 모빌은 모터와 크랭크를 활용했는데요, 이 과정에서 모빌이 매번 같은 움직임을 보이는 게 만족스럽지 않았다고 합니다. 이후에는 모빌을 천장에 매달아서 자연스럽게 움직이는 것을 선호했는데요, 시간이 지나면서 이 방식에 노련함이 생깁니다. 칼더가 만든 모빌을 보면 크기가 다른 조각들이 달려있기도 하고 어떻게 보면 언발란스 하기도 한데, 그 안에서 균형을 굉장히 잘 이루고 있거든요. 칼더는 다양한 실험을 통해서 어려운 구조의 모빌도 무게 중심을 두고, 또 평형을 잘 이루도록 만들었습니다.

그러다가 더 복잡해진 형태와 모빌에 매달린 조각 즉 화판들의 움직임을 예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만들거든요. 이 화판의 크기나 무게, 밀도, 벡터양 같은 요소들을 아주 다양한 변수로 조합해서 공학적으로도 클 가능성을 보여줍니다.

[앵커]
언뜻 보면 간단해 보이는데 굉장히 창의적이 연구와 아이디어가 이루어졌다는 걸 알 수 있는데요, 앞서 잠깐 이야기했었지만, 최초의 키네틱 아트는 마르셀 뒤샹의 작품이라고 하는데 이 부분도 설명해주시죠.

[인터뷰]
네, 최초의 키네틱 아트로는 아까 잠깐 이야기했던 마르셀 뒤샹의 자전거 바퀴가 있습니다. 이 작품은 등받이가 없는 하얀 의자에 자전거 바퀴가 붙어있는 어떻게 보면 단순한 작품인데요, 당시에 '조각도 움직일 수 있다'는 아이디어를 보여준 작품입니다. 이 뒤샹을 시작으로 키네틱 아트 대표 작가로는 오늘 다룬 알렉산더 칼더를 꼽을 수 있습니다.

[앵커]
그러면 키네틱 아트, 즉 모빌이 미술적으로 어떤 의미는 가졌는지 궁금합니다.

[인터뷰]
네, 기존 멈춰져 있던 조각이나 평면 작품 위주로 국한된 미술계에 새로운 시도였고요. 정적인 작품에서 벗어나 움직임과 3차원적인 입체성이 더해지고 또 4차원적인 시간의 개념까지 결합 돼서 단순히 정지되어있던 오브제에서 벗어나 끊임없이 변화하는 확장성까지 주었기 때문에 미술사적으로는 큰 의미가 있다고 볼 수 있고요. 전통적인 개념을 벗어나는 시도였다고 봅니다.

또 이런 전위적인 시도들로 인해서 지금은 쉽게 접할 수 있는 방식이지만 예를 들면 물이나 안개, 불, 연기 같은 소재를 이용해서 작업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준 셈이기도 하거든요. 또 비디오 아트나 다양한 첨단 기술을 활용한 작품들도 생겨날 수 있게 된 발판이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앵커]
기존에 움직이지 않던 그런 예술 작품들에 비해서 이런 움직이는 작품들이 특별한 감동을 줄 수 있을까요?

[인터뷰]
알렉산더 칼더는 자신이 만든 모빌이 모터에 의한 반복되는 움직임이 아니라 자연환경에 의해서 우연으로 또 불규칙적으로 움직여지는 것을 선호했기 때문에 보는 이로 하여금 예측할 수 없는 점이 흥미로운 부분이고요. 또 공간의 관점에서 봤을 때, 한 곳에 정적으로 존재하기보다는 움직임으로 인한 확장성 때문에 마치 작품과 상호 작용하는 것 같은 느낌을 주기도 합니다.

[앵커]
네 움직이는 3차원의 작품은 다각도에서 감상할 수 있으니깐 상호작용한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을 것 같은데요, 또 다른 키네틱 아티스트도 좀 더 소개해주시죠.

[인터뷰]
네, 최근 작가 중에는 방금 말씀드린 테오 얀센이 있습니다. 국내에서 전시하기도 했고, B모 유명 해외 자동차 브랜드의 광고에 작품이 나오기도 했는데요, 이 테오 얀센은 또 물리학을 전공했습니다. 주로 '기계생명체'를 주제로 작업하는데요, 수백만 년 동안 진화해온 곤충의 모습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합니다. 얀센의 '해변동물' 작품들은요, 전기 동력을 이용하지 않고 바람이나 물 같은 자연적인 힘으로 스스로 움직이기 때문에 '기계생명체' '라고 부릅니다. 재밌는 부분은 이 작품들을 재료나 동작 원리에 따라서 시기별로 글루톤기나 코르다기 같은 마치 우리가 연대기를 나누듯이 분류하거든요. 작품이 과학적, 그리고 물리적, 생물적으로 진화함에 따라 단계를 나눈겁니다. 굉장히 흥미롭죠.

또 국내 작가 중에는 최우람 작가를 소개하고 싶은데요, 이미 세계적으로도 유명한 키네틱 아티스트이기도 합니다. 이 최우람 작가도 테오 얀센처럼 주로 기계 생물을 만드는데요, 금속이나 LED 같은 소재들을 사용해서 좀 미래적인 느낌을 주기도 합니다. 1990년대 초부터 지금까지 아주 정교한 설계를 바탕으로 기계생명체를 작업해왔는데요, 작품을 통해서 기술 발전에 투영된 인간들의 욕망을 다루고요, 인간 실존이나 공생에 대해서 질문을 던집니다. 또 이번에 국립현대미술관에서 MMCA 현대차 시리즈 작가로 최우람 작가를 선정해서, 다가오는 9월에 전시를 앞두고 있다고 합니다.

[앵커]
오늘 새로운 예술의 창을 여는 키네틱 아트에 대해 들어 봤는데, 듣다 보니깐 추가로 궁금한 게 생겼거든요, 기술이 발전하면서 새로운 장르가 열린다는 생각이 드는데 지금 주목받고 있는 새로운 미술양식이라든지 앞으로 새롭게 등장할 만한 형식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인터뷰]
지금 융합예술이 굉장히 주목을 받고 있기도 하고 지금 이 프로그램의 취지도 그렇지만 과학과 미술을 결합해서 새로운 주제로 작품을 많이 만들고 있습니다.

[앵커]
또 추가로 드릴 질문이 키네틱아트는 사실 감상자한테 처음 만들어졌을 때 낯선 장르였을 텐데 감상자들이 어떤 반응이었나요?

[인터뷰]
사실 모든 시도가 그렇지만 처음에는 굉장히 낯설었겠는데요, 사실 앞으로 계속 발전이 되려면 모든 분야가 그렇겠지만 이런 시도들이 필요하고 추후에는 이런 시도들을 이어받아서 키네틱아티스트들이 열심히 활동해주기 때문에 굉장히 유의미한 장르였다고 볼 수 있습니다.

[앵커]
예술과 과학의 만남 키네틱아트를 만나봤는데요, 새로운 시도로 새로운 창을 열어주는 장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전시회도 한번 다녀오면 좋겠네요. 사이언스 인아트 뉴아트 박수경 디렉터와 함께했습니다. 고맙습니다.

YTN 사이언스 김기봉 (kgb@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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