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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댓글'을 보는 심리적인 이유는?

2018년 05월 16일 오후 3:26
■ 이동귀 / 연세대학교 심리학과 교수

[앵커]

인터넷 기사나 온라인상에 있는 다양한 콘텐츠를 볼 때면 댓글을 꼭 확인하는 분이 많죠.

최근 댓글 조작 사건에서도 알 수 있듯이 댓글이 여론 형성에 미치는 힘 또한 굉장히 큰데요.

그렇다면 우리는 왜 댓글을 보며, 또 댓글에 얼마나 많은 영향을 받고 있는 걸까요?

연세대학교 심리학과 이동귀 교수와 함께 자세한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저만해도 온라인 기사 같은 거 보면 댓글을 꼭 확인하거나 하는데, 댓글이 많이 붙은 기사 같은 경우에는 조금 더 유심히 보는 편이고요. 교수님은 어떠세요?

[인터뷰]
저는 댓글이 많은가는 중요하지 않고요. 기사가 저에게 흥미로운 기사면 댓글을 확인하는 것 같아요.

[앵커]
그런데 우리가 다른 사람의 댓글을 본다는 건 결국, 같은 기사를 본 다른 사람들의 반응을 살펴보는 거잖아요. 우리는 왜 이렇게 타인의 의견에 신경 쓰는 건가요?

[인터뷰]
글쎄요, 몇 가지 정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첫 번째는 어떤 현상을 볼 때 현상 자체가 분명하지 않게 느껴지면 다른 사람은 어떻게 생각하나-이렇게 비교하는, 참조하는 준거 틀이 필요한 것 같아요.

그래서 이걸 참조틀, 참조준거라고 이야기하는데요. 자신의 의견이 분명치 않을 경우 다른 사람의 의견에 훨씬 더 많이 신경 쓰게 됩니다.

또 하나는 동시대 사람들과 소통한다는 느낌, 유대감을 느끼려고 하는 욕구를 반영하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자신의 의견과 다른 사람의 의견이 같은지, 다른지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게 되는 거고요.

특히 직접적인 대면 관계보다는 간접적인 SNS를 선호하는 젊은 세대들이 선호하는 방식인 것 같아요.

[앵커]
앞서서도 제가 말씀드렸지만, 댓글이 많은 뉴스일수록 많은 관심이 있는, 핫이슈 뉴스다, 이렇게 말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런 것들이 반영되는 거겠죠?

[인터뷰]
그렇죠, 아무래도 댓글이 많게 되면 이걸 '미니 맥스 전략'이라고 하는데, 미니와 맥스, 이게 무슨 뜻이냐면 민심이나 대세를 이루는 의견에 대해서 최소의 비용으로 최대의 효과를 얻으려고 하는 성향을 말하는데요.

아무래도 공감 댓글이니 베스트 댓글이니 이런 것에 대해 관심을 더 많이 가지는 것 같아요.

[앵커]
이번 댓글 조작 사건을 보면, 특정 댓글을 여러 기사에 무수히 많이 작성했다는 것도 논란이 됐지만, 댓글에 달린 추천 수 조작도 문제가 됐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댓글을 보면서 추천을 많이 받은 것들에 영향을 받긴 하나 봐요.

[인터뷰]
상당히 영향을 받죠. 추천을 많이 받았다는 건 신뢰도나 선호도 측면에서 선별되었다는 느낌을 줄 수 있거든요.

특히 유행에 동조함으로써 타인과의 관계에서 나도 뒤떨어지거나 소외되지 않으려고 하는 욕구들이 있습니다. 이런 효과를 '밴드왜건 효과'라고 합니다.

밴드왜건이라는 게 원래 곡예단이라든지 퍼레이드의 맨 앞에서 사람들에게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거거든요. 악대차 같은 건데요, 그러니까 사람들이 바쁘다 보니까 사람들이 추천한 걸 보면서 신뢰도가 높다고 생각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앵커]
그런데 사실 근거가 없는 댓글이 얼마나 영향을 미칠까-이런 생각도 하게 돼요. 그러니까 댓글로 여론조작을 한다는 게 말처럼 쉬운 건가 생각되는데, 관련한 실험이나 연구가 있나요?

[인터뷰]
재밌는 실험이 있는데요, 충남대 심리학과 전우영 교수팀이 한 연구인데요.

'인터넷 댓글이 정치인에 대한 판단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제목으로 실험했습니다. 실험 참가자 177명을 대상으로 이런 걸 한 거예요.

'국회의원 000'이라는 정보를 제공합니다, 물론 익명으로요, 실제 있는 분이지만요.

그런 다음에 이분에 대해서 타당성이 높은 댓글과 타당성이 거의 없는, 근거 없는 댓글을 긍정적인 댓글과 부정적인 댓글로 나눠서 제시했어요. 어떻게 됐을 것 같습니까?

[앵커]
댓글 성향에 따라서 필터링이 자체적으로 되지 않았을까, 생각 드는데요?

[인터뷰]
지금 중요한 관점은 타당성 있는 댓글에 대해서 사람들이 그걸 알아차리고 반응하는가에 대한 거거든요.

[앵커]
알아차리지 않았을까요?

[인터뷰]
생각보다 그렇지 않습니다. 결과를 보면 놀랍게도 댓글 내용의 타당성과는 전혀 무관하게 댓글 자체가 긍정적인 게 많으면 긍정적으로 판단하고요. 부정적인 댓글이 많으면 부정적으로 판단하는 거예요. 그러니까 타당성과는 상관이 없어요.

이런 걸 보면 정치인들의 호감도라고 하는 것이 근거가 있든 없든 상관없이 (댓글이) 긍정적이면 호감도가 쭉쭉 올라가고, 부정적이면 호감도가 훅 떨어지는 효과를 보입니다.

따라서 이런 걸 본다면 댓글이 충분히 조작될 수 있고, 그게 여론을 형성할 수 있잖아요. 그러니까 댓글 조작 사건 같은 것들은 재발이 없도록 주의해야 할 것 같습니다.

[앵커]
그러니까 사실과 거리가 먼 댓글도 사람들의 의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말씀이네요.

[인터뷰]
그렇습니다.

[앵커]
그럼 더더욱 악플러라고 하죠. 무작정 비난하는 댓글 쓰는 사람들, 그런 것들을 지양해야 하지 않을까 싶은데, 이런 프로 악플러들은 왜 그런 걸까요?

[인터뷰]
두 분은 특별히 악플 많이 받지는 않으시죠?

[앵커]
저희는 뭐…. 조심해야죠.

[인터뷰]
악플러들도 기본적으로는 다른 사람에게 관심을 받고 싶어 하는 욕구가 강한 것 같아요. 이들 같은 경우, 악플러들은 익명성에 뒤안길에서, 익명성이 보장된다는 느낌이 주어지잖아요. 그러면 훨씬 더 공격적인 악플을 쓰게 되고요.

자기가 뭔가 다른 사람에게 영향을 끼치는 것을 하게 된다면 쾌감을 느끼는 사람이 있습니다. 이런 현상을 '온라인 탈억제 효과', 온라인에 들어가서 익명성이 보장되면 억제가 풀리는 거죠.

그런데 이런 분들은 타인의 고통이나 타인의 입장에 대한 공감이나 책임감 같은 것들이 결여된 것일 수 있고요. 자존감이 낮은데, 악플을 쓰면서 힘을 느껴서 일종의 낮은 자존감을 과잉 보상받으려고 하는 특성이 있다고 합니다.

[앵커]
보통 '키보드 워리어'라는 표현도 많이 쓰는데, 왜 평상시에는 온순했던 분들이 키보드 워리어로 반응하는 심리적인 요인도 있을 것 같아요. 사회적인 불만 때문일까요?

[인터뷰]
글쎄요, 이걸 쓰다 보면 아까 말씀드린 거처럼 익명성이 보장되면 훨씬 더 자신이 보복받을 가능성이 작아지지 않습니까?

그러면 자신의 의견을 평소보다 더 강하게 쓰게 되고요, 그래서 뭔가 공격적인 것들이 자꾸 쓰다 보면 강도가 올라갈 가능성이 있습니다.

[앵커]
그렇군요. 그러면 지금 우리가 악플도 다뤘고요, 댓글 추천에 흔들리는 마음도 다뤘는데, 우리가 댓글을 달면서, 보면서 자신만의 주관을 갖는 게 중요하겠죠?

[인터뷰]
지금 워낙 정보가 많다 보니까 주관을 가지기 쉽지 않은 건 사실인데요.

제가 제안 드릴 수 있는 건, 첫 번째로 어떤 분은 댓글을 자꾸 보거나 댓글을 먼저 본 다음에 기사를 나중에 보는 분도 있어요. 그 순서를 바꾸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먼저 댓글 보기 전에 기사 내용을 보고 자신의 의견을 생각해보고 타당한지 안 한 지 살펴보는 게 좋을 것 같고요.

두 번째는 다른 사람에 대해 악플을 많이 달거나 댓글의 도가 지나칠 경우에는 그 자체를 외면할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고, 또 하나는 (자신의 의견에 따라) 비추천을 누르는 것도 중요할 것 같습니다.

사회적인 측면에 따라 사실 제도 보완 같은 것도 필요할 것 같아요.

악플이라든지 이런 것들에 대한 처벌 규정 같은 거도 강화될 필요가 있겠습니다.

댓글 자체가 의견을 수렴하는 공론화의 장이잖아요. 순기능이 굉장히 많은 거거든요. 그런데 이런 댓글을 조작한다든지 이런 식으로 해서 흐리게 되는 건 정말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우리 모두가 감시를 잘 할 수 있어야 할 것 같고, 순기능이 더 강화되기를 바랍니다.

[앵커]
그런데 교수님께서 저희 걱정도 해주셨잖아요.

혹시 악플에 시달린 적이 있지 않나-그런데 만약에 악플에 시달릴 경우에 마인드 컨트롤도 중요하지 않겠습니까?

이럴 때는 어떻게 반응하는 게 좋을까요? 만약에 나에 대한 악플을 봤다면요?

[인터뷰]
제 생각에는 타인이 자기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는가에 대한 걸 통제할 수는 없잖아요.

그런 것도 그 사람의 의견일 수 있고요, 그러니까 그걸 너무 지나치게 받아들이기보다는 나를 좋아하는 사람도 있고, 싫어하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다는 것에 대해 조금의 여유를 가질 필요가 있고요.

혹시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면 그걸 계속 오래 보는 것보다는 가까운 사람과 이야기 나누면서 스트레스를 풀어가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앵커]
그렇군요, 정말 댓글 조작 문제도 큰 문제지만, 댓글, 악플 같은 것에 쉽사리 흔들리지 말아야겠다는 생각도 하게 됩니다.

지금까지 <생각연구소> 연세대학교 심리학과 이동귀 교수와 함께했습니다.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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