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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TN 사이언스] 한국형 OS 혹평…무엇이 문제인가?

2016년 05월 02일 오전 09:00
[YTN 사이언스] 한국형 OS 혹평…무엇이 문제인가?

■ 이요훈, IT 칼럼니스트

[앵커]
이번에는 ICT트렌드를 소개해 드리는 'ICT 월드'시간입니다. IT 칼럼니스트 이요훈씨 나와 계십니다. 안녕하세요? 오늘은 어떤 IT 트렌드를 말씀해 주실 건가요?

[인터뷰]
얼마 전 한 회사가 한국형 OS를 선보이는 발표회를 열었습니다. 1만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참석한, 꽤 큰 행사였는데요. 그만큼 이 ‘한국형 OS’에 대한 관심이 높다고도 할 수 있겠죠. 그런데 행사가 끝나고 난 후, 인터넷에 올라오는 반응들이 심상치 않습니다. 보통은 새로운 것을 시도한다면 축하해 줄 일이 아닌가- 싶은데, 의외로 이제 와서 왜 OS를 개발 하는 지 모르겠다부터 시작해서 무슨 꿍꿍이인지 믿을 수 없다는 반응까지, 굉장히 날선 반응들이 많이 나왔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대체 왜 한국형 OS를 개발하려는 것인지, 그리고 미래의 OS는 과연 어떤 모습일지 한번 이야기해 보려고 합니다.

[앵커]
먼저 OS가 뭔지 간단히 이야기해 주시죠.

[인터뷰]
OS, 오퍼레이팅 시스템의 줄임말로 보통 운영 체재라고 부르죠. 잘 아시는 것처럼 PC에서는 윈도, 스마트폰에서는 안드로이드와 iOS가 바로 OS 입니다. 인간과 컴퓨터가 소통할 수 있도록 해주는, 일종의 집사 같은 존재인데요. 사실 6~70년전, 초기 컴퓨터 시대에는 이 OS가 없었습니다. 컴퓨터에 직접 프로그래밍을 했는데요. 그것도 키보드로 입력하는 것이 아닙니다.

가장 초기 컴퓨터 중 하나인 에니악(ENIAC)은 사람이 직접 손으로 배선을 꼽았다 뺐다 하면서 프로그래밍을 해야했고요. 보통은 일단 손으로 쓰고, 그걸 천공 카드에 옮긴 다음에 입력을 했어요. 아니면 컴퓨터에 스위치를 달아서 그걸 껐다 켰다 하면서 입력하기도 했고요. 지금은 상상도 되지 않는 방법인데요.

당시 컴퓨터 성능이 정말 나쁘긴 했지만, 그래도 사람보다는 훨씬 더 빨랐거든요. 그러다보니 사람 때문에 컴퓨터를 제대로 못 써먹게 되었습니다. 안되겠다 싶어서 미리 프로그램을 입력 받아 놓고 실행시킬, 컴퓨터 하드웨어를 관리하면서 소통할 수 있는 그런 시스템이 태어나게 된 겁니다. 그게 바로 OS인데요. 지구인인 우리가 컴퓨터란 외계인과 대화하기 위한 시스템이 이때 쯤 만들어진 거죠.

현대 사회에 들어와서는 아주 중요한 존재가 되었는데요. 이제 모든 프로그램은 OS 위에서 돌아가기 때문에, 이 OS가 없으면 우린 컴퓨터나 스마트폰으로 아무 것도 할 수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OS 종류를 보고, 스마트폰을 고르는 거고요.

[앵커]
그런데 갑자기 한국형 OS는 왜 만들어지고 있는 건가요?

[인터뷰]
사실 한국형 OS를 만들겠다는 프로젝트는 그 동안 여러 번 나왔습니다. 1991년에는 국가 연구 과제로 K-DOS란 것을 만든 적이 있었고요. 2005년에는 리눅스에 기반을 둔 부요(BOOYO)가, 2014년에는 한국형 오픈소스 OS인 ‘하모니카 프로젝트’가 발표되기도 했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분들이 모르시고 계시죠.

시도는 여러 번 있었는데, 결과가 썩 좋지는 못했습니다. 윈도 같은 기존 OS의 지배력이 너무 강했기 때문인데요. 관공서 홈페이지나 인트라넷도 대부분 윈도에 맞춰서 만들어져 있었기 때문에, 막상 정부 주도로 만들어 놓고도 정부에서 사용할 수 없는, 그런 아이러니한 결과가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MS에서 윈도XP를 지원 종료한다고 했을 때 많은 곳에서 어려움을 이야기했던 것도 그런 탓이고요.

이번에 티맥스에서 한국형 OS를 만들겠다고 들고 나온 것도 그런 이유라고 파악하고 있습니다. 당시 윈도XP 지원 종료로 인해, 지속적인 기술 지원을 원하는 곳은 많으면 수백만 달러에 이르는 거액을 따로 지불해야만 했는데요. 뭐랄까. 기술종속적인 상황에 편하게 안주하고 있었던 댓가죠. 이 때문에 정부에선 2014년부터 대안 OS를 도입할 계획을 가지게 됩니다. 기존에 사용되던 액티브X 문제를 해소하고 보안성을 높이는 것에 중점을 둬서요. 현재 로드맵을 세우고 있는 단계라고 파악하고 있습니다.

티맥스가 원래 미들웨어와 데이터베이스, 그러니까 서버용 소프트웨어를 공공 기관과 기업에 납품하는 회사, 현재 한국 시장 1위 업체입니다. 여기에 데스크탑용 OS를 덧붙여서 납품하려는 것이 아닌가-생각하고요. 현재 기업이나 공공기관용 시스템이 클라우드 서비스로 넘어가는 것이 세계적인 흐름이거든요. 장기적으로는 여기가지 염두에 둔 것이 아닌가 생각하고 있습니다. 다만 2009년에도 한번 한국형 OS를 발표한다고 했다가 물의를 빚은 적이 있었고요. 이번에도 오픈소스를 사용했음에도 불구하고 그걸 부정하는 듯한 뉘앙스를 풍겼기에 지켜본 사람들이 발표를 믿지 못하게 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앵커]
이번에는 성공할 수 있을까요? 다른 나라에서는 자체적인 OS를 만들고 있지 않나요?

[인터뷰]
일단 7월부터 오픈 베타 버전을 공개한다고 하니, 그때 가서 봐야 알 것 같습니다. 다만 티맥스 OS가 잘 만들어진다고 해도, 기업이나 공공기관 조달용으로는 몰라도 일반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입니다. 워낙 윈도 점유율이 압도적이라서요. 세계적으로 약 74%, 한국 같은 경우에는 거의 98%에 달하는 데요. 그렇다고 해서 다른 나라에서 독자적인 OS를 만드는 경우는 북한의 ‘붉은별’ 같은 경우를 빼면 많지 않습니다. 만들었어도 대부분 실패했고요.

조금 예외적인 경우가 중국의 호남기린공사가 만든 리눅스 배포판인 ‘우분투 기린’입니다. 중국의 자체 OS 전략에 따라 만들어진 운영 체제인데요. 중국 정부의 공식 OS로 채택되었으며, 델(DELL)사에서 중국에 판매하는 PC의 42%에 이 OS가 탑재되고 있다고 합니다.

그 밖에 많이 쓰이는 OS로는 애플 맥 컴퓨터에서 사용하는 OSX와 구글 크롬북에 탑재된 크롬OS가 있습니다. 크롬 OS는 특이하게 대부분의 작업을 인터넷 웹페이지와 웹앱으로 처리하는 OS인데요. 현재 미국 교육용 컴퓨터 시장에서 상당히 많이 팔리고 있다고 합니다.

[앵커]
모바일 OS쪽은 어떤가요?

[인터뷰]
PC OS가 아닌 스마트폰용 OS로는 애플 iOS나 구글 안드로이드 말고도 상당히 많은 경쟁자가 존재합니다. 아마존에서는 자체 개발한 태블릿PC에 오픈소스 안드로이드를 커스터마이징한 파이어OS를 탑재했고, 샤오미 역시 중국 내에서는 오픈소스 안드로이드를 자체 수정한 OS를 쓰고 있습니다. 삼성전자에선 리눅스 기반 타이젠 OS 탑재 스마트폰을 출시한 적이 있고요. 그밖에 우분투 터치나 중국에서 개발한 COS, 최근 안드로이드와 애플 다음으로 많이 쓰이고 있다고 알려진, 알리바바에서 개발한 윤OS(Yun OS)가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많은 기대를 걸고 있는 것은 노키아에서 OS를 만들던 팀이 나와서 만들고 있는, 세일피시 OS 입니다. 투자 실패로 망할 줄 알았다가 MWC에 새로운 세일피시OS 스마트폰을 출시함으로써 아슬아슬하게 생존 신고를 했던 OS인데요. 모든 것을 다 떠나서 OS 하나 만큼은 직관적으로 상당히 잘 만들었습니다. 다만 다른 OS들도 마찬가지로, 어떻게 생태계를 만들어서 살아남는가가 문제겠네요.

[앵커]
미래의 OS는 어떻게 변할까요?

[인터뷰]
지금 대부분의 OS들이 향하고 있는 방향은 크게 2가지 입니다. 하나는 스마트폰이나 PC, 태블릿 등 다양한 형태의 기기에 탑재 가능한 ‘자가 적응형’ 시스템입니다. 다른 하나는 인공 지능을 탑재해 음성, 제스처, 환경 등을 스스로 파악하고 응답할 수 있는 멀티 모달 인터페이스를 갖추는 것입니다. 어떤 OS가 여기에 먼저 도달해 패권을 차지할 지는 알 수 없지만, 결국 더 나은 생태계를 갖추는 OS가 살아남게 될 것 같습니다.

[앵커]
지금까지 IT칼럼니스트 이요훈씨와 함께 한국형 OS와 OS의 미래에 대해 살펴 보았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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