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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 in Art] 실험 정신 통해 진화하는 예술가…데이비드 호크니

2022년 07월 01일 오전 09:00
■ 박수경 / 아트플랫폼 누아트 디렉터

[앵커]
현대 미술의 거장, 데이비드 호크니는 전통성과 현대성을 아우르는 예술적 시도로 세상과 소통하는 예술가인데요. 여든 살이 넘은 나이에도 끊임없는 예술 실험을 하는 데이비드 호크니와 그의 작품 세계를 오늘 '사이언스 in Art'에서 조명해보겠습니다. 온라인 아트플랫폼 누아트 박수경 디렉터와 함께 합니다. 어서 오세요.

국내에서도 아주 유명한 작가죠. 먼저 데이비드 호크니에 대한 간단한 소개 부탁합니다.

[인터뷰]
네, 1937년, 영국 브래드퍼드에서 태어났는데요. 데이비드 호크니는 올해로 85세를 맞이한 세계적인 작가입니다. 대중적이면서도 굉장히 세계적으로 영향력 있는 작가 중 한 명인데요. 1960년대에 다수의 인물 초상화와 정물, 수영장 등을 주로 그리면서 인지도를 쌓기 시작합니다. 런던 왕립 예술학교에서 공부한 호크니는 영국 팝 아트의 중심에서 크게 이바지했는데요. 단순히 회화뿐만 아니라 사진, 판화, 삽화, 무대 디자이너 등 장르를 넘나들며 굉장히 활발하게 작업했습니다.

호크니는 특히 60여 년이 넘는 긴 시간 동안 작업 방식이나 매체에 한정되지 않고 무척 다양한 시도를 해왔는데요. 계속해서 새로운 기술이나 디지털 매체들을 이용한 작업을 시도하고 또 잘 활용하면서 대중에게 폭넓은 예술 세계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또, 한국에서는 특히 2019년 서울시립미술관과 테이트의 공동 기획으로 대규모 개인전을 진행하기도 했었는데요, 당시 굉장한 이슈로 30만 명이 넘는 관람객이 다녀가기도 했을 정도로 국내에서도 높은 인지도를 자랑하는 작가입니다.

[앵커]
저도 그 전시회 갔던 기억이 납니다. 데이비드 호크니는 현존하는 화가 중에 가장 유명한 작가로도 꼽히던데요. 가장 높은 낙찰가를 기록했던 작품도 궁금해요.

[인터뷰]
네, 아무래도 원화를 기준으로 대표적인 작품 거래 이력을 보면요. '예술가의 초상'이라는 작품이 있습니다. 이 작품이 2018년에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 그 당시 현존 작가의 작품 중 최고가인 약 9,031만 2,500달러로 한화 약 1,020억 원 정도에 낙찰됐고요. 크리스티 경매사 쪽에서 904억 원 정도에 낙찰될 거라고 예상을 했었는데, 그 금액을 훨씬 넘은 굉장히 높은 금액으로 낙찰됐습니다.

호크니는 수영장을 소재로 한 그림을 자주 그렸는데요. 이 작품도 야외 수영장을 배경으로 물속에서 수영을 하고 있는 남성과 물 밖에서 그를 바라보는 또 다른 남성의 모습이 담겨있고요. 수영장하고 있는 남성은 호크니의 애인이기도 했던 피터 슐래진저인 것으로 추정합니다. 특히 이 작품은, 1971년에 처음 그려지다가, 5년 동안 함께한 슐래진저와 이별을 하면서 작업하던 캔버스를 폐기하게 되는데요. 이듬해 4월에 다시 작업을 시작해서 한 달 정도 후에 최종적으로 완성된 작품이라고 합니다.

[앵커]
데이비드 호크니는 동성애를 주제로 한 작품도 많이 그렸다고 하는데요. 그리고 초상화 작품도 많이 그린 것으로 알고 있는데, 작품별 특징도 짚어주시죠.

[인터뷰]
네, 호크니는 주로 정물이나 풍경화, 인물 초상화들을 작품 주제로 많이 다뤘는데요. 초상화 같은 경우는 주로 1960년대 말부터 자신의 주변 인물들을 모델로 해서 그렸습니다. 친구나 연인, 가족, 작품을 도와주는 조수들을 모델로 삼기도 했는데요. 호크니는 동성애자이기도 했기 때문에 한때 연인이자 발레리노였던 웨인 슬립이나 미국의 화가인 피터 슐래진저, 또 큐레이터이자 오랜 친구였던 그레고리 에반스 같은 인물들이 초상화에 자주 등장했고요.

또 호크니의 초상화 중에서 굉장히 유명한 작품인 '클라크 부부와 퍼시'라는 작품도 호크니의 지인들입니다. 데이비드 호크니는 이런 2인 초상화도 많이 다뤘는데요, 굉장히 흥미로운 점은 호크니가 그린 2인 초상화를 보면 단순하게 인물을 묘사하는 것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그 두 인물 사이의 관계나 분위기도 어느 정도 가늠할 수 있게 눈에 보이지 않은 부분까지도 작품 속에 녹여냈습니다. 하지만 호크니는 초상화보다도 자기 자신을 더 많이 그렸다고 알려졌는데요, 직접 그린 자화상만 약 300여 점이 넘는다고 합니다.

[앵커]
호크니는 디지털 매체나 새로운 기술을 잘 활용한다고 말씀을 해주셨는데. 태블릿 PC로도 그림을 그린다고요? 그 작품들도 궁금합니다.

[인터뷰]
네, 데이비드 호크니는 2010년부터 아이패드를 활용해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는데요, 초기에는 단순히 지인들에게 선물용으로 전송하는 목적으로 그렸다가, 그렇게 지속해서 작업을 해오면서 전시도 열게 됩니다. 특히 최근에 호크니의 아이패드 작품들만 모아서 했던 전시가 있는데요. 작년 5월, 런던 왕립 아카데미에서 진행됐던 호크니의 개인전에서 아이패드로 그린 작품 116점을 소개했습니다. 주로 풍경화를 소재로 작업하는데요. 이 전시에서는 프랑스 노르망디에서 생활하면서 본 자연 풍경을 아이패드로 작업한 겁니다. 노르망디의 자택 창가에서 마주했던 사계절이나 일출, 일몰의 순간을 포착해 아이패드에 담기도 했고요. 또 캄캄한 밤이나 해질녘 노을, 우거진 나무 같은 주변의 자연환경을 주로 작품에 기록했습니다.

여든이 넘은 노장의 작가가 아이패드로 작업한다는 부분이 굉장히 놀랍게 들리긴 하지만요, 사실 호크니는 일찍부터 꾸준히 시대의 발전에 따라 생겨나는 새로운 기기들을 잘 활용해서 작업을 해왔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굉장히 당연한 수순일 수도 있겠습니다. 이전에도 호크니는 기존의 작업 방식만 고수한 게 아니라 항상 새로운 매체나 기술을 접하게 되면, 그것을 이용해서 이런저런 시도를 하면서 자신만의 작업 방식을 계속 만들어갔습니다. 사진 콜라주 외에도 복사기나 팩스를 이용해서 판화를 제작하기도 했고요. 컴퓨터를 이용해서 드로잉 작업을 하기도 했습니다. 호크니는 ‘시각적인 것은 뭐든지 흥미를 끈다’고 이야기하기도 했는데요. 정말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말이 생각날 만큼 새로운 시도에 겁이 없는 그런 작가입니다.

[앵커]
아마 애플 측에서는 너무나 고마워하는 작가가 아닐까 이런 생각이 드는데요. 아이패드로 그린 작품을 가지고 얼마 전에는 영상 미디어 전시회를 열었다고 하는데, 도심에 있는 대형 스크린을 통해 작품을 전시하면서 큰 관심을 받았죠?

[인터뷰]
네, 호크니는 작년 5월, 아이패드로 작업한 신작을 미디어 스크린을 통해 선보였는데요. 당시 굉장히 거대한 전광판에 이 작품을 영상 미디어로 송출해서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서울 그리고 런던, 뉴욕, 로스앤젤레스, 도쿄까지 총 5개 도시의 옥외 스크린에서 이 영상을 감상할 수 있었는데요. 이 작품은 해돋이를 주제로 한 약 2분 30초가량의 애니메이션 형식입니다. 프랑스 노르망디에 머물 당시에 아이패드로 작업했고요, 작품명은 '태양 혹은 죽음을 오랫동안 바라볼 수 없음을 기억하라' 입니다.
특히 해돋이를 묘사한 이유로는 대유행으로 인한 '대봉쇄'가 점차 해제되기 시작하면서, 다 함께 이겨내자는 희망과 협력에 대한 메시지를 담고 있는데요. 다가오는 봄날에 대한 고대하는 그런 마음이기도 했습니다. 전 세계가 코로나 19로 자국의 문을 걸어 잠그기도 했었는데, 이런 작업을 통해 응원의 메시지를 전하고자 했다고 하는데요. 작업 당시 호크니 또한 코로나 19로 봉쇄령이 내려지면서 노르망디에서 격리 중이었다고 합니다.

[앵커]
그런데 궁금한 게 디지털 기기로 그린 그림들은 어떻게 거래되나요? 캔버스로 그린 거랑은 다른 방식으로 될 거 같은데요?

[인터뷰]
네, 디지털 원본 파일이 있는 경우에는, 이 원본 파일 자체를 거래하기도 하는데요. 다만 데이비드 호크니의 아이패드 작품 같은 경우에 에디션 판화로 제작해서, 그 낱장의 작품을 소장하는 게 일반적입니다. 여기서 에디션 판화는, 원본 작품을 기준으로 예를 들면 100장, 200장씩 한정판으로 찍어내는 것을 이야기하고요. 호크니의 아이패드로 그린 에디션 판화도 국내 경매에 종종 출품되기도 합니다. 갤러리에서 직접 구입하거나, 경매를 통해서 낙찰받아서 소장하기도 합니다.

[앵커]
데이비드 호크니는 하나의 방식에만 국한되지 않고 굉장히 다양한 방식을 사용하는 작가로 유명한데, 한때는 사진 콜라주에도 큰 흥미를 가졌다고요?

[인터뷰]
네, 데이비드 호크니는 1980년대 초에 사진을 이용한 콜라주 작업을 시작했는데요. 인화한 사진들을 이용하는 작업이고요. 이 사진 이미지의 조각들을 원하는 위치로 배열해서, 하나의 큰 이미지를 만드는 방식입니다. 초기에 작업할 때는 폴라로이드로 인화했다고 하고요, 이후에는 35mm 필름을 현상소에서 컬러로 인화해 작업했다고 합니다.

다만, 사진이 렌즈라는 하나의 시선으로만 대상을 포착한다는 그런 부분 때문에 일종의 한계를 느꼈고요, 다시 회화에 집중했다고 합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 호크니는 "사진 속의 정지된 순간은 비현실적이다. 드로잉이나 페인팅에 있는 생생함이 사진에는 없다."라고 했다고 합니다.

[앵커]
85세 나이에도 창의적인 시도로 젊은 관중까지 사로잡는 데이비드 호크니의 예술 세계에 대해 오늘 자세히 알아봤는데요. 끝없이 도전하는 호크니의 삶이 또 하나의 예술이 아닐까 싶습니다. '사이언스 인 아트' 누아트 박수경 디렉터와 함께 했습니다. 고맙습니다.

YTN 사이언스 김기봉 (kgb@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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