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소라 / 과학뉴스팀 기자
[앵커]
과학 기자와 함께 전 세계 도시 속에 숨겨진 과학 문화유산을 알아보는 코너입니다. 과학도시, 최소라 기자와 함께합니다. 어서 오세요.
[기자]
안녕하세요.
[앵커]
오늘은 어느 도시로 떠나볼까요?
[기자]
오늘 둘러볼 도시는 화려한 고층 빌딩이 가득하기로 유명한 도시인데요. 도시 곳곳에 첨단 과학 기술이 적용돼서 마치 미래 도시를 엿보는 것과 같은 느낌을 주는 도시입니다. 어느 도시인지 준비된 영상 보시고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오늘의 도시는 두바이입니다. 아랍에미리트의 최대 도시이자, 중동의 한가운데 위치한 도시로, 중동의 허브로 불립니다. 21세기 들어서 급속한 발전을 이룬 덕분에 중동에서 가장 부자 도시 중 하나이고, 가장 살기 좋은 도시로도 꼽히는데요. 도시 발전과 더불어 첨단 과학기술이 도시 곳곳에 적용돼서 과학 도시로 꼽았습니다.
[앵커]
조금 전에 영상으로도 봤지만, 눈으로 보면서도 안 믿길만한 화려한 건물들도 많이 있었는데, 사실 여기가 사막이잖아요, 어떻게 사막 한가운데 이런 도시가 세워졌을까요?
[기자]
두바이의 지리적 이점이 가장 큰 이유였다고 볼 수 있습니다. 두바이는 중동의 중심지에 있는 항구 도시인데요. 석유 자본을 바탕으로 하는 중동 자본과 서방 자본의 접점에 있는 덕분에 20세기부터 두바이 인프라 투자에 거대 자본이 투입되면서 지금의 도시로 성장했습니다. 엄청난 고속 성장 때문에 우리나라 한강의 기적에 맞먹는 중동의 기적이라는 말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이 같은 압도적인 지리적 이점이 기후적 단점을 이겼다고 볼 수 있는데요, 두바이의 기후는 다습한 사막기후입니다. 평균적으로 겨울에는 최저 기온이 14도, 최고 기온이 23도 정도인데, 여름엔 29도에서 42도로 매우 덥고요. 바닷가에 인접한 탓에 습도도 높습니다. 인프라가 밀집된 두바이 해안 지역 습도는 60∼80% 안팎입니다. 여름에 두바이를 방문한다면 상상을 초월하는 불쾌지수를 느낄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도 두바이는 막대한 자본으로 고급 쇼핑몰과 호텔, 수영장과 같은 편의시설을 갖추고 있어서 꽤 인기 있는 여행지로 꼽힙니다.
[앵커]
두바이 영상을 보니깐 과거 공상과학 영화에 나오는 도시처럼 보이던데, 두바이 시내 곳곳에 과학이 숨어 있다고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두바이라고 하면 기상천외한 건축물로 유명한데요. 여기에 숨겨진 과학을 몇 가지 꼽아볼 수 있겠습니다. 두바이에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건물, 부르즈 할리파가 있는데요. 부르즈 할리파는 첨탑을 포함하면 829.8m로 인류 역사상 가장 높은 건축물입니다. 건물 자체 무게만 54만 톤에 달합니다. 건물에 사용된 콘크리트에 엄청난 하중이 가해질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이런 설계도에 맞춰서 부르즈 칼리파 대부분을 시공한 곳은 우리 기업 삼성물산입니다. 삼성물산은 콘크리트에 특수 물질을 섞어서 기존보다 강한 초고강도 콘크리트를 개발했는데요. 이른바 슈퍼콘크리트로 불리는 이 콘크리트의 최대 강도는 80㎫이었습니다. 주사위만 한 크기의 콘크리트가 몸무게 80㎏의 성인 남자 10명을 떠받칠 수 있는 엄청난 강도입니다.
덕분에 부르즈 할리파는 초고층 빌딩인데도 불구하고 진도 6 이상의 지진에도 견딜 정도로 튼튼하게 지어졌습니다. 게다가 부르즈 칼리파는 2004년 착공해서 5년 만에 공사를 마무리했는데, 그 규모에 비해 비교적 짧은 시공 기간입니다. 건물을 올리려면 콘크리트가 완전히 굳어야만 가능하기 때문에 부지런히 시공하더라도 시공시간을 단축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거든요. 그런데도 부르즈 칼리파는 한 개 층을 올리는 데 3일이면 충분했는데요. 기존 콘크리트는 보통 24시간이 지나야 굳는 반면 삼성물산의 초고강도 콘크리트는 10시간 안에 완전히 굳는 특성을 가진 덕분이었습니다.
[앵커]
사실 부르즈 할리파는 가라앉지 않게 하는데도 굉장히 많은 첨단기술이 바람에 흔들리지 않게도 기술이 많이 들어갔다고 들었는데요, 우리 기업의 기술이 들어갔다니 반갑게 들리는 건물이였습니다. 이밖에 또 다른 건축물을 소개해주시죠.
[기자]
두바이는 지난 2016년 세계 최초의 3D 프린팅 건물이 등장한 곳이기도 합니다. 면적 250㎡ 규모의 1층짜리 건물인데요. 이 건물을 3D 프린터로 인쇄하기 위해 높이 6m, 길이 36m, 너비 12m짜리 초거대 3D 프린터가 사용됐고요. 잉크 소재로는 콘크리트, 유리섬유 강화 플라스틱 등이 사용됐습니다. 프린팅에 걸린 시간은 17일이었고, 비용은 약 1억6,500만 원 투입된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프린팅 과정에 투입된 인력이 감시 인력 단 한 명뿐 이었습니다.
지금이야 3D 프린팅 건물이 곳곳에 있지만, 2016년 당시에는 이 기술이 미래 건축 기술을 바꿀 것으로 전망되는 획기적인 기술이었습니다. 이후 두바이는 앞으로 2030년까지 아랍에미리트에 있는 빌딩의 25%를 3D 프린터로 만들겠다고 밝혔는데요. 이에 따라 도시 곳곳에 3D 프린터로 만든 상가 건물과 주택 등이 뒤이어 등장했습니다.
2019년에는 현존하는 최대 크기 3D 프린팅 건물이 등장해 기네스북에도 등재됐습니다. 면적 640㎡에, 높이 9.5m의 복층 3D 프린팅 건물입니다. 이 건물은 기존 건설방식과 비교해 인력은 절반 수준 투입됐고, 건축폐기물도 60%를 절감됐으며, 건설 기간도 3개월로 기존의 4분의 1 수준으로 단축했습니다. 내구성도 일반 건물과 동일한 수준의 내구성이 인정됐습니다. 이처럼 미래기술로만 여겨졌던 3D 프린팅 건축이 두바이에서 굉장히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습니다. 때문에 두바이는 첨단 기술의 전시장으로 불리기도 합니다.
[앵커]
사막 한가운데 있는 도시인만큼 이동수단에서도 미래 기술을 엿볼 수 있다고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두바이는 중동에서 가장 번화한 도시인데도 아랍에미리트 수도인 아부다비와 꽤 떨어져 있습니다. 두바이에서 아부다비는 150km여서 사막을 건너 대략 1시간 반 정도 차를 타고 가야 하는데요. 이런 특성 때문에 UAE 정부는 두바이에 첨단교통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 정책적으로 지원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UAE 국영회사 DP 월드와 영국 버진 그룹이 손잡고 두바이에서 하이퍼루프 실증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하이퍼루프는 진공 튜브 안에 캡슐 형태의 고속열차를 넣고 자기장으로 공중에 띄워서 움직이도록 하는 건데요. 열차가 공기 저항이나 선로와 마찰을 받지 않기 때문에 궁극적으로는 음속에 가깝게 달릴 수 있을 것으로 여겨집니다.
DP 월드와 버진 그룹은 기술적으로는 하이퍼루프에 사람을 태우고 500m 거리를 음속의 1/7 수준 속도로 주행하는 데 성공했고요. 두바이에서 10km에 달하는 1단계 구간을 완공했습니다. 앞으로는 두바이-아부다비 노선인 170㎞ 전체 구간으로 확장해서 12분 만에 두 도시를 오갈 수 있도록 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2030년쯤 상업 운행을 시작한다는 계획입니다.
[앵커]
이렇게 첨단 기술이 모여 있는 두바이, 미래는 어떨까요?
[기자]
미래 기술을 선도적으로 도입하는 도시답게 두바이는 미래에 도시를 어떤 모습으로 바꿔나갈지 구체적으로 밝히고 있는데요. 2007년부터 7년 마다 장단기 발전계획을 발표합니다. 발표된 계획에 따르면 일단 앞서 말씀드린 대로 2030년까지 신축 건물의 25%를 3D 프린팅으로 짓겠다는 계획이 포함됐고요. 공공성을 띠는 업무에도 첨단 과학기술을 도입할 것으로 예고했는데요. 경찰 업무의 25%를 무인 시스템으로 대체하겠다고 밝혔고, 비자 신청이나 면허 갱신 등 공공 업무에 블록체인 기술을 도입하겠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앵커]
두바이가 속한 중동 지역은 석유가 많이 나는 곳인데, 탈석유 시대에 대비도 하고 있나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두바이는 석유 시대 이후를 대비하는 계획을 세우는 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두바이는 사막의 뜨거운 햇볕 덕분에 태양열 발전에 유리한데요. 2030년까지 두바이 에너지 수요의 25%를 태양에너지로 충당하고, 2050년까지 청정에너지 비중을 75%로 높이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또 궁극적으로는 재생에너지 100%를 목표로 수력과 태양열 발전소 등 기반 시설 조성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또 기존 석유 기반 교통수단에서 점점 탈피해서 전기차와 자율주행차 등 친환경 첨단 교통수단 비중을 전체의 25%로 대체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앵커]
두바이의 현재와 미래까지 엿볼 수 있었던 시간이었습니다. 석유, 태양열까지 축복받은 땅이 아닌가 이런 생각이 듭니다. 최소라 기자와 함께 했습니다. 고맙습니다.
YTN 사이언스 최소라 (csr73@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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