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현무(RAMP) / 1등 항해사·유튜버
[앵커]
출렁이는 바다 위 수 많은 어선 속에는 선원들의 꿈과 이야기가 펼쳐지고 있는데요. 궁금했지만 멀게만 느껴졌던 선상 속 이야기들을 재미있고 유쾌하게 전하는 유튜브 채널이 있습니다. '저기, 잠깐만요' 오늘은 RAMP 채널을 통해 슬기로운 선상생활을 전하는 1등 항해사! 김현무 님과 함께합니다. 어서 오세요!
[인터뷰]
안녕하세요.
[앵커]
먼저 사이언스 투데이 시청자 여러분들에게 자기소개부터 해주실까요?
[인터뷰]
반갑습니다. 사이언스 투데이 시청자 여러분! 원양어선을 타고 지금은 내려서 푹 쉬고 있는 김현무입니다.
[앵커]
채널명이 RAMP 입니다. 무슨 뜻인지요?
[인터뷰]
RAMP는 Record of All My Passion으로 제 열정을 기록하는 공간입니다. 제가 살아가는 일상을 기록하기 위하여 RAMP라고 지었는데, 전문 원양어선 채널이 되어 버린 것 같네요.
[앵커]
워낙 올려주시는 원양어선 콘텐츠가 생소하고 흥미로워서 많은 분이 좋아하는데요. 많은 직업 중 원양어선을 타게 된 계기, 그리고 이걸 또 직접 촬영하고 유튜브를 시작하신 계기도 궁금합니다.
[인터뷰]
완도에서 태어나고 자라면서 항해사의 길을 꿈꾸었고, 완도 수산고등학교를 가면서 그 꿈을 키워 나가고 있었지만, 원양어선과 고민하던 때에 부경대학교에 진학하면서 원양어선에 대해서 직접 듣고 많은 경험을 할 수 있었고, 최종적으로 원양어선에 승선하게 되었습니다. 원양어선에 승선하기로 마음먹고 나서부터 자료를 찾아보기 시작했는데 너무 자료가 없어서, 더 미지의 세계처럼 남아 있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학교 다니면서 원양어선을 직접 타서 나중에 다른 사람들에게 원양어선에 대해서 잘 설명해줄 수 있도록 해보자 생각했어요. 그래서 블로그에 글을 쓰고, 이걸 영상으로 담기 시작했는데 자연스레 유튜브로 이어지게 됐습니다.
[앵커]
그런데 어업 활동 자체도 굉장히 힘들고 까다로운 일로 알고 있는데, 여기에다가 촬영까지는 더더욱 쉽지 않을 것 같아요. 어떤가요?
[인터뷰]
전문가가 아니다 보니 생생한 촬영도 어렵고, 작업 중에는 카메라를 들고 다닐 수 없으므로 거의 고정해 놓고 촬영을 많이 했습니다. 하루에 한 장면씩 찍어서 짜깁기해서 한 번의 조업장면을 만들어가며 영상을 모았습니다.
[앵커]
원양어선이 정확히 어떤 것이고 또 항해사를 포함해서 이 배에 타는 선원들은 어떤 일들을 하나요?
[인터뷰]
사람들은 고기를 잡는 배를 타면 다 원양어선으로 알고 있습니다. 바다에서 하는 어업을 기준으로 거리에 따라서 연안어업, 근해어업, 원양어업으로 나뉘고 하루 만에 돌아올 정도로 가까이에 어장이 있는 어업을 연안어업이라고 한다면 어장까지 수십 일이 걸리는 먼 거리에서 하는 어업을 원양어업이라고 합니다. 그 사이가 근해어업인데 요즘에는 연근해 어업으로 통칭해서 부르기도 합니다.
원양어선마다 특정한 어종이 정해져 있습니다. 제가 타는 선망선은 통조림용 참치인 가다랑어, 황다랑어를 잡고 횟감용 참치를 잡는 연승선, 오징어를 잡는 오징어 채낚기, 꽁치를 잡는 꽁치 봉수망, 대구, 명태 등을 잡는 트롤어선 등 각자 조업 방식도 다르고 그에 맞는 일을 합니다.
대부분 어업은 눈에 보이지 않은 어군을 유인하거나 어군이 다니는 길목에 함정처럼 설치하는 어법이 많지만, 참치 선망선의 경우는 눈으로 어군을 직접 확인하면서부터 어업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어탐이 주를 이루고, 언제 어디서나 어군을 발견하면 작업을 할 수 있도록 사전에 기계를 점검하거나, 어구를 수리하는 일을 하고 작업 시에는 대부분 선원이 갑판에서 양망 작업, 어획물 처리 작업을 합니다.
[앵커]
정말 종류도 많고 배 안에서 선원들이 하는 일도 많은 것 같은데요. 그런데 다큐멘터리 같은 거 보면 찾아놓은 참치떼를 빼앗으려는 경쟁도 있고, 그물을 끊는 경우도 있더라고요. 그런 경우가 진짜 있을까요?
[인터뷰]
원양어선에서는 암묵적인 규정이 있어요. 그 어군에 먼저 도착하면 먼저 투망하는 식으로 줄을 선다고 해야겠죠? 이제 뒷방이라고 해서 뒤에 도착한 배가 새치기를 하는 것을 뜻하는데 그때는 이제 보트를 타고 와서 그물 끊어버리고 가거나 싸우거나? 전쟁이죠!!
[앵커]
현무님은 '1등 항해사'이십니다. 항해사가 되는 과정, 그리고 1등 항해사가 되면 어떤 점이 다른가요?
[인터뷰]
어선 같은 경우에는 본선에서 자체로 판단 후 어느 정도 경력이 있다면 진급할 수 있습니다. 처음에는 3등 항해사로 승선해서 기본적인 어로작업 및 선망선의 메커니즘을 배웠습니다. 2항사 때는 그것들을 조금 더 능숙하게 익히게 되었고 이제 업무에 대한 숙련도가 쌓이면 1등 항해사 업무도 하면서 트레이닝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1등 항해사 업무는 2~3항해사 때와는 조금 차이가 큽니다. 2~3등 항해사때는 갑판이나 어창에 들어가서 직접 일했다면 1등 항해사는 콘솔에서 기기를 조작해 주거나 추후 출항 일정을 잡아 일의 속도를 조절하는 등 선박을 전체적으로 관리하고 감독하는 업무를 하게 됩니다.항해사라고 해서 항해만 한다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많은데 항해사가 항해하는 것은 업무에 20%~30%밖에 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앵커]
저희가 알지 못했던 업무들도 많네요. 현무님에게는 바다가 곧 인생이지 않을까 싶은데요. 혹시 한번 출항을 나가시면 얼마 만에 돌아오시나요?
[인터뷰]
조금 더 타면 인생이라고 해도 될 것 같네요. 계약이 어기 단위인데 한어기에 1년에서 1년 2개월 정도 조업을 하게 됩니다.
[앵커]
그럼 되게 오랜만에 돌아오시는 건데, 돌아오실 때 기분은 어떠세요?
[인터뷰]
기분은 너무 좋죠. '아... 정산금 얼마 나오려나?' 라는 생각도 많이 합니다.
[앵커]
정말 솔직하신데요, 정산금을 말씀하셨는데, 잡은 고기의 양으로 정산을 할까요? 아니면, 항해한 거리로 정산을 하는 걸까요?
[인터뷰]
항해한 거리는 거의 계산하지 않고, 100% 잡는 양에 대해서 계산을 하게 됩니다. 달마다 나오는 생계비가 있고 나중에 정산금을 받게 되는데 직장인 초봉 정도는 정산금으로 받을 수 있고, 고기를 잘 잡고, 직급이 많이 높아지면 임원급에 연봉을 한 번에 받을 수도 있습니다.
[앵커]
저희는 원양어선 그 안에서의 생활을 모르니까요. 혹시 그 배 안에서 이것도 가능하다! 하는 것들이 있을까요?
[인터뷰]
요즘에는 위성을 이용해서 와이파이가 사용할 수 있게 되면서 원양어선에서의 생활이 많이 변화한 거 같아요. 인터넷 속도는 아주 느리지만 주식 거래도 되고, 쇼핑하면 배송도 받을 수 있는데 이건 조금 오래 걸려요. 한 달 그 이상? 걸리기도 합니다. 한 가지 아쉬운 게, 배달 음식을 못 먹어요. 한국에 있으면 뭐든 먹고 싶은 게 있으면 배달도 되고 가서 사 먹으면 되는데 원양어선에서는 그게 힘들죠. 한국 와서 빅맥 먹고 울 뻔했어요.
[앵커]
영상을 보니까 정말 창고처럼 음식을 쌓아놓고 먹을 수밖에 없는 환경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혹시 원양어선을 타시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으시다면요?
[인터뷰]
원양어선을 타면서 조리장이 갑작스럽게 아파서 하선을 하는 일이 있었습니다. 원양어선은 조업을 계속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조리장 없이 출항하게 되었습니다. 당장 출항하는 날부터 선원들의 식사를 준비할 사람이 없었죠.
상의하다가 기관 파트에서 한 명 항해파트에서 한 명씩 나와 선원들의 식사를 준비하기로 했습니다. 생전에 밥이라고는 안 해본 사람들이 30명 가까이 되는 식사를 준비하는 게 쉽지 않았죠. 국은 왜 이렇게 맛이 없고 해야 할 메뉴는 생각이 안 나기도 했어요. 준비하다 보니 나중에는 저도 가서 도와주기도 하고, 선장님께서 직접 오셔서 닭고기 카레를 해주기도 하시면서 조리장님이 승선하실 때까지 버텼습니다.
[앵커]
지금 영상을 보니까 그래도 다들 능숙하신 것 같은데요
[인터뷰]
조업하면서 선원들의 식사까지 챙겨야 해서 힘들었지만 좋은 추억이 되었던 것 같아요.
[앵커]
잊지 못할 추억일 것 같습니다. 그런데 배 안에서 먹는 음식은 밖에서 먹는 거랑 다르지 않을까 싶은데요. 배에서 드셨던 별미가 있을까요?
[인터뷰]
참치를 잡는 배이기 때문에, 참치에서 횟감으로 유명한 '가마살'이라고 있어요. 한국어로는 목살이라고 하는데 이 부분이 횟감으로도 아주 귀한 부분이에요. 저희는 그걸 에어프라이어에 돌려서 구워 먹었습니다. 연하고 육즙이 좌르르 흐르는 것이 꼭 생선이 아닌 고기를 먹는 느낌입니다.
[앵커]
정말로 배에서밖에 못 먹는 고급음식이네요. 마지막 질문 드리겠습니다. 현무 님과 같은 꿈을 꾸고 계시는 많은 분께 하고 싶으신 말씀 있을까요?
[인터뷰]
배 라는 게 힘들고 외롭기도 하지만 버티다 보면 어느 정도 성과가 나고 돈도 많이 벌 수 있습니다. 그 자리에서 조금만 노력하고 경력을 쌓으면 그 경력으로 육상에서도 좋은 직업을 얻을 수 있고, 단면적으로 보이는 힘든 일로만 남는 게 아니라 좋은 경험이 되기 때문에 도전하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앵커]
오늘 항해사라는 직업에 대해 새롭게 알게 된 점이 많은데요. 큰 배를 타고 바다에 나가는 것 같은 시원한 시간이었습니다. 1등 항해사이자 유튜버 램프 김현무 씨와 함께했습니다. 고맙습니다.
YTN 사이언스 김기봉 (kgb@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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