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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학개론] 잠 못 이루는 밤…'열대야' 집중탐구

2019년 08월 06일 오전 09:00
■ 반기성 / 케이웨더 예보센터장

[앵커]
장마가 끝나고 본격적인 더위가 찾아왔는데요. 낮에는 폭염으로, 밤에는 열대야 때문에 힘들어하시는 분들 많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오늘 <날씨학개론>에서는 '여름밤의 악동 열대야'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케이웨더 반기성 센터장님과 함께합니다. 안녕하세요?

'더위 먹은 소 달만 봐도 허덕인다'는 속담이 있는데요. 한낮이 너무 뜨겁다 보니 밤에 달만 봐도 놀란다는 말입니다. 밤에 허덕이는 게 소뿐만이 아닙니다. 우리도 잠을 못 자고 있어요. 그래서 오늘은 열대야에 대해 알아본다고요?

[인터뷰]
트로피컬 나이트, 즉 열대야라는 말은 트로피컬 데이에서 나왔습니다. 열대지방 낮 최고기온이 30℃ 이상인 한여름의 날씨를 '트로피컬 데이'라고 부르는데요. 전날 저녁 6시부터 이튿날 아침 9시까지 한 번도 끊어지지 않고 25℃ 이상이 되면 열대지방의 아침 기온과 비슷합니다. 그래서 '트로피컬 나이트'라는 말이 나오게 되었습니다. 기상청에서는 2009년부터 열대야 기준을 새롭게 재정립했습니다. 그전까지는 일 최저기온이 25℃ 이상인 날을 기준으로 했는데. 새로운 기준은 밤 최저기온이 25℃ 이상인 날을 열대야라고 합니다. 따라서 낮 기온이 섭씨 30℃ 이상이고, 밤의 최저기온이 섭씨 25℃ 이상인 날이 예상되면 주의보를 내립니다.

[앵커]
우리가 과학 시간에도 배웠지만, 여름철에 더운 이유가 태양의 고도가 높아져서 지면이 금방 뜨거워져서잖아요. 근데 해가 지는 밤부터 아침까지 왜 이렇게 더운 걸까요?

[인터뷰]
우리나라에서 열대야가 발생하는 경우는 북태평양고기압이 강하게 확장할 때입니다. 고온다습한 북태평양 고기압은 한낮에는 찜통더위를 가져오지요. 그런데 밤에는 높은 습도가 열복사에 의해 지표의 온도가 내려가는 현상인 복사냉각 효과를 감소시켜 밤에도 기온이 내려가지 않습니다. 고온다습한 무더위가 밤에도 그대로 남는 것인데요. 열대야가 발생하면 습윤한 열대 지역의 밤 기온과 비슷합니다. 너무 더워서 사람이 잠들기 어렵고 고통스럽기에 더위를 나타내는 지표로 사용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최근에는 초열대야 현상까지 우리나라에서 발생했습니다. 초열대야 현상은 밤 최저기온이 30도 이상인 것을 말하는데요.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온상승이 만들어낸 현상입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2013년 8월 7일 처음으로 발생했지요. 강원도 강릉시의 밤 최저기온이 30.9도를 기록한 겁니다. 이 기온으로 우리나라에서도 초열대야 현상이 발생한 것으로 기록되었는데요. 초열대야가 최악의 더위를 보였던 작년에는 몇 지역에서 발생했습니다. 참고로 초열대야는 지금까지 아열대나 열대 기후구에서만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왔습니다.

[앵커]
얼마전에 동남아시아 출신 외국인이 자국보다 한국이 더 덥다고 밝힌 인터뷰가 화제가 됐습니다. 말씀하신 밤 최저 기온이 30도를 넘는 초열대야 현상은 동남아시아 지역에서도 찾아보기 힘들다고 하는데요. 왜 나타나는 걸까요?

[인터뷰]
그렇죠. 작년에는 동남아보다 훨씬 더웠죠. 권원태 박사의 논문에 의하면 열대야 현상은 여름 장마가 끝나고 가을장마가 시작되기 전의 사이 기간에 주로 발생한다고 합니다. 7월 말에서부터 8월 중순이 이 기간이 되는데요. 열대야는 발생 빈도로 보면 저녁이 50%로 가장 많고 심야가 20%, 새벽이 7%로 저녁보다는 적습니다. 열대야가 발생하는 공간적인 특성을 살펴보면요, 저녁 열대야 현상은 주로 대도시 지역에서 발생하는데. 위도와 해발고도가 100m 이하로 낮고 인구밀도가 높은 곳입니다. 반면 심야 열대야 현상은 해양에 인접한 해안가 저지대에서 주로 발생합니다. 내륙의 해발고도 800m 이상의 고산지대에서는 저녁 열대야 현상이 발생하지 않고요. 해발고도 300m 이상인 경우 새벽 열대야 현상은 없습니다. 태백산맥의 푄 바람의 영향을 받는 동해안 도시들은 열대야가 많이 발생합니다. 푄 현상이란 산맥을 오르며 팽창했던 공기가 다시 산맥을 내려오며 압축돼 고온 건조한 바람이 부는 현상입니다. 1990년 이후에 도시화 또는 산업화가 진행된 저위도 대도시들로 열대야 발생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앵커]
최근 지구온난화로 인해 기온상승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잖아요. 그렇다면 우리나라에서도 열대야 일수, 어느 정도인가요?

[인터뷰]
많이 증가하고 있어요. 기상청 자료에 따르면 열대야가 가장 많이 발생했던 해가 바로 작년이었는데요. 작년에 17.7일이었고요. 94년의 기록과 같았습니다. 다음으로는 2013년 15.9일, 2010년 12.7일, 2017년 10.8일 순이었습니다. 특이한 것은 지금까지 5위안의 기록이 1994년을 제외하면 전부 2010년 이후에 발생한 겁니다. 즉 점점 열대야 발생일수가 증가하는 것은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볼 수 있습니다.

[앵커]
기후변화로 인해 한반도의 열대야 일수가 증가하고 있다고 말씀하셨는데요. 앞으로 열대야가 얼마나 증가할까요?

[인터뷰]
국립기상연구소의 미래예측에 의하면 열대야는 계속 증가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현재 한반도 열대야 일수는 평균 연간 5.1일인데요. 21세기 중반기에는 9일, 후반기에는 13.6일로 증가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현재 상태로 계속 탄소를 지금처럼 많이 배출한다면 열대야 일수는 급속하게 증가하면서 21세기 후반에는 37.2일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작년에도 너무 더워서 17일이었는데, 두 배 이상 늘어난다는 거죠. 엄청난 열대야가 발생한다는 것이죠. 남한만을 따로 떼어내서 예측해보면 한반도 열대야 일수 증가보다 더 많이 늘어납니다. 남한지역의 열대야 일수의 경우 21세기 후반기에는 52.1일로 한반도 전체보다 4배 정도 더 늘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 질문 6
[앵커]
앞으로 더 더워질 거라는 얘기인데요. 그렇다면 열대야가 주는 영향은 어떤 것인가요?

[인터뷰]
가장 먼저 열대야 증후군을 들 수 있습니다. 수면 부족 때문에 나타나는 피로감과 집중력 저하, 두통, 소화불량 등의 여러 가지 증세가 나타나는데요. 노약자나 장기질환자들에게 열대야는 큰 위험요소입니다. 체력이 급격히 저하되면서 건강에 치명적인 영향을 받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열대야가 가장 심한 영향을 주는 것은 수면입니다. 의학자들은 "기온이 높으면 잠자는 동안 체내 온도 조절 중추가 발동하면서 중추신경계가 흥분돼 몸을 자꾸 뒤척이게 되고 깊은 잠을 자지 못한다."고 말합니다. 열대야로 인해 숙면을 못 하면 정서적으로 불안해집니다. 불면의 밤이 계속되면 낮 졸림증이 나타나는데요. 열대야 불면증에서 나타나는 낮 졸림증은 일상적인 졸림증과 다릅니다. 회의 시간, 운전, 중요한 업무 처리 중에도 자기 의지와 상관없이 잠들 수 있거든요. 낮 졸림증의 가장 큰 문제는 사고 위험이 커진다는 겁니다. 운전사고 중 졸음운전 사고가 잦아지고, 대형 사고가 많은 것도 낮 졸림증 문제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앵커]
열대야로 인한 수면 장애는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초래할 수 있다는 얘기인데요. 근본적으로는 지구온난화 문제가 해결되어야겠지만, 당장 우리 앞에 닥친 열대야를 건강하게 보내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인터뷰]
의학자들은 섭씨 18~20도가 최적의 수면 온도라고 말합니다. 그러나 에어컨의 온도를 여기에 맞추면 추워서 잠잘 수가 없어요. 따라서 밤에는 25도 정도로 유지하는 것이 무난합니다. 다만 에어컨을 계속 가동하면 습도가 낮아져 감기에 걸리기 쉽거든요. 수분 방출이 많은 벤저민 고무나무 등의 화분을 갖다 놓으면 습기 조절에 도움이 됩니다. 초저녁에 30분 정도 가볍게 운동하는 것이 숙면에 도움이 되고요. 따뜻한 물줄기로 어깨와 목덜미 등을 자극하면 피로해소에 좋습니다. 또한, 아침에 일어나 목욕탕에 가서 냉탕과 온탕을 반복하는 '냉온욕'을 하는 것도 좋습니다.

[앵커]
저도 요즘 잠을 잘 못 자거든요. 지난달에는 문만 열어 놓고 자도 시원했는데 요즘은 밖에 공기가 너무 더워서 문 닫고 선풍기를 틀고 자고 있는데 오늘 말씀해 주신 걸 참고해서 해봐야겠네요.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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