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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 ZOO] 한국의 마스코트, 야생에서 사라진 호랑이

2023년 08월 02일 오전 09:00
■ 이동은 / 과학뉴스팀 기자

[앵커]
동물의 다양한 생태와 습성을 알아보고 그 속에 담긴 과학을 찾아보는 시간입니다. '사이언스 ZOO', 이동은 기자 나와 있습니다. 안녕하세요. 오늘은 어떤 동물을 만나 볼까요?

[기자]
지난주 토요일이었죠, 7월 29일은 국제 호랑이의 날이었습니다. 호랑이도 다른 여러 동물처럼 멸종위기에 놓여있기 때문에 종 보전과 서식지 보호를 위해서 이렇게 기념일을 제정한 건데요, 오늘은 호랑이에 관해 이야기를 나눠볼까 합니다.

[앵커]
지난주에는 세계 기린의 날에 관해 얘기했었는데 호랑이의 날도 제정됐군요.

[기자]
네, 지난 2010년 11월에 러시아에서 '호랑이 정상회담'이 열렸습니다. 이 자리에는 러시아는 물론이고 중국과 네팔, 방글라데시 등 호랑이 서식지와 관련이 있는 13개 국가의 총리나 국무부장관 등 정상급 인사들이 참여했는데요, 호랑이는 생태계의 최상위 포식자로서 생태계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꼭 필요한 존재인 만큼 호랑이 보호를 위해 여러 나라가 머리를 맞댄 결과 이렇게 기념일을 만들게 된 것입니다.

[앵커]
실제로 호랑이는 이제 야생에서 보기 힘든 동물인데요.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호랑이가 완전히 사라졌는데, 과거에는 어땠나요?

[기자]
우리나라는 '범의 나라' 라고 불릴 만큼 호랑이가 많이 사는 곳이었습니다. 특히 한반도 전역에서 호랑이가 나타났다는 기록이 아주 많은데요. 조선왕조실록을 보면 밤에 호랑이가 한양의 근정전 마당에 들어왔다, 호랑이가 창경궁 뒤편 숲에서 새끼를 낳았다. 이런 기록이 있고요. 마치 전래동화 속 이야기처럼 호랑이가 어머니를 물고 가 아들이 치마를 붙들고 울면서 소리쳤다, 이런 구절이 나오기도 합니다.

실제로 조선왕조실록에는 호랑이가 720건 넘게 등장하는데요. 그만큼 과거에는 도심 근처까지도 호랑이가 나타나서 사람들에게 위협을 준 것으로 보입니다. 이렇게 호랑이가 공포의 대상이 되면서 조선 시대에는 호랑이 사냥을 전담하는 일종의 특수부대가 생기기도 했고요, 일제강점기에는 '해수 구제사업'이라고 해서 해로운 짐승을 모두 없앤다는 목표 아래 많은 수의 호랑이를 포획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우리나라 호랑이 개체 수는 점점 줄어들게 됐고요, 결국, 지난 1996년, 우리 정부는 국제사회에 '남한에서 호랑이가 멸종됐다'고 보고했습니다.

[앵커]
이렇게 야생에서는 사라졌지만, 우리가 동물원에 가면 가장 대표적으로 만나는 동물이 아닐까 하는데요, 호랑이가 언제쯤 다시 우리나라로 온 건가요?

[기자]
과거 호랑이가 멸종되기 전에도 동물원에 호랑이가 있었습니다. 1945년 창경원 기록을 보면 동물원에 살았던 호랑이에 대한 기록을 마지막으로 찾아볼 수 있는데요, 이후 순수한 혈통의 한국 호랑이는 1986년에 다시 우리나라로 왔습니다. 당시 미국 동물원에 있던 호랑이 5마리가 기부됐고요, 이때 들어온 호랑이들 사이에서 태어난 후손들이 전국 각지의 동물원으로 퍼지게 된 것입니다.

[앵커]
어떻게 보면 우리 호랑이의 새로운 조상이 된 셈인데요, 한국 호랑이라고 하면 우리가 흔히 아는 시베리아 호랑이가 맞나요?

[기자]
네 맞습니다. 현재 남아있는 호랑이의 세부 종류는, 모두 6종인데요, 과거 우리나라에 살았던 호랑이는 시베리아 호랑이, 백두산 호랑이라고도 불리는 아무르 호랑이입니다. 지난 2012년에 과학자들이 한국호랑이의 유전자를 분석해서 이런 사실을 확인했는데요, 연구팀은 100여 년 전에 한국에서 포획된 뒤 반출된 호랑이 두개골과 뼈 표본을 해외 박물관들에서 찾아낸 뒤 유전자를 추출해 분석했습니다.

그 결과 표본의 유전자 염기서열이 현재 러시아에 살고 있는 아무르호랑이의 유전자 염기서열과 같은 것으로 나타났는데요, 일부 시료에서는 유전자 염기서열이 100% 일치하는 것으로 나타나면서 한국 호랑이와 아무르 호랑이가 같은 핏줄이라는 것이 밝혀졌습니다.

[앵커]
그럼 이런 한국 호랑이, 즉 아무르 호랑이의 특징은 무엇인가요?

[기자]
아무르 호랑이는 6종의 아종 가운데 가장 몸집이 크고 추위에 강합니다. 보통 몸무게가 수컷의 경우 250~330kg, 암컷은 180~250kg 정도 나가는데요, 상대적으로 덩치가 작은 다른 아종에 비하면 최대 2~3배 정도 차이가 나는 몸집입니다. 또 아무르 호랑이는 상대적으로 털 빛깔이 옅은 편인데요, 가을에는 여름에 비해 털이 짧고 더 색이 옅어진다고 합니다. 또 다른 특징은 목덜미에 난 털입니다. 마치 사자의 갈퀴처럼 목덜미 쪽에 털이 나는데 추운 곳에 사는 종인 만큼 이 털은 겨울철에 체온 손실을 막아주는 역할을 합니다.

[앵커]
우리가 가장 가까이 접하는 한국 호랑이가 상대적으로 가장 크고 용맹스러운 것 같은데요, 그럼 호랑이와 관련된 흥미로운 연구 결과가 또 있을까요?

[기자]
네, 앞서 호랑이의 털 색이 종마다 조금씩 다르다고 말씀드렸는데요, 기본적으로 호랑이는 주황색 빛깔의 털에 검은 줄무늬가 있죠. 어떻게 보면 눈에 너무 잘 띄는 색이라 사냥할 때 불리하지 않을까 생각할 수 있는데요, 여기에도 과학적인 이유가 있습니다. 보통 사람이나 유인원 같은 경우는 빨강, 파랑, 초록을 담당하는 세 종류의 수용체가 있는데요, 그래서 기본 색깔 외에도 여러 가지 색 조합을 인식할 수 있죠. 그런데 개나 고양이를 포함한 대부분의 육상 포유류는 파란색과 녹색 두 가지 색만 볼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빨간색이나 주황색은 구분하지 못한다는 것이죠. 결국, 호랑이는 자신의 털이 주황색이라는 인식을 하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호랑이의 주요 먹이가 사슴과 같은 육상 포유류니까 이들에게도 호랑이의 털은 주황색이 아니라 녹색으로 보이는 거죠. 그래서 만일 호랑이가 풀숲에 숨어서 자신을 노리고 있어도 녹색과 검은색 계열로만 보이기 때문에 호랑이를 식별하기가 어렵다는 겁니다.

[앵커]
그러니까 호랑이의 색깔을 보지 못해서 눈으로는 호랑이가 다가와도 잘 인식하지 못한다는 거네요. 하지만 우리가 동물원에 가도 호랑이가 가까이만 오면 왠지 모를 으스스한 기운이 있거든요. 동물들도 그런 것을 느끼지 않을까요?

[기자]
맞습니다. 호랑이가 크게 울지 않아도 뭔가 섬뜩한 기운이 있다고 느낄 수 있는데요, 과학자들은 그 이유를 호랑이가 의사소통할 때 초저주파를 이용하기 때문이라고 봤습니다. 사람이 들을 수 있는 가청 주파수는 보통 20~2만 헤르츠이고요, 20 헤르츠 이하를 초저주파라고 합니다. 호랑이는 이 초저주파를 이용해서 먹잇감을 움직일 수 없게 만드는데요, 실제로 한 실험에서 사람에게 호랑이가 내는 17~18 헤르츠대의 초저주파를 들려줬더니 대부분 '으스스한 느낌'을 받았다, 순간 움직일 수 없었다는 답변을 했다고 합니다. 이 초저주파가 일시적으로 신경을 자극했기 때문이죠.

[앵커]
또 다른 연구 결과가 있나요?

[기자]
최근에는 야생 호랑이의 성격에 관한 연구 결과가 눈길을 끌기도 했습니다. 영국 연구팀이 중국 야생동물 보호구역에 살고 있는 호랑이 240여 마리를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인데요, 사육사와 수의사 50명에게 호랑이의 성격을 70개의 형용사 중에서 택하도록 하고요, 이렇게 나온 800개의 결과를 바탕으로 호랑이의 성격적인 특징을 모아봤더니 크게 2가지로 뚜렷하게 구분이 된 것입니다.

첫 번째 유형은 '위엄형'으로 자신감, 경쟁심, 야망 같은 단어들로 묘사할 수 있는 호랑이들이었습니다. 또 다른 유형은 '안정형'이었는데요, 여기에 해당하는 호랑이는 순종적, 관용적, 온순함 등의 수식어로 설명이 됐다고 합니다. 한마디로 사람처럼 호랑이도 '외향형'과 '내향형'이 있다는 건데요, 실제 무리 생활에서는 위엄형 호랑이가 사회적 서열이 높은 경우가 많았다고 합니다.

[앵커]
과학적으로 들여다보면 동물들에게서 사람과 비슷한 흥미로운 점들을 많이 발견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생각해 보면 호랑이는 서울올림픽부터 평창 동계올림픽까지, 국가적인 마스코트로 꼽힐 만큼 대표적인 동물이기도 하고요, 우리에게 친근한 동물이기도 한데요, 이제는 한국 호랑이를 좀 더 많이 볼 수 있으면 좋겠어요.

[기자]
네, 국내에서도 순수한 혈통의 한국 호랑이들이 잇따라 태어나고 있고요, 종 보전을 위한 사업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특히 최근에는 중국과 러시아의 야생 호랑이 복원 사업이 속도를 내면서 한반도에서도 야생 호랑이를 볼 수 있는 게 아닌가, 기대를 낳고 있는데요, 실제로 중국 연구자들은 야생 아무르 호랑이를 관찰한 결과, 최근 5년 동안 20마리 이상의 새끼 호랑이가 태어난 것이 확인됐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아직 확인된 목격담은 없지만, 이렇게 번식이 계속 늘다 보면 실제로 과거 자신들이 살던 우리나라 쪽으로 호랑이들이 내려올 수도 있다고 전문가들은 전망했습니다.

[앵커]
네, 오늘은 친숙한 동물, 맹수! 호랑이에 대해서 이야기 나눠봤는데요. 오늘도 재미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이동은 기자와 함께했습니다. 고맙습니다.

YTN 사이언스 이동은 (delee@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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