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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학개론] 잠길 수 있는 나라들…각국의 해수면 상승 대응책

2023년 04월 11일 오전 09:00
■ 반기성 / K웨더 예보센터장

[앵커]
올해 3월 최종 발표된 IPCC 6차 보고서에서는 빙하가 녹고 지구온난화로 인해 해수면이 높아져 미래에는 더욱 해수면이 상승하면서 더 많은 지역이 침수되고 더 강한 피해가 발생할 것으로 예측했는데요. 오늘 <날씨학 개론> 에서는 해수면 상승 위험에 봉착한 나라들이 어떤 대비책을 준비하고 있는 알아보겠습니다. 케이웨더 반기성 센터장님과 함께합니다. 어서 오세요.

[반기성 / K웨더 예보센터장]
안녕하세요.

[앵커]
해수면이 상승하게 되면 당장 생각나는 게 해발고도가 낮은 국가나 남태평양의 섬나라 국가들이 당장 큰 피해를 입을 것으로 보이는데요. 지금 어떻게 대응하고 있나요?

[반기성 / K웨더 예보센터장]
해수면 상승에 따른 각국의 대책을 보면 가장 먼저 그 땅을 떠나 다른 나라로 가는 이주가 있습니다. 그리고 제방을 쌓아 올려 해수면 상승 피해를 막는 방법도 있고요. 일부 섬나라의 경우 흙을 쌓아 올려 섬의 땅 높이를 높이는 나라도 있습니다. 그리고 도시의 일부분이 물이 상승하면 떠오르게 하는 플로팅(Floating) 방법을 사용하는 나라도 있고요. 최근에는 바다 위에 수상도시를 건설하는 방법도 많이 사용합니다. 가장 먼저 이주하는 사례를 보면요. 남태평양의 섬나라 키리바시의 경우 피지 북섬에 땅을 구입 해 2,000명을 이주시켰고요. 29개의 섬으로 이루어진 마셜제도의 경우 미국의 신탁통치를 받고 있기에 미국으로 이주하기가 쉬운데요. 마셜제도 정부 조사에 따르면 2021년 인구는 약 4만3,000명으로, 지난 10년 사이 20% 줄었는데 줄어든 사람들은 미국으로 이주한 사람들이라고 하지요.

[앵커]
네, 지금 여러 가지 대비책들을 설명해주셨는데요, 앞서 말씀하신 것 중에 제방을 높이 쌓아 올려 피해를 줄이는 방법이 있다 이렇게 말씀해주셨는데요, 대비하고 있는 사례를 좀 더 말씀해주시죠.

[반기성 / K웨더 예보센터장]
덴마크의 경우 인공반도를 만들어 해수면 상승 피해를 막겠다는 프로젝트를 올해 시작했는데요. 인공반도는 대륙에서 바다로 돌출해 3개 면이 강이나 바다에 둘러싸인 육지를 말하는데, 축구장 약 370개에 해당하는 면적으로, 3만 5,000가구 수용이 가능 합니다. 앞으로 약 3조 5,000억 원을 투입하는데요. 해수면 상승으로 운하범람이 예상되면서 방파제 역할을 해줄 인공반도 건설을 구상한 것이지요. 해일을 막기 위해 인공반도에 제방을 쌓고 가장자리엔 인공 해안선을 만들어 파도 에너지를 흡수하고 분산시키는 방법입니다. 미국의 뉴저지 주의 애틀란틱시티는 해수면이 상승하면서 도시가 물에 잠기기 시작했는데요. 시 정부는 2016년부터 방파제, 펌프, 격벽을 설치하는 데 약 1,400억 원을 투입했는데요. 방파제를 높이 쌓고 또 펌프장은 해안으로 밀려온 바닷물을 바다로 다시 밀어내는 역할을 하지요. 또 다른 예로 기후변화로 인한 해수면 상승과 홍수를 막기 위해 이탈리아 정부는 약 8조 원을 들여 베네치아에 홍수예방시스템 MOSE(모세)를 만들었는데요. 베네치아 석호 입구에 설치된 모세는 78개 인공 차단벽으로 구성돼 있는데, 평상시에는 바닷속에 잠겨있다가 해수면이 상승하면 공기 주입으로 방벽을 일으켜 세워 아드리아 해의 물이 못 들어오게 막는 역할을 합니다.

[앵커]
정말 해수면 상승이 인류 실존에 위협이 되고 있는 상황인데요, 그런데 우리나라가 해수면 상승률이 세계 평균보다 2~3배 정도 높다고 하던데요. 방파제를 높이는 계획이 있나요?

[반기성 / K웨더 예보센터장]
올해 2월에 해양수산부는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회의에서 '항만 및 배후권역 기후변화대응 강화방안'을 발표했는데요. 우리나라의 바다는 2011년부터 2020년까지 10년간 연평균 4.27㎜씩 높아졌고 태풍의 최대 강도도 시속 39.4km로 지난 41년간 31%나 강해졌다고 해요. 이로 인해 인구와 산업이 밀집한 항만·어항 배후권역의 피해가 우려되고 있거든요. 이를 막기 위해 오는 2032년까지 66 개항 92개소의 전국 항만 및 국가 어항 외곽시설의 방파제를 높이고 구조물 중량을 늘려 강력한 파랑에도 견딜 수 있도록 보강할 계획이고요. 또 항만·국가 어항 배후 권역의 침수 방지를 위해 27 개항 37개소에 방호벽을 설치하고 방재언덕을 조성하는 등 취약지구를 정비할 계획이라고 해요.

[앵커]
말씀하신 것처럼 방호벽이나 방파제를 높이 쌓아서 물이 들어 오지 못하게 하는 방법도 있지만 아예 해수면 상승을 대비해서 땅이나 건물 자체를 높이 쌓아 올리는 방법도 있다고요?

[반기성 / K웨더 예보센터장]
그렇습니다. 독일 함부르크시는 하펜시티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는데요. 제방을 높이 쌓는 대신에 원래의 해발 5.5m 토지 높이를 2m 더 올리는 방법입니다. 이 방법을 사용해서 해수면 상승이나 폭풍 해일을 대비하고 홍수피해도 줄이겠다는 겁니다. 이 프로젝트는 48만 평 항구 부지에 7,500채의 주택과 45,000개의 일자리를 만드는 사업인데요. 모든 건물은 인공 암반 위에 세워지며, 도로와 다리도 해발 7.5~8.5m 이상인 홍수 방지 높이에 만들기에 폭풍해일 시에도 교통과 일상생활이 중단되지 않도록 계획하고 있고요. 덴마크 코펜하겐은 61만 평 부지에 최대 8만 명이 들어갈 주택과 오피스로 재개발하는 노르드하운 프로젝트를 진행 중인데요. 이 프로젝트에서는 방파제를 높이는 대신에 건물 기초를 높이고, 빗물 통로 역할을 하는 녹지 공간을 설치하는데요. 사용자재를 철재보다 암석을 많이 사용해서 탄소 발자국을 크게 줄이는 계획으로 이곳에 들어서는 건물은 탄소배출량을 인증받아야 한다고 해요.

[앵커]
그 조금 전에 물 위에 떠 있는 도시나 플로팅 기법을 설명해주셨는데 이것도 사례를 들어서 설명해주시죠.

[반기성 / K웨더 예보센터장]
세계에서 지표면이 가장 낮은 섬나라가 몰디브인데요, 이 나라는 IPCC 예상대로 세기말에 1m 이상 해수면이 상승하면 나라 전체가 물에 잠기게 됩니다. 그래서 몰디브 정부는 바다 밑으로 가라앉기를 기다리기보다 스스로 떠오르길 택했는데요. 혁신적인 수상 도시인 ‘몰디브 플로팅 시티(Maldives Floating City)’로 2027년 완공됩니다. 해저에서 강철로 연결된 약 5,000개의 '부유 구조물'을 띄우는 프로젝트로, 2만 명을 수용할 수 있고, 주택, 상점, 학교도 들어섭니다. 현재 미국이나 사우디아라비아, 러시아 등도 수상도시 건설을 추진 중에 있는데요. 우리나라 부산시도 수상도시를 만들 계획입니다. 유엔 해비타트 (UN-HABITAT, 인간 정주계획) 가 추진 중인 현대판 '노아의 방주' 해상도시 프로토타입 연구 및 건설에 부산시가 선정되어 MOU가 작성되었지요. 유엔 해비타트는 지속 가능한 도시발전을 만드는 유엔 산하 기구인데요. 이들은 해안지대에 거주하는 전 세계 인구 30%(24억 명)가 침수 위험에 노출돼 있다고 판단합니다. 이를 대비하기 위한 수상도시를 건설하는데, 도시 건설에 필요한 자금은 유엔 해비타트가 전액 부담하며 부산시는 해양 공간과 각종 인허가에 대한 협조만 제공하는데요. 해상도시는 높은 파도나 태풍 등을 견딜 수 있게 설계되며 선박처럼 다른 공간으로 이동 역시 가능하며, 에너지와 물, 식량 등 자급자족할 수 있으며 환경을 훼손하지 않는 자원 재활용이 가능한 도시입니다. 해상도시는 해양생태계 오염을 최소화하는 친환경 기술로 세워지기에 미래 해수면 상승의 좋은 대안이라고 할 수 있지요.

[앵커]
그런데 사실 이런 다양한 방법이 해수면 상승의 근본적인 원인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아닌 만큼 비판도 많다고요?

[반기성 / K웨더 예보센터장]
환경론자 들은 무분별한 개발로 기후 변화를 초래한 인류가 그 기후 변화에 또 다른 개발로 대응하는 것이라고 말하는데요. 해수면 상승에서 살아남기 위한 토목과 건축이 장기적으로는 환경을 더 심각하게 파괴할 수 있다는 것이지요. 아무리 친환경 설계를 한다고 해도 "자연의 원리를 인공적으로 바꾸는 인공 구조물"이라는 본질은 달라지지 않는다는 겁니다. 예를 들어 흙 8,000만 톤을 바다에 매립해 만드는 덴마크의 인공반도 계획은 발트 해 염분 균형을 깨뜨려 해양 생태계에 위협이 될 수 있다는 것이지요. 그러나 해수면 상승으로 살 수 없게 되는 사람들에게는 생존문제가 되기 때문에 막을 수는 없다고 봅니다. 따라서 모든 해수면 상승 대책을 수립할 때 자연환경 파괴나 탄소배출을 최소화하도록 해야 할 것으로 봅니다.

[앵커]
기후변화가 이제는 인류의 생존을 직접 위협하고 있는데요. 달라진 환경에 적응하는 방법을 진지하게 고민 해야겠습니다. <날씨학개론> 케이웨더 반기성 센터장과 함께 했습니다. 고맙습니다.

YTN 사이언스 김기봉 (kgb@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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