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반기성 / K웨더 예보센터장
[앵커]
기후위기의 큰 원인인 탄소 배출을 막기 위한 노력이 전 세계적으로 이뤄지고 있는데, 특히 항공기가 배출하는 탄소를 줄이는 것이 중요한 과제로 떠올랐습니다. 그래서 오늘 '날씨학개론'에서는 친환경 연료로 주목받는 SAF 즉, 지속가능 항공유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케이웨더 반기성 센터장 나왔습니다. 어서 오세요.
[인터뷰]
네, 안녕하세요.
[앵커]
탄소배출을 줄이기 위한 노력 하면 전기차, 수소차가 가장 먼저 떠오르는데, 사실 항공기가 수송수단 중에서는 가장 많은 탄소를 배출한다면서요?
[인터뷰]
그렇습니다. 다른 운송수단과 비교해보면 아무래도 항공기가 배출하는 이산화탄소량이 많은데요. 항공기가 가장 많은 이산화탄소를 배출하고 있는데 영국 기업에너지산업전략부 등에 따르면 승객 한 명이 1㎞ 이동할 때 탄소발자국은 버스 105g, 디젤 중형차가 171g인 데 비해서 단거리비행기는 255g입니다.
이렇게 항공기에서 배출하는 탄소량이 많다 보니까 최근에 유럽에서는 국내선 항공기 운항을 금지하기도 하는데요. 올해 1월 10일에 영국의 수넥 총리가 국내 출장 시에 제트기를 이용했다가 국민들로부터 엄청난 욕을 먹었는데요. 한 언론사 기사 제목에 "환경 망치고 세금 뿌리며 제트기 왜 탔니…영국 총리도 '기후 악당' 대열에"가 나올 정도로 영국국민들은 기차를 타는 것보다 9배나 많은 탄소를 배출하는 제트기를 탔다면서 환경을 파괴하는 주범이라고 비난했지요.
그런데 문제는 앞으로 항공 운송 수요는 지속적으로 성장하면서 항공산업은 2050년까지 거의 두 배로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거든요. 그런데 만일 항공유 사용이 현재대로 지속 된다면 2050년까지 항공 여객운송으로만 약 1,800메가 톤의 이산화탄소 발생이 예상됩니다. 여기에 높은 고도를 나는 항공기에서 만들어지는 온실가스 같은 경우는 비행 구름의 원인이 되면서 지구온난화 현상을 더욱 악화시키는 요인이 되기도 합니다. 따라서 지금보다 더 높은 수준의 효율성 개선이라든가 온실가스 저감이 필요한 것이지요.
[앵커]
그런데 지금은 항공기 외에는 먼 거리를 빠르게 운송할 수 있는 수단 딱히 다른 게 없잖아요, 그래서 말씀하신 것처럼 앞으로 항공 산업이 2050년까지 크게 성장할 전망이면, 항공기의 탄소 배출 절감도 좀 필수적이겠죠?
[인터뷰]
그렇습니다. 항공기 배출하는 온실가스 같은 경우는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3% 정도이고요, 최근의 항공 수요 증가를 감안한다면 2050년에는 5%까지 증가가 예측되고요, 우리나라의 운송 부문 온실가스 배출량 중에서는 거의 12%에 육박하고 있습니다. 이러다 보니까 국제항공운송협회(IATA)에서는 2050년까지 항공사들의 탄소 순 배출량을 제로로 만들겠다는 결의안을 통과시키면서 전 세계 항공사들이 선제적으로 탄소 중립을 시작하도록 권고했는데요.
가장 대표적인 것이 항공기의 탄소배출량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지속가능한 항공유를 사용할 수 있도록 권고하기 시작한 것이지요. 그리고 유럽연합(EU) 같은 경우는 2025년부터 유럽연합에서 이륙하는 모든 비행기에 지속가능 항공유 사용을 의무화했는데요. 지속가능 항공유 혼합 비율은 2025년 2%에서 2050년에 63%로 계속 확대에 나갈 전망입니다.
[앵커]
유럽을 중심으로 항공기의 탄소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지속가능-항공유, SAF라는 것을 사용하도록 하고 있다고 말씀해주셨는데요, 지속가능-항공유가 무엇인지 자세히 설명해주시죠.
[인터뷰]
일단 지속가능 항공유는 영어로 sustainable aviation fuel이라고 부르는데요. 말 그대로 지속가능한 연료라는 뜻이지요. 지속가능 항공유는 기존의 석유 항공유를 대체하는 바이오 연료로 생산한 항공유를 의미합니다. 주로 동식물성 기름이나 폐식용유, 해조류, 사탕수수, 바이오매스 등을 활용해서 생산하는데요.
지속가능 항공유(SAF)는 탄소배출을 줄일 수 있는 방법중 하나로 탄소 배출량을 최대 85%까지 줄일 수가 있고요, 기존 제트 연료와 최대 50%까지 혼합 사용 및 같은 방식으로 처리할 수 있기 때문에 현재의 모든 항공기에 적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그리고 지속가능 항공유를 사용하게 될 경우 미세먼지라든가 유황 가스 배출 등을 감소시키면서 공기의 질 개선도 가능하다는 이점도 있습니다.
[앵커]
근데 말씀해주신 거처럼 탄소배출량을 85%까지 줄일 수 있다고 하셨잖아요. 그러면 많은 나라에서 지속가능 항공유를 사용하라고 강제하지 않을까요?
[인터뷰]
그렇습니다. 근데 현재 지속가능 항공유 같은 경우는 가격이 상당히 비싸거든요. 그렇다 보니까 항공사들이 사용을 주저하고 있는 것이죠. 지속가능 항공유 사용에 가장 적극적인 곳은 유럽연합입니다. 유럽연합은 2025년부터 항공유 공급사는 지속가능 항공유를 2% 이상 혼합해 생산해야 하고요, 2050년까지는 85% EU 집행위원회 원안 63%입니다.
여기까지 그 비율을 높여나가야 한다고 발표를 했죠. 미국은 2050년까지 민간 항공기 기준 지속가능 항공유 사용을 100%로 해야 한다고 공표하기도 했습니다. 프랑스는 2022년부터 프랑스에서 출발하는 모든 항공편은 지속가능 항공유를 1% 이상 구매하거나 지속가능 항공유에 대한 세금을 내도록 했습니다.
여기에다가 유럽연합(EU)은 올해 말에 항공사가 이산화탄소를 배출할 때 지불 해야 하는 비용을 인상하는 법안에 대해 합의했는데, 이것은 항공업계가 화석연료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압력을 가한 것이고요. 또 유럽연합은 항공사들이 지속가능 항공유를 사용할 경우 인센티브를 주기로 했습니다. 결국, 우리가 좋든 싫든 지속가능 항공유 사용에 대한 의무화는 전 세계적으로 2025년을 기점으로 차츰 확대될 것으로 봐야 합니다.
[앵커]
지속가능 항공유 사용이 앞으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이 되는데 그렇다면 지금 지속가능 항공유를 사용하고 있는 좋은 사례가 있을까요?
[인터뷰]
현재 지속가능 항공유의 생산량이 매우 적어요. 그래서 많은 항공사들이 시험운영을 하거나 약간의 지속가능 항공유를 섞어서 비행을 하고 있는데요. 지속가능 항공유 100%로 비행에 성공한 사례들이 최근에 발표되고 있습니다. 작년 3월에 유럽 항공기 제조사 에어버스 같은 경우는 세계 최대 여객기 A380이 100% 지속가능항공연료를 사용한 시험비행을 성공적으로 마쳤다고 밝혔는데요, 이 사례는 100% 지속가능 항공유로 비행한 첫 번째 사례가 됩니다.
그리고 작년 6월에 재생 가능 연료 공급 업체 네스테(Neste), 지역 항공기 제조업체 에이티알(ATR), 스웨덴 항공사 브라텐스 리저널 항공(Braathens Regional Airlines)은 이 세 개의 항공은 상업용 지역 항공기에 사상 최초로 100% 지속가능한 항공연료(SAF sustainable aviation fuel) 구동 시험 비행을 완료했다고 발표했고요. 11월에는 영국 공군이 지속가능 항공유만 100% 사용해 군용기를 띄우는 데 세계 최초로 성공하기도 했습니다.
우리나라 같은 경우는 아직 지속가능 항공유 사용이 많지 않은 상태입니다. 지속가능 항공유만을 100%로 사용한 경우는 아직 없고요, 극소량을 섞어서 시험적으로 사용하는 수준인데요, 대한항공이 지난해 2월부터 프랑스-인천 항로를 비행하는 항공기에 지속가능 항공유를 1%만 섞어서 현재 사용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앵커]
그런데 문제는 지속가능 항공유의 가격이 비싸고 공급받는 것도 어렵다고 하던데 이것에 대한 대응은 있을까요?
[인터뷰]
현재 지속가능 항공유는 기존 항공유 대비 최대 다섯 배 정도 비쌉니다. 2025년부터 유럽연합출발 항공편에 지속가능 항공유 의무 비중인 2%가 적용된다고 가정한다면 연간 약 46억 원의 추가 비용이 발생할 것이라고 하는데요. 그런데 문제는 비싼데도 불구하고 공급받기가 어렵다는 겁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지속가능 항공유 공급 계약을 맺은 항공사는 대한항공뿐으로 프랑스 현지 정유사와 계약을 체결해서 공급받고 있지요, 그리고 우리나라에는 지속가능 항공유를 전문으로 생산하는 업체는 없습니다. 비싼 원가 대비 생산량이 적기 때문에 사업 경제성이 떨어지면서 국내정유업계가 뛰어들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지요.
결국, 지속가능 항공유의 핵심은 비용 절감에 있다고 봅니다. 공급원료를 효율적으로 대량 처리하기 위한 첨단 기술에 대한 투자를 해야 하고, 정유사들이 지속가능 항공유 시장에 진입할 수 있도록 정부의 적극적인 정책적인 인센티브 제공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지속가능 항공유 생산이 가능해진다면 앞으로 매우 유망한 산업이 될 수도 있거든요. 따라서 정부나 기업들의 투자가 이루어지면서 탄소절감에도 기여하고 외화획득도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앵커]
오늘 말씀을 들어보니까 도로 위에서뿐 아니라 하늘길에서도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한 노력이 다각도로 이뤄져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날씨학개론, 케이웨더 반기성 센터장과 함께했습니다. 고맙습니다.
YTN 사이언스 김기봉 (kgb@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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