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YTN 사이언스

검색

[과학본색] 후쿠시마 방사성 폐기물 유실…국민 불안감 확산

2019년 10월 17일 오전 09:00
■ 이동은 / 과학뉴스팀 기자

[앵커]
화제의 뉴스를 골라 과학 기자의 시선으로 분석하는 '과학 본색' 시간입니다.

이동은 기자와 함께하겠습니다. 어서 오세요.

오늘은 어떤 이야기를 나눠볼까요?

[기자]
얼마 전 태풍 '하기비스'가 일본을 강타하면서 큰 피해를 가져왔습니다,

수십 명의 사상자가 지금도 나오고 있고 경제적인 피해 금액도 천문학적 수준이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에 또 한 가지 우리 국민의 우려를 낳은 일이 있었죠.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생긴 방사성 폐기물이 폭우에 유실됐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앵커]
경위는 지켜봐야 알겠지만, 폭우가 올 걸 알면서도 하천변에 그대로 뒀다는 게 사실 이해가 잘 안 되는데요.

아직 정확한 양이나 떠내려간 경로가 확인되지 않아서 불안감이 커지고 있는 것 같은데, 자세한 내용 전해주시죠.

[기자]
방사성 폐기물이 유실된 곳은 일본 후쿠시마현 다무라시입니다.

이곳에는 1톤 정도 되는 큰 자루에다가 방사성 폐기물을 담아서 외부에 쌓아놨는데요,

이런 임시 보관소가 하나가 아니라 여러 군데 있습니다.

이번에 폭우가 몰아친 보관소에는 이런 자루가 2천6백여 개(2,667개) 쌓여 있었는데, 이 자루들이 불어난 하천을 따라 흘러내려 간 거죠.

현재 회수된 건 십여 개 정도이고요,

아직 유실된 양에 대해 정확한 수는 파악하지 못한 상태입니다.

[앵커]
2천6백여 개에서 몇 개가 유실된 건지 알 수 없고 그중에서 십여 개만 회수됐다고 말씀해주셨는데 그럼 이 자루 안에 어떤 방사성 폐기물이 들어있는 건가요?

[기자]
지난 후쿠시마 원전 사고 당시에 방사능이 유출됐잖아요.

그러면 방사성 물질이 지역 곳곳에 주택가라든가 학교, 건물, 운동장 등에 남아 있게 됩니다.

그래서 이런 오염된 흙을 5cm 두께로 긁어낸 뒤에 모아놓은 거죠.

여기에 주변 지역에서 나온 나무나 풀 들도 모아놓는데요.

그러니까 자루 안에는 당시 유출된 세슘이나 스트론튬 같은 대표적인 방사성 물질이 들어 있는 겁니다.

[앵커]
그런데도 일본 정부는 방사성 폐기물 유실이 환경에는 영향이 없다, 이렇게 밝혔는데요,

폐기물 자루가 하천으로 흘러들면 자연스럽게 방사성 물질이 나오는 것 아닌가요?

[기자]
일본 환경상은 이 방사성 폐기물 자루가 파손되지 않았기 때문에 내부 물질이 빠져나오지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두꺼운 소재의 자루이긴 한데요,

현지 언론사의 기자가 포착한 모습에는 하천에 빠진 자루 가운데 여러 개가 이미 홀쭉해진 모습이었습니다.

안에 있는 내용물이 빠져나갔다는 거죠.

실제로 지난 2015년에 후쿠시마현 이다테촌에 폭우가 내리면서 이런 방사성 폐기물 자루가 유실된 적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때도 자루가 찢어지면서 속이 빈 채로 발견되기도 했습니다.

그러니깐 파손이 안 된다고 단정지을수는 없는 거죠.

[앵커]
그럼 문제가 정말 심각한 건데요,

더 걱정되는 건 이게 하천을 따라서 바다까지 갈 수 있다는 거잖아요?

[기자]
그렇죠.

우리가 걱정하는 이유가 바로 그건데요,

방사성 폐기물이 흘러 들어간 하천이 강으로 합류하면서 태평양으로 이어지면 당연히 방사성 물질이 유입되겠죠.

일부 전문가들은 이미 어느 정도 양의 방사성 물질이 바다로 갔다고 보기도 하는데요,

아직 바다까지 흘러가지 않았더라도 이런 물질들이 강이나 하천 바닥에 남아 있으면 결국 영향을 줄 수밖에 없어서 우려를 주고 있습니다.

[앵커]
결국, 사람한테도 영향을 줄 수 있겠네요.

[기자]
네, 일단 방사성 물질은 반감기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습니다.

반감기는 핵붕괴가 일어나면서 방사성 물질이 성질을 잃어버리고 다른 물질로 바뀌는 걸 말하는데요,

이게 굉장히 오래 걸리는 물질들이 있습니다.

앞서 얘기한 스트론튬이나 세슘도 대표적으로 반감기가 긴 물질인데요,

반감기가 30년 정도 됩니다.

그러니깐 방사능이 반으로 줄어드는 데 30년이 걸린다는 거죠.

그렇기 때문에 방사성 물질들을 당장 처리하지 않고 모아서 보관하는 겁니다.

이렇게 반감기가 긴 물질은 아주 미세한 양이라도 계속 남아있게 되고요,

완전히 없어지려면 수백 년이 걸립니다.

바꿔 말하면 이 물질이 없어질 때까지 수백 년 동안 방사능을 내뿜는다는 얘깁니다.

그 사이에 물고기가 먹는다거나 우리가 먹는 해산물에 이런 물질이 영향을 줄 수도 있고요,

그러면 아주 소량이라도 먹게 되면 인체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죠.

[앵커]
이야기를 듣다 보니 정말 심각한 상황인데요,

자료화면으로도 봤지만, 임시보관소라고 해도 말이 보관소지 그냥 하천 옆에 방치 했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입니다. 이렇게 보관하는 건 문제가 없나요?

[기자]
그래서 이런 방사성 폐기물 보관 방법 자체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안전하게 벽을 쌓는다거나 특정 장소에 보관한 게 아니라 이렇게 외부에 방치하는 건 문제가 있다는 건데요,

특히 하천이나 강 옆에 폐기물을 쌓아놓으면 물이 범람하면서 쓸려갈 수 있잖아요.

그래서 일본이 너무 무책임하게 이런 방사성 폐기물을 처리한다는 비판이 나오는 겁니다.

또 일본 정부는 주변 지역에 대한 통제를 제대로 하지 않는다는 것도 문제인데요,

예를 들어 체르노빌 원전 사고 때는 반경 30km 안으로 사람이 들어가지 못하도록 하고 철저히 지역을 폐쇄했습니다.

그런데 후쿠시마의 경우는 원전 바로 옆까지 복구하겠다고 밝혔거든요.

이미 인근 지역 주민들을 돌려보내고 있는 상황이고요,

그러니까 오염된 방사성 물질을 모아도 둘곳이 없는 거죠.

그래서 그냥 모은 다음에 근처에 임시로 쌓아두는 것밖에는 방법이 없는 겁니다.

[앵커]
안 그래도 방사능 오염수 처리 문제로 여론이 안 좋은데 일부러 의도한 게 아니냐는 얘기도 나오고 있어요. 그만큼 이해가 안 되고 어떤 생각인지 대처가 너무 안일했죠.

[기자]
네, 일본 환경성은 홈페이지를 통해 방사성 폐기물 자루를 방수시트로 덮어서 태풍이라도 유출이나 빗물 유입을 막을 수 있다고 홈페이지에 게재를 했습니다.

하지만 현지 언론의 보도에 따르면 폭우나 강풍에 대해 제대로 된 대처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하는데요,

사실 시트를 덮어도 강풍에는 제대로 보호를 할 수 없겠죠.

이렇게 기상 상황이 예보된 상황이었지만 별다른 대책을 마련하지 않은 거죠.

[앵커]
안일한 대처를 했다는 비판은 피하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를 포함한 주변국에도 피해를 줄 수 있는 상황인데 가장 시급하게 해야 할 일은 뭔가요?

[기자]
현재 태풍 피해에 대해서 조금씩 복구가 이뤄지고 있잖아요,

우선 이번에 유실된 방사성 폐기물의 양이 얼마인지, 어디로 흘러 들어갔는지 경로부터 파악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래야 막을 수 있는 방법을 찾거나 해결책을 마련할 수 있을 것 같고요.

그리고 현재 후쿠시마현에 있는 폐기물 자루의 수가 천만 개에 달한다고 합니다.

임시 보관소만 해도 800곳 정도인데요,

일본 정부에서는 아직 이에 대한 구체적인 처리 방법을 내놓지 않고 있는 상황입니다.

무엇보다 특정 지역을 정해서 오염된 물질을 안전하게 보관하는 방법을 찾아야 할 것 같고요,

인근 지역 사람들을 다른 곳으로 이주하고 오염 우려가 있는 식품들은 유통되지 않도록 하는 등의 후속 조치가 필요해 보입니다.

[앵커]
이번 태풍으로 일본이 큰 피해를 입어서 안타깝고 빨리 복구가 이뤄졌으면 좋겠지만, 이 방사성 폐기물 문제는 제대로 처리해줬으면 좋겠습니다.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이동은[delee@ytn.co.kr]

[저작권자(c) YTN science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 데이터 활용 금지]
예측할 수 없는 미래 사용 설명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