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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대들의 연구실] 우주 탐사선을 움직이는 전지 기술, 세계 세 번째로 개발

2023년 09월 20일 오전 09:00
■ 홍진태 / 한국원자력연구원 책임연구원

[앵커]
국가가 지원하는 우리나라 대표 출연 연구기관들과 함께 다양한 연구 분야에 관해 깊은 이야기를 나눠보는 코너, '국대들의 연구실' 시간입니다. 오늘은 한국 원자력연구원을 방문해보겠습니다. 얼마 전 인도가 달의 남극에 탐사선을 안착시키면서 세계에서 네 번째로 달 착륙 국가가 됐죠. 우리나라도 오는 2032년 달 착륙을 목표로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데요, 달 탐사선에 들어가게 될 전지 기술을 세계에서 세 번째로 우리나라가 개발해 검증에 들어갔습니다. 어떤 기술인지 홍진태 책임연구원 모시고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어서 오세요.

[인터뷰]
안녕하세요.

[앵커]
우리가 달 탐사선 하면 어떤 동력원을 쓰는지는 사실 잘 모르는 경우가 있는데요, 설명해주시죠.

[인터뷰]
달 탐사선에는 카메라를 포함하여 방사선 측정기, 채굴장치, 물질 성분분석 장비 등 임무 수행을 위한 다양한 전자장비가 탑재되는데요. 이들을 안정적으로 동작시키기 위해서는 태양광을 이용해서 전력을 생산하는 태양전지, 이들 전지에서 생산되는 전력을 저장하였다가 전자장비를 구동시킬 때 전력을 공급하는 이차전지가 주요 동력원으로 사용되며, 방사성동위원소를 이용하여 열과 전력을 생산하는 동위원소 전지가 보조 전력원으로 사용됩니다.

[앵커]
연구원님이 개발하신 것이 이 가운데 '동위원소 전지'인데요, 구체적으로 어떤 기술인가요?

[인터뷰]
동위원소 전지는 방사성동위원소가 붕괴하면서 발생시키는 에너지를 전력으로 변환시키는 장치입니다. 온도의 차이로 인해 열에너지가 전기로 변환되는 것이 열전현상인데요. 우주용 동위원소 전지의 경우 방사성동위원소가 붕괴하면서 발생하는 열이 열전달을 통해서 열전소자로 전달되게 되고 그 열전소자 양단에 온도 차가 형성되어 전력을 생산하는 원리가 적용됩니다.

[앵커]
그러니까 기존 기술인 태양전지나 2차전지를 도와서 방사성 동위원소를 추가로 사용하는 것 같은데요. 어떤 장점이 있나요?

[인터뷰]
태양전지는 우주에서 태양을 바라보고 있는 상태에서 매우 높은 효율로 전력을 생산할 수 있습니다만, 태양이 없으면 전력을 생산하지 못합니다. 또한, 영하의 온도나 방사능에 취약한 단점이 있습니다. 반면에 동위원소 전지는 장수명, 고신뢰성, 환경 독립성이라는 세 가지 특장점을 가지고 있는데요. 먼저, 동위원소 전지에 사용되는 방사성 동위원소는 반감기가 수십 년에서 수백 년에 이르기 때문에 한번 만들어지면 최소 수십 년간 별도의 연료 공급 없이 전력을 생산할 수가 있습니다.

다음으로, 동위원소 전지에는 움직이는 부품이 없기 때문에 고장의 우려가 매우 낮은 장점이 있고요. 마지막으로 동위원소 전지는 동위원소 열원을 이용하여 독립적으로 전력을 생산하기 때문에 태양이나 산소의 유무, 심해, 방사선, 저온, 고온 등 외부 환경과 관계없이 전력을 생산할 수 있습니다.

[앵커]
그런데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세 번째로 이 기술을 개발했다고 들었는데요, 이게 얼마나 의미 있는 성과인가요?

[인터뷰]
우리가 작년에 누리호 성능검증위성을 통해 세계에서 세 번째로 자국 원자력시스템을 우주에서 실증하는 데 성공함으로써 '우주 헤리티지' 즉, 우주에서 검증한 이력을 확보하였는데요. 지구 저궤도에서 검증실험을 하기로 계획되었기 때문에 방사성동위원소를 제외한 나머지 모든 부품은 실제 동위원소 전지에 사용되는 우주급 부품이 적용되었습니다.

이 실험의 성공은 우리나라가 미국과 러시아에 이어 자력으로 장기간 달 탐사가 가능한 세 번째 국가가 될 수 있음 의미한다고 하겠습니다. 영하 170도인 달의 밤 동안 탐사선과 탐사 장비가 생존할 수 있도록 지속해서 열과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수단이 동위원소 전지이기 때문에, 달 탐사 임무 기간을 2주 이상으로 설정할 수 있느냐는 동위원소 전지 기술의 보유 여부에 달려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앵커]
이 전지를 실제 우주선에 탑재하려면 성능 검증이 필요할 텐데요, 지금 어떤 과정을 거쳤나요?

[인터뷰]
동위원소 전지를 우주선에 탑재하기 위해서는 주어진 환경에서 목표했던 전기출력을 내는지, 우주선의 발사환경과 우주환경을 견뎌내는지를 검증해야 합니다. 특히, 우주선의 발사환경에 대한 내구성 평가를 통과해야 하는데요. 우주선이 발사되는 과정에서 우주선 내부로 전달되는 엄청난 진동과 위성이 발사체로부터 분리되는 페어링 과정에서 전달되는 큰 충격 이후에도 동위원소 전지가 정상적으로 동작하는지 검증하는 시험, 마지막으로, 우주환경에서의 온도 변화에도 동위원소 전지가 정상적으로 동작하는지 검증하는 시험을 수행하게 됩니다. 저희 동위원소 전지도 이 모든 시험과정을 통과하여 누리 호에 탑재할 수 있었습니다.

[앵커]
지금 말씀하신 대로 현재 누리 호에 실려 우주로 간 차세대소형위성 2호를 통해 실증을 진행 중인데, 여기에서는 어떤 점을 확인할 수 있나요?

[인터뷰]
누리호 성능검증위성은 지구 저궤도에서 운용되기 때문에 동위원소를 적용할 수 없어서 동위원소 열원을 전기 히터로 대체하고 나머지 모든 부품의 성능을 검증하였습니다. 검증 포인트는 크게 두 가지로 정리해 볼 수 있겠는데요. 첫째는, 우리의 설계로 우주선 발사환경을 실제로 견뎌내고 우주에서 전력을 생산해내는지, 또 얼마 동안 일정한 성능을 유지할 수 있는지 검증할 수 있습니다.

두 번째로 동위원소 전지 내외부에는 여러 개의 온도 센서를 부착해 두었는데요. 만약에 동위원소 전지가 이상 동작을 할 경우 어느 부위가 취약한지를 검증할 수 있어 향후 개발되는 동위원소 전지에 참고자료가 될 수 있습니다. 동위원소 전지가 우주에서 성능시험을 시작한 지 1년이 넘은 현재까지 출력저하 없이 안정적으로 동작하고 있고, 저희 팀에서 자체적으로 수행한 우주방사선 손상평가 결과로 볼 때 향후 10년 이상은 문제없이 동작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앵커]
그런데 지구 저궤도에서 방사성 동위원소를 쓸 수 없잖아요? 그 이유가 무엇인가요?

[인터뷰]
1992년에 UN에서 발표한 '우주에서 핵동력 이용에 관한 원칙'에 따르면, 방사성 동위원소 전력원은 지구 중력장을 벗어나는 경우나 임무 종료 후 지구 고 궤도 이상으로 벗어나는 경우에만 사용이 가능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지구 저궤도에서 사용하다가 사고상황이 발생하여 지표면으로 떨어지게 될 사고를 근본적으로 차단하겠다는 목적이 있습니다. 따라서 누리호 성능검증위성에서는 방사성동위원소 대신에 그와 동일한 열을 내는 전기 히터를 적용하였습니다.

[앵커]
이 기술을 하루빨리 탐사선에 실제로 적용하면 좋을 거 같은데요. 어떤 부분이 더 필요할까요?

[인터뷰]
동위원소 전지의 안전성을 확보하는 부분이 남아있습니다. 즉, 우주선이 발사 중 폭발하거나, 지구 궤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재진입하는 경우에도 방사성 동위원소의 누출이 없도록 동위원소 열원을 보호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 현재 저희 팀에서는 우주선 폭발 시 파편이나 재진입 사고에서 발생하는 공력가열에도 동위원소를 보호할 수 있도록 카본복합재를 이용한 보호 모듈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앵커]
이 기술이 또 달 탐사선 외에 전지 기술을 활용할 수 있는 곳이 있을까요?

[인터뷰]
동위원소 전지는 극한 환경에서 문제없이 동작하는 장점이 있기 때문에 달 탐사 이외에 화성, 목성 등 외행성 탐사에 필수적인 장치이고요. 지구에서 활용 분야를 찾는다면 심해 탐사 장비나 극지의 환경을 모니터링하는 장비, 국방 장비 등에 활용이 가능합니다. 따라서 현재 해양연구기관 및 국방 장비 관련 기관들과 협의를 진행 중에 있습니다.

[앵커]
네, 우주 탐사를 위해선 튼튼한 탐사선과 함께 동력원이 굉장히 중요할 것 같은데요. 앞으로도 좋은 연구 계속 부탁 드리겠습니다. 한국 원자력연구원 홍진태 책임연구원과 함께했습니다. 고맙습니다.

YTN 사이언스 김기봉 (kgb@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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