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우리가 잠을 잘 때 꿈을 꾸는 이유와 원리는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해외 과학자들이 과학계 오랜 비밀을 밝혀줄 실마리를 거미에서 찾아내, 동물도 꿈을 꾼다는 가설에 한 걸음 성큼 더 다가섰습니다.
최소라 기자입니다.
[기자]
보송보송한 털로 덮인 몸통에 큼지막한 눈을 가진 '깡충거미'입니다.
먹이를 덮칠 때 깡충 뛴다고 해서 붙은 이름입니다.
과학자들이 특수 카메라를 이용해 한밤중 깡충거미가 자는 모습을 촬영했습니다.
몸을 움찔움찔하더니 다리를 제멋대로 씰룩거리고, 자세히 보니 눈 부위도 좌우로 움직입니다.
이런 움직임은 약 80초간 계속됐고, 15∼20분마다 규칙적으로 반복됐습니다.
과학자들은 이런 모습이 마치 사람이 잠을 자는 중에 몸을 뒤척이면서 꿈을 꾸는 '렘수면 상태'와 유사하다고 봤습니다.
[다니엘라 로슬러 / 독일 콘스탄츠대 진화·행동생태학자 : 깡충거미가 렘수면과 같은 상태를 보이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거미는 눈을 움직일 수는 없지만, 눈과 연결된 관은 움직일 수 있습니다. 이런 관이 꽤 빠르게 움직였습니다.]
거미는 물론 곤충류 전체에서도 꿈을 꾸는 듯한 모습이 관찰된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연구진은 이번에 관찰된 거미의 행동이 실제 렘수면 상태라는 것을 입증하려면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렘수면과 유사한 상태가 생물의 종류와 상관없이 나타나는 건 이런 상태가 생물체에서 필수적인 기능을 담당하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제이미 미첼 / 런던 동물원 선임연구원 : 짝짓기하고 싶은 깡충거미에 대한 꿈을 꿀 수도 있고, 먹이에 대한 꿈을 꿀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연구진은 깡충거미가 단순한 구조인 데다 어릴 때 몸이 투명해 포유류 등 일반적인 생물보다 실험 결과를 관찰하기 수월하다고 말했습니다.
그런 만큼 아직 과학계의 미스터리로 남아있는, 꿈을 꾸는 이유와 원리가 깡충거미를 통해 풀리게 될지 기대됩니다.
YTN 사이언스 최소라입니다.
YTN 최소라 (csr73@ytn.co.kr)
[저작권자(c) YTN science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 데이터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