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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의 달인] 초급속 충전기 신제품 V2…서울에서 부산까지 달리는 전기차

2023년 02월 16일 오전 09:00
■ 김희욱 / SK시그넷 연구개발본부장

[앵커]
전기차를 휴대폰보다 더 빠른 속도로 충전하고, 한 번 충전으로 서울에서 부산까지 달릴 수 있다면 얼마나 편리할까요? 그런 날이 성큼 다가온 것 같습니다.

SK 시그넷이 지난달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에서 초급속 충전기 신제품 V2를 선보였는데요, 단 15분 동안 충전해 서울에서 부산까지 달릴 수 있는 초급속 충전기 V2에 대한 이야기를 오늘 '과학의 달인'에서 나눠보겠습니다. SK 시그넷 김희욱 연구개발본부장 나오셨습니다.

어서 오세요. 15분만 충전을 해도 400km 이상을 달릴 수 있다니까 정말 획기적이라는 생각이 드는데요. 이 신제품 V2, 어떤 제품인지 설명 좀 해주시죠.

[인터뷰]
저희 SK시그넷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파워모듈'이라는 충전기의 핵심 부품을 개발해 충전기의 효율성을 기존 제품 대비 개선했습니다. 충전기 고장률을 획기적으로 낮췄고, 충전 중 손실되는 전력을 최소화하여 충전 비용 측면에서 전기차 사용자 편의를 높였습니다. 충전소 사업자들도 비용 측면에서 효율적인 운영이 가능해졌습니다.

제품 외형적으로는 사용자들이 멀리서도 충전기 상태가 잘 보이도록 상단에 LED 배너를 배치해서 편리성을 높였구요, 32인치 대형 디스플레이를 통해 사용자의 이용 편의성을 개선했습니다.

현재 저희 SK시그넷은 미국에 충전기가 2,300대 정도 설치되어 있는데 대부분이 350kW급 이상의 초급속 충전기로 18분 정도 충전하면 서울에서 부산(406km)까지 한 번에 갈 수 있는 정도입니다. 이번 신제품 V2는 최대 충전 속도 400kW까지 충전이 가능하다고 했고요. 단순 계산으로는 현대자동차의 아이오닉5 기준으로 배터리 20% 상태에서 약 7분 이면 80%까지 충전이 가능하게 됩니다. 현재 배터리 용량에 따라 최대 속도로 충전이 가능한 차종이 많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차량 배터리 기술이 같이 발전한다면, 400kW급의 속도로 7분 만에 80% 충전이 가능한 시대가 머지않았다고 생각합니다.

[앵커]
보통 주유소에서 연료를 충전할 때도 5분 정도 걸리니까 그렇게 차이가 나지 않는 것 같은데요. 이번 초급속 충전기 V2, 어떤 원리로 빠르게 충전이 가능한 건가요?

[인터뷰]
전력공급원을 그리드(Grid)라고 부르는데요, 그리드에서 나오는 전류는 AC, 즉 교류인데요. AC를 그대로 충전기에서 공급되는 AC 전력을 차량 내에 있는 차내 충전기(On Board Charger)를 통해 DC, 직류로 변환하여 차량에 공급합니다. 이게 완속 충전인데요. 아파트 혹은 상가 주차장 등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방식입니다. 이렇게 AC 충전 방식으로 전기차를 충전하면 공급 전력에 따라서 약간의 차이가 있습니다만 7kW 완속 충전기로 80%까지 충전하려면 7시간 정도가 걸립니다.

반면에, 저희가 개발하고 있는 DC 충전은 그리드에서 공급된 AC 전력을 충전기 내에서 DC로 변환한 후에 이를 바로 전기차 배터리에 충전하는 방식입니다. 차량 내의 충전기를 거치지 않고 바로 배터리 관리 시스템(BMS)과 통신하며 전력을 공급하기 때문에 많은 전력(에너지)을 빠르게 공급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충전기 내에서 손실을 최소화하면서 빠르게 AC에서 DC로 변환하는 기술이 초급속 충전의 핵심 기술입니다. 세계적으로 충전기용으로 AC-DC 변환 기술의 완성도가 높은 회사는 SK시그넷을 포함하여 몇 없을 정도로 기술 진입 장벽이 높습니다. 350kW 초급속 충전기 이용 시 현대자동차 아이오닉5 혹은 기아 EV6 기준 평균 18분이면 배터리의 80%까지 충전이 가능하며, 1분만 충전해도 약 32km를 주행할 수 있어 휴게소를 잠시 이용하는 시간만으로도 충분한 주행거리를 확보할 수 있습니다.

[앵커]
아마 지금 설명을 들으면서 "와 이 정도면 전기차 살 수 있겠다." 생각하시는 분들 많을 것 같은데요. 정말 획기적인 속도입니다. 그런데 모든 차량을 이렇게 빨리 충전할 수 있는 건가요?

[인터뷰]
전기차에 탑재된 배터리와 그 용량에 따라 충전 속도는 다릅니다. 기본적으로 150kW 수준의 초급속 충전은 현재 대부분 전기차에서 가능합니다. 전기차 모델별로 배터리 용량과 400V, 800V와 같이 공급 가능한 전압(Voltage)이 각각 다르게 되어 있어서 이에 따른 최대 충전 속도가 조금씩 다릅니다. 전기차별로 충전 시간이 서로 다른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입니다.

차후 높은 충전 전력을 감당할 수 있도록 2차 전지 기술도 함께 발전할 필요가 있습니다. 전기차 충전 시간은 차량 배터리 기술 발달에 비례하여 획기적으로 단축이 가능합니다.

[앵커]
그런데 이게 너무 빠르게 급속으로 충전이 되다 보니까 손상을 입지 않을까 걱정이 되거든요. 어떻습니까?

[인터뷰]
무더위 등 외부 온도 영향이 있습니다만, 차량 배터리 용량의 20% 수준부터 80%까지는 초급속 충전이 가능한 영역입니다. 그래서 이 영역에서 충전을 진행해도 손상이 없습니다.

또한, 충전기와 배터리 관리 시스템 간의 실시간 통신을 통해 차량 내 배터리가 안정적으로 수용 가능한 전력을 공급하기 때문에 이렇게 빨리 충전하더라도 손상은 없습니다. 단, 80% 이상부터는 과충전이 이루어질 수 있고, 이럴 경우, 발열 등 안전상의 위험을 막기 위해서 차량 내부에서 완속으로 천천히 진행합니다.

[앵커]
이번에 개발한 모델인 V2가 빠른 속도 외에 다른 기능도 있다고 들었거든요. 조금 더 설명해주시죠.

[인터뷰]
파워모듈 외의 V2 기능에 대해서도 말씀을 드리면 안전/간편 결제방식이 있습니다. SK시그넷은 충전플러그를 차량에 연결함과 동시에 자동으로 인증이 되고 결제까지 돼서 이런 방식을 PnC, ‘Plug & Charge’라고 하는데요. 기능을 미국 시장에서 처음으로 상용화하였습니다. 해당 기능은 요청하는 모든 충전사업자에게 서비스가 가능합니다.

또한, 충전소에 공급되는 최대 전력을 상황에 맞게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한 기술도 있습니다. 바로 액티브 파워 쉐어링(Active Power Sharing) 인데요, 여러 대의 차량 충전 시, 충전하는 각 차량들의 충전전력을 50kW 단위로 조정하여 특정 차량의 충전시간 단축 또는 동시에 다수의 전기차 충전이 가능한 서비스 제공이 가능합니다.

마지막으로 소개 드릴 기능은 충전하고 있는 전기차의 배터리 SOH 기능입니다. SOH는 State of Health의 줄임말로 초기 성능 대비 현재 배터리의 상태를 알려주는 지표입니다. 배터리 진단 서비스는 고객이 전기차를 충전하면서 동시에 배터리의 SOH 진단 정보까지 제공하는 서비스로 특히 중고차 거래를 할 경우에 배터리가 얼마나 안정적인지 상태가 어떤지 알 수 있는 필요한 정보입니다. 현재 SK온과의 협업을 통해 충전기가 차량과 주고받은 데이터를 수집, 측정, 분석하는 기술을 정교화하고 있습니다.

[앵커]
그러니까 초급속 충전에, 자동으로 결제는 물론 배터리 진단까지 동시에 가능하다는 말씀이신 거 같은데요. 이번 기술이 자동차가 아닌 다른 분야에도 적용이 가능할까요?

[인터뷰]
아시다시피 국내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기후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화석연료를 이용하는 많은 이동수단의 동력원을 친환경 에너지로 변환하고 있습니다. 승용차뿐만 아니라 버스, 트럭, 보트, UAM등 다양한 이동수단들이 배터리 기반으로 전동화 되고 있기 때문에 충전기술의 발전이 역시 수반되어야 합니다. 기본적으로 배터리를 충전하는 것은 같은 원리이지만 이동수단의 사용 환경에 따라 추가적인 개발이 필요합니다.

또한, 소규모 이동수단 외에 선박, 농기계, 중장비 등도 전동화가 시작되고 있으며, 중장비나 선박의 경우, 탑재된 배터리 용량이 매우 크기 때문에 현재의 킬로와트(kW) 단위의 충전으로는 소요시간이 길어 불편하고요. SK시그넷은 메가와트(MW) 단위의 충전이 가능한 메가와트 충전 시스템(Megawatt Charging System) 또한 개발 중에 있으며, 내년 상반기 중에 런칭할 계획입니다. 현재 LNG 등 이런 화석연료로 움직이는 대형 선박들도 차후 전동화 된다면 이에 맞는 초대형 충전 솔루션 개발도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배터리를 사용하는 모든 기기에는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가 되는데요. 그런데, 이런 초급속 충전기술이 SK시그넷의 유일한 기술인지 아니면 세계적으로 경쟁하고 있는 업체가 있는 건지 궁금합니다.

[인터뷰]
초급속 충전이 SK시그넷 유일 기술은 아닙니다만, 세계적으로 초급속 충전기를 개발하고 생산할 수 있는 업체는 10개 내외로 적습니다. 이 중에서 한(하나의) 충전 포트로 최대 400kW까지 충전이 가능한 제품을 가진 회사는 현재 SK시그넷 뿐입니다. 이게 가능한 제품이 바로 V2입니다. 현재 대부분 회사는 350kW까지만 가능합니다.

kW 단위 초급속 충전 외에 상용차, 대형 중장비 대상의 메가와트 단위 초급속 충전 솔루션도 상용화 진행 중에 있습니다. 이미 메가와트 충전기술에 대한 국제표준 제정도 진행 중이며, UAM 충전 개발에도 착수하는 등 다양한 분야에서 초급속 충전 기술은 빠르게 발전하고 있습니다. 현재 메가와트 충전이 가능한 글로벌 사업자는 5개 이내 정도입니다. SK시그넷은 초급속 충전 기술을 바탕으로 메가와트 충전 시스템, MCS를 개발하고 있으며, 내년 상반기 중 도입할 계획입니다.

[앵커]
그러니까 유일한 기술은 아니지만 가장 높은 전력량을 보유하고 있다. 이런 말씀이신 거 같습니다. 요즘 같은 시대에 초급속 충전기 개발로 인한 기대효과는 뭐라고 보십니까?

[인터뷰]
초급속 충전기 개발로 인한 충전시간 단축은 내연기관차 대비 전기차의 최대 단점으로 인식되는 '충전'을 더 이상 단점이 아닌 장점으로 바꾸고 있습니다. 빠른 충전 속도로 전기차 이용자가 많아질수록 내연기관 자동차가 감소되고 그로 인해 탄소배출이 줄어들 것이고, 이를 통해 탄소 중립 달성에 기여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전년도 기준으로 SK시그넷이 미국에서 절감한 탄소는 약 5만5천 톤이며, 이는 약 5천만㎡의 숲을 조성한 것과 비슷한 효과와 같습니다. 초급속 충전기를 통해 탄소 중립에 기여하고 결과적으로 지속가능한 미래를 앞당길 것으로 기대합니다.

[앵커]
저도 오늘 설명을 들으면서 이게 상용화가 된다면 나도 전기차를 살 수 있겠구나 이런 생각이 들었는데요. 아마 오늘 설명해주신 이런 기술이 상용화가 된다면 전기차 시대를 좀 더 빨리 앞당길 수 있지 않을까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SK 시그넷 김희욱 연구개발본부장과 함께했습니다. 고맙습니다.

YTN 사이언스 김기봉 (kgb@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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