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YTN 사이언스

검색

[사이언스 취재파일] 전기차-충전기 간 오류…국제 표준 토대 마련

2022년 10월 31일 오전 09:00
■ 최소라 / 과학뉴스팀 기자

[앵커]
다양한 분야의 과학 이슈를 과학 기자의 시각으로 집중, 분석하는 '사이언스 취재 파일' 시간입니다. 오늘은 최소라 기자와 함께하겠습니다. 어서 오세요.

[기자]
안녕하세요.

[앵커]
어떤 이야기를 나눠볼까요?

[기자]
요즘 도로나 주차장에서 전기차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는데요, 국내 전기차 대수는 지난해 말 등록된 기준으로 누적 23만여 대입니다. 1년 만에 70% 이상 증가했을 정도로 빠르게 늘고 있는데요. 이에 따라 전기차 충전 문제로 인한 불편도 점점 커지고 있다고 합니다, 관련한 내용 준비했습니다.

[앵커]
전기차의 가장 큰 불편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게 바로 충전 문제인데. 이번에 다루는 건 특히 어떤 분야인 거죠?

[기자]
전기차와 전기차 충전기 간에 호환이 잘되지 않아 발생하는 '충전 오류' 문제를 다뤄보려고 합니다. 전기차는 충전소가 많지 않아서 충전소를 찾아다녀야 한다는 불편도 있지만요, 충전소를 찾아서 들어가더라도 충전 오류가 생겨서 충전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번 취재를 하면서 만나본 사례자는 전기차를 구매하고 반년 만에 처음으로 이런 충전 오류를 겪었다고 합니다.

사례자는 평상시에는 집 앞 충전소에서 차를 충전하고 출발을 하는데, 문제가 생겼던 날은 미처 집에서 충전하지 못하고 나와서 회사 주변의 충전소에 방문을 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먼저 도착한 다른 차량이 충전을 이미 진행하고 있어서 길게는 한 시간까지도 걸릴 수 있어서 다른 충전소를 찾아서 나섰는데요, 여기서 충전기 오류가 발생한 겁니다. 충전 잭을 연결했는데도, 차가 충전되지 않았고, 충전기 화면에는 '죄송합니다. 충전기 기능 오류로 사용할 수 없습니다.'라는 문구가 나타났습니다. 사례자에게 직접 들어보시겠습니다.

[김장현 / 경기도 군포시 : 전기가 이동하는 게 보여야 하는 거예요. 차에서. 근데 그게 안 보이는 거예요. 충전이 안 되고 있는 거죠. '왜 그러지, 왜 그러지'하고 보니까 오류로 '다시 하세요, 다시 하세요.' 그런 식으로 연결이 안 되고 있는 거죠.]

[앵커]
정말 불편하기도 하고 조금 위험해 보이기도 하는데요. 왜 이런 일이 발생한 겁니까?

[기자]
이번 일의 정확한 원인은 조사를 해봐야지 구체적으로 알 수 있겠지만요, 전문가는 화면에 나타난 상황만을 봤을 때 충전기와 전기차의 호환성 문제로 보인다고 분석했습니다. 전기차를 만드는 곳은 현대차나 BMW, 아우디 등 대부분이 대기업이고요, 충전기를 만드는 건 국내외 중소기업이 대부분입니다. 이렇게 제조사가 다양한데 제조사 별로 전압이나 전류 기준 등이 조금이라도 다르게 설정된 경우엔 충전이 원활하게 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또 충전 오류의 주요 원인 중 하나가 통신 오류인데요, 전기차를 충전할 때 충전기는 전기차 배터리에 손상이 가지 않도록 배터리 잔량을 분석해서 충전 속도를 조절하게 됩니다. 배터리 잔량이 적으면 빠르게 충전하고, 배터리 잔량이 많으면 속도를 조금 더 늦추는 겁니다. 그런데 이런 정보를 주고받는 통신에 필요한 기술이 조금 다르게 설정돼 있을 경우에 충전이 시작조차 안 되기도 합니다. 전기차 제조사와 충전기 제조사 290여 곳이 가입된 국제 협의체 사무총장에게 직접 들어보시겠습니다.

[안드레 카우풍 / 국제전기차충전기술협의체(CharIN) 사무총장 : 국제표준기구가 정한 표준이 있지만, 산업계에서 개발하는 충전 기술은 표준보다도 더 빠르게 발전하고 있습니다. 제품에 적용하기에 적합하지 않을 수 있고, 회사마다 표준을 해석하는 방법도 다를 수 있습니다.]

[기자]
현재 설정된 국제 표준을 뜯어보면, 전기차 기술이 발달하기도 한참 전인 2014년에 설정된 것들도 있고요, 또 다양한 기술 항목에 대해서 촘촘하게 설정되지 않았다는 점이 현재 문제로 꼽힙니다. 전기차 충전 기술이 워낙 빠르게 발달하고 있기 때문에 국제 표준이 기술 수준을 따라오지 못해서 생긴 맹점입니다. 문제는 여기에 더해서 앞으로 새로운 결제 방식이나 충전 기술 등이 추가로 적용이 된다면, 오류는 더 자주 발생할 수 있다는 게 문제입니다.

[앵커]
그러니까 핵심은 차 제조사와 충전기 제조사가 다른 문제 때문에 호환성 문제가 발생한다라는 얘기잖아요. 그렇다면, 이런 오류가 얼마나 자주 발생하고 있습니까?

[기자]
이게 가장 시급한 문제인데요, 전체 충전 건수 가운데서 충전 오류가 얼마나 자주 발생하는지에 대한 통계가 없습니다. 또 어떤 이유로 발생하는 충전 오류가 가장 흔한지도 아직 파악되지가 않았습니다. 차량 제조사나 충전기 제조업체들이 이런 수치를 체계적으로 집계를 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고요, 수치를 공개하기도 꺼리기 때문입니다. 다만, 전기차와 충전기 업계에선 이렇게 호환 문제로 나타나는 충전기 오류가 전기차 소유주들이 한 번 이상씩 겪는 불편 중 하나라고 말했습니다.

[앵커]
네, 그런데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행사가 국내에서 열렸다고 하죠?

[기자]
네, 그렇습니다. 전기연구원 안산 분원에서 지난주에 다양한 전기차와 충전 장치를 가지고 충전 오류의 현황을 파악하는 자리가 마련됐습니다. 이 자리에는 전기차 제조사로는 현대차와 르노삼성, 쌍용, BMW, 아우디 등 모두 7곳이 참여를 해서 전기차 11대를 가지고 왔고요, 충전기 제조사는 ABB, 대영채비, SK 시그넷 등 국내외 9곳이 참가를 했습니다. 전기차 11대와 충전기 9대가 돌아가면서 교차검증 시험을 진행해서 어떤 조합에서 어떤 오류가 발생하는지 알아본 겁니다. 특히 높은 전압을 사용하기 때문에 충전 오류가 생겼을 때 사고로 이어질 위험이 있는 고속충전에서의 문제를 살펴봤다고 합니다.

[앵커]
꼭 필요한 자리였던 거 같은데, 이번 행사에서 충전 오류에 대해서 새롭게 밝혀진 사실은 어떤 게 있습니까?

[기자]
이번에는 전기차 9대와 충전기 11대가 교차 검증을 했으니까 거의 100건에 가까운 교차 시험이 진행이 됐는데요, 기존에 널리 쓰이는 충전기와 전기차를 연결했을 때 충전이 끊겼던 경우가 4건이 발견됐습니다. 연구원은 이런 문제는 기술 표준이 명확하지 않아서 제조사 간 표준에 대한 해석이 달랐기 때문에 발생한 문제로 보고서 자세히 분석을 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또 충전기나 전기차 가운데 새로운 기술이 적용된 기기들을 교차 검증했을 때는 예상했던 것보다도 더 많은, 수십 건의 충전 오류가 발견됐다고 하는데요, 신기술이라고 하면, 현재는 전기차 충전을 위해서 카드를 찍고 결제하는 방식인데, 차량에 인증서를 탑재해서 카드 없이도 충전을 가능하게 하는 등의 기술이 적용된 것을 말합니다. 이런 경우는 표준 자체가 부족해서 발생했던 문제로 분석이 됐습니다.

연구진은 이같은 문제를 일단 제조사들에 공유하고 제조사들과 협의해 개선방안을 도출할 계획입니다. 또 적합한 표준을 마련해서 국제 표준화 기구에 제안하는 등 표준화 작업에도 착수할 예정입니다. 하지만 표준화 기구를 통해서 기존 표준을 개선하거나 새로운 표준을 마련하는 데는 통상적으로 3∼4년 정도 걸리거든요. 그래서 표준 마련되기 전이라도 기술 가이드라인을 마련해서 이후에 기술표준이 정해질 때까지 충전 오류를 줄여보겠다는 방침입니다. 함께 들어보시겠습니다.

[김남균 / 한국전기연구원 원장 직무대행 : 앞으로 전기차 보급에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그 외 산업적 응용도 많이 있습니다. 우리가 기술적 리더쉽을 확보하고 다른 분야로 확산할 계획을 갖고 있습니다.]

[기자]
더 빠른 충전을 위해서 매년 새로운 전기차와 충전기가 출시되면서 이런 표준 마련이 세계적으로 굉장히 시급한 상황인데요. 앞으로 국제 표준을 선도하는 국가가 기술 개발 주도권을 가질 수 있다는 점에서 국제 표준을 마련해 국내 연구진이 주도적으로 참여하고 있다는 것에 큰 의미가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전기차를 친환경 자동차라고 부르잖아요. 많은 사람들이 전기차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안전하고 편리한 충전 시스템이 빨리 구축돼야 할 것 같습니다. 오늘 말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최소라 기자와 함께했습니다. 고맙습니다.

YTN 사이언스 최소라 (csr73@ytn.co.kr)
[저작권자(c) YTN science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 데이터 활용 금지]
예측할 수 없는 미래 사용 설명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