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소라 / 과학뉴스팀 기자
[앵커]
과학 기자와 함께 전 세계 도시 속에 숨겨진 과학 문화유산을 알아보는 코너입니다. 과학도시, 최소라 기자와 함께합니다. 어서 오세요.
[기자]
안녕하세요.
[앵커]
오늘은 어느 도시로 가볼까요?
[기자]
오늘 둘러볼 도시는 사이언스 투데이에서 대전 다음으로 가장 많이 언급되는 도시일 겁니다. 오늘의 과학도시가 어디인지 말씀드리기 전에, 준비된 영상 보시고 한번 감을 잡아보실까요? 영상 첫 장면을 보시자마자 느낌이 온 분들도 계실 텐데요, 오늘의 과학도시는 바로 '케이프 커내버럴'입니다.
케이프 커내버럴은 미국 플로리다주에 있는 작은 도시인데요, 인구는 만 명, 면적은 여의도의 약 1.3배에 불과합니다. 작은 도시인데도 뉴스에 굉장히 자주 등장하는데, 우주기지가 있는 도시이기 때문입니다. 케이프 커내버럴 우주군 기지가 있는 곳이고, 바로 옆 메리트 섬에는 케네디 우주센터가 있습니다. 그야말로 이 지역 일대가 우주 탐사의 본고장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앵커]
이렇게 작은 도시일 줄 몰랐네요. 저도 입에 케이프 커내버럴이 잘 붙어 있는 것 보니깐 우리 뉴스에서 자주 다루던 곳인데, 지난해 다누리가 발사된 곳이잖아요. 그때 발사대도 여기 있는 거죠?
[기자]
네, 그렇습니다. 케이프 커내버럴 우주군 기지에는 현재 사용 중인 발사 시설이 여섯 곳인데요, 이 가운데 하나가 다누리를 실은 팰컨9이 발사됐던 SLC-40입니다. 이 40번 발사대는 1960년대부터 나사가 우주발사체를 쏘는 데 이용했는데요, 2007년부터는 나사가 스페이스X에 임대를 줬습니다. 다누리뿐 아니라 국내 몇몇 위성들도 이곳에서 스페이스X 발사체로 발사된 적이 있어서 한국과 인연이 깊은 발사대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 40번 발사대는 지난 2016년 폭발 사고로 이슈가 되기도 했는데요, 팰컨9이 발사대에 세워진 채로 시험 중에 폭발한 겁니다. 폭발이 얼마나 컸는지 인근의 유리창이 깨졌고, 60㎞ 넘는 곳에서도 열기가 느껴졌다고 합니다. 이때 발사대도 크게 망가졌는데, 사고 후에 보수를 거쳐서 오히려 성능이 개선됐고, 덕분에 다누리를 비롯해서 많은 위성과 발사체가 이곳에서 발사될 수 있었습니다.
[앵커]
6개가 있다고 하셨는데 나머지 발사대 5곳에선 어떤 것들이 발사되고 있나요?
[기자]
스페이스X가 40번 발사대 외에 한 곳을 더 임대해서 쓰고 있고요, 또 다른 한 곳은 렐러티비티 스페이스가 빌려 쓰고 있습니다. 지난 3월 최초의 3D 프린팅 로켓이 여기서 발사되기도 했습니다. 1단 엔진 분리까지는 이뤄졌지만, 2단 엔진이 빨리 꺼지면서 궤도 도달에 실패했다는 소식, 저희도 전해드렸습니다. 그리고 나머지 발사대는 보잉과 록히드마운틴 합작 기업인 ULA 등이 발사체를 쏘는 데 사용하고 있습니다.
케이프 커내버럴엔 이렇게 활성화된 발사대 6개 외에도 비활성된 발사대가 40여 개 있는데요, 이 가운데 일부는 블루오리진 등 민간 우주기업에 임대하기 위해 리모델링을 하고 있습니다. 때문에 앞으로 활성 발사대 수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민간 기업들이 정말 많이 빌려서 사용하고 있군요. 그야말로 뉴 스페이스 시대라는 게 실감 나네요. 케이프 커내버럴 말고 케네디 우주센터라는 곳도 있잖아요, 근처라면서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케네디 우주센터는 케이프 커내버럴 북서쪽 메리트 섬에 있는데요, 여기도 발사장 4곳이 있습니다. 이곳에서도 역시 민간 발사가 활발한데요. 가장 유명한 발사대인 LC-39A를 비롯해서 조립동 등 주요시설을 스페이스X가 빌려서 사용하고 있습니다.
39A 발사대는 인류 우주 역사상 가장 의미 있는, 중요한 장소인데요, 60, 70년대 미국의 달 탐사 프로젝트인 아폴로 발사가 대부분 이곳에서 이뤄졌습니다. 그러니까 닐 암스트롱이 탄 아폴로 11호가 이곳에서 발사돼서 인류가 최초로 달에 발을 디딜 수 있었다는 겁니다.
이 밖에도 유명한 발사체 다수가 여기서 발사됐습니다. 이 역사적인 조립동과 발사대를 보려면 우주센터 투어를 통해서 직접 둘러볼 수 있는데요, 이 투어가 전 세계적으로 인기 있는 관광 코스입니다.
[앵커]
케이프 커내버럴 우주군 기지랑 케네디 우주센터가 다 이 지역에 있는데요, 이 일대에 이렇게 많은 발사대가 세워진 이유는 뭔가요?
[기자]
가장 큰 이유는 케이프 커내버럴이 미국에서 가장 남쪽에 있는 도시 중 하나이기 때문입니다. 지구가 자전하면, 우리는 느끼지 못하지만, 지구 위의 물체는 우주로 벗어나려고 하는 원심력을 받게 되는데요, 남북극은 자전축에 가까워서 자전 속도가 느리고, 원심력도 크지 않지만, 적도 부근은 자전축에서 지구 반지름만큼이나 떨어져 있어서 자전 속도가 빠르고 원심력도 큽니다. 원심력이 발사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전문가에게 함께 들어보시겠습니다.
[노태성 / 인하대 항공우주공학과 교수 : (자전 속도가) 가장 속도가 빠른 곳이 적도 부근이죠. 상대적으로 지구 중력이 조금 줄어드는 듯한 그런 효과가 있고, 또 지구가 자전하는 방향이 동쪽 방향이에요. 동쪽 방향으로 발사하게 되면 그만큼의 속도를 업고 있는 거죠.]
[기자]
속도를 업고 간다고 언급됐는데요, 비유하자면 남북극에서 발사체를 쏘면, 무궁화호를 타고 물건을 던지는 것과 같고, 적도에서 발사체를 쏘면, KTX를 타고 물건을 던지는 것과 같습니다. 그러니까 KTX 속도의 도움을 받으면 종이비행기가 더 빨리 날아가는 원리입니다. 발사체가 속도를 더 낼 수 있어서 연료 소모는 더 적다는 겁니다. 이 밖에도 케이프 커내버럴이 대서양과 맞닿아 있어서 로켓이 추락해도 바다에 떨어지기 때문에 피해를 줄일 수 있습니다.
다만 안 좋은 점도 있는데, 날씨가 변화무쌍하다는 점입니다. 플로리다 주 자체가 습도가 높아서 토네이도가 자주 나타나고요, 번개도 잦은 지역입니다. 이 때문에 이곳에선 번개가 발사체에 영향을 주지 않도록 하는 기술을 개발하는 데도 열을 올리고 있습니다.
[앵커]
최소라 기자의 설명을 들으니깐 발사대들이 왜 여기 있는지 이해가 잘 되는데요, 발사장면을 보러 가는 사람들이 많겠네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이 지역 일대에선 일 년에 수십 번에 달하는 발사가 이뤄지기 때문에 관광객들도 많이 몰립니다. 케네디 우주센터는 발사 장면을 최대한 가까이서 볼 수 있는 티켓을 판매합니다. 케네디 우주센터 관광소에 입장하면 강 건너편에 발사대를 맨눈으로 보면서 다른 관광객들과 함께 앉아서 카운트 다운을 할 수 있습니다. 모든 발사를 볼 수 있는 건 아니고, 일부 발사에 한해서만 관람이 허락되고요,
특히 유인 발사처럼 인기 있는 발사의 경우는 티켓이 빨리 매진될 수 있어서 서둘러서 온라인 예약을 해야 하겠습니다. 하지만 굳이 티켓을 사고 케네디 우주센터 관광소에 입장하지 않아도, 발사 장면을 어렵지 않게 볼 수가 있는데요, 플로리다 해변 곳곳에서 발사 장면이 보여서 관광객이 다같이 모여서 구경을 하기도 합니다.
케이프 커내버럴 일대 발사와 관련된 스마트폰 앱도 있는데요, 앱을 통해서 다음 발사는 언제인지, 어디서 잘 보이는지, 어느 방향에서 보이는지 등을 확인할 수 있다고 합니다. 발사 장면을 직접 본 관광객의 인터뷰 들어보시겠습니다.
[한나 시그밀러 / 미국 테네시 주민 : 먼저 발사되는 장면이 보입니다. 이후에 소리가 강 너머로 들려오기까지는 1분쯤도 걸리는 것 같습니다. 소리를 들으면 믿을 수 없습니다. 마치 발사 현장에 있는 것 같습니다. 우주인이 어떤 느낌일지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앵커]
그런데 이 일대 날씨가 변화무쌍하다고 했는데, 날씨 때문에 발사가 미뤄지면 허탕을 치는 게 아닐까 걱정도 되는데요.
[기자]
네, 발사 장면을 보러 갔다가 허탕을 치는 경우도 비일비재합니다. 발사 몇 시간 전, 몇 분 전에도 발사가 취소되거나 지연될 수 있습니다. 로켓의 기술적인 상태뿐만 아니라 날씨 조건까지 완벽하게 들어 맞아야만 발사가 이뤄지기 때문입니다. 때문에 발사가 미뤄질 경우를 대비해서 다른 할 것들을 생각해 놔야 하는데요, 케네디 우주센터에는 발사 장면 외에도 볼 것들이 많아서 큰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됩니다.
관광소에서는 VR, 가상 현실 체험으로 우주선이나 비행기를 조종해볼 수도 있고, 우주선 탑승이나 미소 중력 체험도 할 수 있습니다. 실제 우주 탐사에 사용됐던 발사체 기체와 탐사선들도 실물이 전시돼 있고, 외부는 물론 내부까지 볼 수 있는 것들도 있습니다. 우주인의 강연도 있고, 우주인과 직접 대화를 할 수 있는 상품도 있는데요, 어린이는 물론이고 어른들도 즐겁게 즐길 수 있는 곳이라는 평가가 많아서 발사 장면 관람 못지않게 만족도가 높은 관광지입니다.
[앵커]
정말 재미있는 체험이 많아 보이네요. 꼭 가고 싶습니다. 과학 도시 오늘은 우주탐사의 전진기지 케이프 커내버럴 대해 알아봤습니다. 최소라 기자와 함께했습니다. 오늘 말씀 잘 들었습니다.
YTN 사이언스 최소라 (csr73@ytn.co.kr)
[저작권자(c) YTN science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 데이터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