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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의 달인] 실제 장기와 유사한 미니 장기…"신약개발은 물론 장내 미생물 연구에도 활용"

2021년 03월 04일 오전 09:00
■ 손미영 /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책임연구원

[앵커]
질병이나 사고로 손상된 장기를 인공장기로 대체하는 기술, 먼 미래에나 가능할 줄 알았던 일이 현실이 되고 있습니다. 최근 인간의 소장 구조와 기능, 세포 구성까지 비슷한 소장 오가노이드가 개발됐는데요.

오늘 <과학의 달인>에서는 생명 연장의 꿈을 위해 노력하는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줄기세포 융합연구센터 손미영 책임연구원을 만나보겠습니다. 어서 오세요. 연구원님께서 몸속 장기와 닮은 미니 장기 '오가노이드'를 개발하셨다고 들었습니다. 이게 안드로이드 같기도 하고 이름이 좀 생소하거든요. 오가노이드가 정확히 어떤 것인지 설명해주시죠.

[인터뷰]
네, 용어가 좀 어렵죠. 오가노이드는 장기를 뜻하는 'organ'과 유사함을 뜻하는 접미사 'oid'가 합쳐진 말입니다. 즉, 인간의 장기와 유사한 장기유사체 혹은 미니 장기를 의미합니다. 실험실 수준에서는 아직은 실제 인간의 장기와 동일한 크기로 만들기는 어렵지만, 적어도 각 장기가 가지고 있는 세포 다양성이나 구조, 기능은 모사할 수 있습니다.

[앵커]
그러니까 실제 장기와의 '구조나 기능'이 흡사한 모델이라고 할 수 있겠군요. 이 오가노이드는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까요?

[인터뷰]
생각보다 다양한 분야에 오가노이드 기술이 이용될 수 있는데요. 우선 신약개발에 활용될 수 있습니다. 보통은 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임상시험 전에 동물실험을 이용한 전임상 실험을 진행하는데 큰 비용과 시간이 소요됩니다. 하지만 인간 오가노이드를 이용하면 임상예측률 향상에 도움을 줄 수 있어, 신약 개발 성공률이 증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이외에도 최근 가장 중요한 화두라고 할 수 있는 코로나19 연구에도 활용됩니다. 코로나19 주요 표적인 폐뿐만 아니라 장이나 신장, 뇌, 간 오가노이드 등에 코로나19 감염 모델을 만들어 바이러스의 감염 기전을 규명하려는 연구가 진행되고 있고요. 또, 3D 프린팅 기술과 접목해 인공 장기를 개발하는 분야에도 활용될 수 있습니다.

[앵커]
신약 개발 성공률도 높일 수 있고, 코로나19 같은 바이러스의 감염 기전을 규명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이렇게 말씀해주셨는데요. 그런데 이 대단한 기술에도 한계가 있다고요?

[인터뷰]
네, 신약 개발이나 기타 연구에서 약물 반응 등을 알기 위해서는 인체와 유사한 수준의 성숙한 고기능성 오가노이드가 필요합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이 난제를 극복한 기술은 없었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인간의 전분화능, 그러니까 어떤 세포로도 분화될 수 있는 줄기세포를 이용했는데요. 여러분들께서 한 번쯤은 들어보셨을 법한 배아줄기 세포나 유도만능 줄기세포가 여기에 속하는데요. 이런 전분화능 줄기세포를 이용하면 실제 인간 장기와 흡사한 세포 구성, 3D 구조까지 가진 오가노이드를 만들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만든 장기 오가노이드 기능은 미성숙한 태아의 장기 수준밖에 안 되고, 기능적인 측면에서 성숙한 성인 장기에 미치지 못한다는 한계점이 있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약물 반응 예측도의 정확성도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앵커]
그러니까 모든 세포로 분화할 수 있는 만능 줄기세포라고 할 수 있는 '전분화능 줄기세포'를 사용해도 이런 한계점이 있었다는 건데요. 이런 부분을 어떻게 극복하셨나요?

[인터뷰]
저희 연구팀은 줄기세포 분야를 연구하는 팀이고, 이중 인간의 장을 모사할 수 있는 오가노이드 모델을 개발하고자 노력했는데요. 실험실에서 만든 미니장기인 오가노이드가 실제 인간 장기와 유사하게 작용하려면 오가노이드를 성숙하게 만들어야 합니다. 인간 장 오가노이드와 또 다른 세포를 같이 키우는 '공배양' 전략을 사용해 체외 성숙화를 통한 고기능성 오가노이드 생산을 성공시킬 수 있었습니다. 조금 더 쉽게 설명해 드리자면, 인간의 장 주변에는 우리 몸에서 면역 세포가 가장 많이 존재하고 있거든요. 그런 장 생태계 환경을 모방해서 장 오가노이드에 똑같이 면역 세포를 공배양한 거죠. 그런 식으로 성숙화를 시킬 수 있었고요.

이전에는 생쥐를 이용해 생체 내에서 성숙화를 유도했는데요. 이런 방법을 사용하면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고, 가장 큰 문제점은 쥐 체내에서 어떤 물질이 성숙화에 관여했는지 확인할 방법이 없었습니다. 따라서 체외에서 규명된 인자를 통한 성숙화 기술은 더 재현성 있는 결과를 도출할 수 있습니다.

[앵커]
오가노이드와 다른 세포를 동시에 키우는 공배양 기술이 열쇠였다, 이렇게 볼 수 있겠는데요. 그렇다면 이 인간 장 오가노이드는 어떻게 활용될 수 있을까요?

[인터뷰]
저희 연구팀은 크게 세 가지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우선 신약개발 측면에서는, 최근 개발되고 있는 대부분의 신약은 경구투여 형태로 개발되고 있기 때문에 장에서의 흡수도 평가가 매우 중요합니다. 지금까지는 암 세포주 모델이나, 동물모델, 인공막 모델을 사용했는데요. 정상 세포가 아닌 암세포 모델에서 약물 흡수를 평가하는 것은 적합하지 않고, 또 인공 막 모델 같은 경우는 약물이 얼마나 투과되는지만 관찰할 수 있었기 때문에 한계점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개발한 고기능성 장 오가노이드를 이용하면 인체에서의 약물 반응을 기존 모델보다 더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또한, 장 질환 조직의 재생을 도와줄 수 있는 장 오가노이드를 이용한 세포치료제 연구와 마이크로바이옴, 그중에서도 장내 미생물과 인체의 상호작용과 기전 연구를 위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앵커]
말씀하신 것처럼 장 오가노이드를 가지고 다양한 연구를 진행하고 계신데요. 특히 '장내 미생물 연구'에 활용한다고 하셨는데, 이건 어떤 이야기인가요?

[인터뷰]
인체에 있는 미생물, 즉 마이크로바이옴은 인간의 건강이나 질병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는데요. 난치질환 치료를 위한 새로운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습니다. 특히 몸속 미생물의 70% 정도는 장에 서식하는 장내 미생물인데요. 장내 미생물이 잘 자라기 위해서는 장 상피세포에 존재하는 뮤신 단백질이 필요한데요. 이 뮤신 단백질이 점막층을 형성하는데, 저희 연구팀이 개발한 고기능성 장 오가노이드는 뮤신을 분비하는 세포를 충분히 보유하고 있고, 점막층도 잘 형성돼 있습니다. 그래서 장내 세균. 이 중에서도 유산균이 장 오가노이드 내부의 상피세포 표면에서 더 잘 생착하는 것을 실험으로 확인했습니다.

[앵커]
그러니까 이번에 개발하신 장 오가노이드가 그냥 구조만 흉내 낸 수준이 아니라 장내 환경까지 구현해냈다, 이렇게 정리할 수 있겠습니다. 그렇다면 이 연구가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인터뷰]
인체 마이크로바이옴은 굉장히 복잡하고, 개인 간 변이가 크기 때문에 이런 미생물의 기능을 연구할 수 있는 인체 모델 개발이 중요합니다. 그중에서도 마이크로바이옴이 가장 많이 존재하는 장 오가노이드를 이용하면, 염증성 장 질환, 크론병 같은 장 질환과 연관된 미생물 기능 연구에도 활용될 수 있고, 궁극적으로는 오가노이드 모델을 통해 인체 기반 연구를 실현함으로써 마이크로바이옴 자체를 치료제로 개발하는 플랫폼으로 발전시킬 수 있습니다. 이 외에도 장내 미생물이 인간 장 발달과 성숙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오가노이드 모델을 통해 가능할 거라고 기대하고 있습니다.

[앵커]
장 오가노이드를 이용한다면 장 질환에 영향을 미치는 미생물은 어떤 것인지, 또 이를 토대로 치료제까지 개발할 수 있다고 말씀해주셨습니다. 장 오가노이드, 실용화까지 얼마나 걸릴까요?

[인터뷰]
마이크로바이옴 연구자들의 말씀을 들어보면, 인체 장기와 유사한 모델 시스템에 대한 요구가 매우 높은 상태이고, 이러한 요구에 따라 이제 시작이지만 몇 가지 연구 과제들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따라서 마이크로바이옴 연구 모델로서 장 오가노이드 실용화는 향후 5년 이내에 가능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실제로, 저희 연구팀에서도 장 오가노이드를 이용한 마이크로바이옴 신약 스크리닝 플랫폼 개발을 진행 중이고, 인체 유래 미생물 중 하나가 장의 발달과 성숙에 중요하다는 연구 결과를 인간 장 오가노이드 시스템을 이용하여 확보한 바 있어 다양한 방법으로의 실용화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앵커]
앞날이 아주 기대되는데요. 그런데 장 오가노이드를 통해 장의 발달과 성숙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미생물을 발견하셨다고 말씀해주셨는데, 이건 어떤 미생물인가요?

[인터뷰]
네 그렇습니다. 저희 연구원에는 생물자원센터가 있는데요, 다양한 인체 유래 미생물들을 확보하고 동정, 즉 어떤 세균인지 확인을 하고 있습니다. 이런 세균 중, 인체로부터 분리한 락토바실러스균 중 하나가, 장의 발달이나 염증성 장 질환 증상 회복에 매우 중요하다는 결과를 장 오가노이드 모델을 통해 확보할 수 있었고, 이러한 결과는 새끼 생쥐에게 균을 투여했을 때도 장의 성숙과 발달이 촉진되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락토바실러스는 유산균으로도 이미 섭취하고 있기 때문에 향후 건강기능식품, 또 의약품으로까지 발전시킬 수 있는 후보 미생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앵커]
마지막으로 연구원님의 앞으로의 계획이 좀 궁금합니다.

[인터뷰]
저희 팀이 개발한 고기능성 장 오가노이드를 새로운 인체 연구 플랫폼으로 개발하고자 하고, 또한 오가노이드 전문기업이나 신소재 관련 연구팀과 융합연구를 통해 장 오가노이드를 재생 치료제로 개발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오가노이드 전문가로 오늘 제가 출연했지만, 더 훌륭한 연구자들이 국내외에 포진하고 계십니다. 제가 몸담은 오가노이드 분야가 발전하는데 조금이라도 보탬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려고 합니다.

[앵커]
겸손한 말씀도 덧붙여주셨는데요. 오늘 말씀을 들어보니까 신약 개발의 성공률도 높일 수 있고 최근에 동물 권리에 대한 관심도 많이 있잖아요. 동물 실험도 대체할 수 있고 무엇보다 손실된 장기를 대체할 수 있다고 하니까 이 오가노이드 기술, 앞으로가 정말 기대됩니다. 오가노이드가 하루빨리 상용화되길 기대해보겠습니다. 지금까지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손미영 책임연구원과 함께했습니다.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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