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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 레드카펫] 낯설지만 아름다운 영화 '애스터로이드 시티'…매년 6월 30일은 소행성의 날

2023년 07월 21일 오전 09:00
■ 양훼영 / 과학뉴스팀 기자

[앵커]
한 주의 마지막인 매주 금요일, 영화 속 과학을 찾아보는 시간입니다. '사이언스 레드카펫' 오늘도 양훼영 기자와 함께하겠습니다.

[기자]
'사이언스 레드카펫' 양훼영입니다. 세 번째로 만나볼 작품은 영화 '애스터로이드 시티'입니다.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로 이미 한국에서도 많은 팬을 만들어낸 웨스 앤더슨 감독의 신작인데요. 지난 5월에 열린 칸 국제영화제에서 경쟁부문에 초청돼 6분간 기립박수를 받았는데, 평단은 물론 객석에서 현재 엇갈린 평가가 나오고 있습니다.

그럼 첫 번째 키워드부터 살펴보겠습니다. '웨스 앤더슨스럽다' 입니다. 어떤 영화가 미장센이 돋보이면, 웨스 앤더슨스럽다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웨스 앤더슨 감독은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해왔는데요. 특히 이번 영화는 가장 웨스 앤더슨스럽다는 평가받고 있습니다. 현실에 존재하지 않지만, 어딘가에 있을 법한 동화 같고 마법 같은 공간을 만들어내는 게 특징인데, 이번엔 소행성이 떨어진 가상의 도시가 배경입니다.

1955년 미국의 한 사막 도시 이 작은 마을에서 매년 열리는 소행성의 날 행사 청소년들의 기발한 발명품에 상을 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행사 도중 벌어진 예기치 못한 사건에 참가자들은 마을에 발이 묶이게 되고 사막 한가운데에서 이해하기 어려운 일들이 반복되는 가운데 낯선 존재와의 만남까지 이뤄집니다. 과연 무엇이 현실이고, 무엇이 환상일까요?

'애스터로이드 시티'는 극중극 형태로 만들어졌습니다. 영화는 흑백 장면으로 시작하는데, 연극을 만드는 제작과정을 TV쇼로 보여준다고 설명합니다. 흑백으로 만들어진 연극 밖 현실로 배우가 걸어 나오기도 하는데, 이게 영화 속 현실입니다. 그리고 TV쇼에서 만드는 연극은 총천연색의 화려한 컬러로 보여집니다.

영화는 두 상황을 왔다 갔다 하는데, 이러한 대비가 관객을 완전히 몰입시키기도 하고, 때론 주의를 환기하기도 합니다. 앤더슨 감독의 팬이 아니라면 쉽게 이해하긴 어렵지만, 모든 것을 이해하려는 것보단 가벼운 마음으로 즐겨야 더욱 재밌게 볼 수 있습니다.

두 번째 키워드도 보겠습니다. 비주얼 마스터입니다. 웨스 앤더슨은 독특한 미장센을 가진 영화 감독으로 유명하죠. 오죽하면 팬들이 웨스 앤더슨 영화에 나올 법한 장소들을 촬영해 엮은 책이 나왔을 정도인데요. 비주얼 마스터이자 힙스터들의 제왕인 웨스 앤더슨, 이번에도 자신만의 영상미를 스크린 가득 담아냈습니다.

수평으로 움직이는 카메라, 정면을 응시하는 배우들, 동화적 색감, 좌우대칭을 맞춘 정직한 구도까지 웨스 앤더슨의 영화에는 누구나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독특한 스타일이 있습니다.

그리고 이 고유의 스타일을 담아내기 위해 제작진은 사실상 마을 하나를 세웠습니다. 연극이라는 설정 때문에 애스터로이드 시티는 대놓고 세트인 걸 알 수 있지만, 잘 정돈된 풍경이 오히려 더 사실적으로 다가옵니다. 수많은 상징과 비유가 가득한 '애스터로이드 시티' 관객과 직접 마주 보기를 주저하지 않고, 낯설어서 이상한, 그래서 더 아름다운 미장센이 돋보이는 영화입니다.

[앵커]
스토리부터 영상미까지 신선한 자극을 주는 영화라는 생각이 드는데요. 영화 속 과학 이야기, 양훼영 기자와 계속 나눠보겠습니다. 우선 제목이 애스터로이드 시티잖아요. 소행성의 도시인데, 이런 도시가 실제로 있을까요?

[기자]
실제로는 없지만, 가장 비슷한 도시를 찾자면 아마도 러시아 첼랴빈스크가 아닐까 싶은데요. 지난 2013년 2월 15일 오전 9시경, 러시아 첼랴빈스크주 부근 하늘에서 커다란 운석이 빛을 내며 떨어졌는데, 이때 떨어진 소행성 크기는 지름 18m로, 초속 약 19km의 속도로 지구 대기권에 진입해 첼랴빈스크 상공 약 30km 높이에서 폭발했습니다. 이때의 폭발력이 히로시마 원자폭탄의 약 30배에 달하는 폭발 에너지를 발산했는데, 대부분은 대기에 흡수됐지만, 폭발음과 충격파로 인해 1천5백 명 정도가 부상 입었습니다.

[앵커]
소행성의 도시는 없지만, 영화에서 소행성의 날이 있더라고요. 실제로 이런 날이 있나요?

[기자]
네 매년 6월 30일이 소행성의 날이고, 매년 기리고 있습니다.

[앵커]
왜 6월 30일을 소행성의 날로 정한 건가요?

[기자]
앞서 이야기한 첼랴빈스크 운석 충돌 이전에 지구에서 가장 유명한 소행성 충돌 사건이 하나 더 있는데요. 바로 퉁구스카 사건입니다. 1908년 6월 30일 아침 7시경 러시아 시베리아 퉁구스카 지역에 지름 약 40m 크기의 초대형 소행성이 떨어졌는데요. 다행히 사람이 살지 않는 지역이라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25km 이내 산림 8천 그루 이상이 모두 불탈 정도로 위력이 대단했습니다. 이에 UN은 지난 2016년 소행성 충돌 위험을 널리 알리고, 이에 대한 국제적 대응 노력을 요청하기 위해 매년 6월 30일을 소행성의 날로 지정한 겁니다.

[앵커]
실제로 지구 위협 소행성이 생각보다 정말 많다고 하던데, 어느 정도인가요?

[기자]
소행성이 무엇인지 먼저 살펴보면 태양 주위를 공전하는 크기가 작은 천체, 쉽게 말해서 우주 부스러기인데요. 대부분의 소행성은 화성과 목성 사이 궤도에 위치해 소행성대를 형성하고 있지만, 몇몇은 떨어져나와 우주를 떠돌게 됩니다.

그중에서 지구에 약 750만km 이내로 접근하고 지름이 140m 이상인 소행성을 '잠재적 위협 소행성'으로 분류하고 있는데, 이게 2천여 개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연구에 따르면, 지름 100m의 소행성은 도시 하나를 초토화시키고, 지름이 1km 정도면 지구 생태계가 회복 불가능 상태로 파괴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앵커]
아까 퉁구스카 사건 사진 보니까요 정말 위력이 엄청나 보이기는 했는데요 그럼 진짜 지구를 위협할 소행성은 어떤 게 있나요?

[기자]
지금까지 확인된 소행성 중 가장 위협적인 건 소행성 비누입니다. 지름 490m의 소행성으로, 지구 충돌 확률이 2300년까지 1,750분의 1인데요. 충돌 위험이 가장 큰 날은 2182년 9월 24일로 계산됐습니다. 과학자들은 현재 파악된 소행성이나 혜성 중 앞으로 100년 이내에 지구와 충돌할 수 있는 건 없다고 밝혔는데요. 하지만 여기엔 조건이 붙습니다. 바로 궤도가 파악된 소행성에 한해서라는 겁니다.

[앵커]
그렇다면 지금까지 확인 된 것 중에서는 100년안에 위협이 되는 것은 없는데, 그렇다면 확인하지 못한 것은 위협적일 수 있다는 말이겠네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왜냐하면 소행성의 크기가 너무 작으면 우리가 관측했을 때 이게 소행성인지 부스러기인지 구분하기 어렵기 때문에 구분하기가 어려운데요. 그나마 다행인 건 소행성 감시 능력이 크게 발전하고 있다는 겁니다. 예를하나 들어보면 지난 1월에 발견된 소행성 '202 3BUB'의 경우 지구 상공 3,600km를 통과해 지금까지 천체 중 4번째로 지구 가까이 통과했는데요. 이 소행성은 발견된 지 약 일주일 동안 수십 회관 측만으로 지구 근접 궤도는 물론 중력에 의해 공전 주기가 달라진다는 것 등을 과학자들이 정확히 예측해냈습니다.

그만큼 소행성의 관측 능력이 높아졌고, 궤도 예측 시스템이 높은 정확도를 보여줄 만큼 성능 또한 좋아졌다는 거죠. 다만 지구 충돌 위협 소행성을 미리 찾아낸다 해도 현재로써는 충돌을 막을 마땅한 방법이 없다는 건데요. 지난해 소행성에 우주선을 충돌시켜 궤도를 바꿀 수 있다는 사실은 확인했지만, 아직 세부 데이터를 분석 중이어서 앞으로 어떻게 실전에 활용할 수 있을지는 아직 연구가 더 필요한 상황입니다.

[앵커]
네, 오늘 애스터로이드 시티부터 또 소행성에 대한 이야기까지 나눠봤는데요. 지금도 극장에서 영화를 상영 중이더라고요. 상상력이 빚어낸 아름다운 미장센과 함께 하는 시간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양훼영 기자와 함께했습니다. 고맙습니다.

YTN 사이언스 양훼영 (hwe@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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