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혜진 / 상담심리학자
[앵커]
열심히 일 한 만큼 잘 쉬는 것도 중요한데요. 잘 쉰다는 기준은 개인마다 다르기에, 나에게 가장 잘 맞는 휴식 방법을 찾는 것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오늘 '한 길 사람 속은?'에서는 '휴식'이 내 삶에서 차지하는 우선순위와 참으로 잘 쉬는 게 어떤 건지 돌아보겠습니다. 이혜진 상담심리학자와 함께합니다. 안녕하세요.
휴식이나 쉼에 대해 고민하는 분들이 많은데요. 쉬어도 피곤하고 잘 놀고 와도 스트레스가 안 풀린다, 이런 분들이 많잖아요. 어떻게 해야 잘 쉴 수 있을까요?
[인터뷰]
두 분은 최근 언제 잘 쉬었다 생각 드시나요?
[앵커]
기억이 잘 안 나는 것 같아요. 사실.
저는 그래도 이번 주말에 바닷가 한번 갔다 왔는데, 탁 트이더라고요.
[인터뷰]
'참 잘 쉬었다~'라고 말할 수 있는 순간을 경험하기가 생각보다 쉽지 않습니다. 실제로 많은 분들이 제대로 쉬는 게 뭔지 잘 모르겠다는 말씀을 많이 하세요. 이를테면 이런 거죠. 최근 많은 분들이 여름 휴가를 다녀오셨을 텐데요. 휴가는 본래 일정 기간 동안 쉬는 시간을 뜻하잖아요? 그런데 오히려 휴가 후유증을 겪는 분들도 꽤 있습니다.
긴 휴가 동안 일상에서 잠시 탈피했다가 일상으로의 복귀에 어려움을 경험하는 심리인데요. 달콤한 휴가 후에 개운함이 아니라 우울감이나 무력감 혹은 공허감이나 집중력 저하를 경험하는 분들이 많아요. 실제로 여행 피로감도 있고, 휴가 후 밀린 업무도 많죠. 그런데 심리적으로도 일상 자체로의 복귀를 피곤해하세요. 올해 여름은 더욱 그런 심리가 많았죠. 폭염도 심했지만, 그만큼 일상에 지친 채 살아가고 있는 우리의 모습을 반영한다고 봅니다.
[앵커]
휴가도 휴가지만 평소에도 쉬긴 쉬는 것 같은데, 쉬는 것 같지 않다 이런 분들도 많으신 것 같아요. 이건 왜 그런 걸까요?
[인터뷰]
쉬자고 우리는 눕죠. 그런데 누워서도 우리의 뇌는 끊임없이 일을 합니다. 해야 할 일을 잔뜩 생각하면서 쉬지 못해요. 그런 나 자신을 보면서 한 번 더 가격 합니다. '차라리 일을 하던가 아니면 쉬던가! 둘 중 하나만 하라고!'요. 그런데 둘 다 못하는 자신을 보면서 기분이 나빠지고 한심해지면서 더 피곤해집니다.
그러면서 이런 생각들을 하세요. '내가 제대로 쉬는 법을 모르나 보다.' 인생을 이렇게 흘려보내도 될까?' 이런 두려움이 엄습하면서 원래도 지친 몸과 마음이 더욱 지치게 되는 악순환을 경험하게 돼요.
[앵커]
'누워서 잠깐 휴대폰 좀 봐야지' 하다가 한두 시간 지나가 버린 경우가 있잖아요. 이러면 정말 한심하다는 생각이 저도 들 때가 있는데, 그렇다면 제대로 쉬는 건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요?
[인터뷰]
쉼이 중요하단 건 최근 들어 많은 분들이 공감하고 있어요. 우린 너무나도 피로사회에서 살고 있고, 내가 피곤하다는 것 정도는 인지를 하죠. 물론 자신이 피곤한지도 모르는 채 달리고 있는 분들도 많고요. 번아웃이 와야 피곤하구나, 알게 되기도 해요.
그런데 어떻게 쉴 때 내가 정말로 쉬었다고 볼 수 있는지? 즉, 제대로 쉬었다는 게 나에게 어떤 의미인지? 자체에 대해 모르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래서 쉬려고 이것저것 시도해보지만 되려 스트레스로 망치는 경우도 많고요. 이걸 하면 기분전환이 된다는 남들을 보면서 맘속에 담아 놨다가 막상 휴일에 해봤는데, 하고 난 뒤엔 상실감이나 허탈감이 몰려오는 거에요. 남들이 좋다는 것이 실제 나에겐 좋은 것이 아니었던 거지요. 그렇게 나에게 좋은 것을 찾는 게 쉽지 않습니다.
[앵커]
그럼 나에게 좋은 것은 어떻게 찾아야 할까요?
[인터뷰]
우리가 찾고 싶은 진정한 휴식에서 "휴식(休息)"이라는 단어의 한자를 풀어 봤더니, 휴는 사람(人)이 나무(木)에 기대앉아 있는 모양이고, 식(息)은 자신(自)의 마음(心)을 돌아보는 것으로 풀이되더라고요. 즉, 나의 몸과 마음을 진정으로 쉬게 만들어주는 것, 혹은 충전이나 회복이 휴식을 뜻하는데요.
그렇다면 이렇게 한번 나에게 물어보세요. '나는 언제 나무에 기대앉은 것처럼 편안함을 느끼는가? '내가 편안하게 나의 마음을 돌아보려면 어디가 좋을까? '이 두 가지 조건이 모두 충족되어야 휴식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몸과 마음이 모두 쉴 수 있는 시공간이요. 단어의 뜻만 봐도 우리의 몸이 누워있어도 마음이 쉬지 못할 때 "휴식이 될 수 없음"에 대한 설명이 됩니다. 우리의 마음을 쉴 수 있는 환경을 나에게 주어야 하는 건데요. 존재로서 편안하게 지금 여기에서 숨 쉬고 살아낼 수 있는 힘을 가질 수 있는 환경입니다.
[앵커]
그런데 저는 생각이 드는 게, 휴식하는 방법도 나름 트렌드 같은 것이 있다 보니까, SNS에서 '누구는 여길 갔다 왔더라' 하면 나도 거기에 가야 쉬는 것 같고, 이런 오히려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도 많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면 말씀하신 것처럼 마음 까지 진정으로 쉴 수 있는 환경은 어떻게 찾을 수 있을까요?
[인터뷰]
많은 분이 시도하는, 그런 남들이 좋다는 환경들은 우리도 익히 알고 있습니다. 이를테면 호캉스, 불멍, 아까 말씀하신 캠핑이나 산책, 목욕, 음악 듣기, 혼자 있기 등 여러 가지 많이 있죠. 그런데 중요한 건 '나의 마음'이 쉴 수 있는 환경을 찾기가 생각보다 쉽지 않다는 거예요.
남들이 호캉스가 좋대, 해서 호캉스를 가도 막상 쉬지 못할 수 있고요. 남들은 혼자서 책 읽기가 최고의 휴식이라던데? 나에겐 오히려 책을 읽을 때 잡생각이나 일 생각이 더 늘어나는 일이 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마음 까지 쉴 수 있는 나에게 맞는 환경을 찾기 위해서는 우선 내 마음이 “왜” 쉬지 못할까? 내 마음을 깊이 있게 들여다보아야 해요. 바쁘게 사는 분들이 많이 경험하는 심리 중에 이런 게 있습니다. "쉬면 안 돼"라는 두려움이 있어요.
[앵커]
그러니까요. "쉬게 되면 남들보다 뒤처지는 건 아닌가, 나만 혼자 쉬고 있는 거 아긴가?" 이런 감정들이 드는데요. 왜 이런 느낌이 드는 걸까요?
[인터뷰]
왠지 쉬면 안 될 것 같은 사회 분위기가 존재합니다. 사회의 속도는 지나치게 빠르고요. 경쟁중심 분위기에서 살아남으려면 난 맘 편히 쉴 수가 없습니다. 계속해서 나에게 이렇게 말해요. "남들보다 뒤처지면 안 돼". 그런데 이렇게 생각하면 멈출 수 있을까요? 몸이 멈추더라도 마음은 절대 멈출 수 없습니다. 이 두려움이 나를 쉬지 못하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사회의 속도에 끌려가다 보면 난 '늘 뭔가 해야지!'라는 압박감에 사로잡혀요. 쉼과 같은 비생산적이라고 느껴지는 시간은 용납할 수 없어요. 결과적으로 휴식은 후 순위로 밀립니다.
만약 휴식을 꼭 챙기고 싶단 마음이 드신다면 일단 우선순위를 바꿔보세요. 우선순위를 간명하게 설명한 아이젠하워 매트릭스로 설명하면 쉽게 이해가 될 겁니다. 시간과 자원은 한정되어 있죠. 그렇기 때문에 우선순위를 정할 땐 두 가지 기준으로 일의 순서를 구분하도록 제안하고 있습니다.
바로 긴급성과 중요도가 두 가지 기준이 됩니다. 첫째, 긴급성 상, 중요도 상일 땐 지금 당장 하라. 둘째, 긴급성 상, 중요도 하일 땐 누군가에게 위임하라. 셋째, 긴급성 하, 중요도 상일 땐 언제 할지 결정하라. 넷째, 긴급성 하, 중요도 하일 땐 지워라.
여러분의 휴식은 우선순위 어느 칸에 위치하는지 보시면 좋겠어요. 만약, 휴식의 중요도가 하, 긴급성도 하라면 내 삶에서 휴식은 존재하지 않겠죠. 나도 모르게 '휴식'은 Delete, "지워라" 에 해당이 되고, 난 휴식을 내 삶에서 지우고 있는 게 당연한 겁니다.
그런데 만약 휴식의 우선순위를 높이고 싶다!'라고 생각하신다면 이렇게 바꿔보세요. 휴식이 중요도 상, 긴급성 상의 것이 된다면 답은 "지금 당장 하라"입니다. 심플하죠? 바꿔 말하면, 휴식이 긴급하고 중요해질 때 비로소 진정으로 챙길 수 있는 것이 된다는 뜻이에요. 남들에게 뒤처질까 봐 두려워 휴식의 우선순위를 뒤로 미루고 계셨다면, 우선순위를 재조정해보시길 추천 드립니다. 쉬지 못하면 나는 점점 더 지쳐가고, 결국 내가 그토록 바라는 성과를 내기는 더욱 어려워지기 때문입니다.
[앵커]
저는 말씀을 들으면서 휴식이 네 번째, 세 번째 정도였던 것 같은데, 지금 말씀을 들으면서 올라갔어요. 당장 쉬어야겠단 생각이 듭니다. 그렇다면 저처럼 이렇게 결심을 했다면 무엇부터 해야 휴식을 할 수 있을까요?
[인터뷰]
일단 '쉬면 안 돼'라는 생각을 조금 내려놓으셨고, 휴식의 우선순위를 높이셨죠? 그렇다면 이제부터 자신에게 정말 필요한 게 뭔지, 혹은 자신에게 부족한 게 무엇인지 찬찬히 살펴보는 시간을 먼저 가져보세요. 남들이 좋다는 것 말고요. 내가 왠지 끌리는 것부터 시도해보세요. 본능적이고도 간명하게요. 그것이 자연과 어울려보는 것일 수도 있고, 안 해봤던 것을 해보는 것일 수도 있고, 정말 어릴 때로 돌아간 것처럼 아이처럼 무언가를 해보셔도 좋아요.
중요한 건 지금 이렇게 지친 내 몸과 마음이 원하는 건 뭘까? 진정으로 관심을 가져보는 거예요. 어떤 사람에겐 이런 게 진정한 쉼이라고 하더라고요. "기상한 뒤 씻지도 않고, 멍 때리고 있다가, 배고파서 뭘 먹을까 고민 없이 바로 떠오르는 음식을 먹고, 또 졸려서 다시 눈 붙였다가, 산책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자 바로 나갔다 오고, 그러다 또 설거지 좀 할까? 해서 바로 설거지해보고, 어찌 보면 참 게으르게 시간을 소비한 것 같아 보이는데 사실 그렇게 무계획으로 몸과 마음이 원하는 대로 따라가니까 저녁 무렵엔 참 개운해지는 느낌이 들더군요." 이런 말씀을 하신 분이 계세요. 이런 분은 계획형 삶에 익숙했던 분일 수 있죠. 그런 분에게는 또 무계획적인 하루 자체가 개운한 쉼으로 다가올 수 있는 거예요. 여러분은 어떠실지 궁금해요. 어떤 하루를 보내면 개운해질까요?
[앵커]
지금 휴식시간 같은 시간을 보낸 것 같은데요. 우리가 어쩌다 쉬는 방법도 모르는 사람이 되었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 사회가 함께 고민해봐야 할 문제가 아닐까 싶습니다. 이혜진 상담심리사와 함께했습니다. 고맙습니다.
YTN 사이언스 김기봉 (kgb@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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