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YTN 사이언스

검색

[날씨학개론] 기후변화가 가져오는 식량 위기…예측과 대응은?

2023년 09월 12일 오전 09:00
■ 반기성 / K웨더 예보센터장

[앵커]
세계 식량 공급에 대한 전망이 심상치 않다고 하는데요. 세계 인구수는 80억 명이 넘었지만, 식량 생산은 기후변화로 매년 줄어들고 있기 때문입니다. 오늘 '날씨학개론'에서는 점점 심각해지는 식량문제에 관해 이야기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케이웨더 반기성 센터장 나왔습니다. 안녕하세요.

[인터뷰]
네, 안녕하세요,

[앵커]
기후변화로 인한 식량문제가 얼마나 심각한 상황인지 전해주시죠.

[인터뷰]
기후변화와 식량 위기는 연계돼 있습니다. 기후변화가 되면 식량 생산이 줄어들고 곡물 가격이 올라가기 때문이지요. 그러다 보니 많은 과학자들이 식량 부족에 대해 걱정하는데요. 세라 거 영국 엑서터대학교수는 “인류는 코로나 19 같은 질병에 걸려 사망하기 전에 영양실조로 사망할 것이다.”라고 전망했고요. IPCC는 기후변화로 수십 년 내에 전 인류가 '식량 안보' 문제에 직면할 것이며 2050년에는 주요 곡물 가격이 최대 23%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지요.

조천호 경희사이버대 교수는 "한반도의 기후위기는 식량 위기로 올 것이다. 향후 20~30년 제일 중요한 문제가 식량 위기가 될 것이다."라고 전망했고요. 남재철 서울대 농업생명과학대학 교수는 "우리나라는 기후 위기로 2050년 전에 식량 위기를 겪을 것이다."라고 우울한 전망을 하고 있습니다. 이런 전망을 하는 이유는 우리나라의 경우 식량 가격이 오르면 타격이 더 큰 것이 연간 곡물 수입을 1,700만 톤 수입하는 세계 7위의 수입국으로, 2022년 기준 식량자급률은 32%이며 곡물 자급률은 29.9%밖에 되지 않는 나라이기 때문입니다. 국제 식량 가격 상승에 매우 취약한 나라라는 것이지요.

[앵커]
그렇다면 기후변화가 식량 위기를 초래하는 원인이 뭘까요?

[인터뷰]
2022년 '네이처 클라이밋 체인지'에 발표된 '온난화로 인한 수확 빈도와 수확량 감소가 세계 농업 생산을 감소시킨다'라는 논문에 의하면 2050년까지 전체 식량 공급이 4% 이상 줄어들 수 있다고 전망하는데요. 문제는 인구는 계속 늘어나는데 식량 생산은 줄어들기에 위기가 올 수 있다는 것이지요.

기후변화가 식량 위기를 가져오는 원인은 첫째, 기후변화에 따른 높은 온도, 물 고갈, 가뭄, 홍수, 대기 중 이산화탄소 축적 등은 세계 식량 생산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지요.

둘째, 기후변화는 식량 접근을 제약하는데요. 기후 재난으로 식량 공급망이 제한되거나 무너지면 식량 가격이 상승하게 되면서 취약계층의 식량 구입에 악영향을 주게 되지요.

셋째, 기후변화는 식량의 영양 가치를 감소시키는데요. 작물에 이산화탄소 집약도가 높아지면 단백질과 아연, 철분 함량이 감소하게 됩니다.

넷째, 기후변화는 식량 폐기량을 늘립니다. 가뭄이 심한 지역에서 재배한 작물이 습도가 높은 저장시설로 옮겨질 때 진균의 침입이나 해충에 취약하게 되며, 홍수는 작물에 독성 곰팡이를 만들어 내지요. 이처럼 기후변화와 기후재난이 빈번해질수록 식량 손실은 증가면서 식량 위기가 올 수밖에 없는 것이지요.

[앵커]
언뜻 생각하면 식물은 따뜻한 데서 더 빨리 자라니깐 어떤 관계가 있나 의아할 수도 있는데 실제로 기후변화로 인해서 기온이 올라가면 식량 생산이 줄어든다면서요?

[인터뷰]
텍사스 A&M 대학 앤드루 데슬러 교수는 "주요 농업 작물들의 광합성 능력은 섭씨 20~25도에서 가장 활발하고 30도가 넘으면 급속히 쇠락하기 때문에 기온상승의 영향을 받는다."라고 말하고요. 메킨지 보고서에서는 연간 밀·옥수수·대두·쌀 작황이 10% 감소할 확률이 지금은 6% 정도이지만 2050년이 되면 18%로 뛸 것으로 예상했고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는 세기말에 온실가스 저감 대책을 제대로 하지 않을 경우 지금보다 밀 생산량이 20~30%나 줄어들 수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 16개국 밀 관련 학자 53명의 연구팀은 기후변화로 인해 밀 생산량이 얼마나 줄어들 것인가를 발표했는데요. 연구팀의 실험 결과 기후변화에 대응하지 못할 경우 지구 평균기온이 1℃ 상승할 때마다 전 세계 밀 생산량은 6%씩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그런데 연구팀은 기후변화가 밀 생산량에 미치는 영향이 지금까지 예상했던 것보다 크고 생산량이 줄어드는 시기도 예상보다 빨리 찾아올 것으로 전망했는데요. 기온이 높아질수록 밀의 생육 기간이 점점 짧아지고 이삭이 여무는데 주어지는 시간도 점점 짧아지기에 밀이 제대로 생장하지도 못하고 여물지도 못해 생산량이 줄어든다는 것이지요.

[앵커]
그런데 올해 다양한 기후위기로 몸살을 겪은 나라들이 굉장히 많은데요, 그러면 식량 생산이 줄어든 나라도 있겠어요?

[인터뷰]
먼저 유럽의 경우 작년에 이어 올해도 폭염과 가뭄으로 인해 곡물 생산량이 줄어들었는데요. 독일 최대 농업 협회인 농업인협회(DBV)는 올해 곡물 생산량이 4,090만 t으로, 2018~2022년 평균 생산량인 4,220만 t을 밑돌 것으로 예상했고요, 러시아에 이어 세계 2위 밀 수출국인 호주는 가뭄으로 인해 밀 수확량이 줄어들 것으로 전망되고 있지요. 호주 당국은 2023~2024년도 밀 수출량이 전년 대비 29% 줄어든 2,100만t이 될 것으로 봤는데 이렇게 될 경우 수출 감소는 국제 가격에 상승 압력으로 작용하게 됩니다.

올해 3월에 아르헨티나를 덮친 63년 만의 폭염과 가뭄으로 인해 식량 생산이 줄어들었는데요. 이로 인해 올해 세계 옥수수 공급량은 전년보다 13.9% 감소할 전망이고요. 인도에서는 폭염과 호우로 인해 쌀 가격이 급등하면서 작년에 이어 쌀의 일부 품목 수출을 금지했고요. 태국은 엘니뇨로 비가 내리지 않으면서 생산량이 줄어들어 태국산 쌀 수출 가격은 6월 말 톤당 518달러로 1년 전보다 24% 상승했고요. 세계 3대 쌀수출국인 베트남도 가뭄으로 쌀 가격이 10년 만에 최고로 올랐다고 합니다.

또 설탕의 원료인 조당의 주요 생산국인 인도에서 홍수 피해가 이어지면서 올해 사탕수수 작황이 부진해 설탕 가격이 급등하고 있고요.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가 세계 생산의 80%를 차지하는 팜유 가격도 엘니뇨로 생산량이 줄어들 것으로 추정되면서 가격이 오르고 있습니다. 이에 각국은 식량 안보를 기조 삼아 식량 수출을 제한하기 시작했는데요. 헝가리 등 19개국이 이미 식량 수출을 금지했으며, 아르헨티나 등 8개국도 식량 수출을 제한하면서 식량 가격이 오르고 있지요.

[앵커]
그러면 문제는 이 기후변화가 계속해서 이어질 텐데, 지금 식량 생산을 늘릴 수 있는 방법이 있느냐에 대한 것 일텐데, 어떤 것이 있을까요?

[인터뷰]
식량 문제를 정말로 심각하게 생각해야 하는 것은 인구증가로 2050년까지 2010년 대비 71% 많은 식량이 필요한데 오히려 식량 생산량은 감소가 예상되기 때문입니다. 지금은 아니더라도 2050년 정도에는 우리나라도 심각한 식량문제가 제기될 것으로 보입니다.

따라서 기후변화시대에서 환경을 파괴하지 않으면서 식량 생산을 늘릴 수 있는 방안을 보면 첫째, 정밀농업을 해야 하는데요. 정밀농업은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해 비료·물·노동력 등 투입 자원을 최소화하면서 생산량을 최대화하는 생산방식이지요.

둘째, 기후변화에 적응하는 신품종을 개발해야 하는데요. 예를 들어 심각해지고 있는 가뭄과 물 부족, 그리고 토양의 염분화에 적응할 수 있는 신품종을 개발해야 하고요.

셋째, 식용 곤충을 확대할 필요가 있는데요. 유엔식량농업기구(FAO)는 미래 식량자원으로 식용곤충을 주목하고 있지요.

넷째, 도시농업과 수직 농법을 확대할 필요가 있는데요. 도시의 생활공간을 활용해 농작물을 재배하거나 빌딩에서 농업을 하는 수직 농법 등이 안정적인 식량 공급을 가능케 해 줍니다.
다섯째, 식품을 오래 보존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는 것으로 현재 전 세계에서 매년 폐기되는 음식물은 25억t에 이르는데요. 보존기술인 코팅을 이용해 식료품의 유통기한을 늘리는 경우 식량 부족을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게 됩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식량 생산 증가가 어려운 것은 전체 농가의 70%가 1.0ha 미만의 영세농이고, 한해 농업 소득이 1,000만 원이 안 되다 보니 규모의 경제가 되지 못한다는 거지요 남재철 서울대 교수는 생산성을 늘리기 위해서는 영농기계를 임대해 사용해야 하며, 영농형 태양광 등 토지 이용 고도화가 필요하며, 저탄소 사료를 개발해 소에서 나오는 메탄을 줄이고, 가축분뇨를 연료로 활용하는 바이오 가스도 활성화해야 할 필요가 있고, 궁극적으로는 풍부한 재생에너지가 기반이 된 스마트 팜으로 가야만 한다고 말합니다.

[앵커]
네, 기후변화를 막는 것도 중요하지만, 적응하는 것도 중요하다고들 하죠. 식량 문제도 마찬가지이지 않을까 싶은데요. 지금 드러나고 있는 문제점들을 잘 파악하고 해결하고 적응해나가는 노력이 필요하겠습니다. 반기성 K웨더 예보센터장과 함께했습니다. 고맙습니다.

YTN 사이언스 김기봉 (kgb@ytn.co.kr)
[저작권자(c) YTN science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 데이터 활용 금지]
예측할 수 없는 미래 사용 설명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