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범조 / 서울 보라매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앵커]
폐렴을 일으키는 많은 원인 중에서 가장 흔한 원인은 '폐렴구균'이라는 세균인데요. 사람 간의 접촉을 통해 전파되기 때문에 더 주의가 필요하다고 합니다. 오늘 '내몸 보고서' 에서는 폐렴에 걸리는 원인과 치료법 그리고 폐렴구균 백신의 효과 등을 이야기해보겠습니다. 서울 보라매병원 가정의학과 오범조 교수 나오셨습니다. 어서 오세요.
[인터뷰]
네, 안녕하십니까.
[앵커]
폐렴이라는 이름은 익숙한데 폐렴이 어떤 병인지 왜 걸리는지 모르는 분들이 많은 거 같습니다. 우선 폐렴에 걸리는 원인부터 설명해주시죠.
[인터뷰]
대표적인 호흡기 질환인 폐렴은 세균, 바이러스, 기생충 등 다양한 요인에 의해 발생 되지만 일반적으로 폐렴의 가장 흔한 원인은 폐렴구균입니다. 폐렴구균이 세균성 폐렴 발병 원인의 27~44% 정도를 차지합니다. 다른 호흡기 질환과 마찬가지로 폐렴구균은 비말을 통해 사람 간 직접 접촉으로 전파되는데, 기관지∙ 후두∙ 인두 등 상기도에 세균이 감염돼 발병합니다. 폐렴의 경우, 코로나 19처럼 가족 내에서 집단적으로 발생하는 비율이 높지는 않지만 전염될 수 있는 질병이기 때문에 예방에 신경 써야 하는 질환 중 하나입니다.
[앵커]
그런데 초기에는 감기와 증상이 유사하다고 하던데 폐렴과 감기는 어떻게 구분할 수 있고 또 코로나19 로 폐렴이 유발된다던 이야기도 있던데 코로나 19와의 관계도 좀 설명 부탁드립니다.
[인터뷰]
폐렴 초기 증상으로는 기침, 가래, 발열 등이 나타나는데요, 이 때문에 단순 감기로 오해하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하지만 감기와 폐렴은 호흡기계 감염성 질환이라는 점 외에는 완전히 다른 질환입니다. 감기는 대부분 가벼운 증상을 보이고 저절로 호전되지만, 폐렴은 시간이 지나면서 고열, 심한 기침, 누런 가래, 호흡 곤란 등의 증상을 보입니다. 이러한 증상이 2주 이상 나타난다면 폐렴을 의심하고 의료기관을 방문하시는 게 좋겠습니다.
진료를 보다 보면 코로나 19로 인한 폐렴에 대해 물어보시는 환자들도 많은데요, 코로나 19의 다양한 합병증 중에 하나로 폐렴 증상이 나타날 수는 있지만, 코로나 19의 원인은 바이러스이고 일반적인 폐렴의 주된 원인은 폐렴구균으로 발병 원인이 다른 질환입니다. 다만, 최근 연구결과에 따르면 코로나 19와 중증 폐렴과 같은 침습성 폐렴 구균성 질환이 동시에 발병할 경우, 침습성 폐렴 구균성 질환 단독으로 감염되었을 때와 비교해 치명률이 약 8배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나 두 질환의 예방이 더욱 중요해졌습니다.
[앵커]
사실 감기를 심하게 앓는 사람한테 너 이러다 폐렴으로 넘어가는 거 아니냐 이런 말을 하는데 사실은 완전 다른 질환이다. 이 부분을 기억해야겠습니다. 그럼 여기서 폐렴 구균성 질환이란 어떤 건가요?
[인터뷰]
폐렴 구균성 질환이란 앞서 말씀드린 바와 같이, 폐렴은 다양한 원인에 의해 발병할 수 있지만 보통 ‘폐렴’이라고 하면 폐렴구균 감염에 의한 폐렴을 말하고 폐렴구균은 폐렴 이외에 다양한 질환을 유발합니다. 이러한 폐렴 구균성 질환은 비침습성과 침습성으로 구분하는데요. 통상적으로 경미한 수준의 질병인 비 침습성 폐렴 구균성 질환은 폐렴구균이 비인두에서 기타 다른 장기로 전파되며 발병하는데 감염 부위에 따라 임상 양상이 달라집니다. 폐렴구균이 코의 부비동에 감염되면 부비동염, 귀의 중이에 감염되면 중이염, 폐로 이동하면 폐렴으로 나타난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반면, 침습성 폐렴구균 질환은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심각한 수준의 질병으로 폐렴구균이 뇌 및 척수를 둘러싼 혈류나 조직과 같은 정상적인 무균 부위로 침입할 때 발생합니다. 침습성 폐렴 구균성 질환의 대표적인 예로는 폐렴 구균성 균혈증, 균혈증을 동반한 폐렴, 폐렴 구균성 뇌수막염이 있으며 비침습성일 때보다 중증도가 심하고 최악의 경우 사망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앵커]
침습성과 비침습성 말씀을 해주셨는데, 침습성이라고 하면 뭔가를 침투하는 거 같은데 정확히 어떤 개념인지 설명해주시죠.
[인터뷰]
세균이 무균으로 여겨지는 혈액이나 관절액,뇌수막액 등에서 발견되는 것을 말합니다. 그렇게 되면 원인균이 몸속에서 급속하게 퍼질 가능성이 높고 이로 인해 생존율이 현저히 떨어지거나 후유증이 커질 위험이 있습니다. 생후 24개월 미만의 영유아, 65세 이상의 고령자, 그 외에 면역력이 저하된 환자에게서 감염 위험이 높습니다.
[앵커]
원래 세균이 있으면 안 되는 곳에 세균이 발생하게 되서 더 위험하게 되는 거군요, 폐렴 구균성 질환은 어떻게 치료해야 할까요?
[인터뷰]
폐렴 구균성 질환은 항생제로 치료할 수 있습니다. 우선 환자의 감염 부위를 확인하고 폐렴구균의 항생제 감수성 검사 결과에 따라 적절한 항생제를 선택해 치료합니다. 이외에도 폐렴 구균성 폐렴으로 인한 기침, 호흡곤란, 가슴 통증 등 동반 증상을 치료하기 위해 기침을 완화 시키거나 억제하는 진해제, 가래를 제거하는 거담제, 좁아진 기관지를 넓게 만들어주는 기관지 확장제 등을 같이 투여하기도 하고, 진통제를 사용해 통증을 완화하기도 합니다. 이러한 치료를 받으면 일반적으로 환자들의 대부분이 치료 3일 이내에 증상의 호전을 보입니다.
[앵커]
그리고 조금 전에 코로나19 환자도 언급을 해주셨지만 폐렴구균 감염에 특별히 취약한 고위험군이 있을까요?
[인터뷰]
폐렴구균 감염의 주요 위험 요인은 연령과 기저 질환입니다. 실제로 65세 이상의 건강한 성인의 폐렴구균 감염 위험은 50~64세의 건강한 성인과 비교해 약 2배 정도 높습니다. 특히, 고령에서는 젊은 환자들에서 나타나는 전형적인 급성 호흡기 증상이 잘 나타나지 않아 폐렴 진단까지 오랜 시간이 걸려 사망률이 높아지기 때문에 예방이 필수적입니다.
면역저하자나 만성질환자 역시 고위험군에 포함됩니다. 건강한 성인과 비교해, 폐렴 발병 위험이 당뇨병 환자에서 3배, 만성 심장 질환자에서 4배, 만성 폐 질환자에서는 8배 정도 폐렴구균 감염 위험이 높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앵커]
이런 분들이 폐렴을 예방하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건 무엇일까요?
[인터뷰]
폐렴을 포함한 폐렴 구균성 질환을 예방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폐렴구균 백신 예방 접종입니다. 폐렴구균 백신을 맞으면 폐렴에 걸릴 확률이 적어지고, 폐렴에 걸리더라도 증상이 나빠질 가능성이 줄어들기 때문입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예방접종을 하지 않은 사람들과 비교해 23가 폐렴구균 백신을 1회 접종한지 5년 이하인 사람들에서 지역사회 획득 폐렴에 대한 51%의 예방 효과를 확인했습니다. 또한 일본 요양원 고령층을 대상으로 한 실제 진료환경 연구에서도 23가 폐렴구균 백신은 폐렴 구균성 폐렴을 발병률을 63.8% 감소시켰고, 이로 인한 사망률도 감소시킨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앵커]
65세 이상 고연령층이나 기저질환이 있는 분들은 백신을 꼭 맞는 게 좋을 거 같은데요. 백신 접종 전에 꼭 알아야 할 내용이 있다면 알려주시죠.
[인터뷰]
성인이 접종하는 폐렴구균 백신에는 예방 범위와 특징이 조금 다른 23가 백신과 13가 백신, 두 가지 종류가 있습니다. 예방접종은 폐렴 발병의 위험도에 따라 1회 이상의 접종이 필요할 수 있기 때문에 자신의 건강 상태에 따라 권고되는 접종 스케줄을 확인하고 올바르게 접종하는 것이 좋습니다.
대한감염학회는 기본적으로 65세 이상 건강한 고령자에서는 23가 백신을 1회 접종하거나 13가 백신과 23가 백신을 순차적으로 1회 접종할 것을 권고하고 있습니다. 또한 18~64세의 만성질환자 또는 면역저하자와 같은 고위험군에서는 13가 백신과 23가 백신을 모두 순차접종 할 것을 권고하고 있습니다.
또한, 국가에서는 만 65세 이상의 고령층을 대상으로 폐렴구균 백신 무료 예방접종사업을 시행하고 있어 대상자라면 23가 백신을 1회 무료로 접종받을 수 있습니다. 올해 폐렴구균 백신의 무료 접종 대상자는 1958년 12월 31일 이전 출생자까지 확대되었습니다. 신분증을 지참해 보건소 또는 지정 의료기관을 방문하면 무료 접종이 가능합니다.
[앵커]
저희가 백신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궁금한 점이 폐렴구균에 한 번 감염되면 면역력이 생겨서 다시 백신을 접종하지 않아도 되나요?
[인터뷰]
이런 분들 굉장히 많습니다. 나는 대상포진 걸렸으니까 다시 걸리지 않으니까 백신을 안 맞아도 되지 않을까 합니다. 폐렴구균은 현재까지 약 90여 가지의 세부 종류가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폐렴구균에 한 번 감염됐다고 하더라도 다른 종류의 폐렴에 다시 걸릴 수 있기 때문에 폐렴구균 백신 접종이 필요합니다.
[앵커]
요즘 그리고 코로나19도 고위험군에게 백신 접종을 권고하는 상황이니까 다른 질병 백신과 동시에 접종해도 괜찮은가요?
[인터뷰]
폐렴구균 백신은 대상포진, 인플루엔자, DTaP, 폴리오 백신 등과 동시 접종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시간이 없고 코로나 19로 인해 여러 번 병원에 방문하는 것이 어렵다면 폐렴구균 백신 접종할 때 다른 백신과 함께 접종하면 편리하게 여러 질병을 예방할 수 있겠습니다.
또 하나는 코로나 백신과 동시 접종이 가능한지 여부를 알려드리면 좋을 것 같은데요. 코로나 19 백신을 다른 백신과 동시 접종할 경우 코로나19 백신의 안전성과 유효성 자료가 부족하기 때문에 동시접종을 권고하지 않습니다. 코로나19 백신은 다른 백신과 접종 전·후 최소 14일 간격 유지를 권고하며, 만약 14일 이내 접종 시 또는 부주의로 다른 백신과 동시에 접종되었다 하더라도 재접종은 권고하지 않습니다.
[앵커]
폐렴구균도 다른 질환과 마찬가지로 예방이 중요할 거 같은데요. 평소 개인 위생 관리를 철저히 하고 호흡기와 면역력을 관리하는 게 중요할 거 같습니다. 서울 보라매병원 가정의학과 오범조 교수와 함께했습니다. 고맙습니다.
YTN 사이언스 김기봉 (kgb@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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