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동은 / 과학뉴스팀 기자
[앵커]
동물의 다양한 생태와 습성을 알아보고 그 속에 담긴 과학을 찾아보는 시간입니다. '사이언스 ZO0', 오늘도 이동은 기자와 함께합니다. 어서 오세요.
[기자]
안녕하세요
[앵커]
매주 새로운 동물을 만나다 보니까 이제 어떤 동물이 나올까 기대가 되는데요, 오늘 만나볼 동물은 누구일까요?
[기자]
오늘은 귀여운 외모로 주목받는 동물이죠, 수달에 대해 이야기 나눠볼까 합니다. 최근 한강에서 수달이 발견됐다는 소식이 종종 들리는데요, 혹시 들어보신 적 있나요?
[앵커]
저도 한강에 자주 가는데, 들어보기는 했는데 본 적은 없어요. 저희 뉴스로도 전해드린 적 있습니다
[기자]
지난해 말, 서울시가 1년 동안의 조사 결과를 발표했는데요. 결론은 한강 유역에 15마리의 수달이 살고 있다는 것입니다. 먼저 영상으로 살펴보겠습니다.
보시면 수달이 한강 둔치로 올라와서 활동하는 것을 볼 수 있죠, 밤에 주로 활동하기 때문에 야간에 포착한 모습이 많은데요, 이렇게 낮에도 가끔 활동하는 모습이 발견됐습니다.
[앵커]
한강에 사는 수달의 모습이 구체적으로 담겨있는데요. 구체적인 숫자는 어떻게 파악한 건가요?
[기자]
먼저 연구팀이 샛강을 포함한 한강 지천에서 수달이 남긴 배설물과 발자국 등을 조사했습니다. 수달이 남긴 흔적은 팔당댐 하부에서부터 난지 한강공원에 이르기까지 약 35km 구간에 걸쳐 발견됐는데요. 실제로 수달은 자신의 영역을 배설물로 표시한다고 합니다. 다른 개체가 봤을 때 '이 자리는 이미 주인이 있구나' 하고 느낄 수 있도록 분변을 잘 보이는 데다 싼다고 하는데요, 이렇게 수집한 배설물에 대해서는 정확한 개체 파악을 위해 DNA 분석이 필요했습니다.
그 결과, 연구팀은 15마리의 수달 개체를 식별했고요, 일부는 성별까지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또 이 가운데는 엄마, 아빠, 새끼로 이뤄진 가족이 두 가족 있는 것도 알 수 있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번 조사에서는 빠진 하천도 많이 있거든요. 그러니까 한강과 지천에 사는 수달이 적어도 15마리이고, 이보다 더 많을 수도 있다는 거죠.
[앵커]
수달은 멸종위기종으로 알려져 있잖아요. 그런데 도심 한가운데서 수달을 볼 수 있는 게 생소하게 느껴지는데요. 어떻게 이렇게 한강에서 사람과 가까이 살게 된 건가요?
[기자]
말씀하신 대로 수달은 멸종위기종이자 천연기념물입니다. 과거에는 한강을 포함한 전국의 강이나 하천에서 수달을 쉽게 볼 수 있었는데요, 서울이 아닌 다른 곳에서는 훨씬 더 자주 수달이 나타났다고 합니다. 하지만 지난 1973년, 팔당댐이 건설되면서 수달은 한강에서 자취를 감추게 됐는데요, 1997년에 팔당댐 하류에서 수달의 사체가 발견된 것이 마지막이었습니다.
하지만 당시 이 수달은 하류에서 살다가 죽은 것인지 댐 상류에서 죽은 뒤 물을 방류할 때 떠내려온 것인지는 알 수 없었습니다. 그러니까 실제 30∼40년 동안 수달이 살았다는 증거는 없었던 거죠. 이렇게 수달이 한강에서 사라진 이유는 팔당댐을 기준으로 한강 상류와 하류의 생태계가 그야말로 단절되었기 때문인데요,
수달은 어떤 특정한 곳에 머무르며 살지 않고 강줄기를 따라서 긴 거리를 오르내리며 활동하는 특징이 있습니다. 그런데 팔당댐을 넘어서 하류로 오려면 댐 옆에 모두가 차도가 있어서 로드킬을 당하기가 쉽고요, 한강 둔치도 점점 더 개발돼 서식지가 줄어들게 되면서 결국 한강에서는 수달이 자취를 감추게 된 것입니다.
[앵커]
그럼 수달이 한강에서 사라진 것이 꽤 오래전 일인데, 이렇게 다시 나타난 것은 언제부터인가요?
[기자]
수달은 지난 2016년 광진교에서 다시 나타났다고 알려졌는데요, 직접 관찰이 된 것은 2017년입니다. 당시 한강에 사는 수달 4마리가 무인 카메라에 포착됐는데요, 어미 수달과 새끼 수달 세 마리로 이뤄진 수달 가족이었습니다. 무려 43년 만에 한강에서 다시 수달이 포착된 것인데요, 당시 전문가들은 이 수달 가족이 아주 운 좋게 한강에서 살게 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미 임신한 수달 개체가 로드킬을 피해서 한강 쪽으로 내려오는 데 우연히 성공했고, 다행히도 살아남아 번식까지 하면서 새끼들과 함께 살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불과 5년 만에 수달의 수가 이렇게 15마리까지 늘어나게 된 거죠.
[앵커]
그동안 서식지 파괴로 사라졌던 수달이 다시 한강으로 돌아온 건데, 그렇다면 한강이 유역의 자연이 되살아나고 있다고 볼 수 있는 건가요?
[기자]
사실 수달은 특정 지역의 생태계를 대표할 수 있는 '깃대종'입니다. 수달이 사는지 여부에 따라 생태계의 건강성을 알 수 있어서 '핵심종'이라고 말하기도 하는데요, 아직 한강의 생태계가 돌아온 증거라고 판단하기에는 좀 이른 것 같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대로 수달은 선형으로 이동하는데요, 보통 세력권이 수컷은 15km 정도, 암컷은 7km 정도에 달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한강은 수중보와 댐이 있어서 물길이 단절돼 있고 물가 환경도 대부분 인위적이고 단조로운 편입니다.
전문가들은 한강 유역에는 개방된 공간이 많아서 수달이 사람들과 낚시꾼에 쫓기기도 하고요, 스티로폼과 플라스틱 쓰레기들로 인해 건강을 위협받고 있다고 지적하는데요, 특히 이런 환경에서는 앞으로 수달이 더 번식하는 데 한계가 있습니다. 생태계가 단절되면 근친 교배의 위험이 커지기 때문인데요, 수달이 계속해서 살아가려면 하천의 자연성이 더 회복되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우선 수달이 한강으로 돌아온 것은 반가운 일인데, 그렇다면 우리가 직접 만날 수도 있는 거잖아요? 실제로 보면 그 오밀조밀한 얼굴이 정말 귀여울 것 같아요
[기자]
네, 실제로 한강뿐 아니라 전국 곳곳의 호수와 하천에서 수달을 목격했다는 이야기가 잇따라 들리고 있는데요, 그렇지만 수달을 만나면 조심하셔야 합니다. 귀엽고 온순한 생김새와 달리 수달은 하천 생태계에서는 최상위 포식자입니다. 그래서 수달을 '생태계의 조절자'라고 부르기도 하는데요, 성격이 사나운 편이라서 가까이 가면 바로 물거나 공격할 수 있습니다.
특히 수달은 커다란 물고기도 뼈째 씹어먹을 정도로 아주 강력한 턱과 이빨을 지녔는데요, 하루에 보통 750∼1,500g 정도 물고기를 먹어치우는데 이 양이 자기 몸무게의 15%에 달한다고 합니다. 특히 생태계 교란종인 배스 같은 외래종 물고기를 사냥하기 때문에 앞서 얘기한대로 생태계 다양성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줍니다.
또 수달은 족제빗과 동물 가운데 물속 생활에 가장 능숙한데요, 머리가 작고 납작하면서 몸은 유선형이기 때문에 물살을 가르기에 유리하고요, 몸길이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꼬리가 물속에서 방향 조절 역할을 합니다. 또 포유류지만 발가락 사이에 물갈퀴가 있어서 수영에 최적화되어 있고요, 입 주변에 있는 수염이 안테나 역할을 해서 물속에서도 빠르게 사냥감을 찾을 수 있습니다.
[앵커]
만약에 마주치면 귀엽다고 쓰다듬거나 하면 크게 다칠 수 있다는 점 기억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수달하면 매끄러운 털도 눈에 띄잖아요? 한때는 이 털 때문에 밀렵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고요?
[기자]
네, 가끔 수달이 한겨울에도 얼음을 깨고 헤엄치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요, 바로 수달의 털이 보온 역할을 하기 때문입니다. 수달의 털은 이중 모로 되어 있는데 안쪽에 솜처럼 된 털이 공기를 머금고 있습니다. 치 우리가 패딩 점퍼를 입는 것과 같은 효과를 내는 거죠. 그래서 물속에 오래 있어도 체온이 쉽게 떨어지지 않습니다. 이렇게 방수와 보온 능력 모두 뛰어나기 때문에 사람들이 수달의 털을 노리기도 했는데요,
우리나라에서도 70∼80년 전까지는 모피를 위해 수달을 밀렵했습니다. 이 때문에 수달의 개체 수가 급격히 줄어들기도 했는데, 전 세계적으로 수달이 멸종 위기종이 된 데에도 이런 밀렵의 영향이 큰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이제 40여 년 만에 수달이 한강에 돌아온 만큼 오랫동안 우리와 함께 할 수 있도록 노력이 필요하겠죠?
[기자]
그렇습니다. 한강은 물론 전국의 하천 생태를 꾸준히 관리하는 것은 물론이고요, 수달이 위협을 느끼지 않도록 사람이 접근하지 않는 서식지를 마련해줄 필요가 있습니다. 최근에는 이런 수달을 보호하기 위해서 '한국수달네트워크'가 창립되기도 했는데요, 앞서 얘기한 것처럼 수달은 생태계의 '깃대종'입니다. 수달을 지키고 보호하는 것이 결국 우리 하천과 연안 생태계를 보호하는 길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수달이 돌아온 게 한강 생태계가 회복됐다는 신호라고 하니까 반갑긴 한데, 마주치면 물 수도 있으니까 조심해야겠습니다. '사이언스 주' 이동은 기자와 함께 했습니다. 고맙습니다.
YTN 사이언스 이동은 (delee@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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