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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ZOO] 시간의 흐름을 거스른다…장수의 상징 거북이

2023년 08월 23일 오전 09:00
■ 이동은 / 과학뉴스팀 기자

[앵커]
동물의 다양한 생태와 습성을 알아보고 그 속에 담긴 과학을 찾아보는 시간입니다. '사이언스 ZOO', 오늘도 이동은 기자 나와 있습니다. 어서 오세요.

[기자]
안녕하세요.

[앵커]
이번 주에는 어떤 동물을 만나 볼까요?

[기자]
오늘은 거북이에 관해 이야기해볼까 합니다. 거북이 하면 우리에게는 고전이나 전래동화를 통해 알려진 친근한 이미지가 많이 떠오르는데요, 혹시 생각나는 이야기 있으신가요?

[앵커]
토끼와 거북이 얘기도 가장 먼저 떠오르고, 고전 작품에도 거북이 구워 먹는다 이런 얘기가 있었던 것 같은데 그런 걸 보면 거북이가 아주 오랫동안 우리와 함께 살았다는 말이겠죠?

[기자]
네, 거북이는 지구 상에 사는 파충류 가운데 가장 오래된 동물로 알려졌는데요, 무려 2억3천 년 전부터 이 땅에 살았던 것으로 보입니다. 실제로 중생대 이후의 지층에서 지금의 거북류와 비슷하게 생긴 동물의 화석이 발견되기도 했습니다.

[앵커]
우리 선조들이 거북이 이야기를 많이 한 데는 다 이유가 있었네요. 또 거북이 하면 '장수의 상징'으로 많이 불리잖아요. 거북이의 수명이 보통 어느 정도 되나요?

[기자]
거북이는 보통 100년 안팎으로 산다고 알려졌습니다. 애완용으로 키우는 소형 종의 경우는 수명이 15~25년 정도로 짧은 경우도 있지만, 육지 거북의 일부는 180~200년까지도 산다고 하고요, 바다거북 중에서는 400년 이상 산 것으로 추정되는 거북이가 발견되기도 했습니다.

[앵커]
400살이나 됐다니 믿기지 않네요. 거북이가 이렇게 장수하는 비결은 뭔가요?

[기자]
거북이의 '텔로미어'가 바로 장수의 비결입니다. 텔로미어는 모든 생물의 염색체의 양쪽 끝 부분에 있는 특수한 입자인데요, 세포의 수명을 결정하는 역할을 하는 부분입니다. 그런데 세포분열이 반복될수록 텔로미어가 점점 짧아지면서 결국 모두 소진되고, 이런 과정이 세포가 노화하는 원인이 되는 거죠.

사람의 경우는 보통 40~60번 정도 세포분열을 하게 되면 이 텔로미어가 모두 닳아 없어지면서 세포가 더 이상 분열하지 못하고 노화해 죽게 됩니다. 그런데 거북이는 사람보다 텔로미어 길이가 길기 때문에 오래 살 수 있는 건데요, 특히 거북이의 경우는 텔로미어가 복구되는 특징이 있습니다. 그러니까 닳아서 짧아지는 텔로미어를 다시 원상태로 만들기도 한다는 거죠.
또 거북이의 유전자를 분석해 보면 면역세포의 활성을 높이는 유전자 변이가 발견되는데요, 그래서 거북이는 바이러스나 박테리아, 기생충에 대한 방어 능력이 뛰어나고요, 그만큼 질병에 걸릴 위험이 적은 것입니다.

[앵커]
사람도 텔로미어가 짧아지는 게 노화의 원인이다 이런 얘기를 본 것 같은데, 텔로미어를 복구하는 능력까지 있다니 다시 젊어지는 거겠죠?

[기자]
네, 실제로 연구 결과가 있는데요, 미국 연구팀이 동물원과 아쿠아리움에 사는 거북 52종의 노화 속도를 집중적으로 분석해 봤습니다. 그 결과, 조사 대상의 75%가 노화가 거의 진행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고요, 일부 종의 경우는 거꾸로 젊어지기도 했습니다. 그러니까 나이가 들수록 남은 수명이 점점 더 길어진 것이죠. 또 전체의 80% 정도가 사람보다 노화 속도가 느린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앵커]
말 그대로 장수하기 위해 태어난 몸이라는 말이군요. 거북의 장수비결을 알아봤고, 이제는 생태에 대해 알아볼 텐데요. 거북이가 육지에서도 살고 물에 사는 바다 거북도 있잖아요. 생태에는 어떤 차이가 있나요?

[기자]
먼저 육지 거북의 경우는 한 마디로 헤엄을 못 치고 평생 땅에서만 사는 거북입니다. 대다수 종이 열대나 아열대 지방에 살기 때문에 우리나라와 같이 겨울이 추운 지역에는 살지 못하고요, 보통 미국 남부에서 아르헨티나까지, 또 아프리카나 중앙아시아, 동남아시아까지 분포하고 있습니다.

건조한 지역에 살기 때문에 보통 풀이나 수분이 많은 선인장을 즐겨 먹고요, 물속에 들어갈 일이 없다 보니까 바다거북과 달리 물갈퀴가 퇴화해서 발이 아주 단단하고 발톱이 날카롭게 발달해 있습니다.

또 모래를 파고 들어가는 습성이 있는데요, 깊게는 수 미터까지 모래를 파서 거기에 알을 낳기도 합니다.

[앵커]
화면으로 봐도 육지 거북의 특징을 잘 알 수 있을 것 같은데요, 그렇다면 바다거북의 생태는 어떤가요?

[기자]
바다거북은 지느러미 모양의 발에 몸의 형태도 유선형을 갖추고 있는데요, 대신 등껍질이 얇기 때문에 육지 거북처럼 위협을 당했을 때 몸을 등껍질 안으로 숨길 수 없다고 합니다. 물속 생활에 유리하도록 진화한 만큼 바다거북은 보통 바다에서 일생을 보내고 산란기에만 육지로 올라오게 됩니다.

우리가 거북이 하면 보통 아주 느린 동물이라고 생각하는데요, 바다거북은 물속에서 평균 유영 속도가 시속 20km 정도 됩니다. 순간적으로 빠른 속도를 낼 때는 무려 시속 32km까지도 헤엄을 칠 수 있다고 하는데요, 과거 박태환 선수의 올림픽 자유형 기록과 비교해 보면 3배 이상 빠른 속도라고 합니다.

[앵커]
바다거북은 껍질 안으로 움츠릴 수 없다는 게 큰 특징이군요. 그런데 알을 낳을 때는 육지로 올라온다고 했으니까 밖에서도 호흡을 할 수 있다는 말이겠죠?

[기자]
네, 물속에 살지만 바다거북은 허파로 공기 호흡을 하기 때문에 수면 위로 머리를 내밀어서 호흡합니다. 바다거북의 입 뒤쪽 목구멍에는 혈관이 많이 모여 있어서 입속으로 물이 들락날락할 때 물에 녹아있는 산소를 혈관으로 흡수하는데요, 이렇게 흡수한 산소 때문에 바다거북이 물속에서 오랫동안 머물 수 있는 거죠.

그런데 산란기가 되면 바다거북은 자기가 태어난 바닷가로 돌아가는데요, 출산이 임박하면 뒷발로 해변에 둥지를 파고 그 안에 알을 낳습니다. 바다거북은 한 곳에서 약 100~120개의 알을 낳고, 여러 달에 걸쳐서 다른 둥지에도 몇 번 더 알을 낳는데요, 재미있는 사실은 바다거북이 태어날 때 성별을 결정하는 것이 모래의 온도라는 것입니다.

보통 부화할 때 온도가 27.7℃ 이하면 수컷, 31℃ 이상이면 암컷이 되는데요, 새끼들이 약 2달에 걸쳐서 부화하기 때문에 그 사이에 온도가 변하면서 보통 수컷과 암컷이 섞여서 태어나는 것입니다.

[앵커]
그렇다면 바다거북이 알을 낳을 때는 무엇보다 주변 온도가 중요하겠네요.

[기자]
그렇습니다. 이런 특징 때문에 최근 바다거북에게 심각한 문제가 생기기도 했는데요, 미국 플로리다주에서 최근 4년 동안 바다거북 알이 모두 암컷으로 부화한 것입니다. 지구 온난화의 영향으로 바다와 모래 온도가 높아지면서 수컷 바다거북이 사라진 거죠. 이런 현상은 호주에서도 나타났는데요, 호주의 경우 최근 부화한 바다거북의 99%가 암컷이라는 통계도 있다고 합니다. 실제로 지난 2018년 국제 학술지에 나온 연구 내용을 보면 태평양 어린 바다거북의 암컷은 수컷보다 최소 116배가 많았는데요, 암컷 개체 수 100마리당 수컷이 약 0.86에 불과했다는 겁니다.

[앵커]
기온에 의해 성별이 좌우되는 만큼 지구 온난화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는 동물인데요. 해양 오염도 바다거북에게 큰 위협이 되고 있죠?

[기자]
아마 버려진 그물에 걸려서 폐사한 바다거북이나, 플라스틱 쓰레기로 배가 가득 차 죽은 바다거북의 모습을 한 번쯤은 보신 적이 있을 것입니다. 우리나라 연안에서도 이런 사례가 많이 발견됐는데요, 지난해 국내 연구팀이 인근 바다에서 발견된 거북이 34마리를 대상으로 연구해 본 결과, 이 가운데 28마리에서 모두 1,200개가 넘는 플라스틱이 발견됐습니다.

제법 큰 덩어리도 있었지만, 미세한 플라스틱까지 포함해서 모두 118g에 달했는데요, 그러니까 바다거북 한 마리가 평균 38개, 3g 정도의 해양 플라스틱을 먹었다는 의미입니다. 특히 이런 플라스틱의 절반에 달하는 51%가 일회용품이었고요, 나머지인 49%가 어업활동 중에 나온 쓰레기였는데요, 결국, 우리가 버린 쓰레기가 바다거북의 생명을 위협한 것이죠.

[앵커]
이야기를 듣다 보니깐 예전에 바다거북이 콧속에 빨대가 박힌 모습의 안타까운 사진이 떠오르는 것 같은데요. 그만큼 플라스틱이 바다거북에게는 치명적인 게 아닌가 싶습니다, 바다거북이 특별히 플라스틱에 의해 피해를 입는 이유가 있나요?

[기자]
당연한 이야기지만 바다에 버려진 플라스틱 쓰레기가 너무 많기 때문입니다. 바다거북은 물에 떠 있는 비닐봉지를 해파리로 착각하기도 하고요, 플라스틱 쓰레기에서 나는 냄새 때문에 이를 먹이로 여기기도 하는데요, 플라스틱이 바다에 오래 있다 보면 표면에 식물성 플랑크톤이 붙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냄새가 바다거북에게는 일종의 맛있는 향으로 느껴진다는 것이죠.

실제로 한 실험에서 바다거북에게 물고기나 새우와 함께 해양플라스틱 쓰레기 냄새를 흘려보내 봤는데요, 거북이들은 쓰레기 냄새에 음식 냄새와 같은 반응을 보이면서 오히려 더 오래 코를 내밀어 냄새를 맡기도 했습니다.

더 큰 문제는 이런 플라스틱 쓰레기를 먹은 다음인데요, 바다거북의 식도 구조는 한 번 먹은 것을 다시 토해내기 어렵게 되어 있습니다. 식도 안쪽에 뾰족한 돌기가 한 방향으로 나 있는데 이 때문에 식도로 한 번 넘어온 것은 뱉거나 토하기 어려운 거죠. 결국, 바다거북이 삼킨 플라스틱 쓰레기는 몸 속에서 치명적인 피해를 줄 수밖에 없습니다.

[앵커]
오늘은 장수의 비밀을 간직한 동물 거북이에 대해 알아봤는데요. 지금 바다거북 종류의 상당수가 멸종위기라고 하는데 보호 노력이 더 이어져야겠습니다. 이동은 기자와 함께 했습니다. 고맙습니다.

YTN 사이언스 이동은 (delee@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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