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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ZOO] 매일 다른 먹이 골라 먹는다…똑똑한 코끼리

2023년 07월 12일 오전 09:00
■ 이동은 / 과학뉴스팀 기자

[앵커]
매주 동물의 다양한 생태와 습성을 알아보고 그 속에 담긴 과학을 찾아보는 시간입니다.
<사이언스 ZOO>, 오늘도 이동은 기자와 함께합니다. 어서 오세요.

[기자]
안녕하세요.

[앵커]
지난주 판다에 대해 이야기 나눠봤는데요,
방송 이후 판다가 쌍둥이를 낳았다는 소식 들으니까 더 반가웠습니다. 이번 주에는 어떤 동물을 만나볼까요?

[기자]
오늘은 동물원 하면 대표적으로 떠오르는 친구 중 하나죠, 코끼리에 대해 이야기 나눠볼까 합니다.
얼마 전 흥미로운 연구 결과가 있었는데요,
코끼리들이 매일 똑같은 풀과 나무를 먹는 것 같지만, 사람처럼 메뉴를 바꿔가면서 식사를 한다는 것입니다. 미국이 이끄는 국제 공동 연구팀이 케냐 국립공원에 사는 두 그룹의 코끼리 가족을 대상으로 살펴본 결과인데요,
연구팀은 유전자 기법으로 코끼리의 분변과 체모를 분석하고 GPS로 이동 경로를 추적했습니다.
그 결과 코끼리들이 즐겨 먹는 식물은 70% 정도가 아카시아과 식물이나 콩과 식물, 국화과, 백화과 식물 등이었습니다. 그런데 같이 저녁을 먹더라도 코끼리 개체별로 차이가 있었는데요,
대부분의 코끼리가 보통 60~70종의 식물을 먹은 반면, 137종에 달하는 식물을 골라 먹은 개체들도 있었고요, 임신한 코끼리는 사람처럼 먹이의 종류가 다양해진다거나 무리 내에서의 사회적 지위에 따라 먹는 식물의 종류가 달라지기도 했습니다.

[앵커]
네, 굉장히 신기하네요. 그러니까 같은 날 같은 곳에서 저녁을 먹어도 개체별로 다른 식물을 골라 먹는다는 거죠?

[기자]
맞습니다. 각자의 선호도나 몸 상태에 따라서 필요한 먹이를 골라 먹는 건데요, 실제로 이런 다양성 때문에 코끼리는 무리 내에서 먹이 경쟁이 일어나지 않는다고 합니다.


[앵커]
먹이를 필요에 따라 골라 먹을 수 있다는 얘기는 코끼리가 상당히 똑똑하다는 뜻인 것 같은데요?

[기자]
네, 코끼리는 지능이 아주 높은 동물 중 하나입니다. 보통 3~4살 정도 어린아이의 지능을 가졌다고 알려졌는데요,
특히 장기 기억력이 뛰어납니다. 그래서 어렸을 때의 경험이나 다른 코리끼와의 관계를 오랫동안 기억한다고 하는데요, 사람도 한 번 만나면 냄새를 기억해서 다시 만나면 알아본다고 합니다.

[앵커]
사실 코끼리는 덩치가 워낙 커서인지 좀 둔해 보이거든요. 그런데 보기와 달리 아주 영리한 동물이네요?

[기자]
오히려 이렇게 덩치가 큰 것이 지능과도 관계가 있을 수 있는데요, 코끼리의 뇌는 지구 상의 어떤 육상 동물보다도 크고 무겁습니다. 어른이 된 수컷 코끼리의 뇌가 보통 5~6kg까지 나간다고 하는데요, 성인 남자의 뇌가 1.4kg 정도이고 상대적으로 덩치가 아주 작은 쥐의 뇌가 2g에 불과하니까 비교하면 아주 큰 편이죠. 물론 뇌의 크기와 지능이 비례하는 것은 아니지만, 코끼리의 경우는 뇌 구조 덕분에 기억력이 뛰어나고 주변 상황을 빠르게 인식한다고 합니다.

[앵커]
실제로 코끼리가 동요에서 나오는 것처럼 코를 아주 자유자재로 사용한다는 이야기를 종종 볼 수 있는데요, 지능이 높으니까 가능한 거겠죠?

[기자]
코끼리가 먹이를 먹을 때나 몸을 긁을 때 코를 사용한다는 사실은 흔히 알고 계실 겁니다.
실제로 코끼리는 코를 아주 정교하게 이용할 수 있는데요, 코끼리의 코는 뼈가 없는 대신 15만 개 이상의 근육으로 이뤄져 있습니다.
근육세포들이 촘촘히 연결돼 있기 때문에 아주 섬세하고요, 코끝을 정교하게 움직일 수 있어서 정말 사람의 손처럼 쓸 수 있는 거죠.
얼마 전에는 코끼리가 코를 이용해서 바나나 껍질을 까먹는 모습이 화제가 되기도 했는데요,
화면으로 만나보시죠. 지금 보시는 코끼리는 독일 베를린 동물원의 '팡 파'라는 아시아 코끼리입니다.
보통 코끼리는 바나나를 통째로 먹는데요, 코로 아주 쉽게 껍질을 벗겨 먹고 있죠. 실제로 시간을 재 봤더니 사람이 바나나 껍질을 벗겨서 먹는 데 평균 89초가 걸린 반면 팡 파는 22초 만에 바나나를 먹는 데 성공했습니다.

[앵커]
보통은 껍질째로 먹는데 왜 벗겨 먹는 거죠?

[기자]
자세히 보니까 팡 파는 껍질이 파랗거나 노란 바나나는 그대로 먹었고요, 껍질이 갈색으로 변한 바나나를 줬더니 이렇게 벗겨 먹었습니다.
심지어 완전히 익어서 갈색으로 변한 바나나는 거부하기도 했는데요, 연구팀은 아무래도 잘 익은 바나나가 껍질을 쉽게 벗길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고, 갈색 껍질에서는 코끼리가 싫어하는 맛이 날 수도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또 팡 파가 이렇게 바나나 껍질을 벗길 수 있는 것은 교육받은 게 아닌데요, 어린 시절 사육사가 바나나 껍질을 벗겨주는 것을 보고 스스로 학습한 것이라고 합니다.

[앵커]
코를 잘 쓰는 것뿐만 아니라 바나나를 구별할 수 있을 만큼 학습 능력도 뛰어나다, 이렇게 볼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우리가 흔히 '코끼리의 족쇄'라고 하잖아요. 이런 것도 어떻게 보면 학습능력이 좋기 때문에 나온 말인 것 같아요.

[기자]
네, 서커스에서 코끼리로 공연을 하기 위해 어린 코끼리에게 족쇄를 채워서 말뚝에 묶어 놓습니다.
코끼리는 도망치려고 노력하다가 결국 포기하게 되죠. 그러면 이 코끼리는 다 큰 뒤에도 이 말뚝을 뽑지 않고 그대로 묶여있게 된다고 합니다.
이제는 언제든 힘으로 뽑아버릴 수 있지만, 어릴 때 학습된 한계가 코끼리를 무기력하게 만드는 거죠. 어떻게 보면 코끼리의 학습 능력을 인간이 이용한 사례를 보고 나온 말이 아닐까 싶습니다.

[앵커]
생각보다 사람과 닮은 구석이 많은 것 같은데요,
코끼리가 연구 대상으로서 사람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을 주기도 한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코끼리는 지구 상에서 덩치가 가장 큰 포유류지만 암에 쉽게 걸리지 않습니다.
보통 몸집이 크면 세포 수도 많아지기 때문에 그만큼 암 발생 위험도 커지는데요,
실제로 동물원과 야생에서 수많은 코끼리를 해부해 본 결과 암으로 죽는 개체는 평균 5%가 채 안 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원인은 종양을 억제하는 TP53이라는 유전자에 있습니다. 이 유전자는 사람의 경우 부모에게서 각각 하나씩 물려받아 한 쌍을 갖고 있는데요, 코끼리에게는 이 유전자가 40개, 20쌍이나 있어서 사람의 20배에 달합니다. TP53 유전자는 P53 단백질을 통해 세포자살 형태로 암세포의 괴사를 유발하는데요, 실제로 과학자들이 연구한 결과 몸속의 암세포가 죽는 확률이 코끼리는 14%가 넘었지만, 사람은 절반 정도인 7%에 불과했다고 합니다.

[앵커]
그렇다면 코끼리에게 이렇게 암 억제 유전자가 많은 이유는 무엇일까요?

[기자]
암 연구자들은 이렇게 코끼리가 TP53을 많이 갖고 있는 것이 진화의 결과라고 해석했습니다.
야생에서 코끼리는 번식에 불리한 편인데요, 코끼리는 보통 4년에 한 번 새끼를 낳는데 임신 기간은 22개월 정도로 상당히 길지만 한 번에 낳을 수 있는 새끼의 수는 보통 한 마리에 불과합니다.
쌍둥이를 낳을 확률도 1%에 불과하다고 하는데요,
그러다 보니 코끼리는 종 보존을 위해 오랫동안 살면서 자손을 낳아야 하는 거죠. 결국, 몸속 TP53 유전자 개수가 늘어나는 방향으로 진화하면서 코끼리는 70년 가까이 살면서도 암으로 죽을 확률을 크게 떨어뜨릴 수 있었던 것입니다.

[앵커]
이렇게 코끼리의 유전자를 연구하면 사람의 암 발병에 대한 열쇠가 될 수도 있겠네요.
이 밖에도 코끼리가 사람에게 도움을 주는 경우가 또 있다고요?

[기자]
코끼리가 지구 온난화에 도움을 준다는 건데요,
과학자들이 아프리카코끼리를 관찰했더니 이산화탄소를 비교적 덜 흡수하는 이른바 '저탄소밀도 나무'를 골라 먹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 숲에는 800종 정도의 식물이 살고 있었는데요, 저탄소밀도 나무는 햇빛을 더 많이 받기 위해서 다른 식물보다 빨리 자라고 상대적으로 가벼운 편입니다. 밀도가 낮은 만큼 이산화탄소를 붙잡는 부분도 적어서 탄소 흡수량이 적은데, 코끼리가 이런 나무들을 골라 먹고 이산화탄소를 더 많이 흡수하는 나무는 남겨두는 것이 확인된 겁니다. 또 코끼리가 이렇게 특정 나무만 골라 먹으면서 탄소를 흡수하는 나무는 더 잘 자라게 되고요, 나무의 개체 수가 조절되면서 나무와 나무 사이에 공기가 잘 통하고 빛이 골고루 분산되는 효과가 나타나는 거죠. 실제로 코끼리가 멸종될 경우 최대 9%까지 숲의 탄소 저장량이 떨어질 것이라고 과학자들은 예측했습니다.

[앵커]
한 마디로 코끼리가 숲의 정원사 역할을 하는 셈이네요. 굉장히 기특합니다. 저는 맛있는 것만 골라 먹을 거라고 생각했는데요. 그런데 이런 야생 숲에서는 사실 코끼리가 많이 사라졌잖아요, 멸종 위기에 처한 적도 있었는데 지금은 어떤가요?

[기자]
한때 코끼리는 상아를 얻기 위한 사람들의 무분별한 포획 대상이었습니다. 밀렵이 금지되고 여러 보호 활동이 이어지고 있지만 코끼리는 여전히 멸종 위기종으로 지정돼 있는데요, 최근 미국 연구팀이 아시아 코끼리의 서식지 변화를 분석했더니 지난 300년 동안 전체의 64%가 사라진 것으로 나타났다고 합니다. 한반도 면적의 15배에 달하는 넓이인데요, 서식지 평균 면적도 80% 이상이 감소하면서 서식지가 크게 파편화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런 추세라면 코끼리가 살 수 있는 땅은 점점 더 줄어들게 될 텐데요, 앞서 살펴본 것처럼 암 연구 뿐만 아니라 코끼리는 온실가스 배출을 막는 등 인간에게도 많은 도움을 주는 동물입니다. 그만큼 코끼리의 보전을 위해서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해 보입니다.

[앵커]
오늘은 알수록 신비로운 동물, 코끼리에 대해 알아봤는데요. 크고 둔하기만 한 줄 알았던 코끼리의 참모습을 알 수 있었던 시간이었습니다.
<사이언스 ZOO> 이동은 기자와 함께 했습니다. 고맙습니다.

YTN 사이언스 이동은 (delee@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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