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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학개론] 열대 바다 속 사라지는 산호초…10년 뒤 멸종 위기

2022년 03월 15일 오전 09:00
■ 반기성 / 케이웨더 예보센터장

[앵커]
에메랄드빛 열대 바닷속의 아름다운 산호초는 해양 생물의 주요 서식지로 해양 생태계에서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존재입니다. 그런데 이 산호초가 기후변화로 해수 온도가 높아지면서 완전히 사라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어떤 이야기인지 오늘 날씨학개론에서 알아봅니다. 케이웨더 반기성 예보센터장 나왔습니다. 어서 오십시오. 열대 바다 하면 떠오르는 게 바로 산호초인데요. 우선 산호초가 형성되는 원리에 대해 말씀해주시겠어요?

[인터뷰]
네, 간단히 이야기하면 산호의 분비물이 퇴적되어 만들어진 암초가 바로 산호초(珊瑚礁)입니다. 우리는 산호를 바다의 식물로 생각하지만 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산호는 촉수를 가진 매우 작은 동물들이 모인 군체 모습으로, 이 작은 하나하나의 동물 개체를 산호 폴립이라고 하는데요. 폴립에는 말미잘과 같은 구조의 촉수가 있어서 물속을 떠다니는 플랑크톤을 먹고 삽니다. 산호는 광합성을 하는 황록 공생 조류(黃綠共生藻類)와 공생하는데요.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산호의 화려하고 선명한 색을 볼 수 있습니다.

[앵커]
우리가 형형색색의 산호를 볼 수 있던 건 플랑크톤과 <황록 공생 조류> 덕분이었던 것이군요. 그런데 최근 들어 이 산호초가 점점 사라지고 있다고 하던데, 이건 어떤 이야기인가요?

[인터뷰]
네, 그렇습니다. 세계산호초감시네트워크(WCRSN)는 10년 동안에 서울 면적의 20배에 해당하는 산호초가 사라졌다고 2021년 10월에 밝혔는데요. 이들은 73개국 1만2,000여 개 지역의 산호초를 2009년부터 2018년까지 관측해보니 1만1,700㎢의 산호초가 사라졌다는 겁니다.

세계경제포럼은 2021년 10월에 세계산호초관찰네트워크(GCRMN)의 연구를 바탕으로 산호초가 사라지는 것을 게재했는데요. 그림처럼 남아시아 지역에서 살아있는 산호의 면적은 2009년부터 2018년 사이에 거의 21%의 절대적인 감소를 했는데 이 지역은 상업적인 어업과 환경 오염이 원인인 것으로 밝혀졌고요. 오스트레일리아의 그레이트배리어리프는 2019년에 산호초 면적이 4만1000km²로 3위였으며 평균 10% 감소를 겪고 있으며 세 번째로 많이 사라지는 지역이 카리브 해역으로 7.2%에 이른다고 밝혔습니다.

이대로 가면 앞으로 10년 후에는 지구 상의 산호초가 다 사라질 것이라는 연구가 나왔는데요. 영국과 미국, 호주의 공동연구팀이 2022년 2월에 산호초가 세계 바다에서 곧 사라질 가능성이 크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지요. 2021년 현재 지구 평균 기온은 산업화 이전보다 이미 1.1℃ 올라 있는데, 연구팀이 위성 관측 사진과 기후변화 모델링으로 분석해 보니 기온 상승치를 1.5℃로 저지한다고 해도 산호초는 사실상 사라지는 것으로 분석되었다고 해요. 지구 기온이 1.5℃ 높아진 순간, 산호초가 지속해서 살아갈 수 있는 수역이 현재의 0.2%로 대폭 줄어들 것이라는 건데요.

현재 기후전문가들은 2030년경이면 1.5℃ 상승이 이루어질 것으로 보고 있으니까 10년 이내에 산호가 사라진다는 이야기이지요.

[앵커]
10년이면 정말 얼마 안 남은 거잖아요? 해수 온도가 상승하면서 산호초가 살 수 있는 바다가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라는 건데, 좀 더 자세히 설명해주시죠.

[인터뷰]
세계산호생태계 연합 연구팀은 2022년 2월 발표한 보고서에서 산호초가 사라지는 이유에 대해 수온이 상승함에 따른 백화 현상이라고 주장합니다. 연구팀은 "전 세계 산호 면적의 감소가 해수 온도의 급격한 상승과 고온이 오랫동안 지속하는 것과 관련이 있다."고 밝히면서 이 밖에도 과도한 해안 개발에 따른 환경오염과 수산자원의 남획도 한 원인으로 지목했습니다. POLS 클라이밋의 Dixon 박사 등도 산호초가 사라지는 것은 해수 온도 상승 때문이라고 주장합니다.

백화 현상은 산호초가 사는 수역의 온도가 평소 최고 온도보다 0.5~1.5℃ 더 올라가는 일이 몇 주간 지속할 때 생기는데요. 사람은 이 정도의 온도 차이를 거의 느끼지 못하지만, 산호에게는 치명적입니다. 산호초 표면에 살면서 알록달록한 빛을 뿜는 플랑크톤이 바다가 뜨거워지면 산호초 밖으로 떠나버리고 그러면 백화 현상이 발생하면서 산호가 죽어가는 것이지요. 지금 화면에서 보이는 산호는 미국령 사모아 해저에 있는 산호입니다. 왼쪽은 2014년에 촬영한 건강한 산호의 모습인데요. 오른쪽에 사진은 2015년인데, 백화 현상이 발생하면서 산호가 죽어가는 모습이 보이시죠?

[앵커]
네, 정말 상황이 심각하네요. 산호 죽음의 원인으로 백화 현상을 짚어주셨는데요. 최근에 백화 현상이 잦아지고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인터뷰]
온실가스 배출로 인한 지구 가열화 등의 영향으로 지구 평균 기온이 높아지면서 산호초 백화 현상이 잦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특히 바닷물 온도가 평년보다 극단적으로 높은 상태가 5일 이상 지속하면서 '바다 폭염'이라고 부르는 '해양 열파(Marine Heatwaves)'가 발생하게 되는데, 이렇게 되면 산호초는 더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고, 산호는 서서히 폐사하게 됩니다.

이 외에도 해양 산성화에도 큰 영향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지금과 같은 속도로 막대한 양의 이산화탄소가 배출되면 약 30년 뒤 산호초의 70~90%가 사라질 것으로 예측합니다. IPCC의 2018년 지구온난화 1.5°C 특별 보고서에서도 지구 평균 온도가 1.5°C 상승하게 되면 산호는 70~90%가 소멸하고, 2.0°C 이상 상승하면 99% 이상이 소멸한다고 나와 있습니다. 그리고 해양 생태계에 전문적인 영국의 리즈대학교 연구에서도 1.5℃ 기온이 상승하면 산호초에는 재앙이 닥칠 것이라고 예측합니다.

[앵커]
사헬 지역의 사막화 같은 현상이 바닷속에서도 일어나고 있는 거군요. 오늘 산호초가 사라지고 있는 현실에 대해 짚어보고 있는데, 그렇다면 산호초가 우리에게 왜 중요한 건지 설명해주시죠.

[인터뷰]
네, 산호초가 있어 이로운 점은 총 5가지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첫 번째는 해양 생태계 보존입니다. 산호초에는 전 세계 해양 생물의 4분의 1이 서식하는데요. 물고기만 해도 4,000종 이상이 서식하고 거북, 게, 새우, 바닷새 등 수많은 동물에게 산호초는 안식처 역할을 하지요. 이들은 산호초에 알을 낳고, 포식자로부터 몸을 피하면서 다양한 해양 생태계를 만들어냅니다.

둘째는 자연재난으로부터 인류를 보호해준다는 겁니다. 산호초는 탄산염 덩어리의 암초이기 때문에 먼바다에서 밀려오는 쓰나미나 폭풍해일로부터 해안을 지키는 천연방파제 역할을 해줍니다. 만약 산호초가 사라지면 인류는 피해를 줄이기 위해 비용이 많이 들고 반환경적인 인공장벽을 만들어야만 하지요. 세계자연기금은 산호초가 막아주는 폭풍 해일이나 홍수의 가치를 돈으로 환산하면 수십억 달러에 이르다고 보고 있습니다.

셋째가 이산화탄소를 흡수해주는 역할을 하는데요. 산호는 막대한 양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해주는데요. 산호충의 폴립 속에 서식하는 1c ㎥당 100~200만 개의 편모조류 (갈충조)가 광합성을 통해 어마어마한 양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기에 산호를 '바다의 열대우림'이라고 부르는 것이지요.

넷째가 기후변화를 알려줍니다. 태평양 동부의 섬들에는 수백 년 된 산호들이 있는데요. 산호 분석을 통해 기후학자들은 해양에서 벌어진 엘니뇨에 관한 귀중한 자료를 얻을 수 있습니다. 다섯째로, 산호가 제공하는 경제적 가치는 연간 약 3,214조 원으로 추산됩니다. 유엔환경기금은 산호가 차지하는 면적은 해저의 0.2%에 불과하지만, 관광과 해양 생물 보호 등으로 산호가 제공하는 경제적 가치는 어마어마한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앵커]
경제적으로 매년 3,000조 원의 이익 효과를 내는 산호가 죽어간다고 하니까 걱정이 되는데, 최근에 산호를 보호하기 위한 노력이 전 세계적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어떤 일들을 하고 있나요?

[인터뷰]
네, 국제학술지 사이언스는 2021년 5월 25일 자에 '기후위기로부터 산호초를 보호해야 한다'는 연구를 게재했는데요. 연구팀은 카리브해와 인도양과 서부 태평양을 포함한 인도-태평양 지역의 223개 산호초 지대를 분석했더니 산호초가 잘 살아남는 지역은 인간의 영향이 적은 지역이었는데요. 인간의 영향은 물고기를 남획하는 경우와 해안가 개발과 하수 방출 등으로 바다에 넘치는 부영양을 공급해 준 경우였습니다.

호주해양과학연구소의 브렛 테일러 박사 연구팀은 물고기를 이용한 산호초 복원에 관한 연구를 했는데요. 백화로 산호가 죽어 황폐화한 자리에 미세조류와 남세균이 달라붙는데, 이런 미생물을 먹이로 삼는 파랑비늘돔이 늘어나면서 이들을 잡아먹어 주변을 깨끗하게 해 주면 산호가 살아날 기회를 얻게 된다는 것이지요.

영국 엑서터 대학교 스티브 심슨 박사가 이끄는 국제 연구팀은 수중 스피커로 건강한 산호초의 소리를 들려줬더니 어린 물고기들이 황폐화한 산호초로 몰려들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산호가 죽으면 물고기들이 사라져 조용해지는데, 수중 스피커를 틀어 건강한 산호 소리를 들려주면 어린 물고기가 다시 돌아오고 결국 자연적인 산호 복원에 도움이 되더라는 것이지요.

물론 죽은 산호초 주변에 물고기를 모은다고 해서 산호가 자동으로 살아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물고기들이 산호초 주변을 깨끗이 하고 산호가 다시 자랄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줌으로써 산호 복원을 뒷받침할 수 있다는 것에 의미가 있습니다. 그러나 이렇게 다양한 방법을 이용해 죽어가는 산호를 살리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결국은 기온 상승을 저지하는 것이 제일 나은 방법인 것은 틀림이 없습니다.

[앵커]
날씨학개론 시간에 항상 반복할 수밖에 없는 말인데, '더 늦기 전에 기후변화를 막기 위한 노력을 서둘러야'겠습니다. 날씨학개론, 케이웨더 반기성 센터장과 함께했습니다. 고맙습니다.

YTN 사이언스 김기봉 (kgb@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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