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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길 사람 속은] 비슷하지만 차이가 있는 '시기'와 '질투'

2022년 11월 22일 오전 09:00
■ 임지숙 / 명지대학교 교육대학원 교수(상담심리학자)

[앵커]
남을 부러워하는 감정, 또는 그 감정이 너무 심해져 격렬한 증오나 적대감까지 느껴보신 적 있으신가요? 보통 이러한 감정을 '시기' 또는 '질투' 라고 부르는데, 이 시기와 질투는 비슷하지만 약간의 차이가 있다고 합니다. 오늘 <한 길 사람 속은>에서는 시기와 질투에 대해서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임지숙 명지대학교 교육대학원 교수와 함께합니다. 어서 오세요.

[임지숙 / 명지대학교 교육대학원 교수]
안녕하세요.

[앵커]
우리가 살다 보면 누군가를 시기하기도 하고 또 내가 질투를 받기도 하는데요. 참 힘든 감정인데, 그런데 이 시기와 질투를 혼동해서 쓰지만, 사실은 다른 개념이라면서요?

[임지숙 / 명지대학교 교육대학원 교수]]
보통 '시기 질투'라는 말을 하나의 단어처럼 붙여서 사용하기도 하지만 시기와 질투는 그 결이 조금 다릅니다. 고대 철학자인 아리스토텔레스는 질투란 '나 자신'에 초점을 맞춰 '이웃이 지닌 것을 자신이 소유하지 못해 슬퍼하는 것'이라고 정의했습니다. 이와 비교해 시기란 '타인'에게 초점을 맞춰서 '자기가 갖지 못한 좋은 것을 이웃이 가진 것을 슬퍼하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무언가 질투하는 마음이 생기면 내가 그것을 향해 노력할 수 있고 그것을 목표로 삼아 더 발전할 수도 있어서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는 여지가 있습니다. 그러나 시기심의 초점은 다른 사람에게 있어서 내가 조절할 수 없는 것으로 여겨지기 때문에 결국 주로 남을 깎아내리거나 스스로 좌절하는 방식으로 귀결되기가 쉽습니다. 타인의 성취에 질투를 느낀다면 나도 열심히 해서 성취해야겠다는 마음을, 시기심을 느낀다면 그 사람의 성취를 헐뜯거나 나를 못난 사람으로 몰아가는 방식을 취하게 된다는 거죠.

[앵커]
어떻게 보면 비슷한 감정이지만 방향성에서 차이가 있네요?

[임지숙 / 명지대학교 교육대학원 교수]
네. 시기와 질투 모두 '비교'를 전제로 하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그 양상은 사뭇 다르게 나타납니다. 시기심은 보통 양자 관계, 즉 두 사람 사이에서 발생하게 되고 내가 가지기 원하는 것을 상대방이 가졌다는 인식에서 발생했는데요.

인생의 생애 초기 관계 경험을 중요시한 대상관계 이론의 창시자인 멜라니 클라인은 시기심을 원시적이고 난폭한 성격을 띤 공격성이라고 설명합니다. 시기심의 특징적인 점은 대부분의 증오 감정이 나쁜 대상을 향하지만 시기심은 좋은 대상으로 향한다고 해요. 즉, 유아기 시절, 우리는 나를 돌봐주는 대상에게 돌봄을 받지만 동시에 모든 인간은 완벽할 수 없기에 그 돌봄이 온전히 충분하지 않다고 느끼는데요. 좋은 대상에게 부럽지만, 부정적인 감정을 느끼는 겁니다. 이것이 시기심의 시초인데요. 차라리 나빠서 미워하면 단순한 감정일 텐데 나를 돌봐주었을 때 그것이 완벽하지 않아서, 또 동시에 부러워서 생기게 되는 부정적인 감정이라 시기심은 복잡한 양상을 띠게 되고 열등감, 적개심, 분노, 악의, 불만, 갈망, 미움 등이 섞여 나타나게 됩니다.

[앵커]
말씀을 들어보니까 시기심으로 인해 자기 자신을 괴롭게 할 수도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드는데요.

혹시 부정적으로 작용하게 되는 사례 같은 게 있을까요?

[임지숙 / 명지대학교 교육대학원 교수]
중앙대학교 심리학과 김미정, 진민진, 현명호의 2016년도 연구에 의하면, 시기심을 느끼는 부정적인 비교 상황에서 개인은 '사후가정사고'를 경험할 가능성이 큽니다. 예를 들면, 나와 능력이 비슷한 동료가 먼저 승진을 하게 되었을 때, '나도 조금만 더 열심히 했더라면'이라고 동료의 승진 이후에 생각하기가 쉽다는 겁니다. 이러한 사후가정사고는 아쉬움, 실망, 좌절감과 같은 정서를 수반하며 자기 비난으로 이어지게 되고 결국 시기하는 마음은 우울로 연결되어 심리적 고통이 더 커지게 됩니다. 이러한 생각은 동료보다 내가 열등하다는 생각에 몰두하게 하고 나도 승진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보다는 상황이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에 빠지도록 하며 이러한 생각이 반복되면 결국 우울감이 유발되기 쉽습니다. 또 시기심은 상대방과 같은 상태로 수준을 맞추고 싶은 욕구가 크기 때문에 상대를 깎아내리게 되는 경우가 많고 이것이 심해지면 '샤덴 프로이데', 즉 타인의 고통에서 즐거움을 느끼게 되는 상태가 되기도 합니다.

[앵커]
시기심에 대해서 이야기 나눠봤는데요. 그렇다면 질투는 또 어떻게 다를까요?

[임지숙 / 명지대학교 교육대학원 교수]
시기와 달리 질투에는 보통 제삼자가 등장합니다. 앞서 말씀드렸던 멜라니 클라인은 시기심이 질투로 변화하려면, 경쟁자가 좋은 것을 가졌다는 것을 인정하고 그 대상을 충분히 부러워하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고 했습니다. 즉, 질투는 시기보다는 한 걸음 더 나아간 감정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Cohen–Charash의 2009년 연구에서도 질투의 정도가 높을수록 질투 대상과의 차이를 줄이고자 하기에 자기 향상을 추구하는 행동이 많이 나타난다는 결과를 얻었습니다. 질투 역시 부정적인 정서와 역기능을 가지기도 하지만 타인과 비교하면서 나도 비슷한 수준에 도달하고 싶다는 동기를 가지게 되고 이것을 행동적으로 실천하게 하는 긍정적 측면의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앵커]
그러니까 질투는 시기와는 다르게 어떤 발전에 대한 열망으로 이어지는 긍정적 측면이 있다라는 말씀인데요. 그렇다면 질투는 많이 해도 괜찮은 건가요?

[임지숙 / 명지대학교 교육대학원 교수]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긍정적으로 나를 발전시키는 방향으로 활용한다면 괜찮은 감정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질투는 잘못하면 굉장히 어두운 그림자를 내보이는 감정인데요. 질투는 내가 친밀하게 여기는 대상을 제삼자에게 빼앗길지 모른다는 인식에서부터 발생하는 측면이 있고 그래서 질투는 보통 연인 사이에서 나타나기 쉬운 감정으로 설명하곤 합니다. 사랑에 대한 확신이 없을 때 경쟁 상대가 나타나서 마음에 대한 확신이 생기기도 하고 상대방에게 더 매력적으로 보이기 위해 노력한다면 질투가 긍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볼 수 있지만, 그 정도가 과해지면 흔히 우리가 의처증, 의부증이라고 부르는 부정망상의 형태로 발전하여 상대의 정절을 의심할 수 있고 이 상태가 되면 치료 또한 매우 어려워지게 됩니다.

[앵커]
긍정적인 측면도 있지만 과하면 문제가 될 수 있으니까 적절하게 활용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런데 질투나 시기가 성별에 따라 느끼는 차이가 있다고요?

[임지숙 / 명지대학교 교육대학원 교수]
네, 진화론적으로 남성의 경우는 자신의 자손 번식에 결정적 위협요소가 되는 성적 부정에 대해 질투를 더 많이 느끼고, 여성은 상대 남성이 자신과 자녀에게 정서적, 물질적 지원을 제공하는 것에 위협이 될 수 있는 정서적 부정에 질투를 더 많이 경험한다고 설명하기도 합니다. 이러한 성차는 우리나라뿐 아니라 미국, 네덜란드, 독일, 일본 등에서도 같은 결과를 보여줬습니다. 신경생물학적 연구에서도 같은 결과를 보여주는데요. 미국 캘리포니아대 심리학과 캐런 베일(Karen Bales) 교수는 일부일처제를 유지하는 티티원숭이를 대상으로 짝을 이룬 암컷이 낯선 수컷과 교류하는 것을 보면 인간의 사회적 고통과 관련된 대뇌피질 부위가 활성화되었고 스트레스 호르몬으로 알려진 코르티솔 수치가 높아짐을 발견했습니다.

[앵커]
성별에 따른 차이에 대해서 설명해주셨는데, 또 다른 차이가 되는 어떤 기준이 있을까요?

[임지숙 / 명지대학교 교육대학원 교수]
진화론적 관점으로 본다면 질투와 관련된 감정은 생득적인 부분이기 때문에 문화나 연령, 학력 등은 중요하지 않을 수도 있어요. 그렇지만 인간은 환경의 영향을 받는 사회문화적 존재이고 결국 시기나 질투는 상향비교의 산물이기 때문에 드물기는 하지만 국가 간 차이를 보여주는 결과도 있습니다. 한, 중, 일 3개국의 마음지도를 비교한 2011년 연구에 따르면요. 거기서 한국인은 시기·질투 지수가 5점 만점에 3.7점으로 3.49점의 중국인, 3.09점의 일본인보다 훨씬 높게 나타났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사교육과 입시 준비로 인해 경쟁에 내몰리며 비교를 하게 되고 너무 발단된 SNS를 통해서도 항상 남과 비교하는 것에 익숙해지면서 이러한 경향이 두드러지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는 연구가 있습니다.

[앵커]
오늘 질투와 시기에 대해서 알아봤는데, '질투는 나의 힘'이라는 제목의 영화도 있는데, 정말로 힘이 되는 거라는 것을 알 수 있었던 시간이었습니다. 건강한 방법으로 질투를 열정으로 승화시킬 수 있어야겠습니다. <한 길 사람 속은> 명지대학교 교육대학원 임지숙 교수와 함께했습니다. 고맙습니다.

YTN 사이언스 김기봉 (kgb@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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