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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몸 보고서] 갑상선암은 착한 암이다? "전이·변형되면 생존율 급격히 감소"

2021년 04월 19일 오전 09:00
■ 박정환 / 한양대병원 내분비대사내과 교수

[앵커]
갑상선암은 다른 암에 비해 진행 속도가 느리고 치료 예후도 좋아 '착한 암'이라고 불립니다. 그래도 다른 장기로 전이되거나 변형된다면 치명적일 수 있기 때문에 예의주시해야 하는데요.
오늘 내 몸 보고서에서는 '갑상선암'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한양대학교병원 '내분비 대사내과' 박정환 교수와 함께하겠습니다. 안녕하세요?

갑자기 목에 멍울이 만져진다면 암이 아닐까 덜컥 겁이 나겠죠. 그래서 병원을 찾는 분들이 많다고 하는데, 다행히 갑상선에 생기는 종양은 대부분 양성이라고 들었습니다. 갑상선에 생기는 종양은 어떤 게 있는지, 또 그게 양성이라면 어떤 치료를 하게 되는지 알려주시죠.

[인터뷰]
갑상선 종양은 양성종양과 악성종양으로 나누어지는데, 이중 악성종양이 갑상선암을 의미합니다. 갑상선 종양은 남자보다 여자에게, 또 나이가 많을수록 더 흔히 나타나는데요. 갑상선 종양의 대부분은 양성 종양이지만 약 5% 정도 암으로 나타납니다. 갑상선 양성 종양은 딱딱한 혹인 선종과 속이 비어있는 물혹이 있습니다. 양성 종양은 그대로 내버려 둬도 생명에 지장이 없기 때문에 일상생활에 불편함이 없다면 특별한 치료 없이 경과를 지켜봅니다. 하지만 혹 크기가 너무 커서 목을 눌러 숨쉬기가 불편하거나 음식을 삼키기 어렵거나 크기가 계속 커진다면 수술이나 고주파 경화술 같은 치료를 고려해볼 수 있습니다.

[앵커]
양성인 경우에는 너무 커지거나 불편하지 않다는 전제하에 경과를 지켜보면서 치료 방향을 결정할 수 있다는 것이군요. 그런데 갑상선 혹이 '악성'인 경우에도 예후가 좋아서 비교적 착한 암으로 불리기도 하잖아요. 그럼 다른 암과 비교해서 조금은 덜 두려워해도 되는 건가요?

[인터뷰]
갑상선 암이라고 해서 모두 같은 암은 아니라 발생 부위나 암세포의 분화에 따라 세분되는데요. 우리가 갑상선암을 예후가 좋아 착한 암이라고 불리는 이유는 분화 암인 갑상선 유두암과 여포암 때문입니다. 우리나라 갑상선암 환자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갑상선 유두암의 경우 20~50대 여성에서 흔히 발생하는데 치료 이후 경과가 매우 좋아서 적절한 치료를 받으면 5년 생존율이 99% 이상이 됩니다. 갑상선 유두암에 이어 두 번째로 흔한 갑상선 여포암은 전체 갑상선암의 2~3%를 차지하는데, 갑상선 여포암 중 90%는 다른 장기에 전이되지 않아 수술을 통해 치료할 수 있으며 예후가 좋습니다. 하지만 분화갑상선 암의 경우도 늦게 발견을 하면 예후가 좋지 않은데요. 폐나 뼈 등으로 진행된 4기에는 생존율이 40%까지 급감한다고 나타났습니다.

[앵커]
말씀하신 것처럼 모든 암이 그렇듯 조기 발견이 정말 중요하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그런데 조기에 발견해도 치료가 쉽지 않은 갑상선암이 있다고 들었어요.

[인터뷰]
네, 대표적인 것이 갑상선 미분화암입니다. 갑상선 미분화암은 착한 암으로 알려진 갑상선 유두암이나 여포암이 오래 방치될 경우 분화의 방향이 역전되어 발생합니다. 갑상선 미분화암은 전체 갑상선암의 1% 정도에 불과하지만 다른 갑상선암보다 성장 속도가 매우 빨라 진단과 동시에 다른 장기로 암세포가 퍼져있는 4기인 경우가 많아서 치료가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갑상선 미분화암은 평균 생존 기간이 몇 개월 단위로 짧을 정도로 예후가 매우 좋지 않습니다.

[앵커]
전체 갑상선암의 1% 정도인 미분화암은 결코 착한 암이 아니라는 거군요. 그런데 앞서 양성종양은 증상이 없으면 두고 볼 수 있다고 하셨는데, 암으로 판명된 경우에도 지켜보는 경우가 있다고 들었습니다. 이건 어떤 경우인가요?

[인터뷰]
갑상선암이 발견되었을 때 지켜보는 경우는 갑상선 유두암 중에서 크기가 1cm 미만이면서 갑상선 한쪽에만 있는 미세 암일 때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갑상선 미세 암이 위치가 안 좋다고 이야기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갑상선 미세 암이 갑상선 후면 신경 근처에 있거나 아니면 피막 근처에 있어서 주변으로 전이가 쉬운 위치거나 혹은 기관지 근처에 붙어있으면 수술이 필요합니다. 실제로 우리나라 갑상선 미세 암 환자 2천여 명을 분석한 연구 결과를 보면 외국의 연구 결과와 달리 갑상선 미세 암에서도 다른 장기로의 전이가 일부 관찰되기도 했습니다.

[앵커]
그러니까 갑상선 한쪽에만 있는 미세 암일 경우 추적 관찰을 해볼 수 있지만, 크기가 작다고 해도 위치가 좋지 않다면 수술하는 게 좋다는 것이군요. 그렇다면 수술은 보통 어떻게 진행되나요?

[인터뷰]
갑상선암의 종류와 크기, 환자의 상태에 따라 갑상선 전체를 제거하는 갑상선 전절제술을 시행하거나 갑상선의 한쪽만을 제거하는 갑상선 엽절제술을 시행합니다. 두 경우 모두 일반적으로 중심부 림프절 절제술을 같이 시행하며, 측경부 림프절 전이가 있으면 측경부 림프절 청소술을 같이 시행하게 됩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흔한 갑상선암인 갑상선 유두암의 경우 일반적으로 갑상선 전절제술을 시행하나 크기가 1cm 미만인 단일 갑상선암인 경우에는 갑상선 엽절제술을 시행할 수 있습니다.

여포성 종양의 경우 우선 종양이 있는 한쪽 갑상선만 절제하며, 수술 후 최종 병리조직검사에서 갑상선 여포암이 진단되면, 대부분의 경우에 남아 있는 갑상선을 제거하는 2차 수술을 시행합니다. 수술 방법에는 목에 수술 흔적이 남게 되는 경부 절개를 통한 갑상선 절제술이 있으며, 구강이나 겨드랑이와 유륜을 통한 내시경 수술이나 로봇수술이 있습니다. 내시경 수술이나 로봇수술의 경우 목에 흉터를 남기지 않아 미용적인 면에서 매우 좋습니다. 로봇수술의 경우 미용적인 면뿐만 아니라 갑상선암 수술 후 합병증을 줄일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수술 방법은 갑상선암의 종류와 크기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담당 의료진과 상의 후 결정하여야 합니다.

[앵커]
어떤 수술이 있는지 들어봤는데요. 수술 후에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서 추가로 시행하는 치료가 있다고 들었습니다.

[인터뷰]
갑상선 전체를 제거하는 전절제술을 시행한 환자의 경우 수술 후 갑상선 정상 조직이나 다른 장기로 미세하게 전이된 종양 조직을 파괴하기 위해 방사성 요오드 치료를 시행합니다. 하지만 갑상선의 한쪽만 제거하는 엽절제술을 시행한 환자에서는 방사성 요오드 치료를 시행하지 않습니다. 액체나 캡슐에 든 방사성동위원소를 먹으면 장에서 흡수된 다음 수술 후 남아 있는 정상 갑상선 세포나 갑상선암 세포 내로 섭취됩니다. 세포 내에 섭취된 방사성동위원소가 방사선을 방출해 주위 세포를 파괴하는데요. 방사성 요오드 치료의 여부 및 투여량은 암의 크기나 개수, 주위 조직으로 침범 여부, 주위 경부 림프절 전이 여부, 그리고 환자의 나이 등을 고려하여 결정합니다.

[앵커]
그러니까 재발 방지를 위해서 상황에 따라, 또는 환자에 따라 추가 치료가 필요하다는 말씀이십니다. 또 궁금한 것이 갑상선암 수술을 하면 갑상선 호르몬제를 먹는다고 알고 있는데요. 그런데 이 호르몬제를 한 번 먹기 시작하면 평생 먹어야 한다, 이런 이야기가 있는데요. 진짜 그런가요?

[인터뷰]
갑상선 전체를 잘라내어 갑상선이 없어지면 우리 몸에서 꼭 필요한 갑상선호르몬이 만들어지지 않으므로 갑상선 기능을 정상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평생 갑상선호르몬제를 복용해야 합니다. 또한, 수술 후 많은 양의 갑상선호르몬제를 투여하면 갑상선자극호르몬이 나오지 않아 갑상선 유두암과 여포암 세포의 성장을 하지 못하도록 해 갑상선암의 재발을 방지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갑상선의 반쪽만 절제했다면 나머지 반쪽이 본래 기능을 유지하기 때문에 일반적으로는 갑상선호르몬제을 복용할 필요는 없습니다. 하지만 수술 후 남아 있는 갑상선의 반쪽에 만성 염증이 생기는 하시모토 갑상선염이 발생하여 갑상선기능저하증이 발생한다면 갑상선호르몬제를 복용해야 할 수 있으며, 갑상선암의 재발 위험성이 있으면 방지하기 위해 갑상선호르몬제를 복용할 수도 있습니다.

[앵커]
갑상선을 얼마나 잘라내느냐에 따라 호르몬제 복용 여부도 달라진다고 정리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감상선암은 치료 후에 목소리 변화 같은 후유증이 나타나는 경우가 있다고 들었습니다. 그래서 수술을 주저하는 분들도 있는데, 이 후유증이 걱정할 만한 수준인가요?

[인터뷰]
갑상선 수술은 고도의 집중력과 섬세한 손놀림이 필요한 수술입니다. 하지만 현재는 갑상선 수술 합병증 발생률은 1% 정도로 보고되고 있습니다. 갑상선 수술 후 생길 수 있는 합병증에는 출혈과 혈종, 수술 상처 감염, 회귀 후두신경 손상, 부갑상선 기능 저하증 등이 있는데요. 이 중에서 가장 대표적인 합병증으로 쉰 목소리를 초래하는 회귀 후두신경 손상과 손발 저림, 팔다리 경련 같은 증상이 나타나는 부갑상선 기능 저하증이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두 가지 합병증 모두 영구적으로 문제가 되는 경우는 1% 미만으로 매우 드뭅니다.

그러나 갑상선암이 많이 진행되어 회귀후두신경이나 부갑상선들을 직접 침범하는 경우에는 수술 후 이러한 합병증이 생길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대한갑상선내분비외과학회에서도 갑상선암 수술이 늦어질수록 수술 합병증이나 재발 위험도가 증가한다고 발표했습니다. 따라서 대부분의 갑상선암이 생존율이 높은 착한 암으로 알려졌지만 갑상선암 수술을 반드시 받아야 하는 상황이라면 수술을 늦추지 않고 받는 것이 수술 합병증을 줄일 수 있습니다.

[앵커]
교수님, 어떤 질병이든 조기에 발견하고 치료를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처음부터 발병하지 않는 것이 좋잖아요. 갑상선암을 예방하는 방법, 어떤 게 있을까요?

[인터뷰]
대부분의 갑상선암은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잘 알려진 갑상선암의 위험인자는 목 주변에 방사선 치료를 받은 경우와 요오드 섭취 부족 정도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요오드 섭취가 충분한 나라입니다. 최근에는 비만인 경우 갑상선암이 증가한다는 보고가 있습니다. 따라서 식이조절 및 적절한 운동을 통해 적정 체중을 유지하는 것은 갑상선암 예방에 효과가 있을 수 있습니다.

갑상선암의 경우 남성보다 여성 환자가 훨씬 더 많은데, 이러한 원인 중 하나는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 수용체가 갑상선에서 나타나기 때문으로 생각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까지는 경구 피임약이나 여성 호르몬 치료가 갑상선과의 연관성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따라서 갑상선암 예방을 위해서 피임약이나 여성호르몬 치료를 중단하지는 않아도 됩니다. 신선한 과일과 채소를 충분히 먹고, 균형 잡힌 식사와 운동을 통해 적정 체중을 유지하면서 정기적인 검진을 받는 것이 갑상선암을 예방하는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앵커]
분야를 막론하고 내 몸 보고서에 나오시는 교수님들께서 빠짐없이 강조하시는 게 바로 균형 잡힌 식단과 체중관리인데요. 갑상선 건강을 지키는 데도 꼭 필요한 일이라는 점을 기억해야겠습니다. 지금까지 한양대병원 내분비대사내과 박정환 교수와 함께했습니다.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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