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갈간남 / 직업 크리에이터
[앵커]
세상에는 다양한 직업이 있죠. 하는 일은 달라도 모두가 각자의 자리에서 제 몫을 해내고 있기 때문에 우리 사회가 유지될 수 있는데요. '저기, 잠깐만요' 오늘은 다양한 직업을 소개하고 체험하며 일의 소중함과 삶의 향기를 전하고 있는 분을 모셨습니다. 직업 크리에이터 '갈간남'입니다. 어서 오세요.
우선 사이언스 투데이 시청자께 간단하게 자기소개 해주시죠.
[갈간남 / 직업 크리에이터]
안녕하세요. 갈 때까지 간 남자, 갈간남 엄정웅이라고 합니다. 전업 크리에이터고요. 직업을 소개하고 체험하는 유튜브 채널, 갈간남을 3년째 운영 중입니다.
[앵커]
갈 때까지 간 남자, 줄여서 '갈간남'. 이름에 어떤 사연이 있을 것 같은데, 어떻게 채널명을 정하게 되셨죠?
[갈간남 / 직업 크리에이터]
사실 제가 과거에 힘든 일이 많았습니다. 빚도 지고 심리적으로도 바닥까지 떨어진 적이 있었는데, 그때 내가 정말 ‘갈 때까지 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그러다가 공장에서 하루하루 열심히 사는 모습, 빚을 갚아나가는 모습을 일기를 쓰는 마음으로 기록하다 보면 1년 뒤에는 달라진 모습을 볼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면서 브이로그를 시작했는데, 그때 채널명을 ‘갈 때까지 간 남자', '갈간남'이라고 짓게 됐습니다.
[앵커]
갈간남이 어떤 채널인지 잘 모르는 분들을 위해서, 정확히 어떤 목표로 어떤 콘텐츠를 만드는지 설명해주시죠.
[갈간남 / 직업 크리에이터]
세상의 모든 직업을 소개하는 콘셉트로 콘텐츠를 만들고 있는데요. 주로 제가 공장에서 일할 때부터 가까이서 봤던 현장직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제가 출연자의 하루를 모두 따라다니면서 어떤 일을 하는지, 근무여건이나 취업조건은 어떤지 자세히 소개하고 있습니다.
이 콘텐츠를 시작한 건 현장직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바로잡고 싶다는 생각 때문인데요. 사람들이 생각보다 현장직을 잘 모르고 편견도 갖고 있더라고요. 저도 아직 젊은 축에 속하지만 특히 젊은 층이 현장직을 힘들고 돈도 못 버는 일이라고 생각해서 기피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요즘 취업난이 심각하다 하는데, 조금만 시선을 돌리면 좋은 직업, 좋은 직장이 많이 있거든요. 제가 이런 점들을 생동감 있게 전달하면 인식 개선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시작하게 됐습니다.
[앵커]
저희가 모시기 전에 영상 댓글들을 쭉 봤는데, 댓글을 보면 우리 사회에 이렇게 다양한 직업이 있고, 각자 역할을 잘 해내고 있기 때문에 우리 사회가 굴러간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는 반응이 많은데요. 어떤 계기로 이런 콘텐츠를 기획하게 됐나요?
[갈간남 / 직업 크리에이터]
제가 브이로그를 좀 하다 보니까 구독자가 생기기 시작하고 많은 분들이 응원도 해주시더라고요. 그래서 유튜브에 조금 더 신경을 써볼까 했는데, 공장 일과 병행이 힘들더라고요. 그래서 5개월 정도 고민하다가 과감히 퇴사했습니다.
그때 주변에서 미쳤다는 소리 많이 들었습니다. 사실 나이도 서른이 넘었고, 결혼할 여자친구도 있던 상황이라 미래가 불안했거든요. 그래서 브이로그를 한 달 정도 쉬면서 진지하게 콘텐츠를 고민했습니다. 내가 무엇을 잘하고 좋아하는지 생각해봤는데, 직업을 다양하게 접해봤고 사람 만나기를 좋아하니까 ‘직업을 소개해보자’ 하는 생각이 번뜩 떠올랐습니다. 그래서 시작하게 됐죠.
[앵커]
갈간남님의 영상을 보면 출연자들이 직업도 다양하고 지역도 다양해서 섭외하는 일도 쉽지 않아 보이는데요. 출연자 섭외는 어떻게 하나요?
[갈간남 / 직업 크리에이터]
일단 콘텐츠 균형을 생각해서 다양한 직업을 다루려고 하는데, 출연자는 전화 인터뷰를 해보고 결정합니다. 어떤 사연, 스토리가 있는 분들을 우선 섭외하고요. 이분들이 알려주시는 정보도 철저하게 검증합니다. 제 콘텐츠를 보고 그 직업에 대한 정보를 얻는 분들이 많거든요.
만약 일당, 단가, 복지수준 같은 내용이 잘못되면 동종업계 다른 분들이 피해를 보거나, 취업 준비하시는 분들이 낭패를 볼 수 있습니다. 출연자 섭외는 지금은 이메일로 출연신청을 받습니다만 처음에는 제가 네이버로 검색해서 무작정 전화를 걸었거든요. 그러면 백이면 백 모두 거절당했습니다.
그러던 중 은인이 나타났는데요. 제가 브이로그 하던 시절부터 쭉 보신 분이 도와주고 싶다면서 출연해주셨습니다. 건물 외벽에서 밧줄 타는 분인데, 그분이 나온 영상이 유튜브에서 크게 주목 받으면서 채널도 급성장할 수 있었거든요. 그때부터 서로 경조사도 챙기는 절친한 사이가 됐는데, 이 자리를 빌려서 다시 한 번 감사 드리고 싶습니다. ‘함성범 선생님’ 지금 이 영상을 보고 계시다면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앵커]
함성범 선생님께서 굉장히 좋아하실 것 같은데, 영상을 쭉 보니까 근무환경이나 급여 같은 정보도 솔직하게 알려주시더라고요. 하지만 같은 업계 분들이 보기에는 조금 민감한 내용일 수도 있는데, 정보를 어디까지 담아야 할지 고민이 많을 것 같습니다. 어떤가요?
[갈간남 / 직업 크리에이터]
정말 많이 고민되지만 시청자에게는 꼭 필요한 정보거든요. 그래서 출연자에게 허락도 받고, 확실한 건지 검증도 하는데, 가끔 항의전화가 올 때가 있어요. 엉터리 정보다’, ‘그 사람이 거짓말하는 거다’이런 얘기를 하면서 당장 영상을 내리라고 요구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러면 출연자와 상의하고, 그 정보가 맞는지 다시 한번 확인한 뒤에 영상을 내릴지 결정합니다.
폐지방 수거일을 소개한 적이 있는데, 어떤 분이 아버지와 아들이 이 일을 같이 하는데 단가가 잘못 알려져서 생계가 어려워졌다며 항의 전화를 거셨어요. 이때는 출연자와 상의해서 결국 영상을 내렸습니다. 또 작년에 뉴스에서도 크게 이슈가 됐던 분이 있는데, 환경미화원이었거든요. 이분이 환경미화 일을 하시면서도 부동산 투자를 공부하셔서 자산을 많이 모았습니다. 그랬더니 구청에 민원이 쏟아졌다는 거예요. '왜 돈도 많은 사람이 환경미화원 하면서 일자리를 뺏느냐’, ‘당장 잘라라’ 이런 얘기였다는데, 그 출연자께서 자기는 괜찮다면서 오히려 저를 위로해주시더라고요. 그 영상은 아직 게시돼있습니다.
[앵커]
출연자들이 각자의 사연으로, 책임감으로 묵묵히 일하는 모습을 보며 감동을 받는다는 분들이 많은데, 그 중에 특히 기억에 남는 출연자가 있을까요?
[갈간남 / 직업 크리에이터]
'곰방’이라고 부르는 일이 있어요. 건설현장에서 등짐 지는 일인데, 수십kg을 등에 메고 5~6층 계단을 수백 번 오르는 분이 있었습니다. 그러면서도 내내 웃으면서 일하셨거든요. 그런데 그렇게 힘들게 일한 뒤에 헬스장에 가서 운동을 또 하십니다. 몸을 쓰는 일인 만큼 몸 관리를 잘해야 한다는 이유였는데요. 그분은 원래 쇼트트랙 선수였다가 곰방 일을 하게 된 분이었는데, 일을 진지하게 대하는 모습이 감동적이었습니다.
또 젊은 지게차 사장님이 떠오르는데, 아주 어려운 환경에서 자수성가한 분이었습니다. 얼굴도 귀티가 나고 성격도 워낙 밝아서 솔직히 '집이 잘 사나보다' 싶었지만 사고로 아버지를 잃은 뒤에 가장이 돼서 병원에 홀로 계신 어머니를 부양하고 있더라고요. 밤마다 어머니와 영상통화를 하는데, 제가 그걸 찍다가 눈물이 너무 많이 나서 촬영을 중단했던 일이 있습니다. 저보다 어린 분이었지만 맨주먹으로 자기 사업체를 차리고, 틈틈이 책을 읽는 모습을 보고 느낀 점이 많았습니다.
[앵커]
출연자와 하루 이틀을 완전히 동행하기 때문에 동에 번쩍 서에 번쩍 하시더라고요. 제작도 만만치 않아 보이는데 그래도 느끼는 보람이 있을 것 같습니다. 어떤가요?
[갈간남 / 직업 크리에이터]
제가 지금 집이 포항인데요. 장거리 이동이나 외박이 잦은 게 힘들긴 합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괴로운 건 정성 들여 만든 영상을 내려야 할 때인데요. 제가 촬영부터 편집까지 다 혼자 하는데, 편집에만 10시간 가까이 걸리거든요. 그렇게 만든 영상을 내려야 할 때는 정말 괴롭습니다. 하지만 출연자가 피해를 본다거나 업계에 혼란이 생기는 것은 제가 원치 않기 때문에 괴롭지만 영상을 내릴 때가 있습니다.
보람은, 영상을 보시는 분들이 제 노력을 알아주실 때 정말 뿌듯합니다. 조회수가 잘 나오는 것도 행복한 일이지만 구독자들이 '좋은 콘텐츠 만들어줘서 고맙다', '많은 도움이 됐다'고 댓글을 보면 행복합니다. 또 출연자가 ‘좋은 추억 만들어줘서 고맙다’고 인사할 때도 보람을 느낍니다.
[앵커]
갈간남의 앞으로 계획과 목표도 궁금합니다.
[갈간남 / 직업 크리에이터]
우선 콘텐츠 계획이 있는데요. 지금 콘텐츠에는 나름대로 성공하신 분, 잘된 분들이 나오시는데, 일이 잘 안 되는 분들은 이걸 보고 힘이 빠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반대로 사정이 어렵고 일이 잘 안 되는 분들을 도와드릴 수 있는 콘텐츠를 생각하고 있습니다. 구체적인 건 구독하셔서 봐주셨으면 좋겠고요.
궁극적인 목표는 제가 느낀 교훈과 동기부여를 다른 사람들과 더 많이 나누는 것입니다. 그래서 강사도 준비하고 있고요. 저도 1평짜리 고시원에 살며 막노동을 한 적이 있거든요. 하지만 지금은 작지만 제 집이 생겼고, 가정도 이뤘습니다. 이런 제 이야기에 현장에서 느낀 감동을 더해서 많은 분들께 용기를 전해드리고 싶습니다.
[앵커]
마지막으로 갈간남님이 시청자께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고 하셨어요. 들려주시죠.
[갈간남 / 직업 크리에이터]
저희 출연자들이 자주 하시는 말씀이 있어요. ‘좋은 시선으로 바라봐달라'. 일이라는 건 누구에게나 소중하고 그 가치는 어느 것이 우월하다 말할 수 없습니다. 편견 없이 바라봐주셨으면 좋겠고요. 취업을 준비하시는 분들은 이런 부정적인 얘기만 들을 게 아니라, 내가 맞다고 판단하면 일단 몸으로 부딪쳐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어쩌면 나와 잘 맞아서 천직이 될 수도 있으니까요. 저는 그런 분들을 많이 봤습니다. 취준생 여러분, 자신을 믿고 움직여보시길 바랍니다.
[앵커]
갈간남님 콘텐츠를 보면서 말씀하신 것처럼 '직업에는 귀천이 없다'라는 말을 생생하게 경험하게 됐는데요. 앞으로도 좋은 콘텐츠들로 우리 세상을 움직이게 하는 많은 직업들 계속해서 소개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말씀 잘 들었습니다! 고맙습니다~
YTN 사이언스 김기봉 (kgb@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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