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과학에 대한 모든 궁금증을 풀어주는 <궁금한 S> 시간입니다. 일상에서 흔히 접하는 솜사탕과 팝콘은 대표적인 '분자요리'입니다.
분자요리란, 음식을 구성하는 분자구조를 변형시켜 맛과 향을 낸 요리인데요. 요리의 새로운 지평을 연 '분자요리'에 대해 지금 바로 화면으로 만나보시죠.
[이효종 / 과학유튜버]
접시 위에 놓인 음식은 보통 요리와 다를 바가 없습니다. 하지만 맛을 보면 식감과 맛은 완전 다른데요. 달걀노른자인 줄 알았는데 달콤한 망고이고, 분명 쫀득한 젤리를 씹었는데 거품이 됩니다. 부드러운 파스타에는 딸기 맛이 감도는데요. 반전 매력이 가득한 이 음식은 바로 분자 요리입니다.
식재료가 가진 물리적, 화학적 특성을 이해하면 이를 바탕으로 형태와 질감을 바꿔 전혀 엉뚱하고 기발한 요리를 만들 수 있는데요. 분자요리의 역사는 실험실에서 나와 부엌으로 들어간 과학자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1988년 프랑스 화학자 에르베 티스와 헝가리 물리학자 니콜라스 쿠르티가 과학자의 시각으로 요리를 연구하던 중 탄생시켰는데요. 이후 세계의 레스토랑으로 분자요리가 뻗어 나가기 시작했죠. 스페인의 작은 어촌마을에 위치한 레스토랑 '엘 불리'. 미슐랭 가이드 최고등급인 별 3개를 14년간 유지했으며, '세계 최고 레스토랑'이라는 타이틀을 5번이나 거머쥔 곳으로 1년 중 6개월만 영업하고 있습니다. 영업하지 않는 나머지 6개월은 새로운 분자요리를 연구한다고 합니다. 엘 불리의 주방장 '페란 아드리아'는 요리사 50명과 함께 새로운 요리를 개발하는데, 주방은 웬만한 화학실험실을 방불케 하는데요. 이들의 레시피는 과학자 연구노트에 버금가는 세밀함을 자랑한다고 합니다. 페란 아드리아 셰프는 매년 열리는 하버드대의 '과학과 요리' 강의에서 분자요리를 시연하고 과학원리도 소개한다고 합니다.
그럼 분자요리가 탄생하는 방법에 대해서 알아볼까요? 분자요리는 크게 물리적 조리와 화학적 조리로 나눌 수 있는데요. 물리적 조리는 식재료의 온도, 압력 등 상태변화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탄산화 기법, 수비드 기법, 거품 추출법 등이 있습니다.
탄산화 기법은 드라이아이스를 이용하는 것입니다. 드라이아이스가 물속에서 이산화탄소 기체로 변하는 성질을 이용하는 건데요. 과일처럼 수분이 있는 재료에 드라이아이스를 접촉시켜 재료 속에 탄산을 주입하는 방식입니다. 이산화탄소와 수분이 만나 탄산이 형성되는 원리를 이용하는 것인데요. 이 상태로 하루 동안 숙성을 시키면, 완성됩니다. 음식에 청량감과 톡 쏘는 맛을 더해준다고 하네요.
수비드는 프랑스어로 '진공포장'을 의미합니다. 진공 저온 조리법으로 고기나 생선 등을 진공 포장한 뒤 물의 끓는점인 100℃보다 낮은 온도에서 오랫동안 익혀 재료의 본연의 맛을 최대한 살리는 것을 말합니다. 57℃면 식중독균을 죽일 수 있기 때문에 굳이 고기가 질겨질 만큼 높은 온도를 가할 필요가 없다고 하는데요. 수비드 기법을 활용하면 재료의 수분과 영양소, 육즙을 그대로 보전해줘 고기 맛을 더욱 좋게 만든다고 합니다.
[함동철 / 세종컬리너리스쿨 교수 : 콜라겐이 60도가 되면 젤라틴화되는 거에요. 그 다음에 근섬유, 원섬유가 꼬여있던 것이 풀리면 이 안에 수분을 가둬놓고 있죠. 그래서 수비드로 한 요리는 겉표면에서 속 중심까지 익힘 상태가 균일하다는 것이죠.]
특히 이 방법은 알아두면 실생활에서 큰 도움이 되는데요. 오래 저장해둬서 육질이 저하되었거나 값이 저렴한 '퍽퍽 살'을 샀을 때 수비드 조리법을 이용하면 최상의 육질을 느낄 수 있다고 하네요.
프랑스 셰프인 '조르쥬 프랄뤼'는 푸아그라를 조리할 때 40%가 손실되는 것을 수비드 요리를 통해서 5%만 손실되는 법을 개발했는데요. 또한 실험을 통해서 어류, 육류, 가금류, 야채류 등 수비드 요리에 대한 조리법을 약 600여 가지 개발했다고 합니다.
화학적 조리법은 2가지 이상 물질을 혼합했을 때 일어나는 화학반응을 활용한 것인데요. 알긴산나트륨이 칼슘을 만나면 투명한 젤라틴 막이 생기면서 고체가 됩니다. 분자요리 연구자들은 과일주스에 알긴산나트륨을 섞어 주사기나 스포이트에 넣고 염화칼슘이 든 용기에 한 방울씩 똑똑 떨어뜨리면 과일주스 맛 캐비어가 된다는 것을 알아냈습니다. 과일주스 물방울이 떨어지면서 순식간에 겉에만 둥근 모양대로 굳고, 안쪽은 즙이 그대로 남아 있는데요. 과일주스 외에도 샴페인이나 기름, 소스나 수프를 넣을 수 있다고 합니다.
오늘 <궁금한 S>에서는 맛있는 과학, 분자요리에 대해 알아봤는데요. 요리가 과학을 만나 우리의 식탁이 더욱 풍요로워지는 것 같네요. 그럼 <궁금한 S>는 여기서 인사드릴게요. 과학에 대한 궁금증이 있다면 언제든 유튜브에 사이언스 투데이를 검색해주세요. 이상 궁금한 S였습니다.
박순표[spark@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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