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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도시] 제네바!우주 비밀 밝힐 도시…세계기구의 헤드쿼터

2023년 08월 07일 오전 09:00
■ 최소라 / 과학뉴스팀 기자

[앵커]
과학 기자와 함께 전 세계 도시 속에 숨겨진 과학 문화유산을 알아보는 코너입니다. 과학도시, 최소라 기자와 함께합니다. 어서 오세요.

[기자]
안녕하세요.

[앵커]
오늘은 어느 도시로 가볼까요?

[기자]
오늘 둘러볼 도시는 세계에서 가장 큰 실험장비 중 하나가 있는 첨단 과학도시인데요, 어디인지 말씀드리기 전에 준비된 영상 보시고 감을 잡아보겠습니다. 오늘의 과학도시는 스위스 제네바입니다. 세계에서 가장 큰 입자가속기를 비롯해 고도의 과학장비들이 즐비한 곳이고요, 국제기구 본부가 여러 개 몰려 있어서 유익한 견학 프로그램도 풍부한 곳입니다.

[앵커]
진정한 과학도시가 아닐까 싶은데요. 영상 속에 잠깐 영화의 한 장면이 등장했는데요, '다빈치 코드'의 후속작인 '천사와 악마'였죠? 여기의 배경도 제네바인 줄 몰랐습니다.

[기자]
네, 그렇습니다. 다빈치 코드만큼은 아니지만, 국내서도 인기를 끌었던 영화죠. '천사와 악마'가 이곳 제네바를 배경으로 합니다. 영화의 내용을 앞부분만 살짝 소개해드리면요, 제네바의 유럽 입자물리 연구소, CERN에서 만든 반물질을 반종교단체가 훔치면서 바티칸을 폭파하겠다고 협박하면서 영화가 시작되는데요, 반물질 찾기 위한 추격전에 음모가 어우러져 펼쳐지는 굉장히 매력적인 영화입니다.

여기서 나오는 반물질은 실제로도 존재하는 물질인데요, 일반 물질과 성질이 반대인 물질로, 반물질과 물질이 만나면 서로 소멸하면서 막대한 에너지가 나옵니다. 1928년에 반물질의 존재가 이론적으로 예견됐고, 이후 전자와 양성자, 중성자의 반물질이 차례로 발견됐고요, 2004년 제네바에 CERN에선 수소의 반물질을 38개 만드는 데 성공했고, 0.172초 동안 포착했습니다. 반물질은 자연에서 거의 즉시 소멸하기 때문에 0.172초면 굉장히 긴 시간 포착한 겁니다.

영화 천사와 악마 속에선 반물질을 붙잡아 놓을 수 있는 용기가 나와서 반물질을 폭탄처럼 이용한다는 설정인데, 실제로 반물질을 폭탄으로 사용한다면 그 위력은 수소폭탄보다도 천 배는 강력할 것으로 예상되지만요, 아직은 반물질을 오랫동안 가둘 용기가 개발되지 않았고, 반물질을 만드는 공정이 매우 어렵고 오래 걸려서 폭탄으로 제조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여겨집니다.

[앵커]
영화 속 설정인 줄만 알았는데, 이곳 제네바에서 실제 반물질이 만들어지기도 했군요. 최초로 반물질을 생성해낸 유럽 입자 물리 연구소, CERN은 실제로는 어떤 곳인가요?

[기자]
CERN은 제네바 근교의 스위스와 프랑스 국경에 위치한 전 세계 대표적인 첨단 과학 연구소입니다. 유럽 과학자뿐 아니라 우리나라를 포함해서 전 세계 과학자들이 CERN에서 다양한 형태로 실험을 하고 있는데요,

CERN에는 여러 첨단 장비들이 있지만, 대표적인 장비인 대형강입자충돌기, LHC를 소개해 드릴 겁니다. LHC는 말 그대로 입자를, 그 중에서도 양성자를 굉장히 빠르게 가속하는 장치입니다. 이를 위해 원통형 가속기가 원형으로 배치돼있는데, 그 둘레가 27㎞로 지구 상에서 가장 큰 크기입니다. 원통 안에 어마어마한 전기력과 자기력이 가해져서 이 안에서 입자가 매우 빠르게 가속해서 서로 충돌하는데요, 입자끼리 부딪히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 지, 어떤 물질이 탄생하는지 보는 겁니다. 전문가에게 직접 들어보시겠습니다.

[정연세 / IBS 가속기운영부장 : 부딪히면 그 사이에 있는 것들이 반응을 해요. 반응을 해서 뭔가 생성되는데 걔가 우주 빅뱅 바로 초기 우주 상태를 만들어주는 거죠. 별도 없었던 시절이에요. 거기는 별도 안 나오는 시대입니다.]

그러니까 빅뱅을 재현해보는 겁니다. 아무것도 없던 우주에 지금처럼 다양한 물질이 나타나게 된 원리가 뭔지 보는 겁니다. LHC가 건설되기 전에는 이렇게 빅뱅을 재현하면 폭발이 일어나서 세상이 망할 것이라는 공포에 세계 곳곳에서 건설 반대 움직임도 만만치 않았는데요, 지금은 LHC를 통한 실험이 현대 물리학을 크게 끌어올려서 CERN 내에서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도 중요한 과학장비가 됐습니다.

특히 지난 2013년 LHC에서 '신의 입자'라고 불리는 힉스 입자가 발견됐는데요, 힉스 입자는 모든 입자에 질량을 부여하는 입자로, 1964년에 존재가 예상됐고, 그동안 관찰되지 않아서 이론적으로만 존재가 예상돼왔는데요, 2013년 CERN에서 힉스가 처음 발견되면서 우주를 구성하는 입자가 17개라는 현대물리학의 '표준모형'이 완성됐습니다. 영상을 보시면 힉스 입자 추정 물질을 발견하고, 이 입자가 힉스 입자인 걸 세상에 발표할 때 과학자들이 환호하는 모습을 보실 수 있습니다.

참고로 LHC는 영하 271.3도에서 작동하는데요, 너무나 큰 전기력과 자기력을 가해야 하기 때문에 저항이 없는 초전도체로 이뤄져 있고요, 때문에 초전도 현상이 나타나는 온도까지 차갑게 낮춰야 하는데요, 그런데 지금 전 세계적으로 이슈가 되고 있는 상온 초전도체가 진짜일 경우, 만약 입자 가속기에 적용할 수 있게 되면요, 가속기에서 더 큰 힘을 줄 수 있게 때문에 입자 물리 실험이 획기적으로 도약할 수 있게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앵커]
그렇군요, 워낙 신비스러운 연구 시설이다 보니깐 영화보다 더 영화 같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제네바 CERN을 직접 방문할 수 있나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CERN은 제네바 국제공항에서 4㎞ 정도 거리로 굉장히 가까운데, 트램을 타고 이동할 수 있습니다. CERN에서 직접 운영하는 무료 가이드 투어가 있는데, 12명 이상의 단체는 온라인 사전 예약을 해야 하고, 개인이라면 현장에 가야만 예약할 수 있습니다. 투어는 영어나 불어로 진행되고, CERN의 초기 가속기 실물을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아쉽게도 앞서 말씀드린 LHC는 직접 방문할 수 없는데요, LHC는 한번 가동하면 이후 몇 달간은 방사능이 계속되기 때문에 다가갔다가는 피폭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밖에 CERN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가상으로 CERN을 투어할 수도 있는 영상물도 있고요, 또 CERN에서 진행되는 다양한 실험을 쉽게 설명하는 영상이나, 다양한 장비를 소개하는 영상물도 많습니다.

[앵커]
CERN 말고도, 제네바에는 국제적으로 중요한 기구들이 많이 자리 잡고 있다고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제네바에는 UN 유럽 본부를 비롯해 세계보건기구와 세계기상기구, 국제적십자사 등 국제기구와 NGO 수백 곳이 본부를 두고 있는데요, 이 같은 기구들이 유난히 제네바에 많이 진출한 건 역사적, 지리적 배경이 있습니다.

스위스가 유럽 내륙 중심에 위치해서 여러 국가들과 국경을 맞닿고 있기도 하고요, 이 가운데서도 제네바는 16세기 종교 개혁의 중심지가 되면서 종교적 피난민을 수용하는 등 영적, 정치적 독립성을 확보했고요, 이후 전쟁을 지나면서도 스위스가 중립국 지위를 지켜나가면서 국제 기구를 유치하는 데 유리했습니다. 스위스 연방 정부는 지금까지도 국제기구를 유치하기 위해서 경제적, 인프라 지원을 제공하는 정책을 펼치기도 합니다.

[앵커]
역사책을 보면 제네바의 이름이 정말 많이 등장하는데 그런 내용이 있었군요. 제네바에 가면 이런 국제 기구들도 직접 둘러볼 수 있을까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제네바에는 관광객들이 이런 국제기구를 둘러볼 수 있도록 하는 투어 프로그램도 잘 운영되고 있습니다. UN 유럽본부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유료로 진행되는 투어를 사전 예약할 수도 있고요, 당국이 진행하는 무료 투어 프로그램들도 있는데요, 유엔유럽본부나 국제적십자사, WHO, WTO 등 주요 기구를 모두 둘러 볼 수 있습니다. 스위스로 여행을 계획한다면 아름다운 자연을 보는데 시간을 많이 할애할 수도 있지만, 이렇게 제네바에서 국제기구 투어를 해보는 것도 스위스의 또 다른 매력을 발견할 기회일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스위스하면 대게 자연만 떠올랐는데 우주비밀의 중심, 국제기구의 중심이지 않나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YTN 사이언스 최소라 (csr73@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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